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 2017.02.10. 선고 2016나2016939, 2016나2016946(병합) 판결 [근로에 관한 소송. 근로자지위확인 등]
♣ 원고, 피항소인 / 1. 박○수, 2. 홍○규, 3. 오○영, 4. 한○성
♣ 피고, 항소인 / ○○자동차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2.5. 선고 2014가합573565, 2015가합507923(병합) 판결
♣ 변론종결 / 2017.01.18.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임금지급의무의 이행으로써, 피고는 원고 박○수에게 38,631,099원, 원고 홍○규에게 40,765,655원, 원고 오○영에게 37,597,583원, 원고 한○성에게 39,335,83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예비적 청구: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으로써, 피고는 원고 박○수에게 38,631,099원, 원고 홍○규에게 40,765,655원, 원고 오○영에게 37,597,583원, 원고 한○성에게 39,335,83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들은 제1심에서 피고에 대하여 주위적으로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지급의무의 이행으로써 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과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으로써 돈의 지급을 구하였는데, 제1심법원은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예비적 청구에 한정된다.
2.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사실과 갑 제5, 36, 38 내지 41, 62호증, 을 제3, 7, 11호증, 제1심증인 이○철, 임○규의 각 증언,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를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 박○수는 2005.7.11.부터 2007.7.10.까지, 원고 홍○규는 2006.5.9.부터 2008.5.8.까지, 원고 오○영은 2005.10.4.부터 2007.10.3.까지, 원고 한○성은 2005.7.19.부터 2007.7.18.까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 ○○연구소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1)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가) 피고는 월 내지 주 단위로 작성된 매일의 작업계획을 협력업체에 전달하였고, 원고들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라 한다)은 피고가 제작한 제작사양표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도장공정에 투입할 차체의 종류와 도료의 색상 등을 정해야 했고, 실러도면에 표시된 바에 따라 실러를 주입하여야 했다. 이 사건 도장공정의 실러·연마 작업 등 세부공정별 소요시간이 구체적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도장공정은 피고가 정한 주간생산계획 등에 따라 매일의 작업량이 정하여져 있으므로, 협력업체가 이같은 매일의 작업량을 무시한 채 임의로 작업량을 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원고들은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에 따라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자동차 생산공정 중 일부에 참여하여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였으므로, 원고들로서는 피고로부터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을 직접 개별적으로 지시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실러도면 등은 발주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정보전달 수단으로서의 의미 이상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실러도면의 기재내용이 도장업무에 관하여 단순히 참조할 사항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구속적 성격을 부정하기 어렵다(예컨대, 원고들이 실러도면에 표시된 곳과 다른 부위에 실러를 주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나아가 실러도면이 단순히 업무에 참조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려면, 이 사건 도장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 혹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실러도면에 기재되지 않은 작업을 할 수 있는 등 재량행사의 여지가 있었어야 할 것이나 협력업체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도장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고유의 재량을 행사하였다는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도장업무에 대한 피고의 직·간접적인 관여를 도급인으로서 지시권 행사에 불과한 것으로 보려면, 협력업체가 도급인의 지시를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독자적인 수급인으로서 업무에 관여하였음이 밝혀져야 할 것인바, 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피고의 지시와 질적으로 구분되는 지휘·명령을 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
나) 피고는 월, 주 단위로 작성된 매일의 작업계획을 협력업체에 전달하는 외에 설계 등의 변경에 연동된 작업량이나 작업방식 등의 변경에 대처할 목적으로 일일생산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거나 긴급생산계획 등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인 연구원들도 정규의 작업계획이나 회의 등을 통해서 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긴급히 처리하여야 할 작업방법, 작업내용을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하였다(문자메시지가 아닌 구두로 업무처리를 요청하는 경우는 더욱 빈번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의 연구원인 이○은 ‘도장업무에 변경사항 등이 발생할 경우 이미 제작된 제작사양표 등과 별도의 지시를 내리기도 하는데, 그 비율은 10% 정도가 된다.’고 증언한 바 있다).
피고가 위와 같이 수시로 작업방법을 변경하기도 하고,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직접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긴급히 처리해야 할 작업내용을 통지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도장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협력업체 또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재량이 거의 없어 이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던 이상, 피고의 위 지시들은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에 대한 지시가 아니라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의 일환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문자메시지의 전달은 단순한 정보전달 내지 협업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그리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문자메시지상의 작업요청을 거부하거나 요청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음에 비추어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들 역시 업무상 지휘·명령의 일환으로 봄이 상당하다.
또한 피고는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양산공장과 달리 이 사건 도장공정은 컨베이어벨트가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작업자들이 해당 작업을 완료한 후 다음 공정으로 차체를 이동하기 위해 직접 컨베이어벨트의 이동을 조작하게 되므로[이른바 ‘스탑 앤 고(Stop & Go)’ 방식], 피고는 이 사건 도장업무의 작업량이나 속도를 통제·관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도장공정에서의 차체이동은 파이롯트차 제작을 위해 피고가 계획한 차체 및 의장공정 등 생산일정에 연동하여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이 사건 도장공정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인접한 공정들과 맞물려 피고가 정해둔 매일의 작업량을 수행한 이상, 양산공장 중 도장공정의 컨베이어벨트 작업과 비교하여 이 사건 도장공정의 컨베이어벨트 작업의 관리·통제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관계가 부정되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다) 작업표준서(갑 제15호증 등)의 비치 여부, 용도에 관하여 원고들과 피고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으나,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도장업무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별도의 작업표준서가 제공·비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① 실러도포 내지 연마작업 등은 작업방식이 매우 단순한 까닭에, 피고가 실러도면 등에 작업 부위만 특정해주면 별도 작업방법을 명시하지 않았어도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수행 방식은 일의적으로 예측될 수 있었던 점, ② 작업표준서조차 비치되지 않거나 비치 자체가 불필요한 공정일수록 그 업무의 본질은 노무제공으로 볼 여지가 크고, 이는 오히려 해당 업무의 컨베이어벨트 라인에의 종속성을 드러내는 징표가 될 수 있는 점, ③ 작업표준서 등을 숙달하여 실제 작업에서 그 내용을 참조할 필요조차 없게 된 때에도 이를 피고가 정한 작업방식과 무관한 재량적 작업방식이 허용된 결과로 평가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작업표준서 등에 따른 작업방식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체화되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④ 피고가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작업표준서를 비치해두고 그 준수 여부를 엄격히 따지고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작업표준서의 제공·비치 유무가 바로 피고와는 구분되는 협력업체 고유의 업무재량성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거나, 피고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대한 지휘·감독이 없었음을 인정할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가) ○○연구소는, 설계된 내용에 따라 소규모·다품종의 파이롯트차를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품질 및 성능의 적합성 검증 등을 실시하며, 이로써 확인된 문제점 등을 다시 설계 등에 반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신차의 연구·개발 등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신차의 연구·개발이라는 위 목적은 ○○연구소 내에 위치한 이 사건 도장공정 내에서도 동일하게 관철되고 있다. 즉, 피고는 협력업체 근로자들로 하여금 새로이 설계·구상한 도장공법 등에 따라 실러·연마 등의 도장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와 같은 도장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확인되는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 조치를 취한 다음, 다시 협력업체 근로자들로 하여금 도장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여 작업의 적합성을 검증한다(기존 도장공법을 신차에 적용하고 그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 역시 이 사건 도장공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업무 중 하나로 보인다). 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이 사건 도장업무가 위와 같이 도장공법 등에 관한 피고 차원의 연구·개발 작업을 직접적으로 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결과(해당 업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검증 작업의 결과는 다시 도장공법의 연구·개발 등 업무에 반영된다), 이 사건 도장업무는 피고의 작업성 검증을 포함한 전체 연구·개발 업무와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는바, 특히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인 연구원들이 수행하는 각종 검증작업 등과 관계에 있어서는 그 종속적 성격이 두드러진다(○○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에 따른 이 사건 도장업무의 위와 같은 종속적 성격으로 인해, 이 사건 도장업무는 청소, 경비 등 피고가 이른바 외주화를 위해 외부 업체들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여타 부수적 업무들과 구분될 수 있다).
나) 또한 이 사건 도장공정은 전체적으로 보아 파이롯트차 제작을 위해 피고가 계획한 작업절차, 즉 ‘차체제작→도장작업→부품조립(의장작업)’의 중간부분에 해당하므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이 사건 도장작업은 그 전후 공정의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의 작업들과 상호 연동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각 단계별 작업들이 신속하게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후속 공정에서 발견된 도장작업의 오류가 피고의 즉각적인 수정요청 및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수정작업을 통해 시정될 수 있어야, 신차의 연구·개발이라는 피고의 목적 달성이 가능하게 된다. 이 점에서도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협력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가) 협력업체는 근로자들의 선발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협력업체가 기존 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고용을 대부분 그대로 승계하였음을 고려하면 근로자의 선발권한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협력업체는 근로자들 중 누구에게 어떤 작업을 맡길 것인가에 관한 작업배치권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위 선발 과정, 이 사건 도장업무의 단순성 및 도장업무에서 근로자의 개성보다 근로자의 수나 숙련도가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협력업체의 작업배치권 역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협력업체는 반장, 팀장 등 현장관리자들을 두어 소속 근로자들의 출퇴근 관리, 휴가사용 등 근태관리를 직접 행하였다. 그러나 현장관리자들은 관리업무(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연장, 야간, 휴일근무를 파악하여 협력업체 사장과 피고 담당자에게 보고하는 업무 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와 더불어 이 사건 도장업무를 지원하거나 결원 등 발생 시 담당 근로자를 대체하여 근무하여 온 것으로 보이므로(조·반장 등 관리자의 경우 대체로 숙련도가 높아, 도장업무의 지원·대체업무와 관리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관리감독자로서의 역할 자체가 크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수급인이 그가 고용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태관리를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견사업주 역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태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더욱이 파견사업주가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의 수 및 근로시간에 따라 대금을 청구하게 되어 있는 경우에 파견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근태관리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관리를 하였다는 것이 도급의 징표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결국 이 사건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이 사건 도장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수, 일일 작업량, 작업시간,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내용, 작업속도, 작업장소를 협력업체가 정하였는지 아니면 피고가 정하였는지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도장업무의 세부 공정에 몇 명의 근로자를 투입할 것인지, 그들의 작업시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 작업방법·순서·내용·속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피고가 정한 표준 T/O와 피고가 설치·운영한 컨베이어벨트 라인에 의하여 결정되었고, 이들에 관하여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보인다.
4)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전문성·기술성이 있는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는지, 원고들이 맡은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는지
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는 피고가 미리 정해 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협력업체의 전문적인 기술이나 근로자들의 전문성·기술성이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는 수급업체 고유의 기술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소속 근로자들의 노무제공 자체를 이 사건 도급계약을 통한 도장업무의 수행에 있어 보다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도장업무와 관련하여 전문성·기술성은 신차 출시를 위한 도장공법 등의 연구·개발을 담당한 피고에게 있다고 보이고, 피고가 주장하는 협력업체 혹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전문성이란 협력업체와 무관하게 근로자가 장기간 같은 업무를 반복함에 따른 업무 숙련도 이상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맡은 업무가 고유의 전문성·기술성으로 인하여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의 업무와 구별된다면 이는 도급의 중요한 징표가 될 수 있겠으나, 이 사건 도급공정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5) 협력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피고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하였던 제반 설비와 기계 및 비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였고, 협력업체는 작업에 필요한 장갑이나 작업복 등 일부 소모품만을 소속 근로자들에게 제공하였을 뿐이다. 이 사건 도장공정에 협력업체의 고유 자본이나 기술이 투입된 바 없다. 협력업체는 피고 외부에 별도의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두고 있지 않고,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춘 바 없었다.
○○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피고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입찰 등 공개경쟁 방식을 통해 해당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의 대표는 대부분 피고에서 장기간 근무하다 퇴직한 자들로 보인다(증인 이○호는 ‘주식회사 ○운, ○은기업의 대표는 피고의 임·직원 출신이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협력업체는 피고로부터 투입인원(피고가 정한 표준 T/O가 기준이 된다)에 따라 산정된 도급대금을 수령할 뿐이어서, 도급계약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노력과 판단으로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사실상 봉쇄되어 있었다.
다. 고용의무 발생의 효과
원고들이 최초 입사일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이 사건 도장공정 내에서 계속적으로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각 파견근로 개시일로부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원고 박○수는 2007.7.11., 원고 홍○규는 2008.5.9., 원고 오○영은 2007.10.4., 원고 한○성은 2007.7.19.)부터 고용의무를 부담한다(피고는 ‘근로자파견계약의 주요 내용을 서면화하도록 한 파견법 제20조제1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근로자파견계약은 요식성을 가진다’고 전제하고 ‘정식의 근로자파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해당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파견법이 적용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나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사를 표시할 의무가 있다.
4. 금원지급의무의 성격 및 범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환(재판장) 이영창 조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