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출장명령은 사용자의 업무명령권에 속하는 것으로 사용자에게 재량이 인정되지만 업무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범위라는 제한을 받고, 그것이 근로계약에 위반되거나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근로자에게 이에 따라야 할 성실의무 및 노무제공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2.3.13. 선고 915020 판결 참조). 업무상 필요를 이유로 하여 출장명령이 취해진 경우 그 출장명령이 정당한 업무명령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출장명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출장명령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함이 상당하다.

 

서울행정법원 제132016.03.17. 2015구합66677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원 고 / 주식회사 ○○이스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 A

변론종결 / 2016.02.25.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5.5.1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2015부해237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 원고는 1999.3.17.경 설립된 주식회사로 상시 약 150명의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금형 제조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참가인은 2012.6.11.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원고의 조립팀(이하 조립팀이라고만 한다)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였다.

. 조립팀의 정규직 아닌 파견근로자들은 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이 거부되자 2014.11.6.부터 지속적으로 원고의 사업장 정문 등지에서 휴업수당의 미지급, 관리자들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주장하며 악덕 관리자 추방 및 문책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돌리면서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였다.

. 원고는 위와 같은 집회와 시위가 계속되던 중인 2014.11.20. 참가인에게 베트남 사업장 자재관리 관련 본사의 장점 지도·관리, 라인 인력관리 부분에 대한 현황파악 및 공정관리, 기술공유등을 목적으로 2014.11.24.부터 같은 해 12.24.까지 베트남 법인으로 해외출장을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출장명령이라고 한다).

. 참가인은 2014.11.21. 09:53경 및 다음 날 11:48경 시어머니 환갑, 친정아버지 수술 간병 등의 사유로 위 출장명령에 대해 변경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원고에게 발송하였다.

. 원고는 징계위원회 개최 등 징계절차를 거쳐 2014.11.26. 참가인을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해고를 하면서 내세운 징계사유는 참가인이 조립팀 관리자로서 원고 내에서 발생한 집회·시위와 관련하여 인력관리를 미흡하게 하여 취업규칙 제69조제10호 등을 위반하였다는 점(이하 1 징계사유라 한다)원고의 긴급하고 정당한 출장명령을 개인사정을 이유로 수차례 거부하여 취업규칙 제69조제9호 등을 위반하였다는 점(이하 2 징계사유라 하고, 1 징계사유와 통틀어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이었다.

.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에 대해 2014.12.4. 원고를 상대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2014부해561호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15.1.30. ‘징계 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고,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역시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인정하고 원고에게 참가인의 복직 등을 명하는 판정을 하였다.

.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대하여 2015.3.12. 중앙노동위원회에 2015부해237호로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5.14. ‘1 징계사유는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제2 징계사유만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데 제2 징계사유만으로 참가인을 해고하는 것은 징계양정이 과다할 뿐만 아니라 징계절차에도 중대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인정하여 원고의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 원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69(해고사유) 희사는 사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해고할 수 있다.

9. 회사의 경영상 영업 계획 변경 등의 정당한 직무명령에 3회 이상 불복하여 회사에 물질적, 금전적 손실을 야기한 자

10. 회사의 명예(이미지) 또는 신용을 중대하게 손상케 한 자와 손실을 발생케 한 자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8,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 1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1) 원고는 참가인이 조립팀의 정규직 직원으로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주된 업무로 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이 조립팀의 파견근로자들이 집회와 시위를 개최한 것에 대하여 파견근로자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2) 먼저 참가인이 조립팀의 정규직 직원으로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주된 업무로 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참가인이 조립팀 파견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조회에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참석하여 안전교육이나 작업지시를 하는 등 파견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고 인력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된 업무로 담당했다는 취지의 갑 제12호증의 기재, 증인 B, C의 각 일부 증언과, 참가인이 20147월경부터 10월경까지 조립팀의 인력운영안정규직 관리자 충원 요청등 인사 관련 문서를 몇 차례 기안하여 조립팀의 장으로서 그 업무를 총괄하는 B의 결재를 받았던 사실에 관한 갑 제13호증의 기재와 증인 B의 일부 증언이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증인 D의 증언이나, 을나 제6호증의 기재, 증인 B, C의 각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20145월 경 부터 이 사건 해고가 있을 무렵까지 조립팀은 B을 최종 관리자로 하고 E를 중간 관리자로 하며 그 아래에서 조장, 주임 등이 업무를 나누어 맡는 형태로 직제가 구성되어 있었는데, 참가인은 그중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주임의 직위에서 업무를 담당하였던 점, 위 직제상 참가인이 담당하기로 되어 있는 업무는 부자재 수불 마감’, ‘불량 반출 관리등 자재·품질·개발 관련 업무였고, 직원들의 근태관리나 신규 직원들에 대한 교육 등 인사 관련 업무는 참가인이 아닌 다른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로 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그로써 인정되는 사실만으로는 참가인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지휘·감독이나 인력 관리를 주된 업무로 담당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참가인에게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 또는 인력 관리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그것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참가인이 B, E와 함께 파견근로자들에 대하여 지휘·감독을 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들을 관리할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파견근로자들이 집회와 시위를 개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참가인에게 파견근로자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참가인이 위와 같은 집회·시위의 동기나 원인을 제공하였다거나 그에 기여를 하였다거나 그러한 집회·시위의 발생을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다는 등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충분히 주장·증명된 경우에만 참가인에게 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파견근로자들의 집회·시위와 관련하여 참가인이 관리를 소홀히 하였다고 평가하는 근거가 될 만한 구체적인 사유로 참가인이 집회에 가담한 파견근로자들과 매우 가까운 사이여서 그들의 불만과 의견을 원고에 전달하여 사태를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갑 제4, 15호 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B, C의 각 일부 증언만으로는 참가인이 위에서 본 파견 근로자들의 집회·시위의 원인이 된 사유, 즉 휴업수당 미지급이나 상사의 비인간적인 대우 등에 관한 파견근로자들의 불만이나 의견을 그 집회·시위 개최 전에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그와 같은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참가인이 이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적으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1 징계사유는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 2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1) 원고는 이 사건 출장명령이 정당한 직무명령이라는 전제에서 참가인이 이 사건 출장명령에 3회 불응하였으므로 취업규칙 제69조제9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 출장명령은 사용자의 업무명령권에 속하는 것으로 사용자에게 재량이 인정되지만 업무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범위라는 제한을 받고, 그것이 근로계약에 위반되거나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근로자에게 이에 따라야 할 성실의무 및 노무제공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2.3.13. 선고 915020 판결 참조). 업무상 필요를 이유로 하여 출장명령이 취해진 경우 그 출장명령이 정당한 업무명령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출장명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출장명령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9.10. 선고 200710440 판결 참조).

3)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출장명령은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 원고는 이 사건 출장명령이 당시 업무상 필요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유로 참가인을 베트남 법인에 보내 한국보다 훨씬 규모가 큰 공장의 관리자 역할과 업무를 배워 오라는 원고의 경영 판단이었다거나 참가인에게 자재관리 방법에 관해 베트남 공장을 지원하도록 하고 인력 관리에 관한 기술습득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출장명령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사유에 불과하고 이 사건 출장명령에 특수한 업무상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출장명령의 시점이나 대상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출장명령이 업무상 필요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는다. 즉 원고는 ‘2014.11.24. ~ 2014.12.24.’라는 특정 시점에, ‘참가인이라는 특정 직원이 베트남 법인에서 위와 같은 교육을 받거나 지원 활동·기술 습득 등을 하여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앞에서 본 것처럼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출장명령을 할 무렵에는 조립팀의 파견근로자들이 2주가 넘게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고 있었던 시점이었으므로 위와 같은 베트남 법인에서의 교육이나 지원 활동·기술 습득보다는 위 집회와 시위사태를 해결하여 조립팀의 업무를 안정화하는 것이 원고나 참가인에게 훨씬 더 시급한 문제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증인 C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출장명령을 한 데에는 참가인이 노동운동을 하는 남편에게 원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앞서 본 파견근로자들의 집회와 시위에 도움을 주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출장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이 사건 출장명령은 참가인에게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해외 출장을 명하는 것으로 통상 며칠에 불과한 국내 출장과 비교하였을 때 근로자인 참가인에게 가져오는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 즉 이 사건 줄장명령으로 참가인은 가족, 친지 등과 떨어져서 해외에서 한 달가량 거주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참가인은 정주하고 있던 곳을 떠나 거주지를 임시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어야 하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 장기간 생활하게 됨으로써 지인들과 교류하며 인간관계를 이어나가거나 근무시간 외에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 등을 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며, 그로 인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개연성도 있다. 이처럼 통상적인 국내 출장에 비해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출장명령이 정당화되려면, 그러한 불이익을 압도할 수 있는 업무상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출장명령에서는 특별한 업무상 필요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 원고가 2014.11.24.부터 같은 해 12.24.까지를 기간으로 하는 이 사건 출장 명령을 그 출장 개시일로부터 불과 나흘 전인 2014.11.20.에 참가인에게 발하였음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 사건 출장명령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해외 출장을 명하는 것으로서 근로자에게 가져오는 생활상 불이익이 클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장기 출장을 준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출장 개시일로부터 불과 나흘 전에 발한 이 사건 출장명령은 이례적인 것으로서 달리 긴급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그 절차적인 정당성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출장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그 시기, 기간, 내용 등과 관련하여 사전에 참가인에게 예고를 하거나 참가인과 협의를 하였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는 이 사건 출장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도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출장명령은 정당한 업무명령이 아니므로 참가인이 이에 불응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참가인을 징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2 징계사유는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각 징계사유는 모두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징계절차나 징계양정에 관한 다른 주장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를 부당해고로 인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서범욱 이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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