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직장안의 인간관계와 관련된 것인 이상 망인이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가 아닌 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22017.02.23. 선고 2016구합1172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7.02.02.

 

<주 문>

1. 피고가 2015.1.2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의 부친인 망 황◎◎(1974.6.21.,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동○○○(이하 ○○○이라 한다)의 차장으로 김포시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 민자사업{원도급자 : 주식회사 ○○○건설(이하 ○○○건설이라 한다), 하도급자 : ○○○, 하도급공사명 : 풍무처리분구(오수관로 터파기 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의 중간관리자였다.

. ○○는 인천 ○○○○○○호 포크레인의 운전기사인데, 이 사건 공사현장에 투입되어 포크레인 공사를 하였으나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가, 2011.12.14. 07:54경 위 포크레인을 운전하여 김포시 ○○동에 있는 ○○유치원앞 도로를 ○○아파트 방면에서 ○○유치원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그곳을 반대 방면으로 진행하던 망인운전의 ○○○○○○호 트라제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일으키게 되었고(이하 위 장소를 이 사건 사고장소라 한다), 이로 인해 망인과 시비가 되어 다투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망인은 위 트라제 승용차에서 내려 그 곳 옆에 떨어져 있던 돌을 주워 이○○가 앉아 있는 위 포크레인 운전석을 향해 던졌고, 이로 인해 위 포크레인 운전석 유리창이 깨졌다. 그러자 이○○는 격분하여 망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위 포크레인 버켓(높이 118cm, 81cm, 무게 약 2)을 들어 올려 오른쪽으로 회전시킨 다음 이를 망인이 서 있는 왼쪽 방향으로 회전시켜 망인의 왼쪽 다리 부분을 1회 충격하여 망인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계속하여 바닥에 넘어진 망인이 다시 일어나려고 하자 위 포크레인 버켓으로 망인의 등을 위에서 아래로 2회 내리 찍어 망인으로 하여금 2011.12.14. 09:05경 김포시 ○○동에 있는 김포 ○○병원 응급실에서 다발성 장기손상 및 다발성 골절로 인한 급성 심폐정지로 사망하게 하여 망인을 살해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 원고는 2014.12.4.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5.1.23. 원고에 대하여 망인이 상대방을 자극하는 등 망인의 직무 한도를 넘는 것으로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5.6.15.경 위 심사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불복하여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제기한 재심사청구 역시 2015.10.16.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6 내지 18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망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관리자로서 이○○에게 업무상의 지시를 하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이에 불만을 품은 이○○가 망인에게 가해행위를 할 위험성이 이미 내재되어 있었고, 실제로 이○○가 고의적으로 망인과 접촉사고를 낸 후 망인과 다투다가 포크레인으로 망인을 살해하여 그 위험이 현실화된 것임을 고려하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결국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 인정사실

1) 망인과 이○○ 사이의 업무상 관계 및 갈등 등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차장으로 현장소장 이◎◎의 지휘를 받아 주로 현장에서 작업진행을 사실상 총괄하고 포크레인 장비기사, 토목공사 현장인력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거나 독려하며, 작업현황을 점검한 후 동○○○ 또는 원청업체인 ○○○건설에 보고하고, 대금지불 등을 점검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포크레인 기사 4명이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근무를 하였는데 이○○는 위 현장에서 포크레인 기사로 근무하였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이○○를 포함한 포크레인 기사들이 받지 못한 장비대금은 각 약 3,000만 원이었다.

○○는 다른 포크레인 기사들과 함께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틀 전인 2014.12.12.경 원청업체인 ○○○건설을 찾아간 이후, 망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동○○○ 현장사무실을 찾아가서 밀린 장비대금을 언제 지급해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한 후 밀린 대금 중 400만 원은 2011.12.13. 지급받기로 하였다. 그런데, ○○○ 측에서 압류가 된 이○○의 계좌에 대금을 입금하여 이○○가 대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되자 이○○는 현장소장에게 30만 원을 미리 지급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하였다.

한편, ○○2011.12.12. 망인에게 포크레인의 부속장비인 브레이커 로미를 동○○○측에서 구입하여 주면 이에 관한 비용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음에도 동○○○에 위 대금을 청구하였고, 이를 알게 된 망인으로부터 2011.12.13. 오전경 더 이상 현장에서 일을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2) 이 사건 사고의 발생경위 및 경과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11.12.14. 포크레인기사 백○○, 현장반장 장○○과 함께 동○○○ 현장사무실에서 공사현장인 김포시 소재 ○○대학교 인근 터파기공사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는데, ○○는 현장사무실에 공구를 가지러 가던 중 이 사건 사고장소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 사건 사고장소는 차량이 한 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도로인데, ○○는 포크레인을 옆 쪽에 비켜서 있다가 망인의 차량 앞에 주행하던 백○○의 포크레인을 통과시켜준 후 망인이 운전하는 차량이 위 도로에 진입할 무렵 도로에 진입하였고 그러다가 포크레인의 좌측 타이어가 망인 운전의 차량 좌측 휀다부분을 누르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망인은 위와 같은 접촉사고 이후 이○○가 포크레인을 이동해주지 않자 운전석문을 열 수가 없어서 조수석을 통하여 차량 밖으로 나온 후 이○○가 탑승하고 있는 포크레인을 향해 돌을 던졌다.

이에 이○○는 포크레인 버켓을 이용하여 망인을 살해하였고, 그 이후 현장사무실로 이동하여 현장소장에게 내가 망인을 반은 죽여놓고 왔다고 말하였다.

3) 형사판결

○○는 위와 같이 망인을 살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2.5.18.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항소 및 상고가 제기되었지만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5, 18 내지 20호증, 을 제1, 3, 5호증의 각 기재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직장안의 인간관계와 관련된 것인 이상 망인이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가 아닌 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5.1.24. 선고 948587 판결, 대법원 2008.8.21. 선고 20087953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본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여러 사정들 즉,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관리자로서 동○○○과 원청업체인 ○○○건설의 지배·관리 아래에 있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포크레인 기사인 이○○와 공사대금 등 문제로 갈등이 있다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점, ○○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데다가 브레이커 로미에 대한 대금 청구 문제로 다투던 중 망인으로부터 일을 그만두라는 말을 듣게 되자 망인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감정이 일정한 상황에서 사고로 발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이○○와 다투는 과정에서 이○○의 포크레인을 향하여 돌을 던지기도 하였으나 평소 다른 사람과 특별히 물리적인 다툼을 벌인 적이 없었던 이○○가 망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불만이나 감정의 개입이 전혀 없이 단지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 망인을 살해하기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살해의 경위에 석연치 않은 사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살해의 과정이나 방법이 잔혹한 점, 또한 망인이 이○○가 탄 포크레인을 향하여 돌을 던진 것은 접촉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가 포크레인을 이동해주지 않자 항의의 표시로 행한 것으로 보일 뿐, 망인이 이○○의 살인행위를 도발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관리자로서 그 현장의 직원 내지 인부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망인이 담당하고 있던 업무에는 그 업무지시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직원이나 인부에 의하여 가해행위를 받을 위험이 내재되어 있었다고 할 것이고, ○○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고 이 사건 사고 전날 해고를 당한 것 때문에 망인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중 마침 오전에 좁은 도로를 교행하다가 망인의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한 후 망인과 다투다가 망인을 살해한 것으로 이로써 망인의 업무에 내재되어 있던 위와 같은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망인의 자극 내지 도발이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상대방이 그에 상응하는 폭행이나 상해의 정도를 넘어 살인행위까지 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는 어려운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상 망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피고는 망인의 모친이 장제를 실행한 자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장의비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망인의 모친이 망인의 아들인 원고를 대신하고 유족을 대표하여 장제를 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경아(재판장) 김세현 민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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