<판결요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자회사 대표이사로 근무한 甲의 비위사실을 이유로 2018.12.2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甲에 대하여 정직 1개월을 의결하고, 같은 해 12.31. 甲이 정년퇴직하였는데, 甲이 위 정직이 부당하다며 2019.1.3.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甲이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구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甲의 구제신청을 각하한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유지하고 재심신청을 기각한 사안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경제적 내지 사회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의 노동위원회 구제제도를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는 점, 다양한 노사분쟁에 대하여 노동위원회가 합목적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행정적 구제절차 본래의 취지, 즉 탄력적이고 실효성 있는 구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조사결과에 따라 부당해고 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위와 같은 구제명령의 내용에는 원직복직 외에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 지급’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른 甲에게도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에 따라서 정직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 지급에 관한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대전고등법원 2021.6.18. 대전고법 2020누12481 판결】

 

  •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0누12481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 B
  • 피고보조참가인 / C
  • 제1심판결 / 대전지방법원 2020.8.26. 선고 2019구합105114 판결
  • 변론종결 / 2021.04.16.
  • 판결선고 / 2021.06.18.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6.2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9부해479호 부당정직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피고가 당심에서 추가로 주장하는 사항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판단을 제1심판결에 보충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피고의 추가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1)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와는 달리, 부당해고 구제신청 당시 이미 위와 같은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근로자가 부당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기간 중의 근로관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할 필요성이 없어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없고, 해고가 아닌 정직기간 중의 임금상당액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구제신청은 법적 근거도 없다. 2) 설령 원고에게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심은 이 사건 재심판정의 대상이었던 이 사건 정직에 관하여 징계양정 및 징계절차 등을 심리하여 적법한지 여부까지 판단하였어야 한다. 만약 이 사건 정직이 정당하다면 구제명령을 발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결과적으로 타당하므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없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른 원고에게도 정직기간 중의 임금상당액 지급에 관한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1) 근로기준법 제28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당해고 등 불이익처분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행정적 구제절차는, 일반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 사이에 경제적 불균형이 심하고 증거의 편재와 정보 접근성의 현저한 차이로 인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하는 민사소송에서는 근로자가 부당해고 등을 주장·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고려에서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 방법에 따른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신속·간이하며 경제적이고 탄력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와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를 위하여 노동위원회는 노동위원회법 제23조제1항에 의하여 노동위원회가 직접 근로자, 노동조합, 사용자, 사용자단체, 그 밖의 관계인에 대하여 출석·보고·진술 또는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는 ‘현출조사’ 방식의 조사권한과 노동위원회가 노동위원회 위원장 또는 심판위원회 등 부문별 위원회의 위원장이 지명한 위원 또는 조사관으로 하여금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업무 상황, 서류, 그 밖의 물건을 조사하게 하는 ‘방문조사’ 방식의 조사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제신청을 받은 노동위원회는 근로기준법 제29조에 의하여 지체 없이 증인신문 등 필요한 조사를 하거나 관계 당사자를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3) 노동위원회의 행정적 구제절차에서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에 대하여 하는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이에 복종해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정처분의 성격을 가질 뿐이고 직접 노사간의 근로관계에 있어서 사법상의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4.23. 선고 95다5310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은 집행권원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근로자는 구제절차와는 별도로 민사소송으로 해고 등 불이익처분의 사법상 효력을 다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근로기준법은 제33조제1항과 제111조의 규정을 두어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2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하여,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상당한 정도의 간접적인 강제력을 갖게 하였다. 나아가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에 있어서 부당해고 등의 정당성에 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부담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경제적 내지 사회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의 노동위원회 구제제도를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4) 그리고 다양한 노사분쟁에 대하여 노동위원회가 합목적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행정적 구제절차의 본래의 취지 즉, 탄력적이고 실효성 있는 구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에 의하면 노동위원회는 조사결과에 따라 부당해고 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위와 같은 구제명령의 내용에는 원직복직 외에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 지급’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근로기준법 제30조제3항은 노동위원회가 해고에 대한 구제명령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된 근로자에게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 즉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과 함께 장래의 근로관계를 포기한 것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규정으로 비로소 해고된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할 권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에 의하여 정직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원고가 이 사건 정직을 받지 않았다면 참가인으로부터 받는 성과급에서 차액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음).

5) 아울러 근로기준법 제28조제2항에 의하면 적법한 구제신청 기간은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불과할 뿐더러 위 기간은 제척기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과 같이 정직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구제신청제도를 남용할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2018.12.31. 정년퇴직을 하기는 하였으나, 참가인이 2018.12.27. 이 사건 정직을 의결한 후 불과 일주일 후인 2019.1.3.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므로, 원고가 권리 위에 잠을 자고 있어 보호가치가 없는 근로자라고 할 수도 없다.

6) 오히려 피고의 주장과 같이 근로자가 반드시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구제신청을 하여야 한다면, 결국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 또는 통상 2년 이하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기간제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구제신청 기간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기간인 3개월이 아니라 잔존 근로기간으로 한정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

 

다. 이 사건 정직이 적법한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에 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재심판정 자체의 위법성이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원고의 구제신청에 관한 위법성만을 판단하여 이를 각하한 이상, 이 법원에서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성을 넘어 이 사건 정직의 징계양정 및 징계절차 등을 심리하여 적법한지 여부까지 심리·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취소소송의 대상인 피고의 재심판정은 원고가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구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한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유지하고 그에 불복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다는 것으로서,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에게 구제이익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정직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원고의 구제신청 및 재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결국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2.2.23. 선고 2011두7076 판결 등 참조).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오(재판장) 문봉길 류재훈

 

반응형

'근로자, 공무원 > 해고, 징계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고법 2019누59402]  (0) 2021.10.05
해직공무원 및 징계공무원의 범위(「공무원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등의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 제2조 등 관련) [법제처 21-0463]  (0) 2021.09.25
단시간근로자라고 할지라도 사실상 강의평가만으로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합리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서울행법 2020구합71055]  (0) 2021.09.25
정직 기간 계속 중 정년에 달하여 당연 퇴직한 경우. 정직으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다 [대전지법 2019구합105114]  (0) 2021.09.25
직위해제된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인사명령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법제처 21-0321]  (0) 2021.09.10
근로기준법 제26조 각 호 외의 부분 본문에 따른 해고 예고 규정의 적용 여부 [법제처 21-0320]  (0) 2021.09.10
용역업체변경에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이 성립되었음이 인정되므로 근로관계가 승계된다 [서울고법 2016누62223 / 대법 2017두51303]  (0) 2021.09.07
징계절차 회부 안내문을 회사 게시판에 게시.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대법 2021도6416]  (0) 2021.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