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재건축사업의 임차권자에 대해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세입자 보상에 관한 조항들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 역시 건축물의 소유자인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사적 자치에 의해 해결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차권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되어 그 내용과 형태 및 설정방식 등이 다양한데 임차인의 복잡·다양한 사정까지 고려하여 미리 보상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획일적이고 현실성 없는 보상규정으로 말미암아 자칫 보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구상문제 등으로 새로운 분쟁을 초래함으로써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특약사항이 포함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고, 실제 많은 임차인들이 임차료가 낮게 형성된 재건축지역에서 낮은 차임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사적 자치에 의한 이익 조정이 불가능하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 등에 따라 사적 자치에 의해 해결하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차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 재판관 이석태의 반대의견
재건축사업에 따른 임차권자의 사용·수익 제한은 상가세입자에게 사용·수익권의 상실을 의미하여 수인할 수 없는 가혹한 부담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정비사업 시행의 신속과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시기와 절차에 대해서 전혀 규율하지 아니함으로써 오히려 보상문제와 관련된 분쟁을 유발하고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목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권자 사이에 일찍부터 형성된 비대칭적 균형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차임과 같은 임대인의 배려는 구속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해관계의 조정을 사적자치의 영역에 의존하는 것이 일정부분 불가피하다고 보더라도 임대인과 임차권자 간 영업손실보상 이행내역 등을 반영하여 해당 사업구역 용적률 등을 조정해 주는 등의 제도를 상정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그러한 최소한의 조정방안도 정하지 아니한 채 임차권자의 이익 보전을 사적자치의 영역에만 맡겨두었다.
사업추진 이전부터 영업을 해왔던 임차권자들은 재건축사업의 여러 변수들에 따른 어려움을 감수하고 영업활동을 이어오면서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증진시켜 재건축사업의 성공과 지역사회정비에 일조하였으나, 심판대상조항은 임차권자들을 지역공동체로부터 타자화하여 재건축사업을 통해 달성되는 공익으로부터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 반한다고 아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20.4.23. 2018헌가17 결정】
• 사 건 / 2018헌가17 결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1항 위헌제청]
• 제청법원 / 서울중앙지방법원
• 당해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126330 건물명도(인도)
<주 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8.9. 법률 제14857호로 개정된 것) 제81조제1항 본문 중 재건축사업구역 내 임차권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은 서울 서초구 (주소 생략) 일대의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2015.3.9.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서○○, 강○○, 최○○, 박○○는 이 사건 조합의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건물들의 임차인으로서(이하 이들을 ‘이 사건 임차인들’이라 한다) 각 점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조합은 2017.12.21. 서울 서초구 (주소 생략) 일대 63, 197.90㎡를 정비구역으로 하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2017.12.28. 위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이 고시되었다.
다. 이 사건 조합은 이 사건 임차인들을 상대로 이들이 각 임차한 점포의 인도를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126330)를 제기하였는데, 이 사건 임차인들은 손실보상 등이 선행 또는 동시에 이행되어야만 인도청구에 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반면, 이 사건 조합은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이 중지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1항 단서 제2호는 재건축사업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제청법원은 2018.12.5. 같은 법 제81조제1항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1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하였다. 그런데 당해사건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건물들의 임차인들을 상대로 그 인도를 구하는 소이므로, 심판대상은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8.9. 법률 제14857호로 개정된 것, 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81조제1항 본문 중 재건축사업구역 내 임차권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8.9. 법률 제14857호로 개정된 것)
제81조(건축물 등의 사용·수익의 중지 및 철거 등) ①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78조제4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제86조에 따른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단서 생략)
[관련조항]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2.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3조(토지 등의 수용 또는 사용) 사업시행자는 정비구역에서 정비사업(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제26조제1항제1호 및 제27조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한정한다)을 시행하기 위하여「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른 토지·물건 또는 그 밖의 권리를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제64조(재건축사업에서의 매도청구) ④ 제2항의 기간이 지나면 사업시행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부터 2개월 이내에 조합설립 또는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회답한 토지등소유자와 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에게 건축물 또는 토지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를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제65조(「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준용) ① 정비구역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수용 또는 사용은 이 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 다만,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의 기준 및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8.9. 법률 제14857호로 개정된 것)
제81조(건축물 등의 사용·수익의 중지 및 철거 등) ① (본문생략)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
2.「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유
도시정비법 제81조제1항 단서 제2호는 도시정비법 제63조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상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권한이 부여된 정비사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므로 그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한 재건축사업에는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임차인들에게는 손실보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바,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게 된 경우와 같이 사회적 제약의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적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재건축사업의 임차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재개발사업의 임차인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을 받는데, 재건축사업의 임차인은 현실적으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재건축사업의 임차인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4.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의의
심판대상조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있은 때로부터 준공인가 후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을 중지시키고 있을 뿐 임차권자의 임차권을 박탈하는 규정이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은 재산권적 법질서를 재건축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따라 새로이 부각된 공익에 적합하도록 장래를 향하여 획일적으로 확정하려는 것으로,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고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천재지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7조 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23조에 따른 사용제한·사용금지, 그 밖의 불가피한 사유로 긴급하게 정비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보상법상의 수용권 대신 매도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제63조, 제64조). 그 결과 토지보상법에 규정된 세입자 보상에 관한 조항들(토지보상법 제77조, 제78조 등)은 재건축사업의 임차권자에게 원칙적으로 준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도시정비법의 규율에 따라 재건축사업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는 때에는 종전 권리자의 사용·수익이 중지됨에도 불구하고 종전 권리자인 임차권자는 원칙적으로 토지보상법의 영업손실 등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나. 재산권 침해 여부
(1) 쟁점 및 심사기준
입법자는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사적 재산권의 보장이라는 요청(헌법 제23조제1항제1문)과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에서 오는 요청(헌법 제23조제2항)을 함께 고려하고 조정하여 양 법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입법자는 중요한 공익상의 이유로 재산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비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본질적 내용인 사적 이용권과 원칙적인 처분권을 부인하여서는 안 된다. 재산권에 대한 제약이 비례원칙에 합치하는 것이라면 그 제약은 재산권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재산권에 대한 제약이 비례원칙에 반하여 과잉된 것이라면 그 제약은 재산권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는 것이므로, 입법자가 재산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합헌적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수인의 한계를 넘어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를 완화하는 보상규정을 두어야 한다(헌재 2005.9.29. 2002헌바84등 참조).
다만, 이러한 조정적 보상은 입법자가 헌법 제23조제1항 및 제2항에 의하여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재산권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이를 합헌적으로 규율하기 위하여 두어야 하는 규정으로서, 헌법 제23조제3항의 정당한 보상 내지 완전한 보상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고,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반드시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의 방법에 한정되지 아니하며, 금전보상에 갈음하거나 기타 손실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는 등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입법자에게는 헌법적으로 가혹한 부담의 조정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를 완화·조정할 수 있는 ‘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는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부여된다(헌재 2006.1.26. 2005헌바18 참조).
아래에서는 재건축사업의 경우 임차권자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종전 건축물 등의 사용·수익을 제한하면서 영업손실보상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 임차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살펴본다.
한편 제청법원은 재개발사업의 임차인과 달리 재건축사업의 임차인만 사용·수익 중지에 대하여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함께 검토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재건축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을 체계적·효율적으로 관리·정비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여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일정한 지역적 범위 내에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그 위에 공동주택 등을 건설하여 이를 조합원에게 배분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으면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공사에 착공할 수 있게 되므로(도시정비법 제81조제2항) 정비사업의 원활하고 신속한 진행을 위해 일정 기간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재건축사업의 원활하고 신속한 진행을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을 중지시키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다.
(3) 침해의 최소성
재건축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재개발사업과 차이가 있다(도시정비법 제2조제2호). 조합원의 자격에 있어서도 재개발사업에서는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 소유자 전원이 재개발사업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이 되지만(강제가입제), 재건축사업에서는 토지 등 소유자로서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자만이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재건축사업은 재개발사업에 비해 공공성·강제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볼 수 있어 공적 개입의 정도도 더 완화된다(헌재 2014.1.28. 2011헌바363 참조).
이러한 도시정비법의 기본 체계는 사업시행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해결방법에 있어서도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도시정비법은 재건축사업에 대하여는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보상법상의 수용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재건축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적 자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사업의 임차권자에 대해서는 토지보상법에 규정된 세입자 보상에 관한 조항들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도시정비법이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 역시 건축물의 소유자인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사적 자치에 의해 해결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2014.1.28. 2011헌바363; 대법원 2014.7.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참조).
다만, 이러한 입법자의 선택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 되도록 덜 제한적인 수단일 것이 요구되는바,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에 재건축사업의 임차권자를 위한 별도의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손실보상 부담 주체의 측면에서 볼 때, 도시정비법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이외의 정비사업의 시행자를 원칙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으로 하고 있는데(제25조 참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개발사업의 경우는 강제가입제를 취하고 있으므로 상가임차인에 대한 영업손실보상의 부담은 사업시행자비용부담의 원칙(제92조제1항)에 따라 결국 전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재건축사업의 경우는 그 사업에 동의한 자만이 조합원이 되므로 만약 임차인의 영업손실을 보상하게 될 경우 그 부담은 사업시행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토지 등 소유자인 임대인이 재건축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대차계약관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임차인의 영업손실의 보상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헌재 2014.1.28. 2011헌바363 참조).
다음으로, 임차권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되어 그 내용과 형태 및 설정방식 등이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보상의 필요성 여부를 단정하기가 어렵고, 재건축사업은 관리처분계획인가시까지 수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재건축사업이 예정되어 있거나 진행 중인 구역 내에 있는 건물을 임차하는 경우 임차인은 향후 재건축사업으로 사용·수익이 중지될 것을 예정하고 이를 차임 등에 반영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임차인은 저렴한 차임의 혜택을 누리면서 보상의 필요성이 없는 계약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처럼 건물 소유주인 임대인조차도 재건축사업의 조합원이 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차인의 복잡·다양한 사정까지 고려하여 어느 경우에 수인의 한계를 넘었는지 예상하고 미리 보상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만약 법률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법률관계에 개입하여 임차인에 대한 영업손실보상을 강제할 경우 획일적이고 현실성 없는 보상규정으로 말미암아 자칫 보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영업손실보상의 부담과 관련하여 구상문제 등을 일으켜 새로운 분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분쟁으로 손실보상이 지체되면 사업시행자는 결국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공사에 착공할 수 없게 되어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앞서 본 것과 같이 임대인과 임차인은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특약사항이 포함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고, 실제 당해사건 원고가 제출한 임대차계약서들을 보더라도 이 사건 조합의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수많은 임차인들이 재건축으로 이주 및 퇴거가 실시되면 조건 없이 명도한다는 특약사항을 기재하고 대신 임차료가 낮게 형성된 재건축지역에서 낮은 차임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임차인들 역시 상당한 기간 동안 저렴한 차임의 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이므로, 사적 자치에 의한 이익 조정이 불가능하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 등에 따라 사적 자치에 의해 해결하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별도의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법익의 균형성
다수의 조합원과 임차인 등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비사업을 원활하고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으면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을 획일적으로 중지시켜야 할 이익은 중대한 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자가 선택한 사적 자치에 따른 해결방식이 비현실적이라거나 임차권자의 부담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받는 임차권자의 사익은 불확실하고 그 제한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차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의 반대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이 재건축사업구역 내 상가임차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
심판대상조항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고 확정하는 규정이자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므로, 이러한 재산권 제한 역시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있으면 이후 준공인가에 따른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재건축사업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절한 수단으로도 보여진다.
그런데 재건축사업은 시행부터 준공인가에 이르기까지 통상 수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준공 이후 건축물은 이전과 현저하게 다르므로 그 임대차계약의 진행이 중단된 채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볼 수 있겠는지 불분명하고, 그나마 임차권을 등기하지 않은 임차권자는 준공인가에 따른 이전고시가 있더라도 달리 임차권을 회복할 수 없으므로, 종전 건축물 등의 사용·수익 제한은 실제로는 사용·수익권의 상실을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가세입자로 하여금 아무런 보상 없이 영업의 휴업 또는 폐지를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수인할 수 없는 가혹한 부담을 임차권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심판대상조항은 정비사업 시행의 신속과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시기와 절차에 대해서 전혀 규율하지 아니하고 외면함으로써 오히려 보상문제와 관련된 분쟁을 유발하여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목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사용·수익을 정지하더라도 위 조항이 추구하는 목적 달성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한다.
나아가 재건축사업에 관하여 아무런 의사도 피력할 수 없는 임차권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지위를 부담하도록 하면서도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영업손실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임시상가의 개설이 가능한 경우 이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의 조정적 조치를 전혀 상정하지 아니하여, 달성되는 공익에 비견하더라도 임차권자에게 현저한 사익의 침해를 강요하고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헌재 2014.1.28. 2011헌바363; 헌재 2015.6.25. 2013헌바86 등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 참조).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달성되는 이익은, 결국 재건축사업의 신속한 진행으로부터 귀결되는 주거환경의 조기 개선, 각 이해관계의 신속한 조정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감소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익을 향유하게 되는 자를 헤아려 보면, 재건축사업구역의 부동산 소유자와 사업시행자가 포함된다는 점은 자못 분명하나, 사용·수익권이 사실상 상실되는 사업구역 내 상가임차권자까지 온전히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사용·수익이 중단된 데 따른 이익침해는 사업구역 내 임차권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많다. 법정의견은 이를 보전해주기 위한 방편으로 부동산 소유자(임대인)가 임차권자에게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를 상당기간 제시해 왔다는 점을 먼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일찍부터 임대인과 임차권자 사이에 형성되어왔던 비대칭적 균형점을 고려하면, 재건축을 염두에 둔 임대인의 임차권자에 대한 배려(예컨대, 저렴한 차임, 재건축 완료 후 임대차계약 우선체결 등)라는 것은 그 편차가 클 수밖에 없고, 달리 구속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임차권자 권익보장의 첫 단추가 되어야 할 임차권등기를 임차권자가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침해되는 임차권자의 이익 보전을 단순히 사적자치의 영역에만 맡겨둔다는 것은 여전히 임차권자에게 수인할 수 없는 가혹한 부담을 가하는 것으로서, 제도적으로 손실보상이나 이에 준하는 조정적 조치를 두어 최소한의 손실을 보전해 줄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편, 법정의견은 현실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임대차계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영업손실보상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에 별도로 영업손실보상규정 등을 더할 경우 해당 재건축사업에 동의하지 아니한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에 비하여 사업에 동의한 소유자와 사업시행자에 과도한 부담이 초래된다는 점 또한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영업손실보상기준을 두는 방안의 현실적인 가능성에 대하여 살펴본다. 영업손실보상의 구체적인 기준이라는 것은 결국 영업손실평가액, 보상기간, 보상대상자 인정시점 등을 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토지보상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종전부터 재개발사업 등에서 이루어져 왔던 영업손실보상 실무례를 살펴보면, 사업인정고시일등 전부터 적법한 장소에서 인적·물적시설을 갖추고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영업 등을 대상으로 하여, 영업용 자산 등의 매각손실액, 3년간 평균영업이익 등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들을 고려하여 그 금액을 산정해 왔는데(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5조 내지 제52조), 재건축사업에 관하여도 이와 유사하게 영업손실보상 대상을 선정하고 보상 내용을 획정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거나 불가능하다고 보여지지는 아니한다.
나아가 재건축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 중 사업에 동의한 자와 그러하지 아니한 자 간 형평의 문제 등을 살펴본다. 재건축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업시행에 얼마든지 부동의할 수 있고,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라 본인의 부동산을 매도하고 해당 사업과 이해관계를 절연(絶緣)할 수도 있다. 임차권자들의 영업손실비용이 제도화되더라도 여전히 조합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면, 얼마든지 사업에 동의하여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즉,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기본적인 선택권이 부여된 이상, 임차인들에게 최소한의 영업손실비용을 보상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재건축사업이 추진되고 이행되는 문턱을 이전과 조금 달리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아니하고, 나아가 기존 부동산 소유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거나 재건축사업 자체를 형해화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사업시행에 동의한 부동산 소유자와 동의하지 아니한 부동산 소유자 간 이해관계조정은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협의 또는 매도청구소송에서 부동산 감정평가가액 산정 등의 방법을 통하여 이루어지게 되는데, 심판대상조항에 제도화된 보상기준이 마련된다면 사업시행자,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뿐만 아니라 사업과 관련하여 전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임차권자들 또한 보상내역과 금액에 관한 대강의 예측이 가능해지고, 보상예정액이 위 협의 또는 매도청구소송에서 감정평가가액 산정과정에 고려됨으로써 형평성도 상당부분 담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영업손실보상을 제도화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원활한 사업추진을 도모하게끔 할 수 있다.
이해관계의 조정을 사적자치의 영역에 의존하는 것이 일정부분 불가피하다고 본다면, 임대인과 임차권자 간 영업손실보상 이행내역 등을 반영하여 해당 사업구역 용적률 등을 조정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임차권자의 손해를 적극적으로 전보받을 수 있는 제도를 상정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일련의 보상기준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조정방안도 정하지 아니한 채 재건축사업에서 임대인과 임차권자 간 이익조정을 온전히 사적자치의 영역에만 맡겨둠으로써 취약한 임차권자의 지위를 일절 고려하지 아니하고 있다. 결국 불확실한 임대인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방법 외에는 임차권자가 별도로 영업손실보상이나 이에 준하는 조정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재건축사업 자체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그 목적의 달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판단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재건축사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인들과 여러 변수들로 오랜 기간이 소요되므로, 특히 사업추진 이전부터 영업을 계속 영위해왔던 임차권자들은 특정 시점을 계산하여 고정비 투자 등을 마무리하기 어려운데, 이를 일정부분 감수하며 이어왔던 임차권자들의 영업활동이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계속 증진시켜 결과적으로 재건축사업 성공과 지역사회정비에 일조하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이 목적으로 삼는 공익의 달성에 일부 기여하였다는 점도 인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임차권자들을 해당 지역공동체로부터 타자화(他者化)하여 결과적으로 재건축사업을 통해 달성되는 공익과 사업의 이익으로부터 배제하고 있다.
특히 상가임차권자의 경우, 해당 건물과 지역사회 가치 증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음에도 그 지위나 보호되는 권리가 현격하게 취약한 점을 고려하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지난 5년 간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회수권 등을 제도화함으로써 임차권자의 지위를 보다 면밀하게 보호해 왔다. 그런데 유독 재건축의 영역에서는 신속한 사업진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개선되어 왔던 임차권자의 지위를 계속 사상(捨象)시켰는데, 이로 인해 침해되는 재건축사업구역 상가임차권자들의 사익이 달성되는 공익에 비견하더라도 비례관계를 일탈하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당해사건과 같은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외형상으로는 재개발사업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달리 영업손실보상 등이 규정되지 아니한 채 사업시행자와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이익이 귀속되어 왔고, 보호받지 못한 임차권자들의 삶이 사회적으로 계속 문제가 되어왔으며,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별도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사회적 형평을 도모했어야 할 정도로 그 이익편중의 문제가 심대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등을 살펴보면, ‘사업의 효율성과 신속성’ ‘쾌적한 주거환경의 일률적인 구현’이라는 공익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이전과는 달리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부터 과도하게 보호되어 왔던 사업시행자와 부동산 소유자들의 이익이 재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나,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를 기반으로 하여 임차권자들의 지위가 재평가되고 제도화되어 간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에 비견할 때, 여전히 영업손실보상뿐만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조정조치조차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재건축사업구역 내 임차권자들의 사익 침해는 현저하게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고, 나아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나. 결론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재건축사업구역 내 상가임차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다만 이 경우 헌법재판소로서는 단순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한데 따른 법적공백을 방지하고, 보상을 위한 입법의 형태, 보상의 대상과 방법 등에 관한 입법정책적 해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