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회계사 전문직업 배상책임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에 적용되는 보험약관(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고 한다)에 따르면 피고는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인 원고에게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있고, 원고가 이러한 손해배상청구 사실에 대해 보험자인 피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전자를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이라고 하고, 후자를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이라고 한다).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은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배상청구를 받는 것 즉, 손해배상청구 기준(Claim-made basis)으로 보험사고를 규정하고 있다. 보험자는 보험기간 내에 제3자로부터 피보험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있는 경우를 기준으로 보험사고를 인식하고,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소송상 또는 소송 외의 방어활동을 함으로써 보험금 지급 범위를 조정하거나 확정하는 등으로 보상책임의 범위와 시기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 기준에 따라 보험사고를 확정하는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에서는 피보험자의 통지의무도 기존 책임보험과는 그 법적 성격과 의미를 달리한다.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책임의 범위와 시기를 명확히 정하기 위해서 피보험자는 보험자에게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를 상대로 이루어진 손해배상청구의 사실을 필수적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이처럼 피보험자의 서면통지 조항은 단순히 그 위반에 따른 추가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자의 보상책임이 확대되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의무의 전제조건으로 기능한다. 보험자는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서면통지가 없는 경우 그로 인하여 손해가 증가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의 하나로 보험자는 피보험자인 회계사가 전문적인 회계 업무를 수행하던 중 과실, 착오, 누락 등에 의해 손해를 발생시키고 법적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그 손해를 보상한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손해배상청구 기준으로 보험사고를 확정하는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고,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사실을 보험기간 내에 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할 것을 보험금 지급의 요건으로 요구하는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타당한 근거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규정하는 보험금 지급조건은 모두 상당한 이유 없이 보험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제2호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2]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를 해태하여 손해가 증가된 경우 보험자가 그 증가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상법 제657조와 달리 위 조항에 따른 서면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하는 내용이므로, 보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다른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견적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원고에게 위 조항의 내용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 이 사건 보험약관은 보험사고에 대하여 손해사고 기준(Occurrence basis)이 아닌 손해배상청구 기준(Claim-made basis)으로 보험사고를 정의하고 있는데, 위 약관에 따르면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인 원고에게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있고, 원고가 이러한 손해배상청구 사실에 대해 보험자인 피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
회계사가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보험자는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바와 같이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배상청구를 받는 것을 기준으로 보험사고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방어활동을 함으로써 보상책임의 범위와 시기를 명확히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 손해배상청구사실을 필수적으로 통지받을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과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제2호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다만,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조항이므로 보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하는데, 보험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음.
【대법원 2020.9.3. 대법 2017다245804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17다245804 [보험금]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회계법인
•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주식회사 △△△손해보험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6.23. 선고 2016나2065917 판결
• 판결선고 / 2020.9.3.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험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회계사 전문직업 배상책임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에 적용되는 보험약관(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고 한다)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 제15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2호에서 규정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험약관에 해당하여 약관규제법 제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보험약관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험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거나 약관규제법 제15조 등 관련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보험약관이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가. 이 사건 보험금 지급조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약관은 ‘보험조항’에서 보장범위에 관하여 ‘피보험자가 타인을 위해 전문적인 회계 업무를 수행하던 중 과실, 착오, 누락 등에 의해 발생시킨 손해로서 법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는 모든 금액을 피보험자를 대신하여 보상하되, 과실, 착오, 누락에 의한 피보험자에 대한 배상청구는 보험기간 중에 행해져야 하고 그 배상청구는 보험기간 중에 회사에 서면으로 통지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또한 ‘보험조건’에서 보험기간과 배상청구기준에 관하여 ‘보험기간 중에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되고 보험기간 중에 손해배상청구를 회사에 서면 접수조건으로 피보험자의 전문적인 회계 업무 수행 중 과실, 착오, 누락에 적용된다(이하 생략).’라고 규정한다.
즉, 이 사건 보험약관에 따르면 피고는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인 원고에게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있고, 원고가 이러한 손해배상청구 사실에 대해 보험자인 피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전자를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이라고 하고, 후자를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이라고 한다).
나. 약관규제법 제7조 위반 여부에 관하여
1) 가) 약관규제법에서 규정한 불공정 약관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문제되는 조항만을 따로 떼어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약관내용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후에 판단하여야 하고, 그 약관이 사용되는 거래분야의 통상적인 거래관행, 거래대상인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법원이 약관규제법에 근거하여 사업자가 미리 마련한 약관에 대하여 행하는 구체적 내용통제는 개별계약관계에서 당사자의 권리·의무를 확정하기 위한 선결문제로서 약관조항의 효력 유무를 심사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약관의 내용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한 것인지를 살펴보는 불공정성 통제의 과정에서 개별사안에 따른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13.7.25. 선고 2012다17547 판결 등 참조).
나)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은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배상청구를 받는 것 즉, 손해배상청구 기준(Claim-made basis)으로 보험사고를 규정하고 있다. 보험자는 보험기간 내에 제3자로부터 피보험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있는 경우를 기준으로 보험사고를 인식하고,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소송상 또는 소송 외의 방어활동을 함으로써 보험금 지급 범위를 조정하거나 확정하는 등으로 보상책임의 범위와 시기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 기준에 따라 보험사고를 확정하는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에서는 피보험자의 통지의무도 기존 책임보험과는 그 법적 성격과 의미를 달리한다.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책임의 범위와 시기를 명확히 정하기 위해서 피보험자는 보험자에게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를 상대로 이루어진 손해배상청구의 사실을 필수적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이처럼 피보험자의 서면통지 조항은 단순히 그 위반에 따른 추가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자의 보상책임이 확대되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의무의 전제조건으로 기능한다. 보험자는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서면통지가 없는 경우 그로 인하여 손해가 증가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의 하나로 보험자는 피보험자인 회계사가 전문적인 회계 업무를 수행하던 중 과실, 착오, 누락 등에 의해 손해를 발생시키고 법적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그 손해를 보상한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손해배상청구 기준으로 보험사고를 확정하는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고,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사실을 보험기간 내에 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할 것을 보험금 지급의 요건으로 요구하는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타당한 근거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규정하는 보험금 지급조건은 모두 상당한 이유 없이 보험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약관규제법 제7조제2호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2) 원심은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에 관하여 약관규제법 제7조제2호를 위반한 조항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에 관하여는 약관규제법 제7조제2호의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 중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에 관한 부분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약관규제법 제7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나,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에 관한 부분에는 약관규제법 제7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이를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다. 상법 제663조 위반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사고의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규정되는 등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보험자에게 불이익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법 제66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가.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에 따라 객관적인 보험금 지급조건을 정할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고 그 내용이 피보험자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보험금 지급조건에 해당하므로, 보험자가 위 조항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에 관하여
1)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진다. 따라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 아니라면,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05.8.25. 선고 2004다18903 판결, 대법원 2019.1.17. 선고 2016다27720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았다.
가)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를 해태하여 손해가 증가된 경우 보험자가 그 증가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상법 제657조와 달리 위 조항에 따른 서면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하는 내용이므로, 보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다.
나)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다른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견적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원고에게 위 조항의 내용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주식회사 ○○알미늄 등에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 판시와 같이 주식회사 ○○알미늄, ○○모직 주식회사, 주식회사 ○○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이 종료된 이후 원고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였고, 이는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있어야 한다는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조항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므로 피고는 그에 따른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 따라서 원고가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였다는 등 그 밖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