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 2008.3.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원고들이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2.10. 선고 2019가단134448 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19가단134448 임금

• 원 고 / 1. A ~ 6. F

• 피 고 / G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0.09.23.

• 판결선고 / 2021.02.10.

 

<주 문>

1.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주위적으로 원고 A에게 10,146,534원, 원고 B에게 12,285,784원, 원고 C에게 24,395,731원, 원고 D에게 9,878,555원, 원고 E에게 11,926,606원, 원고 F에게 6,731,471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20.8.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예비적으로 원고 A에게 5,009,335원, 원고 B에게 5,868,758원, 원고 C에게 9,654,664원, 원고 D에 게 5,403,244원, 원고 E에게 5,684,354원, 원고 F에게 3,610,236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20.8.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회사는 택시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아래와 같이 피고 회사에서 택시운전기사로 근무하면서, 택시를 운영하여 얻은 수입에서 일정액만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을 자신이 갖는 한편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표 생략>

나. 2008.3.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9.7.1.부터 피고 회사가 소재한 서울 지역에 시행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었다.

다. 피고 회사와 피고 회사의 근로자대표 사이에 2009.7.31. 체결된 임금협정(이하, 2009년도 임금협정)은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이는 그 후 2016.1.25. 체결된 임금협정(이하, 2016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2016.1.1. ‘1일 6시간’으로, 2017.11.21. 체결된 임금협정(이하, 2017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2017.12.1. ‘1일 5시간 30분’으로 각 변경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6, 갑 제12호증, 을 제1호증, 을 제4 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2, 9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2016년도 및 2017년도 각 임금협정(이하,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그러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실질적인 근로시간인 1일 8시간’, 또는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이전에 체결된 2009년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한 최저임금법이 정한 최저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은 이에 미달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대하여 원고 C는 2012.1.1.부터, 나머지 원고들은 각 입사일부터 각 퇴사일까지, 주위적으로는 근로시간을 1일 8시간으로 하여, 예비적으로는 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하여 각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및 퇴직금의 차액을 지급할 것을 구한다.

 

3.  판단의 전제

 

구 근로기준법(2018.3.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제1항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원고들이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4.  판단

 

가.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 소정근로시간을 순차적으로 단축하여 그 결과 소정근로시간이 1일 6시간 40분에서 1일 5시간 30분으로 단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10, 12, 을 제21호증, 을 제23호증의 1, 2, 3, 을 제 4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피고 회사가 소재한 서울 지역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09.7.1.부터 약 7~8년이 경과한 2016.1.25. 및 2017.11.21.에 이르러서야 체결된 것인바,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의 단축과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다. 그 동안 서울지역 택시요금은 중형택시의 경우 2009.6.1. 기본요금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약 26% 인상된 후 2013.10.12.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25% 재인상되고 할증요금의 변경 거리와 시간이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단축된 반면, 피고 회사의 사납금은 적어도 2009.7.1.부터 2014.9.경까지 1일 104,000원으로 유지되어 위 기간 동안 인상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바(을 제8호증의12), 위와 같이 택시요금이 인상된 이후에는 일응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종전과 동일한 시간을 근로하더라도 종전보다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렇다면 그와 같은 사정변경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서울특별시도 택시기본요금이 2019.2. 3,800원으로 약 26% 인상된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평균 운송수입이 20,912원 증가하고 1일 평균 영업건수가 2.9건 감소하였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② 그런데 원고들은 2009년도 임금협정 체결시부터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체결시까지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변경이 없었다는 취지로만 주장할 뿐, 위와 같은 택시요금의 인상 등의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다. 원고들은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하여야 하고 실제로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하고 있으므로 2009년도 임금협정 체결시부터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체결시까지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듯도 하나, 가사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택시요금 인상 등의 사정변경이 일응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이상,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실제 근로시간에 현저 히 미달하여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 무효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한다는 사정은 이 사건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무관하다.

③ 피고 회사의 사납금이 2014.9.경 130,000원, 2017.12.1. 137,500원으로 각 인상되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2009년도 임금협정 당시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과 실질적으로 동일 또는 유사하게 되는 등으로 위와 같은 택시요금 인상 등의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실질적인 변경이 없게 되었다는 점 등에 관한 원고들의 구체적인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앞서 본 바와 같은 사납금 인상 사실만으로는 2009년도 임금협정 체결시부터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체결시까지 사이에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실질적인 변경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 회사의 1년 이상 2년 미만 근로한 택시운전근로자의 고정급은 2009년 임금협정 당시 1,155,746원이었는데, 그 후 2016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1,277,497원, 2017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1,316,170원으로 각 인상된 사정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나. 가사 원고들의 주장을, 원고들이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하여야 하고 실제로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하고 있는바, 그에 현저히 미달하는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는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선해한다고 하더라도, 갑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는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조사함에 있어 운행기록계에 따른 운행시간의 간격, 운행 위치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근로형태를 파악하는 등의 방법으로 ‘승객 운행을 하지 아니한 시간 중 승객 대기 등 실질적으로 근로에 종사한 시간’을 별도로 산정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단편적으로 ‘배차시간 전부’ 또는 ‘배차시간에서 택시운전근로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및 집단초점면접조사 등 주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산정한 휴게시간 0.8시간만을 공제한 나머지 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산정한 것에 불과하고, 을 제23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는 원고 C 스스로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정상적인 형태의 근무를 할 수 없었던 기간의 운행기록이라는 것이어서 위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들이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하여야 한다거나 실제로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결국 이와 달리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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