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피고 재단 채용절차에 응시하여 공채 합격결정을 받았고, 이후 피고는 원고가 대학교수인 면접시험위원 A 소속 학과 졸업생이어서 피고 재단 인사지침의 회피사유인 '근무경험관계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합격결정을 취소한 사안에서, '위의 경우가 회피사유인지 분명하지 않고, 원고와 A의 관계가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위 합격취소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임금 상당액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한 사례.
【제주지방법원 2020.10.15. 선고 2019가합13663 판결】
•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9가합13663 합격취소결정 무효 확인 등
• 원 고 / 김○○
• 피 고 / 재단법인 제주○○○○재단
• 변론종결 / 2020.09.17.
• 판결선고 / 2020.10.15.
<주 문>
1. 피고가 2019.8.28. 원고에 대하여 한 일반직 직원(5급) 공개채용 합격취소결정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19.9.9.부터 원고를 피고의 일반직 직원(5급)으로 발령할 때까지 월 1,963,333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90%는 피고가, 나머지 10%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 기재와 같은 판결 및 피고는 원고에게 2019.9.9.부터 원고를 피고의 일반직 직원(5급)으로 발령할 때까지 월 2,167,435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2001.1.20.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출자출연법’이라 약칭한다) 제4조제3항 등에 따라 문화예술정책 개발, 문화예술의 창작보급 및 예술활동 지원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2) 원고는 2014.3.1.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2016.2.19. 졸업한 사람으로, 아래와 같이 피고의 일반직 직원 채용공고에 따라 피고에 입사를 지원하였다.
나. 피고 일반직 직원 공개채용의 경위 및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
1) 피고는 2019.6.21.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주○○○○재단 일반직 직원 공개채용 공고’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용공고’라 한다). <표 생략>
2) 원고는 2019.6.28. 이 사건 채용공고에 따라 피고에게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증명서 등을 제출하였다.
3) 피고는 홈페이지에 2019.7.4. 1차 시험(서류전형) 합격자(원고를 포함하여 55명)의 수험번호를 발표·공고하면서 2차 시험(필기전형)을 안내하였고, 2019.7.9. 2차 시험(필기전형) 합격자(원고를 포함하여 16명)를 발표·공고하면서 3차 시험(면접전형)을 안내하였으며, 2019.7.12. 면접시험을 거쳐 2019.7.16. 원고가 포함된 최종합격자 3명, 예비합격자 3명을 공고하면서 ‘예비합격자는 최종합격자가 임용을 할 수 없는 사유(임용포기, 임용취소 등) 발생시 별도 임용하되 개별통보할 것이고, 임용후보자는 2019.7.18.부터 같은 달 24.까지 등록하고, 임용일(예정)은 2019.8.1.임을 알리는 한편 유의사항으로 ‘등록기간 내 등록을 하지 아니하는 자는 임용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처리하고, 허위(위조, 변조 포함) 서류 작성 및 제출자는 합격 또는 채용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안내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용공고에 따른 피고의 채용과정을 통칭하여 ‘이 사건 채용절차’라 하고, 피고의 위 2019.7.16. 공고를 ‘이 사건 합격통지’라 한다).
4) 그런데 피고는 2019.8.28. 원고의 최종합격을 취소하면서 원고를 예비합격자 1순위로 하기로 결정하고(이하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이라 한다), 2019.8.3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취소 사유를 통지하였다.
[최종합격 취소통보 사유서]
□ 확인사실
• 최종합격통보자 원고와 면접심사위원 A 간 사제관계가 확인됨
• 면접시험당시 면접심사위원 A이 응시자 원고를 인지하고 있었음이 확인됨
• 면접시험위원 A은 시험 전에 심사위원서약서를 통해 회피의무를 인지하였으나, 시험시 응시자 원고가 대학교 제자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회피 신청 등 조치요청을 하지 않고 시험을 진행하였으며, 공명정대하게 평가하였다고 주장함
□ 채용취소 사유
• 제주○○○○재단 이사장은 면접시험위원 A과 응시자 원고의 사제관계는 공정채용 가이드북(인사혁신처)에서 제시하는 회피사유에 해당하고,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지침에서 규정한 ‘근무경험관계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함
• 이에 사후 회피 절차를 적용하여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함
□ 채용취소 통보
• 사후 회피 절차를 적용(A 면접심사위원의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면접심사위원 2인의 평균점수를 최종점수로 산출)하면,
• 원고는 최종 순위에서 4위로 변동되어 예비합격자 1순위에 해당함
• 따라서 기 공고된 이 사건 합격통지를 정정하여 공고하며, 원고의 최종합격통보를 취소하고 예비합격자 1순위임을 통보함
다. 관련 규정 등
1) 지방출자출연법 제27조의 위임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조직 및 인사운영에 관한 기준을 정한 “지방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지침”(이하 ‘인사지침’이라 한다)은 ‘Ⅲ. 직원의 인사 - 시험의 방법 – 라. 시험위원의 제척·기피·회피’ 항목에서 ‘시험위원은 근무관계경험(예시 : 동일부서)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 시험과정에서 제척·회피하여야 하고, 기피될 수 있으며, 출자·출연의 장은 사전에 시험위원들에게 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제주특별자치도는 2018.9.3. 피고에게 인사혁신처가 2018.8. 발간한 ‘공정채용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이라 한다)을 공유하며 채용관련 업무 추진에 참고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가이드북에는 ‘응시자와의 친인척관계 등 제척사유가 있는 경우 시험위원의 회피를 신청하겠습니다’라는 기재가 포함된 심사위원 서약서(예시)가 참고자료로 첨부되어 있다.
3) 피고가 이 사건 채용절차의 면접시험위원으로 위촉한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A은 2019.7.12. ‘응시자와 특별한 관계(친척 등)가 있을 때에는 해당자에 대한 심사를 기피한다’는 기재가 포함된 서약서에 서명·날인하였는데, 같은 학과 3학년에 편입한 원고가 A의 강의를 수강하여 A은 면접 당시 원고가 같은 학과 졸업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5, 갑 제3, 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9, 을 제 1호증의 1, 2, 3, 을 제2호증의 2, 을 제3, 4,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A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의 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원고가 이 사건 채용공고에 따라 입사지원서 등을 제출하고 이 사건 채용절차에 응시한 것은 피고에 대한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고, 이 사건 합격통지는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의 근거로 든 가이드북과 인사지침은 대외적 효력을 갖는 구속력 있는 법규가 아니므로 피고가 위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에 당연무효사유나 취소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은 부당하여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2) 피고
이 사건 합격통지는 원고에게 임용계약의 당사자가 될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고 당시 연봉 등 근로 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성립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 피고는 지방출자출연법 제12조제4항에 따라 가이드북 및 법규명령인 인사지침을 직원 채용의 구체적 절차와 방법의 기준으로 설정하여 이를 적용하여 왔고, 원고와 사제지간인 심사위원 A이 면접자인 원고를 회피하지 아니하고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시험결과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한 결격 사유이므로,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은 정당하다.
나. 이 사건 합격통지로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
1)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낙성, 불요식의 계약이며, 채용내정이란 본채용 전에 채용할 자를 미리 결정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해 사용자와 채용내정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채용내정의 통지 및 최종합격자 통보 등을 통해 사용자의 채용내정자에 대한 채용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었을 것이 요구된다. 근로계약의 체결에 있어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모집에 대하여 근로자가 서류전형 및 면접절차에 응모, 응시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고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서류전형 및 면접절차 등을 거친 후 행하는 채용내정통지(최종합격통지)는 그 청약에 대한 승낙으로서 이에 따라 채용내정자와 사용자 사이에 해약권을 유보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11.28. 선고 2000다51476판결, 대법원 2002.12.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등 참조).
2) 위 1.항에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하여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는 등 지원을 하였고, 피고가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원고에게 이 사건 합격통지를 함으로써,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용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해약권을 유보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이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채용공고에서 모집 인원을 3명으로 특정하여 실제 3명의 인원을 최종합격자로 결정하였고(피고는 최종합격자의 임용포기나 임용취소가 있는 경우에도 이 사건 채용공고에서 정한 3명의 인원을 채용하기 위하여 이 사건 합격통지 당시 예비합격자 3명을 동시에 발표하였다), 이 사건 채용공고를 통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신입직원이 담당하게 될 직무내용과 근무시간, 근무장소, 보수 등 근로 조건의 주된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인 공지를 하였다(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를 거쳐 임용한 신입직원들의 각 임금액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 사건 합격통지 당시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채용공고는 기본연봉의 구체적 하한액과 상한액의 범위를 정하고 피고 보수 및 수당 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구체적인 안내가 포함되어 있다).
② 또 이 사건 채용공고는 채용절차에 대하여 상세히 정하며 전형일정을 모집공고, 응시원서 접수, 1차 서류심사, 1차 서류심사 결과 및 2차 시험 일정 안내, 2차 필기심사, 2차 필기심사 결과 및 3차 시험 일정 안내, 3차 시험(면접시험), 최종합격자발표, 임용일(예정)로 구분하고 있는바, 이 사건 채용절차는 최종합격자 발표까지 채용공고에서 정한 그대로 진행되었다.
③ 이 사건 채용공고 7. 기타사항의 마.항 ‘최종합격자 통지 후 채용신체검사, 학위검증, 경력조회 등을 통하여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합격 또는 임용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는 규정의 취지는 ‘최종합격자 통지 이후 채용신체검사, 학위검증, 경력조회 등을 통하여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합격 또는 임용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3차에 걸친 전형을 통해 최종합격자로 선정된 채용내정자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으로 입사를 보류할 수 있는 절차 등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아니하다(피고는 이 사건 합격통지 이후 피고 채용 절차와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 주장과 같은 문제가 발견되어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 주장하나, 피고가 원고 등 이 사건 채용절차에 지원한 지원자들에게 위와 같은 점검이 있을 예정이고, 그 점검에 따라 최종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안내를 미리 한 사실도 없다).
④ 피고는 예비합격자에게 최종합격자의 임용포기나 임용취소 등 임용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별도로 임용할 것이라 공지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합격통지로 인하여 최종합격자는 근로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한 채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최종합격자가 근로계약을 해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이 근로계약의 성립을 방해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의 무효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4호)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대법원 2017.12.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1.항에서 든 각 증거, 을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정한 취소 사유가 있다거나 그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은 근거 없이 행해진 것으로 부당하여 무효이다.
가) 제척·기피·회피 사유의 존부
① 인사지침에서는 ‘시험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시험 과정에서 제척·회피하여야 하고, 기피될 수 있으며, 출자·출연의 장은 사전에 시험위원들에게 공지하여야 한다’면서 그 사유로 ‘시험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자가 응시자인 경우, 시험응시자와 친족관계(혈족 및 인척)에 있거나 있었던 경우, 근무경험관계(예시 : 동일부서)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들고 있는데, 원고와 A 사이의 관계와 같이 대학교 학부에서 수업을 들어 알고 있는 정도의 교수와 제자 사이가 ‘근무경험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앞서 열거한 관계들에 비추어 위와 같은 인적 연고가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가이드북에서는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시험위원을 반드시 1/2 이상 위촉하여야 하며 지원자와 제척·기피대상에 있는 사람은 위원위촉 시 배제’하여야 한다면서도 제척·기피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아니하고 다만 ‘공무원채용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 하에 구체적 시행 사례를 제시하면서 ‘친인척, 근무경험 관계, 사제지간 등 지원자와 제척·기피대상이 아닌 자를 위촉하여야 하고, 평가위원 서약서에 회피절차를 포함하는 한편 지원자에게도 기피절차를 안내’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또 가이드북에서 예시로 든 서약서에서도 ‘응시자와의 친인척관계 등 제척사유가 있는 경우 시험위원의 회피를 신청하겠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대학교 교수와 제자 사이를 제척·기피·회피 사유로 정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가이드북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A 사이의 인적 관계가 제척·기피·회피 사유임을 분명히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합격 취소 사유 해당 여부
① 인사지침은 위임 근거 규정인 지방출자출연법의 입법목적,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인사관리에 있어 피고를 구속한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을 규율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설령 피고가 내부적으로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을 직원 신규 채용에 관한 기준으로 적용해 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청약의 유인이나 승낙에 해당하는 이 사건 채용공고나 이 사건 합격통지 등에서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이 이 사건 채용절차에 적용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에서 정한 제척·기피·회피 절차의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당연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에서도 위 절차 위반이 채용 절차에 있어 합격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는 내용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② 피고는, 이 사건 채용공고에서 ‘최종합격자 통지 후 채용신체검사, 학위검증, 경력조회 등을 통하여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합격 또는 임용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였고, A이 원고와 사제지간임에도 회피하지 아니하고 면접시험의 평가를 담당한 채용과정의 하자는 시험결과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유로서 합격취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고 주장하나, 위 채용공고 내용은 문언상 지원자의 귀책사유나 지배가능한 영역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피고에게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한 것이라 할 것인데, 피고는 A에게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서약서에 서명만 받았을 뿐 제척·기피·회피 사유에 대하여 정확한 안내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한 내부규정을 간과한 잘못을 위 채용공고에서 정한 원고의 사정이나 책임 있는 사유에 기한 결격사유로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를 근거로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③ 그 밖에 피고의 임직원 인사관리 기준 및 운영에 관하여 규율하는 인사관리규정에서도 ‘제척·기피·회피 대상인 면접위원의 면접전형 관여’는 직원 임용을 취소하는 결격사유가 아니다.
라. 소결론
결국 피고의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부당하여 효력이 없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할 것이다.
3.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하였음에도 피고의 부당한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으로 인하여 원고는 피고로부터 임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여 합격한 직원들의 근무개시일인 2019.9.9.부터 원고가 근로를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의 기간 동안 위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수령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이 사건 합격통지 당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성립하였고,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이 부당하여 무효임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이에 더하여 위 1.항에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의 근거로 든 사정들은 모두 피고가 채용과정에서 살펴야 할 의무에 해당하는 사정일 뿐이고, 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원고에게 제척·기피·회피의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하여 고지한 바 없음에도 피고의 잘못만을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점, ② 피고는 아무런 근거 없이 ‘사후 회피 절차’의 적용을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을 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한 점, ③ 피고만을 구속하는 가이드북 내용에 따르면 면접위원의 평가오류를 줄이고 면접역량 강화를 위하여 면접위원 유의사항 등 사전교육을 반드시 실시할 것이 권고되고 있음에도 피고는 A에게 구체적인 기피·회피 사유조차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피고가 주장하는 면접절차의 하자를 자초하였다고 볼 것인 점, ④ 가이드북에서는 공무원 채용 시 면접조가 최종 확정된 후에도 면접위원과 지원자에게 제척·기피·회피 사유 해당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그와 같은 점검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는바, 그와 같은 피고의 잘못으로 인한 불이익을 이 사건 근로계약의 존속을 원하는 원고에게 돌리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에는 피고가 일반의 사용자를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여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성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으로 인하여 원고가 상실한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로 얻었을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손해배상의 수액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2호증의 1, 을 제7, 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의 부당한 이 사건 합격취소결정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얻었을 수익은 월 1,963,333원{(이 사건 채용공고에서 정한 기본연봉 하한액 20,500,000원 + 직급수당 1,500,000원 + 정액급식비 1,560,000원) ÷ 12월, 원 미만 버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여 합격한 직원들의 근무개시일인 2019.9.9.부터 피고가 원고를 일반직 직원(5급)으로 발령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종료할 때까지 월 1,963,333원의 비율로 계산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가 그 지급의무를 다투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장래이행 청구 부분에 대하여도 원고가 이를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원고는 손해배상의 액수가 위 직원들이 피고로부터 수령한 임금액을 평균한 액수인 월 2,167,435원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신규채용된 자들의 구체적 기본연봉 및 수당은 피고의 보수 및 수당 규정에 근거하여 그 경력 등에 따라 다르게 정하여짐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데, 이에 비추어 월 급여액, 즉 손해배상 액수가 위에서 인정된 월 1,963,333원을 초과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그 차액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규훈(재판장) 김연준 정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