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채권추심회사에 근무하는 채권추심원, 임대차조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결과 채권추심원, 임대차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 등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은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제2부 2018.06.28. 선고 2018다211655 판결 [퇴직금]
♣ 원고, 상고인 / 1. A, 2. B
♣ 피고, 피상고인 / ○○신용정보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23. 선고 2017나701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 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B은 2001.4.6. 계약기간을 3개월로 정하여 피고와 채권추심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2002.6.30.경까지 계약을 2차례 갱신하면서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였고, 2002.7.1. 계약기간을 6개월로 정하여 담보물 등 조사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을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갱신하여 오면서 2014.9.30.까지 담보물 등 조사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 A는 2008.1.2. 계약기간을 3개월로 정하여 피고와 담보 및 임대차 조사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을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갱신하여 오면서 2015.5.22.까지 담보물 등 조사업무를 수행하였다.
(2) 피고는 원고 B과 같이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추심할 채권을 배분하였고, 매일 채권추심업무 수행상황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다. 피고는 원고 B에게 사무실 내에 지정된 자리를 배정하였고 컴퓨터 등 비품을 제공하였다. 피고는 목표달성률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매월 채권추심 실적을 평가하였고, 채권추심실적에 따라 수수료지급률에 차등을 두기도 하였으며, 채권추심실적이 저조한 채권추심원에게 경고를 하거나 채권을 적게 배분하거나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피고는 채권추심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부당한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원고 B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은 연장, 주말 근무를 지시받는 등 수시로 월간 목표달성을 독려받았다.
(3) 피고는 모회사인 주식회사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신청자가 담보물로 제공하려고 하는 부동산에 대한 담보가치 등 조사 업무를 위임받아 임대차조사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에게 담당 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배정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정하여 놓고 원고들로 하여금 이에 따르도록 하였다. 원고들은 매일 업무 마감 후 일일업무보고서를 작성하여야 하였고, 위 보고서는 원고들의 근태일지로 활용되었다. 피고는 원고들과 같은 임대차조사원들에 대하여 임대차조사업무 수행시 유의사항, 위임계약 해지사유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집합연수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사무실 내에 지정된 자리를 배정하였다. 원고들은 업무의 특성상 사무실 근무보다는 외근이 많았는데,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원칙적으로 사무실로 출근한 후에 외근을 나가도록 하고, 외근 업무 종료시에도 사무실로 복귀한 후 퇴근하도록 하였으며, 예외적으로 현장으로 바로 출근하거나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는 경우 피고의 관리직원에게 사전에 보고하거나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원고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은 적용되지 아니하였으나, 위임직 운용규정이 적용되었는데, 위 운용규정은 사실상 징계해고 또는 정리해고에 해당하는 사유를 계약해지사유로 정하고 있고 사실상 임대차조사원의 정년을 정하고 있는 등 사실상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에 준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다. 피고는 민원발생, 업무수행 등과 관련한 감점, 가점에 관한 평가기준을 세워 원고들과 같은 임대차조사 원을 평가하였다.
3. 원고들처럼 채권추심회사에 근무하는 채권추심원, 임대차조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결과 채권추심원, 임대차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 등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9.5.14. 선고 2009다6998 판결, 대법원 2015.9.10. 선고 2013다40612(본소), 2013다40629(반소) 판결 참조].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경우에는, 최초 계약기간은 3개월로 정하여 채용되었지만 반복적인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합의를 통하여 약 7년, 12년 동안 채권추심원 또는 임대차조사원으로 종사하여 업무의 계속성이 있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채권추심업무 및 임대차조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매우 구체적인 업무처리 매뉴얼을 따르게 하고 일일업무보고서 작성 및 전산시스템 입력을 의무화함으로써 목표 설정에서부터 업무 처리에 이르기까지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또한 원고들은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수수료 차감, 위임계약 해지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피고의 지시사항을 따르거나 업무실적 달성을 위해 요구하는 주말근무 등 각종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원고들이 받은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의 형태로만 지급되었지만 이는 채권추심업무와 임대차조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일 뿐이고,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은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들이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잘못 평가하였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고영한 권순일 조재연(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