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근로환경 개선책을 실시하고, 피해근로자 등이 후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가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신속하고 적절한 구제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성희롱 피해를 입은 원고에게 근거 없는 혐의를 씌워 부당한 징계처분을 하거나 대기발령 등의 불리한 조치를 하였다. 더구나 피고는 원고를 도와 준 동료 근로자에게까지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처분을 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직장 내에서 우호적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도록 하였고, 다른 동료들로부터 고립되는 처지에 놓이게 하였다. 피고의 이러한 행위로 인해 원고는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는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피고의 피용자들이 원고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에 위반하거나 사용자로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 2018.04.20. 선고 20172076631 판결 [손해배상()]

원고, 항소인 / A

피고, 피항소인 / B 주식회사

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12.18. 선고 2013가합536064 판결

환송전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12.18. 선고 20152003264 판결

환송판결 / 대법원 2017.12.22. 선고 2016202947 판결

변론종결 / 2018.03.14.

 

<주 문>

1. 1심 판결의 피고에 대한 부분(환송판결에 의하여 분리 확정된 부분 제외)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11.1.부터 2018.4.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 중 1/3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1항 중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2014.10.31.자 청구취지 변경 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환송 후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원고는 위 청구 이외에도 C의 직장 내 성희롱과 피고의 인사팀 소속 직원인 D이 위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명예훼손 발언 등에 관한 사용자책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는 대법원에서 환송 전 이 법원 판결이 확정되었다).

2. 항소취지

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2014.10.31.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가 환송 후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함으로써 항소취지도 그 범위 내에서 감축되었다).

 

<이 유>

1. 소송의 경과 및 환송 후 당심의 심판범위

 

. 사안의 개요 및 소송의 경과

아래 각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1) 피고의 근로자인 원고는 2013.6.11.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C를 상대로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 C에 대한 청구원인은 C가 원고의 상급자이자 소속팀장으로서 원고에게 성희롱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에 대한 청구원인은 C의 위와 같은 성희롱과 피고의 인사팀 소속 직원인 D이 위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명예훼손 발언 등에 관하여 피고가 사용자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 원고는 그 후 원고를 도와준 E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원고에 대한 2013.10.17.자 업무배치 통보, 원고에 대한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등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14조제2항에서 금지하는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추가하였다.

2) 1심은 원고의 C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에 대한 청구와 C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제1심 판결 중 피고를 상대로 한 청구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하였고, C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3) 환송 전 이 법원은 다음과 같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 C의 성희롱에 관하여 피고의 사용자책임 자체는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사용자책임에 따라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 700만 원과 지연손해금 채무 전부가 제1심 판결 선고 후 C의 변제로 모두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예비적 변제 항변이 이유 있으므로, 결국 C의 성희롱에 관하여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묻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 한편 이와 별도로 성희롱 관련 조사업무를 담당하던 D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피고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된다.

4) 1)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추가된 4가지 청구 중에서는 원고에 대한 2013.10.17.자 업무배치 통보와 관련한 청구가 인정될 뿐이고, ‘E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원고에 대한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등과 관련한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5) 이에 원고는 환송 전 이 법원에서 배척된 위 , , 청구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고, 피고는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6)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환송 전 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위 , , 청구 부분, 즉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E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을 이 법원에 환송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 환송 후 당심의 심판범위

따라서 환송 후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위 파기환송된 범위에 한정되고, 환송 전 이 법원에서 인용된 부분 및 위 파기환송된 범위에서 분리확정되어 제외된 부분은 환송 후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

 

2. 기초사실

 

. 당사자들의 관계

1) 피고는 상시근로자 4,500여명을 고용하여 자동차 제조 및 판매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2) 원고는 2005.8.1. 피고에 입사하여 2012.3.1. 무렵부터는 용인시 기흥구 F 소재 피고 G연구소(이하 피고 연구소라 한다) H 본부(피고 연구소장이 피고 H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I(I Team, 이하 ‘I이라고만 한다) 소속 직원(직급 : 과장)으로 근무하였고, C2012.3.1.부터 원고가 소속된 I(팀원 총 인원 35)의 팀장(직급 : 부장)으로 근무하였다.

3) E2009.1.1.부터 피고 연구소 내 피고 J센터(K)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였다.

. C의 원고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행위

C20125월 하순 내지 6월 초순경 원고와 사내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를 하는 도중, 당시 원고가 C에게 야근을 해서 몸이 뻐근하다고 말하자, C가 원고에게 내가 마사지를 잘하는데 온몸에 아로마오일을 쫙 발라서 전신마사지를 해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비롯하여, 원고가 C와 같은 팀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약 한 달이 지난 무렵인 20124월 무렵부터 2013.3.4.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성적 언동으로 원고에게 성적 굴욕감 및 성적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이하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이라 한다)를 하였다.

.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 및 그 경과

1) 원고는 2013.6.11. 팀장 C와 이사 L, 인사팀장 M 및 피고를 상대로 C의 언동이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2호의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함을 이유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위 소송의 제1심에서 C가 원고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를 위반한 같은 법 제2조제2호 소정의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되어, C에 대하여 위자료 1,000만 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원고와 C 모두 항소하지 않아 위 판결(C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 관련법령

이 사건과 관련된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7, 88호증, 을가 제7호증, 을나 제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청구원인 요지

 

. 피고의 임직원들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을 위반하여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인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1) 2013.9.4. 원고가 N으로부터 진술서를 작성받은 것을 빌미로 삼아 원고에게 부당한 견책처분을 하였다.

2) 2013.7.19. 원고를 도와주는 E에 대하여 보복적 징계처분을 하였다.

3) 2013.12.11. E가 피고의 문서를 불법적으로 반출한 행위에 원고가 가담한 혐의가 있다는 근거 없는 이유를 내세워 원고에게 부당한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함과 아울러 그 무렵 위 혐의로 원고를 절도방조죄로 부당하게 고소하는 등의 불리한 조치를 하였다.

. 원고는 이로 말미암아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임직원들의 위 불법행위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4.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및 2013.12.11.자 대기발령 등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 관련 법리

1)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전 예방의무와 사후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2조제2, 12, 13조제1, 14조제1항 참조). 특히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이라 한다)에게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14조제2, 37조제2항제2호 참조). 위 규정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구제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 2차적 피해를 염려하지 않고 사업주가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리라고 신뢰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2) 따라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그러나 사업주의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다면 위 제14조제2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또한 사업주의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과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 조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

3) 구체적으로 사업주의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4) 한편, 남녀고용평등법은 관련 분쟁의 해결에서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30),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분쟁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성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업주가 증명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12.22. 선고 2016202947 판결 참조).

 

.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인정사실

) 피고 H 본부의 본부장 O는 원고가 2013.6.24. 동료 직원인 N에게 호적에 빨간 줄 긋기 싫으면 지금 당장 와.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말하여 강압적 분위기 하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2013.8.21.2013.8.27. 2차에 걸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 O2013.8.27.자 징계위원회 의결에 터잡아 2013.9.4.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2013.6.24. 11:40경부터 12:15경까지 사무실 및 회의실에서 I팀 부하직원인 N에게 호적에 빨간 줄 긋기 싫으면 지금 당장 와’,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 조사, 등 협박성 발언을 하며 강압적 분위기 하에서 N으로부터 의무 없는 진술서를 받은 행위(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가 피고의 취업규칙 제41조제1, 2, 15 , 49조제4호가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징계의 일종인 견책처분(이하 이 사건 견책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 원고는 위 징계에 대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3.12.23. 원고가 N으로부터 진술서를 받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의 강압을 행사하였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판정을 하였다.

) 피고는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3.17. 원고가 N에게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하였으나, N은 원고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어 당시 분위기가 통상적인 일반인이 공포심을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었고, 원고가 협박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입증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징계처분은 부당하여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다는 판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4, 25, 48, 60, 63호증, 을가 제13호증, 을나 제3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견책처분은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원고의 문제제기 등과 관련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거나 정당한 사유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원고는 2013.6.11. 성희롱 가해자인 C와 그 사용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다음,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하여 회사 내에 퍼져 있는 소문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N에게 진술서를 받았다.

) N은 스스로 위 진술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건네주었고 그 내용에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피고는 환송 후 당심에서 N이 스스로 위 진술서를 작성하여 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 부분을 사실인정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N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위 진술서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뭐라도 도와줘야 겠다라는 심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대로 작성해 주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앞서 본 원고가 N에게 위 발언을 하게 된 경위 및 그 내용, 이 사건 견책처분에 관한 경기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 원회의 결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환송 후 당심 증인 N의 증언만으로는 N이 원고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강요에 의해 진술서를 작성하여 주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3.12.4. 이 사건 견책처분에 대한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피고가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하였다. 위 재심신청 기각결정 당시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견책처분의 사유로 삼은 행위가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징계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로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견책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피고도 위 재심판정을 수용하고 2014.3.27. 원고에게 이 사건 견책처분을 취소하고 인사기록 등에서 처분 내역도 모두 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 피고가 이 사건 견책처분과 비슷한 징계사유를 들어 유사한 징계처분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유독 원고에 대해서만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 견책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

) 피고는 이 사건 견책처분과 그 공고 후인 2013.10.17. 기존에 수행하던 전문업무에서 원고를 배제하고 공통업무만 수행하는 비전문업무를 맡도록 업무배치 통보를 하였고, 2013.12.11. 절도 방조 등의 혐의를 내세워 원고에게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하고 원고를 고소하였다가, 위 재심판정 후에 위 대기발령 등을 종료하고 원고에게 원직복귀명령을 하였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H 본부의 본부장 O2013.9.4.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견책처분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 원고에 대한 2013.12.11.자 대기발령 등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인정사실

) 피고는 2013.12.6. E에게 ‘E가 구제신청절차에서 자료를 제출한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통보하였는데, 원고는 E의 대기발령 통보를 듣고 사무실 앞에서 E를 기다리고 있다가 E의 짐을 차에 싣는 것을 도와주었다.

) E는 같은 날 퇴근하면서 급하게 위 구제신청 관련 서류들을 챙겨 나왔고, 원고는 E와 동행하였다.

) 피고는 인사팀 주도로 원고와 E가 퇴근할 당시 보안검사 명목으로 E의 차량을 검사하였고, 그 차량에서 다량의 서류를 발견하였다. 이후 원고와 E의 신고에 의해 경찰이 출동하였고, 원고, E 및 피고의 인사팀 직원들은 P파출소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 피고 연구소 인사팀장인 M2013.12.11. 원고에게 “E2013.12.6. 피고 J센터 사무실에서 불법적으로 피고의 문서를 반출한 행위에 원고가 가담한 혐의(이하 쟁점 혐의라 한다)가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행위 등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2013.12.12.부터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사유 해소 시까지의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이라 한다)을 통보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9, 50, 51, 52, 77 84, 85, 8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으로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기는 한다(대법원 2002.12.26. 선고 2000801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쟁점 혐의는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고, 당시의 상황에서 원고의 근로 제공이 매우 부적당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이 정당한 인사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 E는 퇴근 시간 20분 전쯤 피고로부터 대기발령을 통보받고 같은 날 퇴근하면서 급하게 구제신청 관련 서류들을 챙겨 나오면서 피고의 인사팀에 의해 보안점검 명목의 차랑검사를 받게 되었다.

) 당시 원고와 E의 신고로 출동하였던 경찰관의 입회하에 E의 서류임이 명백한 서류는 E, 피고의 서류로 서로 인정한 55매의 서류(이하 이 사건 서류라 한다)는 인사팀 M 팀장이 가져갔다.

) 이 사건 서류는 E는 물론 피고에게도 별다른 경제적 가치나 기밀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서류들이다(이에 대해 피고는 환송 후 당심에서 이 사건 서류가 피고의 영업비밀에 관한 것이거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을나 제159 내지 17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이 위 서류들이 피고의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E에게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원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을 할 만한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 피고는 이 사건 서류를 돌려받은 후인 2013.12.11. E와 원고를 이 사건 서류에 대한 절도와 절도방조혐의로 고소하였다.

) E2014.6.30. 검사로부터 이 사건 서류 반출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하지만 외부 유출의 목적이 없고 서류가 반환되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5.2.26. 2014헌마574호 헌법소원 사건에서 피고가 E에게 보복성 징계절차를 개시하자 자신의 구제신청 관련 서류 등을 급하게 챙겨 나오다가 이 사건 서류도 가지고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이고, E에게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E의 피고 서류 반출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절도 방조에 대하여 혐의 없음처분을 받았다.

) 피고가 이 사건 쟁점 혐의를 이유로 원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피고가 자신이 보관하던 E와 원고의 위 퇴근 무렵 관련 CCTV 영상 파일(이하 이 사건 영상파일이라 한다)을 증거자료로 적극적으로 제출했을 법하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영상파일의 제출을 거부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제1심 법원에 이 사건 영상파일 검증물의 제출명령을 신청하여 그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 중앙노동위원회가 2014.3.17. 이 사건 견책처분 관련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피고는 2014.3.27. 원고의 절도 방조 혐의에 관한 고소 사건이 종결되기 전인데도, 위 재심신청 기각결정을 존중하여 이 사건 견잭처분을 취소하였다. 또한 피고는 성희롱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와 권리구제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스스로 밝히면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의 종료와 원직복귀를 명하였다.

) 종전에도 이 사건 쟁점 혐의와 같은 정도의 사안에서 그러한 의심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근로자에게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3) 소결론

결국 피고 연구소 인사팀장인 M2013.12.11.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5. E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 기초사실

피고 J센터(K)의 센터장인 Q2013.7.19. E에 대하여 “E2013.1.14.부터 2013.6.26.까지 8시간 근로시간을 미준수한 횟수가 48회에 이르는 등 부서장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행위가 피고의 취업규칙 제41조제2, 10, 15, 49조제2, 3, 10, 16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직 1주일의 정직처분(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7, 8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을 피고 관계자에게 신고한 이후 E는 원고에게 조언을 하는 등으로 이 사건 소송을 준비하는 것과 관련하여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피고 J센터 측이 원고를 동료들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하여 원고를 돕는 E에 대하여 본보기 차원의 보복조치로서 위 징계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의 악의적인 형태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에 대해 행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 행위책임이 인정된다.

 

. 관련 법리 - 성희롱 피해근로자 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1)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이 아니라 그에게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을 직접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그러나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남녀고용평등법령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한 근로환경 개선책을 실시하고, 피해근로자 등이 후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징계처분 등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그 조치의 내용이 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이 위축되거나 소외감,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하여 피해근로자 등에게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면, 이는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경우 피해근로자 등은 불리한 조치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3) 다만 피해근로자 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러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업주는 민법 제763, 393조에 따라 이러한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사업주가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을 한 경위와 동기, 피해근로자 등이 성희롱 피해에 대한 이의제기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행위를 한 시점과 사업주가 징계처분 등을 한 시점 사이의 근접성, 사업주의 행위로 피해근로자 등에게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의 권리 행사에 도움을 준 근로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직후 도움을 준 근로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적으로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하는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도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원고는 2013.6.11.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갑 제5호증[메신저 캡쳐 화면(사내에 퍼진 소문에 대한 제보)]을 소장에 첨부하였다. 당시 원고는 갑 제5호증은 사내에 유포된 허위 소문에 대한 동료 직원()과 원고와의 메신저 대화내용이나 피고에 회사 재직중인 의 보호를 위하여 부득이 의 이름만을 가려 익명 처리하였다.”라고 밝히며, 대화 상대방 이름(E) 부분은 지우고 으로 표시하였으나, 메신저 상단 화면에 “E-Conversation” 부분은 삭제하지 않았다.

) 피고는 2013.6.17. 이 사건 소장과 함께 위 갑 제5호증을 송달받았다.

) 피고는 2013.7.3. 무렵부터 유독 E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출입 기록을 조사하고, 2013.7.10. E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하였다. 그 후 피고는 2013.7.12.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2013.1.14.부터 같은 해 6.26.까지의 근무기간(근무일 총 105) 8시간의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일수가 총 48일이라는 이유로 E에 대한 정직 1주일의 징계처분을 의결하고 2013.7.19. E에게 통보하였다.

)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3.12.4. E에 대한 정직처분이 부당한 징계처분이라고 인정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3.7.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대전지방법원은 2014구합101254 사건에서 2015.2.11. E에 대한 정직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아 피고의 재심판정 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다가 2015.8.17. 위 사건의 소를 취하하였다.

2) E에 대한 정직처분이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E에 대하여 한 정직처분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조치에 해당한다.

(1) 피고는 사전에 근태관리시스템을 따로 운영하거나, 보안카드 리더기 등을 이용하여 출입기록과 근태상황이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을 E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고지한 적이 없다.

(2) 보안카드 리더기로는 자신의 출입시각을 확인할 수 없어 근로자가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즉시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고, 이에 따라 근로시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3) 보안카드 리더기가 설치된 사무실은 J센터 사무실이 유일하므로 모든 근로자에게 같은 수준의 출퇴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피고는 유연근무시간(Flexible Working Time) 제도를 운영하여 근로자들이 출퇴근시간을 비교적 유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관리하였다.

(5) 피고는 근태관리의 책임을 1차적으로 부서장에게 부여하고 있는데, E의 소속 부서장은 E의 근무시간에 대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또한 피고가 E에 대한 정직처분 이전에 E에게 근로시간 미준수에 관하여 경고나 주의를 준 적도 없다.

(6) E의 근무시간 미준수로 인하여 피고의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고, 오히려 E는 피고 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고 우수한 수준의 업무 평가를 받아 왔다.

(7) 피고는 G연구소의 1,000명이 넘는 근로자 중 다른 근로자의 출입기록은 조사하지 않으면서 유독 E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출입기록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징계하였다. 이는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8) E에 대한 정직처분은 그 기간은 비록 1주일에 그치지만, 견책, 감급, 감봉 등의 징계에 비하여 중징계이고, 그로 말미암아 E가 장차 인사나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 실제 E는 정직처분 이후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상태에 있다가 기존에 있던 사무실이 아닌 구매본부로 발령을 받는 등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았다.

(9) 피고가 제기한 재심판정 취소청구 사건(대전지방법원은 2014구합101254)에서도 위 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E에 대한 정직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다.

) 이에 대해 피고는 2013.6.26. G연구소 사원대표위원회의 R 위원장으로부터 E의 합의 전자결재 지연에 관한 민원을 접수받아 E의 근무시간 준수여부에 대 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E의 근무태만 사실이 밝혀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을나 제174호증의 기재와 환송 후 당심 증인 R의 증언은 선뜻 믿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민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징계경위와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E에 대한 정직처분은 차별적이고 부당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소장을 송달받고 원고의 동료 근로자인 E가 그 증거 제출 등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곧 바로 E에 대해서만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처분을 하였다. 피고의 E에 대한 위와 같은 부당한 징계조치로 인해 다른 동료근로자들도 원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거부하거나 원고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하게 됨으로써 원고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의 단절 및 직장 내에서 사실상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였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소외감, 고립감을 느끼는 등으로 인격적 법익을 침해당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E에 대한 위법한 정직처분은 원고에 대한 인격적 법익의 침해행위인 동시에 사용자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동료 근로자인 E가 그 증거 제출 등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곧바로 E에 대해서만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처분을 하였던 사정을 비롯한 앞서 본 이 사건 정직처분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그로 말미암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인 원고에게도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소결론

결국 피고가 E에 대해 한 정직처분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을 직접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원고의 권리 행사 관련 조력자인 E에게 부당한 정직처분을 함으로써 원고를 위축시키고 압박하여, 원고로 하여금 소외감, 고립감을 느끼게 하는 등으로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고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원고에 대한 사업주로서의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6. 피고의 사용자책임 및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 피고의 사용자책임

1) 피고 연구소 인사팀장 M, 피고 H 본부의 본부장 O, 피고 J센터장인 Q는 각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 및 징계권에 근거하여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인 원고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에 위반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 이 사건 견책처분 및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을 하거나, 원고를 도와 준 직장 동료 E에 대하여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하였다. 그러므로 위 각 불법행위는 피고의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서 피고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성이 있다.

2) 따라서 피고는 위 임직원들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피고의 피용자들이 원고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에 위반하거나 사용자로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근로환경 개선책을 실시하고, 피해근로자 등이 후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가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신속하고 적절한 구제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성희롱 피해를 입은 원고에게 근거 없는 혐의를 씌워 부당한 징계처분을 하거나 대기발령 등의 불리한 조치를 하였다. 더구나 피고는 원고를 도와 준 동료 근로자에게까지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처분을 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직장 내에서 우호적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도록 하였고, 다른 동료들로부터 고립되는 처지에 놓이게 하였다. 피고의 이러한 행위로 인해 원고는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정들과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3,000만 원으로 정한다.

 

.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위 각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2014.10.31.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4.11.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8.4.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종전 규정에 따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7.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인정한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한다.

 

판사 임성근(재판장) 김구년 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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