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반드시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는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만을 부여하였다면 이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에도 노동조합 사무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참가인의 노동조합 활동에는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조합원 모집과 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기본적인 조합 활동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활동은 주로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특성상 원고가 조합의 활동공간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경우 참가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기본적인 조합 활동조차 용이하게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할 장소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참가인보다 구성원이 훨씬 적은 노동조합에게는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참가인에게는 사업장으로부터 약 2km 떨어진 곳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참가인을 차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 2019.08.28. 선고 2018구합104220 판결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재심판정 취소]
♣ 원 고 / 주식회사 ○○여객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 변론종결 / 2019.06.26.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8.5.14. 원고, 피고보조참가인 및 전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 사이의 중앙2018공정13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단체협약 제13조(노조사무실 등 제공)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익산시 ○○로 ○○○(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상시 약 1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버스여객자동차 운수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운송사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그 산하에 원고의 근로자들 일부로 구성된 ○○여객지회를 두고 있으며, 전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이하 ‘전북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전북지역 내 운송사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지역별 노동조합으로서 그 산하에 원고의 근로자들 중 다른 일부로 구성된 ○○여객지부를 두고 있고, ○○여객단위노동조합(이하 ‘기업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원고의 근로자들 중 나머지 일부로 구성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다.
나. 참가인, 전북노동조합 및 기업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2016.5.8. 전북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정하였다.
다. 원고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권을 위임한 전라북도버스운송사업조합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전북노동조합은 2017.12.2. 단체협약(유효기간 2017.7.1.부터 2019.6.30.까지)과 관련하여 합의된 사항 외에는 종전 협약에 따르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는데, 단체협약 제13조는 ‘회사는 노조지부에 사무실 및 필요한 집기, 비품, 통신시설 등 회사시설을 대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라. 원고와 교섭 대표노동조합인 전북노동조합은 2017.12.19. 부속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라. 단체협약 제13조와 관련하여 현재 회사의 사업장이 협소하고, 기존 조합사무실을 분할하여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므로 기존에 부여된 조합사무실 이외의 노동조합에게는 회사 외부에 적당한 장소를 조합사무실로 제공한다. |
마. 한편 2016.4.경에는 원고의 근로자 중 95명이 전북노동조합에, 13명이 참가인에, 7명이 기업노동조합에 각 가입한 상태였고, 위 합의 당시에는 원고의 근로자 중 95명이 전북노동조합에, 15명이 참가인에, 4명이 기업노동조합에 각 가입한 상태였다.
바. 이 사건 사업장에는 본관 건물과 별관 건물 및 컨테이너 1동 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본관 건물 지하에는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등에 활용되는 ‘교양실’이 있고, 1층은 사무실 및 ‘돈통’ 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2층은 문서보관실, 수급기보관실, 비디오판독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 원고는 전북노동조합과 기업노동조합에 이 사건 사업장 내 별관 건물 2층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는 반면, 참가인에게는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약 2km 떨어진 곳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였다.
아. 참가인은 ‘전북노동조합이 원고와 진행한 단체교섭 과정을 참가인과 공유하지 않은 것’과 ‘단체협약 제13조가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과 관련하여 참가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는 것’ 등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는데,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8.2.21. ‘전북노동조합이 원고와 진행한 단체교섭 과정을 참가인과 공유하지 않은 행위는 시정신청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하고, 참가인의 나머지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신청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하였다(2017공정3).
자. 참가인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5.14. ‘전북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을 참가인과 공유하지 않은 행위와 원고가 체결한 단체협약 중 제13조(노조사무실 등 제공)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다’는 이유로 초심판정 중 전북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을 참가인과 공유하지 않은 행위는 시정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한 부분과 단체협약 제13조(노조사무실 등 제공)에 대하여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기각한 부분을 취소하고, 전북노동조합과 원고에게 단체협약 제13조(노조사무실 등 제공)에 관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명령을 하는 한편 참가인의 나머지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2018공정13,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9, 15, 19호증, 을나 제4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은 회사 시설현황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반드시 원고 사업장 내에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점, 기업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기업노동조합이 이미 확보한 사무실을 박탈할 수는 없는 점, 원고의 사업장에 별도의 여유 공간이 존재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전북노동조합과 기업노동조합에는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고 참가인에게는 사업장 밖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 중 단체협약 제13조(노조 사무실 등 제공)에 관한 부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가) 노동조합법의 규정에 의하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제5조),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나(제29조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이 그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 이상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제1항 본문).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 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3.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반드시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는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만을 부여하였다면 이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9.13. 선고 2017두4065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2, 17호증, 을나 제8, 9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참가인을 차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부여되는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하여 근로조건 등 근로자의 대우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사항 즉,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전북노동조합이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상 노동조합 사무실에 관한 규정(단체협약 제13조)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인 참가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노동조합 사무실은 조합원 교육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신규 조합원 모집과 조합원 상담 등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법이 보호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요소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에도 노동조합 사무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참가인의 노동조합 활동에는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조합원 모집과 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기본적인 조합 활동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활동은 주로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특성상 원고가 조합의 활동공간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경우 참가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기본적인 조합 활동조차 용이하게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할 장소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전북노동조합과 참가인보다 구성원이 훨씬 적은 기업노동조합에게는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참가인에게는 사업장으로부터 약 2km 떨어진 곳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고는 사업장 내 공간이 협소하여 원고에게 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노동조합사무소는 조합원 수 등 노동조합의 규모, 노동조합 사무소의 필요성, 사업장의 여건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규모로 제공되면 될 뿐이지 사용자가 모든 노동조합에 동일한 크기의 사무실을 제공하여야 할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어서 원고는 참가인에게 다른 노동조합에 제공한 사무실보다 작은 사무실을 제공하여도 무방하고, 이 사건 사업장에는 사용되지 않는 빈 공간들이 있거나 기존 공간의 적절한 재배치로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사업장 정도의 규모에 필요최소한의 공간으로서 작은 사무실 1곳을 마련할 공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달리 위와 같은 참가인에 대한 차별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참가인에게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천석(재판장) 김재학 최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