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그 비위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상 징계사유를 정한 규정의 객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4두12765 판결, 대법원 2020.6.25. 선고 2016두5604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문제되는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함을 특정하여 표현하기 위해 징계권자가 징계처분 통보서에 어떤 용어를 쓴 경우, 그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 징계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의 의미와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단지 그 비위행위가 위 통보서에 쓰인 용어의 개념에 포함되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1.4.29. 선고 2020다270770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0다270770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주식회사 ○○방송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0.8.28. 선고 2019나2039742 판결
• 판결선고 / 2021.04.29.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내용은 상고 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원고는 2004.12.20. 방송사업 등을 하는 피고에 입사하여 카메라기자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2년 12월 조직을 개편하면서 보도국 산하에 취재센터를 설치하여 카메라기자가 소속된 정치부 등 부서를 통할하게 하였다.
나.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본부와 MBC영상기자회는 2017.8.8.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 내부에서 카메라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어 성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내용의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이하 ‘이 사건 문건’이라 한다)이 작성되었고 그에 따른 각종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고, 그 다음날 이 사건 문건의 작성자인 원고와 취재센터장이었던 소외인 등을 검찰에 고소하였다.
다. 피고 감사국은 2018.1.8.부터 2018.3.22.까지 이 사건 문건의 실행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한 ‘MBC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하였고, 감사결과 원고가 이 사건 문건의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하였다고 판단하고 피고 인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였다.
라. 피고 인사위원회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2018.5.3.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원고의 소명을 청취한 다음 2018.5.14.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고, 2018.5.18. 원고에게 해고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마. 이 사건 해고처분 통보서 기재에 따르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동료 카메라기자들을 ‘격리대상’, ‘방출대상’, ‘주요관찰대상’, ‘회유가능’의 4등급으로 분류하여 블랙리스트(이 사건 문건을 말한다)를 작성하고, 자신이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반영된 인사안(이하 ‘이 사건 인사이동안’이라 한다)을 소외인 취재센터장에게 메일로 보고하여 결과적으로 실행되게 하였다.”는 것과, “객관적 평가자료나 합리적 근거도 없이 특정 대상에 대한 충성도나 노조성향을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임의로 블랙리스트를 작성·전달함으로써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름은 물론, 당사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한 처분이 가해지도록 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원인을 제공하여, 합리적 인사관리를 방해하고 직장질서를 문란케 하는 심대한 해사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바. 피고는 이 사건 해고처분의 근거로, 직원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사항과 회사의 제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제3조), 회사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상호인격을 존중하여 직장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하고(제4조), ‘사규(社規)를 위반하였을 때’ 또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제66조)는 피고의 취업규칙 규정 등을 위 통보서에 명시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원고가 이 사건 문건과 이를 반영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하여 그 중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인 소외인에게 보고함으로써 복무질서를 어지럽게 하였고(이하 ‘이 사건 ①징계사유’라 한다),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 따라 2014.3.14.자 인사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소외인의 부당노동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②징계사유’라 한다), 특정 인물들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명예훼손죄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하 ‘이 사건 ③징계사유’라 한다)으로 특정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①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이 사건 ②, ③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①징계사유만으로는 고용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비위행위의 정도가 중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그 비위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상 징계사유를 정한 규정의 객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4두12765 판결, 대법원 2020.6.25. 선고 2016두5604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문제되는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함을 특정하여 표현하기 위해 징계권자가 징계처분 통보서에 어떤 용어를 쓴 경우, 그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 징계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의 의미와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단지 그 비위행위가 위 통보서에 쓰인 용어의 개념에 포함되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 심의결과 통보서는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를 원고가 이 사건 문건과 이를 반영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한 사실 및 이를 소외인에게 보고한 사실 등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2) 위 통보서는 위와 같은 징계사유 해당 사실을 기재한 데에서 나아가 원고의 비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고, ‘부당노동행위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며, ‘합리적 인사관리를 방해하고 직장질서를 문란케 하는 심대한 해사행위’라고 기재하고 있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문건과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 및 보고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한 행위는 상호인격을 존중하여 직장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정한 피고의 사규(社規)를 위반한 행위로서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③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의 취업규칙 제66조는, ‘사규를 위반하였을 때’를 비롯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을 때’, ‘회사의 기밀을 누설하였을 때’,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였을 때’, ‘방송강령 및 윤리강령을 위반하였을 때’ 등 11가지 경우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다. 한편 위 취업규칙에서는 품위유지(제4조), 업무상 비밀준수(제5조), 정치적 중립성(제6조의1),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제6조의2)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2) 피고 인사위원회는 취업규칙 제4조와 제66조를 이 사건 해고처분의 근거로 삼으면서 비위행위의 특정 또는 평가를 위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의 비위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나 형법상 범죄를 구성하는 명예훼손 등에 해당한다는 데에 징계처분의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3)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민·형사상 불법행위만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징계규정을 그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고의 비위행위가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③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징계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