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해자가 입사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피고인(과장)은 수시로 피해자에게 컴퓨터로 음란한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음란한 말을 하거나 성행위를 암시하는 몸짓을 하는 등의 성희롱적 언동을 해왔고, 이에 피해자가 이를 참아오다가 피고인에게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거듭되는 성희롱적 언동 등에 거부감을 보이고 반발하자, 피고인은 자신의 일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퇴근을 하거나 퇴근시간 직전에 피해자에게 일을 시켜 야근을 하게 하거나 회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피해자가 일처리를 하는데 애를 먹게 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계속된 성희롱적 언동을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오던 피해자에 대하여 피고인이 그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 나아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행위의 행태나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20.5.14. 선고 2019도9872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도9872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 피고인 / A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6.20. 선고 2018노1456 판결
• 판결선고 / 2020.05.1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E빌딩 2층에 있는 F회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신입사원으로서 직장 상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는 피해자 G(여, 26세)에게 평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인 농담을 일삼아 왔다.
피고인은 2016년 10월 무렵부터 같은 해 11월 무렵까지 위 F회사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볼이 발그레 발그레, 부끄한게 이 화장 마음에 들어요, 오늘 왜 이렇게 촉촉해요”라고 말하거나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넣은 상태로 피해자를 향해 팔을 뻗어 성행위를 암시하는 등의 행동을 하여 피해자가 거부감을 표시해 왔음에도 피해자에게 다가가 갑자기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라고 말하며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비빈 것을 비롯하여 2회 가량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2회 가량 피해자의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이에 놀란 피해자가 피고인을 쳐다보면 혀로 입술을 핥거나 “앙, 앙”이라고 소리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업무 관계로 인하여 피고인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하였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업무상 피해자의 상급자라 하더라도 업무상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서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때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도2506 판결, 대법원 2013.12.12. 선고 2013도1280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30대 중반의 경력직 사원으로 F회사의 디자인영상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F회사에 막 입사한 20대 중반의 신입사원으로 디자인영상팀에 소속되어 상사인 피고인의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업무를 배우고 피고인의 지시·감독하에 업무를 처리해왔다.
(2) 피해자가 입사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피고인은 수시로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컴퓨터로 음란한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음란한 말을 하거나 성행위를 암시하는 몸짓을 하는 등의 성희롱적 언동을 해왔고, 이에 피해자가 이를 참아오다가 피고인에게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3)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모멸감, 성적 수치심 등을 느꼈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도 못하였으며, 결국에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하였다.
(4) 그런 와중에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다가가 갑자기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라고 말하며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비비거나 피해자의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이에 놀란 피해자가 피고인을 쳐다보면 혀로 입술을 핥거나 “앙, 앙”이라고 소리내는 행위를 하였고, 피해자는 이로 인하여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5) 한편 피해자가 피고인의 거듭되는 성희롱적 언동 등에 거부감을 보이고 반발하자, 피고인은 자신의 일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퇴근을 하거나 퇴근시간 직전에 피해자에게 일을 시켜 야근을 하게 하거나 회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피해자가 일처리를 하는데 애를 먹게 하기도 하였다.
(6) 이러한 일들이 겹치자 피해자는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의 계속된 성희롱적 언동을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오던 피해자에 대하여 피고인이 그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 나아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행위의 행태나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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