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체당금을 부정한 방법이나 위계에 의하여 지급받은 경우의 반환의무 등에 관하여 규정한 구 임금채권보장법(2011.7.25. 법률 제109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제3항에서는 거짓의 ‘보고’와 거짓의 ‘진술’을 함께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 반면,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은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호(이하 ‘처벌규정’이라고 한다)에서는 ‘거짓의 보고·증명 또는 서류제출’ 행위를 규정할 뿐 ‘거짓의 진술’은 행위유형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위 법에서 체당금 지급절차와 관련하여 ‘보고’에 관하여 규정한 것은 위 법 제22조 및 구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2012.1.6. 대통령령 제234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이외에는 달리 없으므로, 그 규정에 의한 ‘보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단순한 거짓의 ‘진술’은 처벌조항에 의한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유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더구나 처벌규정에 ‘진술’이 명시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그 규정에 있는 ‘보고’의 의미에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사건과 관련하여 근로감독관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한 ‘진술’이 거짓인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러므로 처벌규정은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요구에 따른 보고나 증명, 서류제출을 넘어서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사건 등의 조사 과정에서 사업주 등 관계 당사자가 허위의 진술을 한 것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 것은 아니다.
[2]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는 체당금 등이 지급되었는지에 따라 제1항과 제2항으로 구분하여 법정형을 달리 규정하고 있고,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호에 대응하는 개정된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항은 징역형에 관하여 구법에 비해 법정형을 낮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체당금의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동일한 법정형을 적용하도록 한 종전의 형벌규정이 적어도 체당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에는 과중하다는 데에서 나온 반성적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는 형법 제1조제2항의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16.08.24. 선고 2013도841 판결 [임금채권보장법위반]
♣ 피고인 / 신○○ 외 2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광주지법 2012.12.26. 선고 2012노153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신○○, 장○○은 공모하여, ① 피고인 신○○이 주식회사 ○○산업(이하 ‘○○산업’이라고 한다)의 협력업체인 □□산업, △△산업, ◇◇에 대한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사건과 관련하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소환요구를 받고 2010.11.9., 2011.4.5. 및 2011.6.13. 3회에 걸쳐 조사를 받으면서 위 각 협력업체는 폐업하였고 그 실사업주들이 ○○산업의 사업장에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 진술을 하고, ② 피고인 신○○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사실확인서 제출을 요구받고 2011.4.25.경 ‘위 각 협력업체는 2010.9.1.자로 공사를 포기하고 ○○산업 현장에서 철수하였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허위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다음 피고인 장○○의 승인을 얻어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함으로써, 위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업폐지에 관하여 거짓의 보고를 하였고, 피고인 ○○산업은 피고인의 사용인인 위 신○○, 장○○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거짓의 보고를 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신○○의 허위 진술 및 허위의 사실확인서 제출이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호의 ‘거짓의 보고’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우선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의미는 해당 법률에 정의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를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살피는 외에 그것이 해당 법률에서 어떠한 의미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체계적, 논리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임금채권보장법(2011.7.25. 법률 제109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28조제2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거짓의 보고·증명 또는 서류제출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처벌규정’이라고 한다).
반면 같은 법 제14조는, 고용노동부장관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은 자에게는 그 지급받은 체당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제1항), 체당금의 지급이 거짓의 보고·진술·증명·서류제출 등 위계의 방법에 의한 것이면 그 행위를 한 자는 체당금 수급자와 연대하여 반환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여(제3항), 이 사건 처벌규정과 달리 ‘거짓의 보고’와 별도로 거짓의 ‘진술’을 행위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22조제2호는 고용노동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주나 그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 관계 당사자에게 체당금의 지급을 위하여 필요한 보고나 관계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2012.1.6. 대통령령 제234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10조는, 체당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사람은 파산선고 등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확인을 받도록 하고(제1항), 고용노동부장관은 그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 제22조에 따라 해당 사업주·파산관재인·관재인·관리인 등에게 파산선고 등과 관련된 사항의 보고 또는 관계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위와 같이 체당금을 부정한 방법이나 위계에 의하여 지급받은 경우의 반환의무 등에 관하여 규정한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14조제3항에서는 거짓의 ‘보고’와 거짓의 ‘진술’을 함께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 반면,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은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는 ‘거짓의 보고. 증명 또는 서류제출’행위를 규정할 뿐 ‘거짓의 진술’은 그 행위유형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위 법에서 체당금 지급절차와 관련하여 ‘보고’에 관하여 규정한 것은 위에서 본 위 법 제22조 및 시행령 제10조 이외에는 달리 없으므로, 그 규정에 의한 ‘보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단순한 거짓의 ‘진술’은 이 사건 처벌조항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유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구나 이 사건 처벌규정에 ‘진술’이 명시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그 규정에 있는 ‘보고’의 의미에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사건과 관련하여 근로감독관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한 ‘진술’이 거짓인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벌규정은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요구에 따른 보고나 증명, 서류제출을 넘어서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사건 등의 조사과정에서 사업주 등 관계 당사자가 허위의 진술을 한 것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산업의 각 협력업체(□□산업, △△산업, ◇◇)근로자들은 2010.10. 경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에 임금체불을 이유로 위 협력업체의 실사업주들에 대하여 진정을 제기하고, 2010.12.경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을 한 사실, 피고인 신○○은 위 도산등사실인정 신청 전인 2010.11.9. 위 목포지청에서 위 진정사건에 관하여 조사를 받고, 2011.4.5.과 2011.6.13.에도 각 조사를 받은 사실, 피고인 신○○은 2011.4.5. 위 목포지청에서 조사를 받을 때 근로감독관으로부터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받고자 할 경우에는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고지를 받고 그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사실확인서 양식을 교부받아 그 작성 및 제출을 요구받은 뒤 2011.4.25. 위 목포지청에 ‘위 각 협력업체 등은 2010.9.1.자로 공사를 포기하고 ○○산업 현장에서 철수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 신○○의 위 3회에 걸친 각 진술이 위 목포지청에 대한 보고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구 임금채권보장법 및 시행령의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신○○이 2011.4.25.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행위는 체당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보고를 요구받고 한 보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3회에 걸쳐 조사를 받으면서 한 각 진술이 이 사건 처벌규정의 ‘보고’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신○○의 위 각 진술이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호의 ‘거짓의 보고’에 해당한다는 전제 아래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처벌규정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형벌 법령 제정의 이유가 된 법률 이념의 변천에 따라 과거에 범죄로 보던 행위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 이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그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개폐하였을 경우에는 형법 제1조제2항에 따라 신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도12930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신○○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사실확인서 제출을 요구받고 2011.4.25. 허위의 사실확인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거짓 보고의 점에 대하여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호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호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은 자”를, 제2호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거짓의 보고·증명 또는 서류제출을 한 자”를 규정하였다. 그런데 2014.3.24. 법률 제12528호로 개정되고 2014.9.25. 시행된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는 제1항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호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제7조에 따른 체당금 또는 제7조의2에 따른 융자를 받은 자”를, 제2호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제7조에 따른 체당금 또는 제7조의2에 따른 융자를 받게 한 자”를 규정하고, 이어 제2항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호에서 “부당하게 제7조에 따른 체당금 또는 제7조의2에 따른 융자를 받기 위하여 거짓의 보고. 증명 또는 서류제출을 한 자”를, 제2호에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제7조에 따른 체당금 또는 제7조의2에 따른 융자를 받게 하기 위하여 거짓의 보고·증명 또는 서류제출을 한 자”를 규정하였다.
위와 같이 개정된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는 체당금 등이 지급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제1항과 제2항으로 구분하여 법정형을 달리 규정하고 있고,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호에 대응하는 개정된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항은 징역형에 관하여 구법에 비해 그 법정형을 낮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체당금의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동일한 법정형을 적용하도록 한 종전의 형벌규정이 적어도 체당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에는 과중하다는 데에서 나온 반성적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는 형법 제1조제2항의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1.4.25. 허위의 사실확인서 제출로 인한 거짓 보고의 점에 대해서는 형법 제1조제2항에 따라, 행위시법인 구 임금채권보장법의 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없고 신법인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제2항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므로, 구 임금채권보장법의 규정을 적용한 원심판결은 이러한 점에서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3.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