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피진정인이 피해자의 심장병으로 인한 수술 흉터를 본 후, 퇴근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린이집 일이 힘들기 때문에 심장병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육체적으로 편한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심장병은 현재 완치가 되었다는 점, 피진정인의 주장이 의학적 사유 혹은 일정기간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통한 평가 등 수용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출근한 첫날 피해자의 병력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에 기초한 예단에 의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진정인의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병력을 이유로 피해자를 고용상 불리하게 대우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3.27. 19진정0935800 결정】
•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결정
• 사 건 / 19진정0935800 병력을 이유로 한 사직 강요
• 진정인 / ○○○
• 피해자 ○○○
• 피진정인 / ○○○
<주 문>
피진정인에게, 피해자에 대하여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2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권고한다.
<이 유>
1. 진정요지
진정인의 자녀인 피해자(1994년생)는 2019.11.30.(토) ○○ 어린이집(이하 “피진정 어린이집”이라 한다)에 보육교사로 지원해 면접을 보고 당일 합격하여 같은 해 12.2.(월)에 출근을 하였으나, 피진정인은 피해자의 가슴 흉터를 보고 심장병이 재발할 수 있다며 당일 저녁 전화로 그만 두라고 하였는바, 이는 병력을 이유로 한 고용상 차별이다.
2. 당사자 및 참고인 주장
가. 진정인
피해자는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심장병으로 수술을 하여 가슴에 흉터가 있으나, 현재는 완치되어 아르바이트(롯데리아, 편의점, 화장품 가게 등)를 하는 등의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고, 1년에 한 번 병원에서 검진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피해자는 2019.11.30. 피진정 어린이집에서 면접을 보고 합격하여 2019.12.2. 첫 출근을 하였다. 수습기간이 있어서 3개월 계약을 먼저 하고 이후 정식 계약을 하기로 하였다.
2019.12.2. 16시경, 피해자와 피진정인은 월급통장을 만들러 은행에 동행하였다. 피진정인은 피해자의 가슴 쪽에 있는 흉터를 발견하여 흉터에 대해 물었고, 피해자는 어렸을 때 심장병으로 수술을 하였으나 현재는 완치되었다고 말하였다.
2019.12.2. 18시경, 피해자가 퇴근한 후, 피진정인은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심장병이 있었는데 왜 말하지 않았는지 물었고, 어린이집 일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건강이 염려되니 어린이집 말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완치되어서 지금은 괜찮다고 하였지만, 피진정인은 자기 주변에 심장병으로 죽은 사람을 많이 봤다며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내일부터 당장 나오지 말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하였다가, 갑자기 말을 바꿔서 계약 기간(3개월) 동안만 일을 하고 그만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울면서 이를 진정인에게 전화로 알렸고, 진정인은 바로 피진정인에게 전화하여 의사의 진단서 등으로 건강상태에 대해 확인하지도 않고 과거의 병력을 이유로 일방 해고를 한 것에 대해 항의하였다. 이후 피진정인은 문자로 피해자의 건강을 걱정하여 한 말이기에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피진정인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 이후로,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다.
나. 피진정인
피진정 어린이집은 2019.11.15. 개원하였고, 2019.11.30. 피해자 면접 후 채용하기로 하여 2019.12.2. 출근하게 하였다. 2019.12.2. 피해자가 맡은 영아(만 0세)반 학부모들과 피해자가 처음 인사를 나누었을 때, 학부모들은 피해자가 피곤해 보이고 힘이 없어 보인다며 걱정을 하며 다른 선생님이 반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본인과 다른 선생님에게 부탁하였다.
근무 중 피해자의 상처를 발견하여 무슨 상처인지 물었고, 심장병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피해자에게 미비 된 서류를 알리고, 면접 시 심장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묻기 위해 전화하였다.
피진정인은 지인 중에 심장병으로 죽은 사람을 많이 봐서 걱정되는 마음에 피해자에게 영아 보육이 힘들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하였고, 갓난아이들을 하루 종일 업고, 안고 다닐 수 있겠는지 물었다. 또한 과거에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 중 몇 명은 영아 보육이 힘들어서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였음을 이야기하였다. 어린이집 일이 힘들기 때문에 피해자의 심장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니 다니는 동안 일을 해보고 힘들면 다른 일(육체적으로 편한 일)을 가져보라고 조언을 하였다. 피해자는 이를 해고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이후 진정인이 피진정인에게 전화하여 일방적인 해고라며 거세게 항의하였고, 이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하고 전화를 끊고, 더 이상 받지 않았다. 통화 중, 피해자의 완치 판정서를 요구하였으나, 진정인은 피진정 어린이집에 피해자를 더 이상 보내지 않겠다고 하였고, 피해자는 그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진정인이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로 피해자가 오해한 것이며, 피해자가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심장병이 재발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하였으나, 진정인은 계속해서 피진정인을 고발하겠다는 식의 말만 하였다.
피진정 어린이집에서는 2019.12.3. 피해자가 출근하기를 기다렸고,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자 전화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3.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4. 인정사실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진술 및 제출자료(진정인과 피진정인의 문자메시지, 피해자 심리상담 확인서, 피진정인 통화 목록, 피해자-피진정인 근로계약서, 기타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해자는 2019.11.30. ○○시에 위치한 피진정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하기 위해 면접을 보았고 합격하여, 2019.12.2. 첫 출근을 하였다.
나. 2019.12.2. 피진정인은 피해자의 가슴 쪽 수술 흉터를 발견하였고, 과거 심장병으로 수술을 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2019.12.2. 18시경 피진정인은 피해자의 퇴근길에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심장병 수술을 한 것을 왜 말하지 않았는지, 갓난아이들을 하루 종일 안고 다닐 수 있겠는지에 대해 물었다. 피해자는 어렸을 때 수술한 것이고 지금은 완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하였다. 이에 피진정인은 어린이집 일이 많이 힘들어서 이직한 사람도 있고, 피진정인 주변에 심장병으로 갑자기 쓰러져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말하며, 피해자 또한 힘든 어린이집 일로 심장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건강이 걱정되니 육체적으로 편한 일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라. 피진정인이 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진술서에는 “피해자는 몸이 야위어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고, 얼굴은 희었으며 목소리도 힘이 하나도 없는 작은 목소리로 진술인이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진술인은 채용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런 업무를 하기에 벅차 보인다면 그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 본인과 어린이들을 위해서 맞는 일일 것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마.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로 극심한 스트레스 및 트라우마로 인해 2019.12.20. ○○○○시 ○구에 위치한 “○○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상담(본인의 과거 병력을 이유로 일방적 해고를 당한 이후, 자신감도 떨어지고 다른 곳에서도 거부당할까봐 항상 불안하고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받았다.
5. 판단
가. 「헌법」 제11조제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제3호 및 같은 호 가목은 합리적 이유 없이 병력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심장병”이라는 병력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는 것인바, 아래에서는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지,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살펴본다.
나.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의 존재 여부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주장이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으나, 피진정인이 피해자의 심장병으로 인한 수술 흉터를 본 후, 인정사실 “다”항과 같이 퇴근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린이집 일이 힘들기 때문에 심장병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육체적으로 편한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
피진정인은 피해자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피진정인의 발언을 오해하고 자발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정사실”라”항의 피진정인 서면진술 내용에 따르면 피진정인은 피해자를 계속적으로 채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설혹 피진정인의 내심이 피해자의 해고가 아니라 피해자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우려였다 하더라도, 반복적인 피해자의 병력 언급, 업무수행 가능 여부 추궁, 심장병으로 인한 주변인 사망 언급 등 퇴근 후인 피해자에게 전화로 한 피진정인의 언행의 발현 상황과 발언 내용을 보면, 피진정인이 직접적으로 “해고”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해고, 또는 “사직”의 의미로 전달받거나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 심리 상담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던바, 피진정인의 언행이 피해자에게 과거의 병력을 이유로 한 사실상의 사직 강요로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피진정인이 진정으로 피해자의 사직을 원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단순히 피진정인의 말을 오해한 것이었다면, 피해자가 사건 다음 날인 2019.12.3. 출근하지 않았을 때 전화나 문자로 연락하였을 것으로 보이나, 피진정인의 통화기록에는 피해자나 진정인에게 전화한 기록이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피진정 어린이집에서 일하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병력을 이유로 한 고용상 불리한 대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여부
피진정인이 피해자의 심장병 병력을 이유로 사실상 사직을 강요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면, 피진정인은 보육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병력이 있는 피해자의 업무수행에 따른 건강 우려를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심장병은 현재 완치가 되었다는 점, 피진정인의 주장이 의학적 사유 혹은 일정기간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통한 평가 등 수용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출근한 첫날 피해자의 병력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에 기초한 예단에 의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소결
따라서, 피진정인의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병력을 이유로 피해자를 고용상 불리하게 대우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피해자는 심리 상담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을 만큼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피진정 어린이집에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권고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6.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제1항제1호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위원장 정문자 / 위원 임성택 이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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