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주식회사 C로부터 승강기 유지관리업무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B가 75럭스 이상 조도 미만 상태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월간 정기 점검 작업을 하게 하던 중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여 주식회사 B 및 그 대표이사 A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된 사안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주식회사 C 소유 공장으로서 주식회사 B가 운영하는 사업장으로 볼 수 없어 위 장소가 주식회사 B의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아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
【울산지방법원 2019.09.27. 선고 2019노611 판결】
•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9노611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1. A 남 55.생, 2. 주식회사 B
• 항소인 / 검사
• 검사 / 유도윤(기소), 김희영(공판)
•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19.5.30. 선고 2018고단3335 판결
• 판결선고 / 2019.09.2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조도유지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이 사건 사고 장소는 피고인 주식회사 B의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에 해당하는바 피고인 주식회사 B에게는 피트 내부 조도를 75럭스 이상으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피트 내부 조도를 충분히 밝게 유지하지 않은 것과 이 사건 피해 근로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공소사실을 아래 3.의 ‘가. 변경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3.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변경된 공소사실
『피고인 A는 C 주식회사로부터 C 주식회사 울산공장 DPP 내 화물용 승강기 2대에 대하여 유지관리업무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고, 피고인 주식회사 B는 승강기 제조 및 설치, 보수 감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1. 피고인 A
피고인은 2017.11.23. 10:00경 울산 남구 ○○로 416에 있는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 울산공장 DPP 사업장에서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D, 같은 소속 근로자 E로 하여금 화물용 승강기 2호기의 기계실, 구동기(Lift Machine), 풀리공간, 카 실내, 카상부, 피트(Pit 카가 운행되는 최하층 승강장의 하부에 있는 승강로의 부분) 등에 대한 월간 정기 점검 작업을 하게 하였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는 피고인은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照度)를 75럭스 이상의 기준에 맞도록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작업면의 조도가 28럭스로 최소 규정 조도인 75럭스 미만인 상태에서 정기점검을 위해, 위 E는 카 상부의 점검용 조작반에서 카를 조작하고, 피해자는 피트 내부로 들어가서 카가 최상부에서 최하부까지 부분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반대로 움직이는 균형추의 높이, 가이드레일 상태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다가 때마침 작업장소가 어두워 위 E가 미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카를 올리는 바람에 피해자가 균형추와 벽체(브라켓)에 협착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1:05경 울산대학병원에서 심장눌림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B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대표자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 사실과 같이 위반행위를 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구체적 판단
1) 산업안전보건법의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75럭스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B’라 한다)의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라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이 인정되는데, 위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B의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2018.3.27. 법률 제15526호 ‘승강기 안전관리법’으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에 따르면, 승강기 관리주체는 스스로 승강기 운행의 안전에 관한 점검(자체점검)을 월 1회 이상 실시하여야 하며, 자체점검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유지관리업자에게 대행하도록 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승강기 소유자인 C는 위 규정에 따라 B에 월 13만 원의 용역대금을 지급하고 2017년 1년 간 자체점검을 대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승강기 보수 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B는 위 계약에 따라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 월 1회 이 사건 엘리베이터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하였고, 11월 정기점검일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와 같이 B의 근로자는 이 사건 사고 장소에 평소 매일 출근하여 근무하였던 것이 아니라, 월 1회 출장을 나가서 정기점검을 하였는바, 위 장소를 B의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③ 이 사건 승강기 및 위 승강기가 설치된 공장의 소유자는 B가 아니라 C인바, 소유자가 아닌 B에게 C의 공장 시설 일부인 승강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할 권한이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 사고 후 C가 이 사건 승강로 하부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의 기준을 충족하는 조명을 설치한 사정도 존재한다.
④ 나아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의 위임한계를 정하는 상위 법령이자 이 사건 범행의 처벌 근거조항인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제3항은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같은 법 제23조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하여 위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4.8.28. 선고 2013도3242 판결 등 참조), 위 규칙에서 말하는 ‘상시 작업하는 장소’는 ‘사업주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승강기가 설치된 C 울산공장 DPP 사업장은 B가 운영하는 사업장이라 볼 수 없으므로, 위 장소를 B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로 보기 어렵다.
⑤ 사업주에 해당하는 B는 소속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아닌 곳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도 작업에 적합한 조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이는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에 따른 안전조치의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대법원 2007.3.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등 참조), 더욱이 이 사건 당시 피해 근로자는 손전등을 사용하여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바, 위 공소사실에 기재된 작업면 조도 28럭스(증거기록에는 25럭스로 기재되어 있다)는 사고 후 승강장에 설치된 조명에 의한 조도를 측정한 값에 불과하며 작업 당시의 조도에 관하여는 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3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들이 무죄판결 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관구(재판장) 김정성 이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