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981.8.부터 2013.4.까지 통신장비 유지보수 기사로 근무한 고인이 2008.11. 신경교종 진단받았다가 2011.8. 악성 신경교종인 교모세포종 진단받고, 2015.1. 뇌종양 재발하여 2018.2. 사망한 사안에서, 고인이 장기간에 걸쳐 업무 중 유해물질인 극저주파 자기장, 고주파전자기장, 납 등에 노출됨으로써 건강상 장애가 초래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위 물질들과 교모세포종 사이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 사건.


【서울행정법원 2025.3.27. 선고 2024구합50582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50582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2.27.

• 판결선고 / 2025.03.27.

 

<주 문>

1. 피고가 2023.10.12.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 고 B(19**.*.**.생, 남, 이하 ‘고인’)

- 1981.*.**.부터 2013.*.*.까지 주식회사 C 소속 통신장비 유지보수 기사로 근무하며, 지하 맨홀 및 지상 전화선 설치·유지·보수·정비 업무를 수행하였음.

- 2008.11.20. 신경아교종 진단받고 치료 후 호전되었음. 이후 2011.8.24.경 교모세포종 진단받고 두개골 절개 및 뇌종양 절제술 받은 후 항암치료 계속하였으나, 2015.1.경 뇌종양 재발하여 결국 2018.2.26. 05:47경 사망하였음.

나. 사망진단서상 사인

- 직접사인: 전이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

- 선행사인: 악성 뇌교종의 폐, 뼈 전이

다. 피고 2023.10.12.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

- 처분사유: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부존재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이른바 ‘직업병’에 대하여는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기는 하나, 그중에서도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가 적거나, 기술의 발달 및 사업구조의 변화로 기존의 작업환경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한 표본 자체가 부족할 수 있고, 연구의 필요성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던 요소의 위험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의 특성상 근로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기능을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여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이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판단기준과 제도의 목적·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동시에 존재하는 등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어느 한 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일정 수준 이상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그 유해요소와 특정 질환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체질이나 기초질병 및 다른 유해요인과 결합하여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4.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대법원 2008.5.15. 선고 2008두3821 판결, 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대법원 2025.1.9. 선고 2024두45979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고인의 구체적인 업무내용과 작업환경

가) 고인은 1981.*.**.부터 2013.*.*.까지 약 31년 7개월 동안 주식회사 C 소속 통신장비 유지보수 기사로 근무하면서 관로 및 케이블 유지·보수, 취약시설 조사 및 노후불량 시설 정비, 피해복구, 동/광케이블 재배선 및 포트 재배치, 공기주입 및 통신구 유지보수, 대형공사장 순회 및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고인은 9시경 지사에 출근하여 하루 작업량 지시를 받고, 작업현장으로 나갔다. 지하작업의 경우 맨홀 안 가스 상태와 산소량을 측정 후 작업을 실시하였고(지상작업의 경우 생략), 직접 맨홀에 들어가 열수축관을 해체하여 전화선 수리가 필요한 맨홀을 파악하였다. 이후 하루 작업을 마무리한 후 지사에 복귀하여 작업 일보를 작성한 후 퇴근하였다.

다) 통신선은 동케이블과 광케이블로 구분되는데, 2000년경 광케이블이 대대적으로 설치되기 전에는 48V의 전기가 흐르는 동케이블이 대부분이었다.

라) 작업현장에서는 동료근로자와 연락하여 고장점 위치를 확인하고, 수리 여부를 확인하였는데, 1997년경부터는 PCS 단말기가 보급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였다.

마) 케이블 접속부 방수를 위하여 열수축관을 사용하기 전에는 납을 사용하였다. 납에서 열수축관으로 교체된 시점은 대략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으로 파악된다.

2) 고인의 뇌종양 발병 및 진행 경과

가) 고인은 만 49세까지 특이한 병력이 없다가 2008.6.경부터 양손 떨림 증상이 발생하였고, 2008.11.20. 좌측 전두엽에 3.6㎝의 종양이 발견되었다. 이후 2008.12.9.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은 후 종양 크기가 80% 감소하는 등 상태가 호전되었다.

나) 그런데 2011.7.경 두통, 구토 증상이 발생하였고, 2011.8.24.경 좌측 소뇌다리뇌각에 새로운 종양이 발견되었고,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1.8.29.경 두개골 절개 및 뇌종양 절제술 받은 후 항암치료를 계속하였다.

다) 그럼에도 2015.1.경 뇌종양이 재발하였고, 점차 악화되면서 폐, 뼈에 전이되어 결국 2018.2.26. 05:47경 사망하였다.

라) 신경아교종은 뇌조직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에서 기원한 종양을 의미하고, 그중 가장 악성인 4등급 종양을 교모세포종이라 한다. 교모세포종을 포함한 신경교종 발병 요인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뉘는데, 고인에게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력은 발견되지 않았다.

3) 고인의 작업환경 유해요인

가) 동케이블에는 전류가 흐르는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8년 주식회사 C의 유선통신선로 AS 작업기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작업현장에서 평균 0.13~0.14μT, 최대 5.02μT의 극저주파 자기장(ELF-EMF)에 노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 또한 위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21년 동안 고인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통신장비 유지보수 기사의 경우 케이블 유지·보수 작업 과정에서 최대 1,800시간의 휴대전화 사용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고주파전자기장에 노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 고인은 1981년 입사 이후 약 10년 동안 케이블 연결부에 설치된 납관을 가열하여 보수작업을 수행하였고, 열수축관으로 교체된 이후에도 기존에 설치된 납관을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는바, 그 과정에서 납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고인의 혈중 납 농도는 평균 5.30μg/㎗(3.13~7.32μg/㎗)이었다.

[인정 근거] 갑 제6 내지 11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병원장, E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을 제2,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고인의 업무와 신경교종 발병·악화·전이로 인한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사유는 극저주파 자기장, 고주파전자기장, 납 노출과 신경교종 발병 사이에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등 명확한 상관관계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고인의 업무와 신경교종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나) 오히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는 발암물질을 5단계로 분류하여 지정하고 있는데, 극저주파 자기장, 고주파전자기장 등 비전리 방사선을 신경교종에 대하여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되는 전기관련 작업자들에게 백혈병, 뇌종양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가 보고되기도 하였으며, 유럽환경의학학술원은 2016년 기준 극저주파 자기장에 대한 노출 권고기준을 주간 노출 평균 0.1μT, 야간 노출 평균 0.1μT, 민감 인구집단의 경우 0.03μT를 상한으로 삼고 있다.

다) 2018년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케이블 유지·보수 작업현장에서 평균 0.13~0.14μT, 최대 5.02μT의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되는 것으로 밝혀졌고, 고인은 1981.8.29.부터 통신장비 유지보수 기사로 근무하였는바, 실제 광케이블이 설치되기 전인 2000년 이전에는 고인은 더 높은 수치의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고인의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신경교종 발병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라) 국제암연구소는 무선 휴대전화 사용 과정에서 노출되는 고주파전자기장을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휴대전화 사용량이 1,640시간 이상인 집단 및 10년 이상 장기 사용한 집단에서 뇌종양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진료기록감정의들 또한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 발병 사이 인과관계에 관하여 논란이 있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확립되지는 않았으나,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마) 고인은 2013.4.1. 퇴사할 때까지 케이블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였고, 1997년경 이후에는 그 과정에서 동료근로자와 휴대전화로 통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입사하여 2016년 퇴사한 통신장비 유지보수 기사의 경우 최대 1,800시간의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되었는바, 고인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휴대전화 통화를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뇌종양 발병 위험이 증가된다고 평가되는 10년 이상, 1,640시간 이상 휴대전화 사용에 해당한다.

바) 피고는 고주파전자기장 노출과 뇌종양 발병 사이 잠복기가 10~20년 정도이므로, 실제 2008년 고인에게 발병한 신경교종에 미친 휴대전화 사용기간은 약 1년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고인은 2008년 신경교종뿐만 아니라 2011년 교모세포종진단을 받았고, 2015년 다시 재발하였는바, 이와 같은 고인의 신경교종 발병, 재발, 악화 과정에서 과거의 고주파전자기장 노출이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 고인은 납관을 다루는 과정에서 납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납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 중금속으로서, 납 노출과 신경교종 사이 연관성이 있고, 납과 전자파에 복합 노출될 경우 상승작용을 뇌종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아) 고인은 약 31년 7개월 동안 통신장비 유지보수 기사로 근무하면서 극저주파자기장, 고주파전자기장, 납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비록 전자파, 납 등의 측정수치가 노출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근로자가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이와 같은 유해인자들이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자) 신경교종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3.18명이고, 2021년 기준 남성 뇌종양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단 4.4명에 그치는데, 고인에게 이와 관련된 병력이나 유전적 소인, 가족력은 발견되지 않았다.

차) 산업안전연구원은 교모세포종과 고인의 업무관련성을 부인하였으나, 2018년경 행한 역학조사에서는 고인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에게 발병한 교모세포종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였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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