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교섭요구사실을 본사에만 공고하고 지역본부나 지사에는 공고를 하지 않은 경우,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이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확정과 단체교섭의 진행 사실은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를 판단에 고려할 수 없고, 위 공고의 하자로 인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하였음을 이유로 이후 진행된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에 대하여 무효를 주장하는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공고의 시정을 구할 구제이익이 있다.
【서울행정법원 2018.02.01. 선고 2017구합66817 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8.2.1. 선고 2017구합66817 판결
• 원 고 / 주식회사 ○○○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노동조합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7.5.10.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 2017교섭9 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와 내용
가. 원고는 1976.8.23. 설립되어 국내 전 지역에서 주로 소독 용역 등 환경위생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본사(서울)와 8개의 지역본부(수도권지역본부 4개, 대구경북지역본부, 부산경남지역본부, 충청지역본부, 호남지역본부) 및 지역본부 산하 82개 지사로 구성되어 있다. 본사에는 약 430명, 지역본부에는 약 2,600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원고는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 노무관리, 회계 등을 본사와 지역본부 및 지사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나.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00.1.24. 설립된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상급단체는 ○○○○노동조합총연맹이고 원고 소속 근로자 약 650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다. 참가인은 2017.3.23. 원고에게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참가인 노동조합 가입 사실을 통보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라. 원고는 2017.3.27. 본사 승강기 앞 벽면에, 같은 달 29. 본사 로비 벽면에 참가인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을 뿐, 지역본부나 지사에는 이와 같은 공고를 하지 않았다(이하 ‘이 사건 공고’).
마. 참가인은 2017.3.2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는 참가인의 2017.3.23.자 교섭요구 사실을 지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장에 공고하라’는 내용의 시정신청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신청’).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7.4.6. ‘원고가 본사 승강기 앞 및 로비 등 2곳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것만으로는 지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장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위 시정신청을 인용하였다.
바. 원고는 2017.4.26. 중앙노동위원회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위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5.10.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공고의 적법성에 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은 공고 방법이나 공고 장소를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용자가 공고 방법이나 공고 장소를 정할 수 있다. 원고의 본사와 8개의 지역본부는 단일 사업장이므로, 원고가 본사에서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여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이를 알 수 있게 하였다면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서 요구하는 공고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취지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의 요건에 관하여
시행령 제14조의3 제2항에 의하면, 시정신청의 사유는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다르게 공고한 경우이다. 따라서 피고는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전혀 공고하지 않거나 공고하였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하여 무효라고 볼 정도에 이른 경우 또는 교섭요구 사실과 다르게 공고한 경우에만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이 사건 공고는 공고의 장소나 범위가 불완전할 뿐이므로 위 시정명령의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위법하거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월권에 의한 것임에도, 피고가 이를 취소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에 이른 것은 위법하다.
다. 구제이익의 소멸에 관하여
원고가 이 사건 공고 이후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공고하였고, 그 후에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는 후속 절차가 진행된 결과 참가인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어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므로, 이 사건 공고는 하자가 치유되었거나 목적이 달성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신청은 구제이익의 소멸을 이유로 각하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령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제5조),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지만(제29조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 제2항, 제3항).
2)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8항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참여방법,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 기준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그 위임에 따라 시행령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시기 및 방법(제14조의2)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제14조의3) 다른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시기 및 방법(제14조의4)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제14조의5)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제14조의6) 과반수 노동조합의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제14조의7)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노동조합이 소정의 기간 내에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명칭,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의 조합원 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제14조의2), 사용자는 그 교섭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그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하여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제14조의3 제1항). 사용자와 교섭하려는 다른 노동조합은 위 공고기간 내에 노동조합의 명칭,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의 조합원 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여야 하고(제14조의4), 사용자는 위 공고기간이 끝난 다음날에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확정하여 통지하고, 그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그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의 조합원 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5일간 공고함으로써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한다(제14조의5 제1항). 이와 같은 과정으로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된 노동조합’ 또는 ‘사용자에 대하여 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 대한 이의절차와 노동위원회 시정요청 절차를 거쳐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결정된 노동조합’은 이후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 등의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한다(제14조의6, 제14조의7, 제14조의8 등).
3) 나머지 관련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원고의 가항 및 나항 주장에 관한 판단
1) 앞서 본 것처럼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과 제3항은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로부터 소정의 시기에 교성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그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하여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제1항), 노동조합은 사용자가 위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다르게 공고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2) 앞서 본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시행령 제14조의4 내지 제14조의8에 의하면, 다른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의 시기는 위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기간 내로 제한되고, 사용자는 그 공고기간이 끝난 다음날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며, 원칙적으로 이와 같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된 노동조합들이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 등의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한다. 이후 사용자와 교섭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교섭창구가 단일화되어 진행된다. 이와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관련 법령의 전체적인 취지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다른 모든 노동조합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비록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이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의 장소나 방법 등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위와 같은 규정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널리 알 수 있는 장소나 방법 등을 선택하여 공고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시행령 제14조의3 제2항은 사용자가 위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 시정을 구하는 절차이므로 사용자가 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의 장소나 방법 등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널리 알 수 있도록 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면, 이것은 ‘제1항이 정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볼 수 있으므로 제2항이 규정한 ‘사용자가 교성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
3) 앞서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아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고는 이 사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그 내용을 널리 알 수 있는 장소나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신청에 따라 사용자에게 그 위법의 시정을 명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이 노동위원회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가) 원고는 본사와 지역본부 및 지사의 인사 노무관리, 회계 등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지 않으므로, 본사와 지역본부 및 지사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조직으로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나) 원고는 전국에 8개 지역본부와 그 산하 82개 지사가 있고, 지역본부 및 그 산하지사에 본부 소속 근로자 약 430명의 약 6배에 이르는 약 2,600명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다) 원고는 본사 사옥에 전국 직원을 위한 교육 연수 시설이 있으므로 그 시설을 이용하는 지역본부 및 그 산하 지사 소속 근로자도 이 사건 공고를 접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나, 법정 공고기간(7일)이 짧고, 그 기간 전국 직원이 위 교육·연수 시설을 이용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라) 이 사건 공고와 같이 참가인의 교섭요구 사실을 본사 승강기 앞 벽면과 본사 로비벽면에 공고한 것만으로는 지역본부 및 지사에 근무하는 대다수 근로자는 이를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의 다항 주장에 관한 판단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이 사건 공고를 2017.4.3.까지 유지하였다. 원고의 근로자가 조합원으로 속해 있는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은 그 공고 기간 중 2017.3.30. 원고에게 교섭을 요구하였다.
나) 원고는 2017.4.5.경 참가인과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고 2017.4.5.부터 2017.4.10.까지 ‘참가인과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의 명칭,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의 조합원 수 등’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에 관한 사항을 공고하였다.
다)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은 2017.6.14. 참가인에게 ‘2017년 임금협약과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였다.
라) 참가인은 2017.7.6.부터 2017.10.17.까지 원고와 4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다.
2) 판단
앞서 본 것처럼 원고가 이 사건 공고 이후 2017.4.5.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고 2017.4.5.부터 2017.4.10.까지 그 확정에 관한 사실을 공고하였고, 그 뒤 2017.6.경 교섭대표노동조합이 확정되고 단체교섭이 몇 차례 진행된 사정이 있다. 그러나 항고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2017.5.10.) 후에 발생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확정과 단체교섭의 진행 사실은 위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를 판단에 고려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공고(최초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이후 사용자가 교섭요구노동조합을 확정 공고하였더라도, 원고 사업장의 어느 노조가 이 사건 공고의 앞서 본 하자 때문에 이 사건 공고를 인지하지 못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하였음을 이유로 이후 진행된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에 대하여 무효를 주장하는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상, 참가인에게 이 사건 공고의 시정을 구할 구제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 주장의 위법사유가 없고, 적법하다.
4. 결 론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정중, 홍승모, 김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