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2]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 근로자의 정년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를 당연 퇴직사유로 규정한 경우, 그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한 취업규칙이 유효한 이상 그러한 사유의 발생만으로 그 사유발생일 또는 소정의 일자에 당연히 근로관계가 종료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와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인한 퇴직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과 같은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2018.04.12. 선고 2017구합76357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운수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1. 김○○, 2. 설○○
♣ 변론종결 / 2018.03.29.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7.7.21.에 한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 전국운수산업민주버스노동조합 사이의 중앙2017부해465, 466/부노75, 76(병합)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 부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원고는 소장의 청구취지에 취소를 구하는 재심판정의 사건번호를 ‘2017부해70, 71’로 기재하였으나, 이는 초심판정의 사건번호를 잘못 기재한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주문과 같이 고쳐 선고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79.8.2. 설립된 후 상시 근로자 274명을 고용하여 시내버스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 김○○(이하 ‘참가인 김○○’이라 한다)은 2011.2.18. 원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15.12.15. 정년이 도래하였고, 정년 이후인 2016.1.3.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여 온 사람이며, 피고보조참가인 설○○(이하 ‘참가인 설○○’라 한다)는 1999.6.11. 원고 에 입사한 이래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2016.12.13. 정년이 도래한 사람이다.
나. 전국운수산업민주버스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운수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2011.7.1.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이 사건 노동조합 ○○운수지회는 2013.2.27. 인준을 받았다.
다. 참가인 김○○은 2016.11.3.에, 참가인 설○○는 2016.10.29.에 각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라. 원고는 2016.12.13. 참가인 김○○에게 ‘귀하는 2017.1.2.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됨을 통보하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다.
마. 참가인 설○○는 2016.12.13. 원고에게 ‘상기 본인은 정년 사정으로 인하여 상기직을 사직하고자 하오니 청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원을 자필로 작성・서명한 후 제출하였다.
바. 참가인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은 기간만료 또는 정년을 이유로 하여 원고가 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2017.2.17.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2017부해70, 71/부노21, 22(병합)호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17.4.13. 참가인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참가인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내용의 판정을 하였다.
사. 참가인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7.5.19. 중앙노동위원회에 2017부해465, 466/부노75, 76(병합)호로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7.21. 참가인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존재함에도 원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계약을 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초심판정 중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여 원고에게 참가인들의 원직복직과 참가인들이 부당해고 기간 동안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되, 다만 부당노동행위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의 재계약 거절이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로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위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7, 10, 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의 취업규칙, 단체협약에 근로계약의 갱신의무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 오히려 위 취업규칙, 단체협약은 정년 및 계약기간의 만료의 경우 당연퇴직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 참가인 김○○은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촉탁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참가인 설○○는 정년을 원인으로 한 사직원을 작성함으로써 각 근로관계 가 종료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점, 원고 내에 정년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채용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들에게는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참가인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 다고 하더라도 참가인 김○○은 정년퇴직 전 근무기간 동안 4차례의 사고를 야기하였고 촉탁직 근로계약기간 중에도 승객과의 쌍방폭행 및 안전사고를 일으킨 점, 참가인 설○○는 장애인 승객에게 욕설을 하고 예비차량 운행을 거부한 점, 원고는 임직원회의를 통하여 위와 같은 갱신 및 채용 거절 사유에 대한 심사를 거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이들에 대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체결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인정사실
가) 참가인 김○○은 2016.1.3.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16.1.3.부터 2017.1.2.로 정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당 계약서에는 ‘계약직은 근로계약기간 종료일에 계약기간 만료로 당연퇴직한다. 다만, 재계약 시에는 당사자는 서면으로 계약종료 1개월 전에 근로계약을 작성하여 재계약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참가인은 이러한 기재 바로 옆에 자필서명을 하였다.
나) 원고는 2014.1.1.부터 2017.3.27.까지의 기간에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 23명 중 13명과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촉탁직 근로자 중 17명이 개인사정, 사고 또는 기간만료로 퇴사하였다.
다) 원고에는 2017.4.1. 기준으로 35명의 촉탁직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위 촉탁직 근로자들 중 23명은 적게는 1회부터 많게는 8회까지 원고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무하여 온 사람들이다,
라) 원고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은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 취업규칙 제12조(근로계약기간) 직원의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1년 이내(수습기간 포함)로 하며,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의 경우 기간의 만료시 재계약을 하지 아니하면 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근로계약이 자동 해지된다. 제64조(퇴직) 직원이 다음 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퇴직한 것으로 한다. 2. 기간을 정하여 채용된 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3. 근로계약이 만료하여 계약갱신이 되지 아니하였을 때 4. 정년 해당할 때 제65조(정년제) 2. 정년퇴직자로서 회사의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촉탁으로 채용할 수 있다. 다만, 채용에 관하여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그 적부를 심사한 후에 결정한다. 1) 건강상태가 양호하여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자 2) 재직 중의 근무태도, 성적 및 성격 등이 양호한 자 3) 재직 중 종사하고 있는 업무의 필요성이 계속 인정된 자 제66조(촉탁직의 지위) 1. 촉탁자의 채용에 있어서 촉탁근로계약기간은 1년 이내로 하며, 수차례 갱신되더라도 계약기간 만료 시 촉탁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는 경우, 기간의 만료로 근로계약을 종료한다. (정년 후의 촉탁고용은 전의 근속기간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새로이 계산) ◼ 단체협약 제46조(퇴직) 회사는 다음의 경우 당연퇴직자로 간주한다. 회사는 다음의 경우 퇴직자로 인사조치한다. 1) 정년에 도달하였을 때 (만 61세 생년월일) 13) 촉탁근로자로서 계약기간 1년이 도달한 날 (도달한 날 다음날) 제47조(정년 및 임금피크제) ① 조합원의 정년은 만 61세가 되는 날로 한다. ② 회사는 고령화 시대의 대비와 안정적인 고용확보를 위하여 정년에 도달한 조합원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고자 하는 때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재고용할 수 있다. 단, 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할 수 없다.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5호증,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가 참가인 김○○과의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3.4.11. 선고 2012두28193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나 참가인 김○○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참가인 김○○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1) 참가인 김○○과 원고 사이에 작성된 촉탁직 근로계약서에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 계약기간 만료로 당연퇴직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2) 원고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근로계약 갱신의 절차나 요건에 관한 규정도 찾아볼 수 없다. 취업규칙 제66조제1항 후단이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규정 또한 촉탁직 근로계약이 수차례 갱신되었더라도 재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바로 기간만료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점을 명시한 것으로서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
(3) 원고의 취업규칙 제12조와 단체협약 제46조에는 근로계약 갱신이 되지 아니하여 계약기간이 만료한 경우 또는 촉탁근로자로서 계약기간 1년이 도래한 날이 당연퇴직사유로 명시되어 있다.
(4)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근로자들 중 여러 차례 재계약을 체결한 사람들도 있지만 기간만료로 퇴직한 사람들도 있으므로, 원고와 촉탁직 근로자들 사이에 재계약의 관행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원고가 참가인 김○○에게 근로관계 종료 통지를 하기 이전에 원고와 참가인 김○○ 사이에는 단 한 차례도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된 적이 없으므로, 갱신이나 연장의 반복으로 위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6) 참가인 김○○은 원고의 재정을 지원하는 인천광역시가 공문을 통해 운전직 근로자의 만 65세까지의 근무를 권고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나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인천광역시 버스정책과는 2016.2.16.경 채용부조리 예방 등을 위하여 ‘운전직 근로자 공개채용 기준(안) 수립’이라는 문건을 작성하여 일반에 공개한 사실, 위 문건에는 기본원칙과 관련하여 ‘〇 버스회사는 운전직 근로자 채용계획 수립, 〇 운전직 근로자는 공개채용을 원칙, 〇 이 기준(안) 준수업체에 대하여는 성과평가 시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기재가, 근무조건과 관련하여 ‘〇 합격자는 신규채용자 교육을 이수, 〇 운수종사자 정년 : 만 60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 ※ 정년 이후에는 적격심사를 거쳐 1년 단위로 재고용 가능 ⇒ 가급적 시민안전을 위하여 65세까지 근무’라는 기재가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위 문건의 내용은 인천광역시 버스정책과가 작성한 것에 불과하여 그로써 원고가 참가인 김○○에게 갱신기대권을 부여하는 어떠한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고, 그 효력 역시 버스회사가 위 기준(안)을 따를 경우 성과평가 시 인센티브가 제공될 수 있다는 것으로서 권고적 효력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보더라도 정년에 관하여 ‘가급적 시민안전을 위하여 65세까지 근무’라고 기재된 부분은 65세까지 채용을 보장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승객의 안전을 위하여 고령 운전자의 경우 재계약 체결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인천광역시의 위 공문을 토대로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참가인들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다) 결국 참가인 김○○에게는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원고와 참가인 김○○ 사이의 근로관계는 기간만료일인 2017.1.2.에 적법하게 종료되었다.
3) 원고가 참가인 설○○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참가인 설○○는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에게는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앙노동위원회도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그와 같은 전제에서 원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참가인에 대하여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참가인 설○○가 1999.6.11. 원고에 입사한 이래 정년이 도래할 때까지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여 온 사실, 위 참가인의 정년이 2016.12.13. 도래한 사실, 원고와 위 참가인 사이에 촉탁직 근로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는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아래 가)항 내지 마)항 기재와 같은 사정들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 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의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설○○ 사이의 근로관계는 위 참가인의 정년이 도래한 2016.12.13. 적법하게 종료되었다.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 근로자의 정년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를 당연 퇴직사유로 규정한 경우, 그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한 취업규칙이 유효한 이상 그러한 사유의 발생만으로 그 사유발생일 또는 소정의 일자에 당연히 근로관계가 종료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와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인한 퇴직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과 같은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참조).
나) 원고의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에 의하면, 원고는 고령화 시대의 대비와 안정적인 고용확보를 위하여 정년에 도달한 조합원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고자 하는 때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재고용할 수 있고, 재고용의 적합 여부는 건강상태, 재직 중의 근무태도, 성적 및 성격, 재직 중 종사하고 있는 업무의 필요성 등을 기준으로 하여 심사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취업규칙 제65조, 단체협약 제47조). 그러나 이는 원고가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게 되는 경우 거쳐야 할 절차나 심사기준에 관한 규정에 불과할 뿐, 원고가 정년퇴직자에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 후 촉탁직 근로관계의 체결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규정들에 의하여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가 있다거나 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2014.1.1.부터 2017.3.27.까지 사이에 정년퇴직자 23명 중 13명이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머지 10명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정년퇴직한 사실도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정년퇴직자들과 원고 사이에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관행이 성립되어 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
라) 참가인 설○○는 정년 도래일인 2016.12.13. 원고에게 정년도래를 이유로 한 사직원을 제출하기도 하였다. 위 참가인은 퇴직금 등 정산을 위한 원고의 요구에 따라 다른 모든 근로자와 함께 일괄적으로 위 사직원을 작성한 것으로서 그 작성과 제출이 형식적이었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정년 도래로 인한 당연퇴직에 법률적으로 사직원의 제출이 필요한 것이 아닌 이상, 사직원 작성・제출 경위가 위 참가인의 주장과 같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 참가인의 정년 도래에 불구하고 근로관계가 종료 하지 않는다거나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위 참가인이 자필로 위와 같은 내용의 사직원을 작성・제출함으로서 원고와 사이의 근로관계가 정년의 도래로 종료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마)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의 운전기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의 근거로 설시하고 있기도 하나, 사용자가 필요한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할 것인지, 정년퇴직자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채용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참가인 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바) 참가인 설○○는 참가인 김○○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재정을 지원하는 인천광역시가 공문을 통해 운전직 근로자의 만 65세까지의 근무를 권고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정년퇴직자의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2)의 나) 중 (6)항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위 공문을 토대로 하여 위 참가인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론
결국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관계는 참가인 김○○의 경우는 계약기간 만료를 원인으로 하여, 참가인 설○○의 경우는 정년의 도래를 원인으로 하여 각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참가인들에 대한 각 근로관계의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방진형 이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