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기간제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이므로 기간제법의 시행 여부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고, 기간제법 제4조가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관계 형성을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위 조항은 2년을 조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기간제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근거로 삼을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그 이후에 신규로 채용된 기간제근로자에게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부정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 서울행정법원 제12부 2016.10.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자동차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A
♣ 변론종결 / 2016.08.18.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5.7.7.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간의 중앙2015부해394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1967.12.29. 설립되어 상시근로자 58,000여 명을 고용하여 자동차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3.2.25. 원고에 입사하여 울산공장 B에서 촉탁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참가인에 대한 계약만료 통지
원고는 2015.1.20. 참가인에게 근로계약기간이 2015.1.31.자로 만료되어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구두로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라 한다).
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2015.2.9.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2015.3.31. 기각되었다.
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참가인이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5.5.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7.7.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1)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 배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시행 이후에는 사용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도 최장 2년까지는 기간제근로자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때에는 기간제근로자에게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기간제근로자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인정한다면 기간제법 제4조제2항과 결합하여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시키는 법률효과를 갖게 되어 사용자의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판례상 인정되어 오던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더 이상 적용될 수 없으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
2)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의 부존재
설령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자동차 생산공정의 일시적인 업무공백에 대처하기 위하여 참가인을 비롯한 촉탁계약직을 한시적으로 채용하여 사용해 왔고 참가인이 맡은 공정에 배치되기를 희망하는 근로자가 없어 근로계약이 여러 차례 갱신된 것에 불과한 점, 근로계약 등에 계약갱신의 의무 또는 그 요건이나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아니한 점, 원고가 채용한 촉탁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고 참가인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2년을 초과하여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관계 법령 및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원고 사업장 현황
가) 원고는 국내에서 울산, 아산, 전주 등 3개 공장에서 총 5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을 사용하여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나) 이들 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Conveyor-belt) 방식의 연속 조립 공정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생산라인상에 1명이라도 결원이 발생하면 해당 생산라인 전체가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2) 촉탁계약직 채용 경위 및 운영현황
가) 원고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상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서 제외되는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사용해 오다가 개정 파견법(2012.2.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된 것) 제6조의2 제1항제1호가 2012.8.2.부터 시행되면서 이러한 불법파견 근로자들을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직접 고용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 사내 하청업체에 고용된 계약기간이 2년 이하인 근로자들을 촉탁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였다.
나) 원고의 울산공장 인사팀은 2012.6.9. ‘직영계약직 운영안’(이하 ‘이 사건 촉탁계약직 운영안’이라 한다) 작성하여 내부결재를 마쳤고 그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생략>
다) 원고는 2012.11.20. 전국금속노조 ○○차지부와 촉탁계약직의 운영사유, 처우, 운영방안에 관하여 별도의 합의를 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촉탁계약직 운영에 관한 노사합의’라 한다), 그 중 촉탁계약직 운영사유는 다음과 같다.
<촉탁계약직 운영사유>
- 휴직, 파견, 노조전임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인원이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 기술지원, 품질문제 대응, 단산과 관련한 일시적 혼류생산을 비롯한 한시적 인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 사직, 전출, 생산소요 등에 대해서는 단협 44조에 의거한 채용 또는 충원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여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할 경우. 단, 회사는 직영 정규직 충원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한다.
- 기타 노사가 합의한 경우
라) 원고는 2012년 198명, 2013년 1,658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채용하였고, 2014.8.18. 사내하청 근로자들 중 이미 정규직으로 채용된 2,038명을 포함하여 2015년 말까지 총 4,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하는 노사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2014년 982명, 2015년 401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촉탁계약직 운영안 및 촉탁계약직 운영에 관한 노사합의에 따라 2012년 7월경부터 ① 전출, 사직, 생산소요의 사유로 근로자가 신규 채용되거나 사내하청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에는 근로자가 현장에 배치될 때까지, ② 휴직, 파견, 정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에는 사고자가 복귀할 때까지 촉탁계약직을 한시적으로 채용하여 대체인원으로 투입하기 시작하였다.
2013년 1월경부터 2015년 12월경까지 원고의 촉탁계약직 인원을 사용사유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생략>
바) 원고가 신규로 정규직을 채용하거나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할 경우 5~6주간 신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한 후 (단체협약 제114조) 근로자별 희망을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업무에 배치(단체협약 제43조)함에 따라 원고는 신규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채용이나 배치 시점 등을 고려하여 보통 수개월 단위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여 촉탁계약직을 채용하였고, 채용된 촉탁계약직은 신규 또는 기존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에 배치되는 경우 계약기간 만료일에 퇴사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러한 업무대체가 지연되거나 결원이 발생한 다른 공정에 새로 투입되는 경우에는 기존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속 근무하였다.
사) 2015.3.27. 기준 원고의 촉탁계약직 퇴직자 현황은 다음과 같고, 촉탁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한 건도 없으며, 참가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표 생략>
이와 관련하여 원고의 울산3공장 B의 지원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C은 이 법정에서 ‘참가인에게 촉탁계약직으로 열심히 일을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반면, 참가인은 이 법정에서 ‘C으로부터 일을 열심히 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아) 원고는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 정규직과 달리 인사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출석, 결근 등의 근태만을 관리하고 있으며, 촉탁직계약자에게 적용되는 원고의 ‘계약직 직원 취업규칙’ 제34조제2호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고용계약이 만료되었을 때’를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3) 원고와 참가인의 촉탁계약직 근무계약 체결 및 갱신 경위
가) 참가인은 2013년 2월경 원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촉탁계약직(기간제) 사원 모집 공고’를 보고 입사를 지원하였는데, 모집공고문에는 ‘최초 근무기간은 1개월 ~ 6개월 내 당사 소요기간이며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나) 참가인은 2013.2.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을 2013.2.25.부터 2013.3.31.까지로 정하여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다음과 같이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원고의 울산3공장 B에서 자동차의 쇼바·배터리·백시트를 장착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표 생략>
한편, 위 근로계약 중 순번 2, 5, 6, 8의 경우에는 종전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소급하여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다) 참가인은 D에서 쇼바 장착업무를 수행하던 사내하청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면서 신규교육을 받게 되자 위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인력으로 2013.2.25. 촉탁계약직으로 처음 채용되었고, 신규 근로자가 위 업무에 배치되자 2013.7.28. E으로 자리를 옮겨 배터리 장착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은 신규 근로자 배치를 이유로 2013.8.10. F으로 자리를 옮겨 백시트 장착업무를 수행하였고, 이 업무를 지원하는 근로자가 없어 2015.1.31.까지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근무하였다.
4) 기타
네이버 카페인 “G”에는 참가인을 비롯한 촉탁계약직 근로자들이 가입하여 촉탁계약직의 채용이나 근무조건 등에 관하여 서로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교환하고 있는데, ‘원고의 촉탁계약직은 대부분 몇 개월 일하다가 퇴사하고 근무기간이 최장 2년이며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게시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5, 9, 10, 11,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나 제1, 2, 7,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 참가인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한편 2006.12.21. 제정되어 2007.7.1.부터 시행된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 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항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 그 횟수나 사유에 관계없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에만 그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게 되었지만, 위 규정들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기간제법의 시행이 곧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의 형성을 막는다거나 이미 형성된 재계약의 기대권을 소멸시키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기간제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이므로 기간제법의 시행 여부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고, 기간제법 제4조가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관계 형성을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위 조항은 2년을 조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기간제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근거로 삼을 수는 없는 점,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적용하게 되면 기간제법 제4조제2항과 결합하여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근로자로 전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아닌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의 적용에 따른 결과이고 사용자로서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예컨대 총 사용기간의 상한) 등의 계약갱신에 관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으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사용자의 계약체결의 자유를 불합리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그 이후에 신규로 채용된 기간제근로자에게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부정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2)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에게는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어디에도 계약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나 계약갱신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하고, 오히려 참가인에게 적용되는 원고의 ‘계약직 직원 취업규칙’ 제34조제2호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고용계약이 만료되었을 때’를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촉탁계약직 운영에 관한 노사합의에서도 촉탁계약직의 근무기간이 한시적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은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것이 원칙임을 서로 양해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② 참가인이 입사 이후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갱신하여 왔으나, 원고는 전출, 사직, 생산소요 또는 휴직, 파견, 정직 등의 사유로 작업공정에 일시적인 업무공백이 발생한 경우에 촉탁계약직을 한시적으로 채용하여 사용하여 온 것이므로, 촉탁계약직 근로자는 신규 근로자 배치, 복직 등의 사유로 당초 업무공백 사유가 해소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점, 실제 원고의 촉탁계약직 근로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한 사직 등을 제외하면 신규 근로자 배치 및 사고자 복직을 이유로 퇴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 참가인 역시 최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신규교육을 받게 된 사내하청 근로자의 업무를 한시적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촉탁계약직으로 채용되었고, 결원이 발생한 다른 공정에 새로 투입되거나 정규직 근로자 중 참가인의 업무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상당 기간 나타나지 않아 수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근무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으로서는 신규 또는 기존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를 대체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근로관계가 종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③ 참가인은 입사 후 자동차의 쇼바·배터리·백시트를 장착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들 업무의 객관적인 내용 자체는 원고가 영위하는 자동차 제조업의 특성상 상시적·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촉탁계약직을 사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 자체의 객관적 내용뿐만 아니라 당해 업무에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한시적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과정에서 신규 교육훈련 등으로 일시적인 공백이 생기는 경우나 휴직·정직 등으로 공백이 생기는 경우에 정규직 직원이 충원될 때까지 공백이 생긴 당해 업무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
원고로서는 이러한 일시적 인력수요를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여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나, 기간제법의 입법취지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남용을 규제하는 것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를 도모하는 데에도 있으므로, 원고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규직이 아니라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촉탁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기간제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점, 원고가 촉탁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에 준하는 임금과 복지혜택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등(갑 제13, 14호증) 원고가 단순히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정규직 근로자 대신 촉탁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한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참가인이 수행한 업무 자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참가인 자신이 이들 업무를 2년을 초과하여서까지 계속하여 수행할 것에 대하여 정당한 기대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참가인이 입사할 당시 원고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촉탁계약직 사원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채용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당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그 취지는 원고가 사정상 필요한 경우에 계약기간이 만료된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할 뿐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⑤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출석, 결근 등의 근태관리만이 이루어졌고,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 제도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근로계약 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다.
⑥ 원고는 총 사용기간을 2년 이내로 정하여 촉탁계약직을 도입하였고 실제로 지금까지 촉탁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한 건도 없으며 참가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점, 참가인을 비롯한 촉탁계약직 근로자들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취업사이트에도 촉탁계약직의 근무기간은 최장 2년이고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는 점, 참가인은 B의 지원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C으로부터 일을 열심히 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나, C은 이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였고 C이 참가인에게 원고의 촉탁계약직 운용 방침에 반하는 언질을 줄 이유도 없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가인과의 사용기간을 2년 이내로 제한하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와의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의 최대 갱신기간이 2년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간의 근로계약은 마지막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2015.1.31. 확정적으로 종료하였고, 이를 고지한 데 불과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순욱(재판장) 박기주 이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