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신탁법 제43조제1항은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우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여럿인 경우의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수탁자가 신탁법 제32조에 따른 선관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겼다면,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복수인 경우에는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가 아닌 다른 수탁자 중 누구라도,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를 상대로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이란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청구권자에게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신탁재산이었던 원물을 다시 취득하여 신탁재산에 편입시킴으로써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가 부담하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 의무는 그 편입 대상인 원물이 금전인 경우라도 단순히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무와는 구별된다. 따라서 신탁법 제43조제1항에 따른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대법원 2016.6.28. 선고 2012다44358, 44365 판결 참조).
▣ 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자인 원고가 수익자보다 우선하여 신탁원본과 수익 등을 수취할 권리를 가짐에도 수탁자인 피고가 수익자의 채권자들에 의한 가압류결정, 압류 및 추심 명령 등을 송달받았다는 이유로 신탁재산인 자금관리계좌에 있던 돈 전부를 민사집행법 제248조제1항에 따라 공탁하였고, 이후 피고가 “우선수익자인 원고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인데 수익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공탁하였다”면서 위 공탁에 관하여 불수리신청을 하였으나 피고의 공탁은 결국 수리되었으며 공탁원인을 변경해 달라고도 청구하였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위 공탁금은 수익자의 채권자들에게 배당되었음. 이에 원고는 피고가 수탁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해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겼다고 주장하며 신탁법 제43조제1항 본문에 따라 위 자금관리계좌에서 인출된 돈을 신탁계정에 지급할 것을 구하는 방법으로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하였는데,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의무의 성질을 단순한 금전채무로 보아 자금관리계좌에서 인출된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던바, 이는 신탁재산 원상회복의무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한 사안임.
【대법원 2020.9.3. 선고 2017다269442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7다269442 [원상회복 등 청구의 소]
• 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건설
• 피고, 상고인 / ○○○○투자증권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8.25. 선고 2016나2075464 판결
• 판결선고 / 2020.9.3.
<주 문>
원심판결 중 1,488,291,310원에 대하여 2015.12.2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집행공탁으로 인한 신탁법상 수탁자의 선관의무 위반 등(상고이유 제1∼3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남양주시 ○○읍에 아파트를 신축·분양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아파트개발사업’이라 한다)의 시행사인 □□알에이씨 주식회사(이하 ‘□□알에이씨’라 한다)로부터 2009.6.12. 위 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 공사를 마친 시공사이다.
(2) 피고는 2011.7.11. 원고, □□알에이씨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부동산처분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알에이씨를 위탁자 겸 수익자로, 피고를 수탁자로, 원고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였다.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5조제1항은 “우선수익자인 원고가 수익자인 □□알에이씨보다 우선하여 신탁원본 및 신탁수익을 수취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피고는 2011.8.3. 원고, □□알에이씨와 자금관리대리사무계약(이하 ‘이 사건 자금관리계약’이라 한다)을 통하여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 개발사업의 자금을 관리하기로 하고 자금관리계좌를 개설하였는데, 위 자금관리계좌에 입금된 돈이 이 사건 신탁계약의 우선수익권 지급 재원 중 일부를 구성한다고 정하고 있다.
(3) 주식회사 국민은행은 원고와 □□알에이씨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2011.11.24. 의정부지방법원 2011카단7219호로 원고와 □□알에이씨가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익금 또는 신탁재산지급청구권과 이와 관련한 부수채권 중 1,667,220,000원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그 결정정본이 2011.11.28.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또한 소외인 등 47인은 □□알에이씨에 대한 판결금 채권에 기초하여 2012.1.16. 광주지방법원 2012타채679호로 □□알에이씨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수입금 반환채권 중 617,412,137원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그 압류 및 추심명령이 2012.1.18.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4) 위 가압류결정과 압류 및 추심명령이 피고에게 송달될 당시 이 사건 자금관리계좌에는 1,488,291,310원이 있었고, 우선수익자인 원고의 미지급 공사대금은 8,110,140,000원이었다. 그런데 피고는 2012.1.30. 광주지방법원 2012년 금 제606호로 공탁원인을 “피고가 이 사건 자금관리계약에 따라 □□알에이씨에 1,488,291,310원을 지급할 채무가 있는데, □□알에이씨의 채권자들에 의한 이 사건 가압류결정과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을 송달받았다.”는 것으로 하여 위 1,488,291,310원을 민사집행법 제248조제1항에 따라 공탁(이하 ‘이 사건 공탁’이라 한다)하였다.
(5) 이후 피고가 이 사건 공탁에 관하여, 우선수익자인 원고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인데 □□알에이씨에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공탁하였다고 주장하며 공탁 불수리신청을 하였으나, 결국 특별항고를 거쳐 피고의 공탁이 수리되었다. 피고는 다시 이 사건 공탁원인을 “이 사건 신탁계약의 우선수익자인 원고에게 1,488,291,31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주식회사 국민은행의 가압류결정과 소외인 등의 압류 및 추심명령을 송달받았으므로 위 금원을 공탁한다.”는 취지로 변경해 달라는 공탁서정정신청을 하였으나, 그 정정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 공탁금은 2013.3.6. 열린 배당기일에서 □□알에이씨의 채권자인 소외인 등에게 배당되었다.
(6) 한편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공탁 불수리신청을 함에 따른 특별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2.8.30. 피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공탁금을 공탁한 것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지하여 동의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치 않을 예정이나, 현재 진행중인 공탁 불수리 소송을 통해 당사의 공사비 회수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추후에는 이 사건 신탁계약이 정한 순서에 따라 자금집행을 해달라.”는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한다)를 하였다.
나.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자금관리계좌에 있던 1,488,291,310원은 원고, 피고, □□알에이씨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신탁계약과 자금관리계약에 따라 우선수익권자인 원고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탁자인 피고는 수익자인 □□알에이씨에 위 돈을 지급할 채무가 있다고 잘못 판단하여 피압류채권을 ‘□□알에이씨에 대한 이 사건 자금관리계약상의 채무’라고 특정하여 민사집행법 제248조제1항에서 정한 이 사건 공탁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공탁은 신탁법 제32조 등이 정한 수탁자로서의 선관의무 등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공탁으로 인해 이 사건 자금관리계좌에서 1,488,291,310원이 인출되어 신탁재산이 감소하였으므로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였다.
(2) 민사집행법 제248조제1항의 권리공탁에서도 공탁으로서 소멸시키고자 하는 채권인 피압류채권은 특정되어야 한다. 피고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압류채권을 특정한 이상 이 사건 공탁에 의한 배당은 ‘□□알에이씨의 채권’에 권리를 주장하는 자들 사이에 실시하여야 하므로 원고에 대한 채무를 소멸시키는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통지를 보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공탁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하였거나 원상회복채권 등의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부제소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공탁으로 이 사건 자금관리계좌에서 금전이 인출되어 신탁재산이 감소한 이상, 설령 그 후 배당 혹은 배당이의절차에서 원고와 □□알에이씨에 대하여 연대보증채권을 가진 주식회사 국민은행이 배당을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가 손해를 피할 가능성이 있었더라도 이는 사후적 회복이 될 수 있을 뿐이고, 수탁자인 피고의 선관의무 등 위반으로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였음은 변함이 없다.
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우선수익자인 원고가 신탁법 제43조제1항에 따라 수탁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신탁재산 원상회복청구를 받아들인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집행공탁과 수탁자의 선관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의사해석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2.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와 지연손해금(상고이유 제4점)
가. 신탁법 제43조제1항은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우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여럿인 경우의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수탁자가 신탁법 제32조에 따른 선관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겼다면,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복수인 경우에는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가 아닌 다른 수탁자 중 누구라도,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를 상대로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이란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청구권자에게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신탁재산이었던 원물을 다시 취득하여 신탁재산에 편입시킴으로써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가 부담하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 의무는 그 편입 대상인 원물이 금전인 경우라도 단순히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무와는 구별된다. 따라서 신탁법 제43조제1항에 따른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대법원 2016.6.28. 선고 2012다44358, 44365 판결 참조).
나. 그런데도 원심은 신탁재산 원상회복의무의 성질을 단순한 금전채무로 보아 이 사건 자금관리계좌에서 인출된 1,488,291,310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에서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이는 신탁법 제43조제1항에서 정한 신탁재산 원상회복의무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1,488,291,310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5.12.2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기로 한다. 위 파기 부분에 해당하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총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