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업장이 같은 공장 건물 내에 있더라도 사실상 작업장소가 분리되어 있고, 작업공정의 흐름, 작업 내용에 비추어 두 사업장 소속 근로자들이 서로 뒤섞이지 않고 각각의 작업장소에서 노무를 제공하여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두 사업장에 대하여 각각 다른 보험요율에 의한 산재보험료가 부과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부산지방법원 2006.05.17. 선고 2005구단1859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료부과처분 등]
♣ 원 고 / 주식회사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06.03.22.
<주 문>
1. 피고가 2004.8.13. 원고에 대하여 한 128,279,860원의 산업재해보상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3, 갑 제4, 5, 7,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부산 ○○구 ○○동 ○○○ 소재 주식회사 ◎◎◎(이하 소외회사라고 한다)의 사업장 내에서 소외회사가 생산한 아연도금 강판, 칼라도장 강판 등의 완제품을 포장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2002.1.18. 피고에게 산재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면서 산재보험요율표상 사업종류를 “도금업(사업세목: 용융도금업 22201, 보험요율 21/1,000)”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여 산재보험료를 산정, 납부하였다.
나. 원고는 2002.5.24. 피고에게, 사업실태와 현저히 다른 업종으로 사업종류가 분류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산재보험관계 사업종류 변경신청을 하였고, 이에 피고가 실태조사를 마친 후 업종변경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2002.9.9. 사업종류를 “기타의 각종 사업(사업세목: 임대 및 사업 서비스업 90502, 보험요율 5/1,000)으로 변경하였다.
다. 그러던 중 피고는 2004.8.9. 자체 감사 결과 원고에 대하여, 소외 회사가 생산한 강판, 코일을 포장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소외 회사의 근로자와 동일한 위험권내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소외 회사와 동일한 사업종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2004.8.13. 사업종류를 도금업(사업세목: 용융도금업)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산재보험료 누락분으로 2002년도 확정보험료 38,975,640원 및 가산금 3,897,560원, 2003년도 확정보험료 36,643,120원 및 가산금 3,664,310원, 2004년도 개산보험료 45,099,230원 합계 128,279,860원의 부과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포장 작업 장소가 소외 회사 사업장 내에 위치하고 있어도 사실상 두 사업장의 작업장소가 분리되어 있어 원고의 직원들이 소외 회사의 작업장소에 출입하지 않고 있고, 작업 과정에 있어서도 소외 회사의 직원들이 뒤섞여 있지도 않으므로, 두 사업장이 동일 위험권 내에 있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의 주장
(가) 작업 과정에 있어 원고의 작업장소와 소외 회사의 작업장소가 장소적, 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원고의 직원과 피고의 직원들이 서로 뒤섞여 작업을 하고 있으므로, 동일한 위험권 내에 있다.
(나) 원고의 작업 내용은 소외 회사의 강판, 코일의 생산 과정 중 일부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어서 달리 별도의 최종 생산물을 생산한다고 볼 수 없는 한 소외 회사의 사업종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관련 법령
■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3.12.31. 법률 제70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보험요율의 결정) ① 보험요율은 매년 9월 30일 현재 과거 3년간의 임금총액에 대한 보험급여총액의 비율을 기초로 하고 이 법에 의한 연금 등 보험급여에 소요되는 금액, 재해예방 및 재해근로자의 복지증진 등에 소요되는 비용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업종류별로 구분·결정한다. 이 경우 임금 1원을 보험요율의 산출단위로 한다.
② 노동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보험관계가 성립하여 3년이 되지 아니한 사업에 대한 보험요율은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종류별로 따로 이를 정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04.10. 29, 대통령령 제185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보험요율의 고시) 노동부장관은 법 제6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요율을 결정한 때에는 그 적용대상사업의 종류 및 내용을 함께 명시하여 관보 및 일간신문 등에 고시하여야 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4.12.31. 노동부령 제2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4조(사업종류별 보험요율의 결정) ① 법 제63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업종류별 보험요율은 이를 천분율로 표시하되, 그 구성과 산정방법은 별표 6과 같다.
② 노동부장관은 법 제63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요율을 결정하는 경우의 사업종류는 재해발생의 위험성과 경제활동의 동질성을 기초로 이를 분류한다. 다만, 동일한 사업종류라도 사업장에 따라 임금총액에 대한 보험급여총액의 비율이 현저한 차이가 있어 동일하게 보험요율을 산정·결정함이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해사업의 종류를 2 이상의 등급으로 구분·결정할 수 있다.
다.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을 제6호증의 1, 2, 3의 각 일부 기재, 증인 이○○의 일부 증언, 갑 제10호증의 1 내지 4의 각 영상,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에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작업공정 및 작업 장소
(가) 소외 회사가 생산한 제품은 원재료인 핫코일이 상세(표면의 녹을 제거하는 것)공정, 압연(두께를 조절하는 것)공정, 열처리 공정을 거친 후 용융아연도금이 되어 얇게 압축되어 둘둘 말려져 있는 형태이다. 소외 회사는 제품이 완성되면 천정 크레인으로 완제품을 들어 포장 장소로 이동시켜 준다.
(나) 한편, 원고의 직원들이 작업하는 포장장소는 소외 회사의 4개의 공장건물 각각에 위치하고 있지만, 소외 회사의 작업 공정이 종료되어 완제품이 나오는 곳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떨어진 거리는 각 공장마다 다르나 약 3미터에서 20미터 정도이다.
(다) 소외 회사의 작업은 공정별로 진행되고 있고, 원고의 작업장은 소외 회사 작업 공정의 마지막 부분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양 사업장 소속 직원들이 서로 뒤섞여 일하지는 않는다.
(라) 한편, 포장 장소에는 가운데가 둥글게 파여 있는 모습의 목재 포장작업대가 있고, 그 곳에는 포장지가 깔려 있는데, 천정 크레인이 완제품을 포장지 위에 놓으면 원고의 직원들이 포장지로 이를 감싸고, 함석판으로 된 보호판을 이용하여 포장지를 두른 완제품을 한 번 더 감싼다.
(마) 그 다음 포장지와 보호판을 함석 재질의 밴드로 느슨하게 결속시키고, 완제품의 옆면을 포함한 제품 전체의 포장을 마무리한 다음 옆면에 둥근 모양의 보호대를 붙여 밴드로 결속한다.
(바) 이때 결속기를 이용하여 제품 전체의 결속을 단단히 한 후 봉합하고, 잔여밴드를 제거한다.
(사) 포장을 마친 제품은 소외 회사측이 보관장소로 이동시키거나 화물차에 적재한다.
(아) 한편, 위와 같은 포장 외 수출을 위한 특수포장방법이 있는데, 이는 위 포장작업에 있어 충격방지용 두꺼운 종이를 하나 더 깔아 포장하는 것이다.
(2) 위 포장 작업에 필요한 장비는 결속기, 봉합기, 절단기 등이고, 포장자재를 운반하기 위한 경운기가 있다.
(3) 원고 소속의 근로자는 총 96명인데, 대부분 포장 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4) 원고의 사업목적은 포장업, 용역업, 장비관리업, 파일러 제조업, 위 각 업종에 부대하는 일체의 사업이다.
(5) 원고 소속 근로자의 산재사고 발생 실태 <표 생략>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3조, 같은 법 시행령 제60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74조에 의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료 산정시 적용되는 보험요율은 대상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을 두되, 그 사업의 종류는 노동부장관이 재해발생의 위험성과 경제활동의 동질성 등을 기초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대상 사업을 종류별로 구분하여 동종사업에 대하여 동일한 보험요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사업의 종류를 같이 하는 경우에는 그 재해 발생의 빈도나 규모가 유사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대상사업의 종류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재해발생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최종생산품 내지 서비스의 내용, 작업공정 및 내용 등 재해발생의 위험성과 관련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위 산재보험요율표상 용융도금업은 각종 금속제품에 아연도금 또는 기타의 도금을 행하는 사업으로 되어 있고, 원고의 작업 내용은 아연도금이 완성된 제품을 포장하는 것이므로, 원고의 작업 내용이 소외 회사의 작업과정 중 일부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의 사업장과 소외 회사의 사업장이 사실상 구분되어 있고, 각 사업장의 작업은 공정별로 진행되므로, 양 사업장의 직원들이 작업 과정에서 서로 뒤섞일 염려가 없는 점, 사업 개시 후 6건의 산재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그 중 1건 만이 소외 회사의 작업공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회사의 사업장과 원고의 사업장 사이에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같다고 보이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위와 같은 재해발생의 위험성 등을 고려한다면, 원고의 사업종류를 산재보험요율표상 기타 타분류에 속하지 않은 운수업, 하역업 및 화물포장업인 “각종 운수부대사업(50406)”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사업종류를 “도금업”이라고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작업 내용상 사업종류가 “임대 및 사업 서비스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재해발생의 빈도, 재해의 정도, 임대 및 사업 서비스업에 속한 예시사업(변호사업, 변리사업 등)에 있어서의 재해발생 위험성과 원고 사업장에 있어서의 재해발생 위험성이 같다고 보여지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