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단체협약은 노조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해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 절차를 거쳐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특례합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원고 지부와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시간이라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합의를 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해 쌍방이 날인한 것이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정한 단체협약에도 해당한다.
노조법 제32조제2항에 의하면 단체협약에서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유효기간은 2년이 상한이다.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그 유효기간에 대해 정함이 없으므로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 유효기간 만료로 효력을 상실했다.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이 정한 서면합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합의는 위에서 살핀 단체협약으로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그 효력을 상실하거나 또는 늦어도 노동조합법 제32조에 근거한 해지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원고 지부의 준비서면이 피고에게 도달된 날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날 해지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고등법원 2020.11.24. 선고 2020나2007284 판결】
※ 대법원 2021.4.15. 선고 2020다299474 판결에서 심리불속행기각
-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나2007284 특례합의무효확인
- 원고, 항소인 / 1. A노동조합, 2. B지부, 3. C, 4. D
- 피고, 피항소인 / 학교법인 E
- 제1심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0.1.30. 선고 2019가합24517 판결
- 변론종결 / 2020.09.15.
- 판결선고 / 2020.11.24.
<주 문>
1. 가. 제1심판결 중 원고 B지부, C, D 청구 부분을 취소한다.
나. 원고 B지부와 피고 사이에 2013.8.14. 체결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합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원고 A노동조합의 항소를 기각한다.
3. 원고 A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항소비용은 원고 A노동조합이 부담하고, 원고 B지부, C, D와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 B지부와 피고 사이에 2013.8.14. 체결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합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및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1. 기초사실’ 및 ‘2.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항목의 각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B지부(이하 ‘원고 지부’라 한다), C, D(이하 제2항에서는 위 원고들을 합하여 ‘원고들’이라 한다)의 주장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른 서면합의임과 동시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의 단체협약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특례합의 후 이 사건 특례합의와 저촉되는 내용의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됨으로써 또는 노동조합법 제32조에 따라 유효기간 2년이 만료되고 원고 지부가 이를 해지함으로써 이 사건 특례합의는 효력을 상실하였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합의는 계속적 계약에 해당하는데 근로기준법의 개정 등 합의의 기초가 되는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겼으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특례합의를 해지한다.
2) 피고의 주장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와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은 주체, 방식, 유효기간, 적용범위 등이 달라 엄격히 구분되는데, 이 사건 특례합의는 단체협약이 아니고 오직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에만 해당한다. 따라서 유효기간이 법정되어 있는 단체협약과 달리 이 사건 특례합의는 유효기간을 따로 약정하지 아니한 이상 적법하게 해지되기 전까지는 계속적으로 존속하는 것이고, 원고 지부가 이 사건 특례합의를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나. 판단
1) 원고 지부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하여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원고 지부가 피고와 사이에 서면으로 합의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이 정한 서면합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닌바(대법원 2005.3.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이 사건 특례합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원고 지부와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시간이라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를 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하여 쌍방이 날인함으로써 성립한 것이므로, 노동조합법이 정한 단체협약에도 해당한다.
피고는, 원고 지부가 근로자대표라는 근로기준법상의 표현을 명시하여 단독으로 이 사건 특례합의를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특례합의는 오직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로서의 성질만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지부와 피고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한 합의가 있고 그 합의서에 원고 지부와 피고의 날인까지 이루어져 단체협약으로 유효하게 성립되기 위한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상, 이 사건 특례합의에서 원고 지부를 근로자대표로 표시하였다거나 이 사건 특례합의가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합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체결되었다는 이유로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달리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와 노동조합법의 단체협약이 상호 배타적이어서 양립 불가능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
2) 이와 같이 이 사건 특례합의는 단체협약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 제32조제2항에 의하면 단체협약에서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유효기간은 2년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특례합의에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인정한다는 내용만 포함되어 있을 뿐 그 유효기간에 대하여는 정함이 없고, 이 사건 특례합의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를 전후하여 원고 지부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특례합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증거는 없으므로, 이 사건 특례합의는 체결일인 2013.8.14.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5.8.14. 유효기간의 만료로 효력을 상실하였다.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특례합의 이후인 2014년에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정기 단체협약에서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다만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 근로할 수 있다’고 정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이라 한다), 이는 이 사건 특례합의와 저촉되는 내용이므로, 이로써 이 사건 특례합의는 2014년에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제50조제1항에서 1주 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제53조제1항에서 당사자가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고, 다시 제59조제1항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서도 연장근로를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들 근로기준법 각 조항은 상호 저촉된다기보다는 원칙에 대하여 예외를 허용하는 취지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50조제1항, 제53조제1항과 동일한 내용이고,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관한 것이므로, 이 사건 특례합의 역시 원칙에 해당하는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에 대하여 예외를 설정하는 관계에 있을 뿐 상호 저촉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은 이 사건 특례합의가 성립하던 당시 및 그 이전의 정기 단체협약에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 사건 특례합의는 원칙에 해당하는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의 내용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2014년 정기단체협약에서도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이 종전과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경위를 고려하면, 2014년 정기 단체협약에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을 포함시킨 것이 이 사건 특례합의를 폐지하려는 의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는, 이 사건 특례합의를 단체협약으로 본다면, 이 사건 특례합의는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의 정기 단체협약과 전체로서 하나의 근로조건을 이루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특례합의를 배제하거나 제외한다는 내용 없이 정기 단체협약이 갱신 체결되어 왔으므로, 이 사건 특례합의도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정기 단체협약에는 연장근로시간과 관련한 원칙과 예외적 기준 중 원칙에 해당하는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만 규정되어 있었고, 원칙에 대한 예외는 특별히 인정되는 것임에 비추어 원칙이 반복 갱신된다고 하여 그에 대한 예외까지도 당연히 함께 반복 갱신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이 정기 단체협약에 계속 포함되어 있었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특례합의가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왔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피고는, 단체협약이 유효기간의 만료로 실효되더라도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은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여전히 근로자와 사용자를 규율하므로, 설령 이 사건 특례 합의 가 단체협약에 해당하고 그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합의는 여전히 근로자와 사용자를 규율하는 효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 사건 특례합의 자체의 효력이 없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인데, 유효기간이 만료된 이상 단체협약 자체의 규범적 효력이 소멸한다는 점은 피고도 인정하는 바와 같다. 뿐만 아니라 피고가 주장하는 단체협약의 여후효는 단체협약의 실효로 인하여 단체협약이 규율하고 있던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에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의 근로시간, 특히 연장근로시간과 관련하여서는 정기 단체협약의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에서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 근로할 수 있다’는 원칙적 기준을 계속적으로 정하고 있었던 이상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이 사건 특례합의가 실효되더라도 원칙적 기준으로 돌아가 이 사건 근로시간 조항에 의하여 규율될 것이므로, 이 사건 특례합의의 실효로 인하여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규율에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이 정한 서면합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특례합의는 위 2)항에서 살핀 단체협약으로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그 효력을 상실하거나 또는 늦어도 노동조합법 제32조에 근거한 해지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원고 지부의 2019.10.14.자 준비서면이 피고에게 도달된 2019.10.15.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20.4.15. 해지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 제24조제3항은,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하게 하기 위하여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서면으로 합의하여야 한다는 정당화 요건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그 서면합의의 형식 등에 대하여는 따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서면합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가능하고, 이 경우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그 단체협약으로써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에 의한 합의라는 정당화 요건을 갖추는 것이 된다.
즉 이 사건 특례합의와 같이, 적어도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에 의하여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형태로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합의라는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는, 단체협약과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가 엄격히 준별된다고 할 수 없으며, 단체협약이 유효기간의 만료로 효력을 상실하였음에도 그 내용을 이루던 초과 연장근로 허용에 관한 합의만이 독립하여 유효하게 남아 존속할 수는 없다.
나) 피고는, 이 사건 특례합의를 오직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로만 보면서도, 이 사건 특례합의는 합의 당시 그에 동의하지 아니한 근로자는 물론이고 이 사건 특례합의 이후 피고에 새롭게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도 직접적인 효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특례합의는 단순히 개별적 노사관계에서의 개별합의의 총합이 아니라 단체협약과 다를 바 없이 노사의 합의로 성립하여 근로자 집단에 대하여 집단적 근로조건을 설정하는 규범으로 기능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이유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너무 길게 하면 변동하는 산업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당사자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결과가 되고 그렇게 되면 단체협약에 의하여 적절한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에도 어긋나게 되므로 그 유효기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을 시의에 맞고 구체적 타당성 있게 조정해 나가도록 하는 데 있다(대법원 1993.2.9. 선고 92다27102 판결 참조). 또한 노동조합법 제32조제3항 단서에 의하면,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의 경과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취지의 약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 조항의 취지 역시 그러한 자동연장약정에 의하여 연장된 단체협약에 부당하게 장기간 구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로서의 이 사건 특례합의가 단체협약과 다를 바 없이 집단적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법적 규범으로 기능한다고 본다면, 이러한 단체법적 원리도 이 사건 특례협약을 해석하는 데 마찬가지로 고려될 수 있다.
예컨대 이 사건 특례합의가 이루어진 후인 2018.3.20.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향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는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갑 제8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일부 병원의 노사는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합의를 하면서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는 근로자의 범위를 세부적으로 한정하거나, 그와 같이 특례를 인정하는 시기를 한시적으로 제한하거나, 그 경우에도 향후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구체적인 인력충원 및 인력운용 방안에 대하여 함께 합의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갑 제4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의 경우에는 원고 지부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2018년부터 개정법의 취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인력충원을 비롯하여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와 관련한 재논의를 요청하였으나, 피고 측이 이 사건 특례합의가 기간의 정함이 없이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이유로 그 요청에 응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단체협약과 다를 바 없이 근로자대표와 사용자의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여 집단적 규범력을 가지는 이 사건 특례합의가 사회적 변화 등에 적절하게 적응하여 구체적 타당성 있는 근로조건을 마련하는 기준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는 그 유효기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과 동일하게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근로자대표에 의한 서면합의를 정당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51조제2항제4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8조제1항은 서면합의에서 유효기간을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의 서면합의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특례합의와 같이 적어도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형태로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 요건을 갖추었으나 거기에서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서면합의로서도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거나 또는 노동조합법 제32조제3항 단서를 유추적용하여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갑 제4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2018.7.4. 개최된 노사협의회에서 원고 지부가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이유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관하여 논의할 것을 요청하는 발언을 한 후 원고 지부의 지부장, 조직부장, 피고의 사무국장, 노무팀장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화 생략>
위 대화에 의하면, 2018.7.4.경 당시 원고 지부와 피고 측은 이 사건 특례합의의 존재 자체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있다고 기억이 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노사협의회가 개최될 무렵까지 이 사건 특례합의가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피고는 원고 지부가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이유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자 비로소 이 사건 특례합의를 떠올려 합의서를 찾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갑 제2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안산지청은 2013.8.경 피고에게 ‘일부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므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한 후 그 결과를 제출하라’는 시정지시를 하였고,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그 무렵인 2013.8.14. 체결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2018.3.20.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근로기준법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의 연장근로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었으므로, 휴일을 포함하면 1주 68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특례합의가 체결된 직후인 2013.9.부터 2013.12.까지 1주 6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한 근로자는 피고의 일반직 근로자 약 4,300명 중 1주당 평균 3.23 명에 불과하였다는 것이고, 갑 제4호증의 1,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19.3. 부터 2019.6.까지 피고의 사업장에서 1주 6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한 근로자는 없었던 사실, 2018.7.4. 개최된 노사협의회에서 원고 지부의 지부장 역시 1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부서를 언급하면서 ‘시간이 많이 오버되지는 않는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다른 기간 동안의 피고의 사업장 내 연장근로 실태가 이와 현저히 달랐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2018.3.20.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피고의 사업장에서 1주 6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나 이를 허용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요건의 구비 여부가 크게 문제되지 아니하여, 중부지방고용노동청안산지청의 시정지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이 사건 특례합의가 작성되기는 하였지만, 그 후 이 사건 특례합의의 존재조차 잊혀진 채 지내온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즉 피고는, 그동안 정기 단체협약을 수차례 반복하여 체결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이 이 사건 특례합의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음을 내세우나, 실제로는 이 사건 특례합의가 원고들과 피고의 노사관계에서 계속하여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여 왔다거나 그렇게 인식되고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며, 따라서 이 사건 특례합의가 효력을 상실함에도 원고들이 이를 유효하게 유지할 의사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것이라고는 판단되지 아니한다.
4) 그러므로 이 사건 특례합의는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여도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들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 A노동조합의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 지부, C, D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원고 지부, C, D의 청구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특례합의는 무효임을 확인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영재(재판장) 박혜선 강경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