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9조는 각 호의 요건 모두에 해당하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가 법 제37조제1항제1()목이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임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밖에 출퇴근 중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를 모두 업무상 재해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지만,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그러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그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16.08.19. 선고 2016구단52173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피고보조참가인 / ○○여객운수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6.06.17.

 

<주 문>

1. 피고가 2015.11.3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

.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2006.4.20.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자로 2014.7.22. 오전근무를 마치고 14:00경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던 중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부근에서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여 좌측 경골 하단의 개방성 골절, 아래 다리의 급성 골수염, 강내로의 열린 상처가 없는 지라의 손상, 상세불명의 뇌진탕, 외상성 피부 밑의 기종, 다발성 타박상, 경추의 염좌, 양 복사의 골절, 비골 몸통의 골절진단을 받고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 피고는 2015.11.30. 원고에 대하여, 원고 소유의 이륜자동차를 운행하여 퇴근하던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원고가 운행하던 이륜자동차의 관리 및 사용권한이 원고에게 속해 있어 출·퇴근 중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가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첫 운행시각이 06:19인 차량을 배차받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원고의 주소지로부터 참가인의 차고지까지 출근할 경우 시간에 맞추기 어려워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이외에 다른 합리적인 선택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는바, 이 사건 사고 당시 출퇴근의 방법과 선택이 사실상 원고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사업주인 참가인의 지배·관리하에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인정사실

(1) 원고의 주소지는 서울 서대문구 포방터2가길 ○○(홍은동)이고, 참가인의 차고지는 위 주소지로부터 약 20km 떨어진 서울 관악구 신림로 ○○-이었다.

(2) 원고를 비롯한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은 정해진 출퇴근시간이 없이 일일승무명령에 따라 배차받은 차량의 첫 운행시각에 맞추어 운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출근하고 차량의 마지막 운행 종료 후 퇴근하는데,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일 배차받은 차량은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에서 중앙대학교 사이를 왕복하는 5511번 버스 중 서울 74○○○○호 차량으로 위 차량의 첫 운행시각은 출발지인 위 제2공학관 기준으로 06:19이었고, 마지막 운행 종료시각은 차고지를 기준으로 13:22였다.

(3) 원고가 주소지에서 출근하기 위하여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110B번 또는 153번인데, 원고 주소지 부근 버스정류장에서의 첫 정차시각은 110B번은 04:36, 153번은 04:53이고, 원고의 주소지는 버스정류장(서울여자간호대학 또는 유원하나아파트)으로부터 도보 약 9(570m) 또는 8분 거리(553m), 참가인의 차고지는 버스정류장(신림동고시촌 입구)으로부터 도보 약 3분 거리(188m)에 위치해 있다. 원고가 자신의 주소지에서 참가인의 차고지까지 이동할 때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도보 10여분을 포함하여 약 70~80분이 소요되고, 출근 후 첫 운행 전 구내식당에서 참가인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하고 냉각수 보충 등 차량 점검 및 연료 보충 등 운행을 위한 준비를 한 후 차고지로부터 약 3km 거리에 있는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까지 이동하는데 총 30~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원고가 택시만을 이용하여 출근할 경우에는 50분 이내에 차고지에 도착할 수 있다(택시비 약 20,000).

(4) 참가인은 근로자들에게 통근을 위한 별도의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아 근로자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자가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통근하고 있다. 참가인이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주차공간을 제공하거나 교통보조비나 유류비 명목의 금원을 지급한 바는 없으나, 차고지 내 빈공간이 있는 경우 근로자들이 주차하는 것은 허용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를 비롯한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은 오토바이 또는 개인 소유의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경우 회사 차고지의 빈 공간이나 차고지 진입로 등에 주차를 하였다.

(5)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용산역에서 남영역 방향으로 신호대기 중 적색 신호에 신호위반하여 예측 출발하고, 상대 차량 운전자가 구 용산구청 방면에서 국방부 방향으로 신호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하여 진행하던 중 차량 앞부분으로 교차로에 진입한 원고의 오토바이 좌측 부분을 충격한 것으로, 원고가 통상적으로 다니는 출퇴근 경로상에서 발생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6 내지 11, 20호증, 을가 제2 내지 4호증, 을나 제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이라고 한다) 37조제1항제1(), (),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고 한다) 29조의 내용, 형식 및 입법취지를 종합하면, 시행령 제29조는 각 호의 요건 모두에 해당하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가 법 제37조제1항제1()목이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임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밖에 출퇴근 중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를 모두 업무상 재해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지만,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그러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그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2.11.29. 선고 201128165 판결, 대법원 2010.4.29. 선고 2010184 판결, 대법원 2014.2.27. 선고 201317817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면, 사용주인 참가인이 출퇴근용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출퇴근에 이용하던 오토바이가 원고의 소유로 그 관리·사용권이 원고에게 속하기는 하였으나,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일 출퇴근 방법으로 자가운전(오토바이 이용)을 선택한 것은 배차받은 차량의 첫 운행시각에 맞추어 차고지에 도착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사고 당일 원고가 배차받은 버스의 첫 운행시각은 차고지로부터 3km정도 떨어진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 기준으로 06:19이었고, 원고는 위 첫 운행시각으로부터 적어도 30~40분 전에는 차고지에 도착하여 버스 운행을 위한 준비를 해야 했는데, 원고가 주소지에서 이용 가능한 110B번이나 153번 버스를 이용하여 출근하는 경우 첫 버스(110B번의 경우 04:36, 153번의 경우 04:53)를 이용하더라도 05:46 내지 05:56경 차고지에 도착하게 되어 운행 준비를 하기에 시간이 촉박하게 되고, 출근과정에서의 교통정체 등 각종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버스를 이용하여 배차받은 버스의 첫 운행시각에 맞추어 출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원고에게 배차받은 차량의 운행 시각은 사업주가 지정하는 출근시간과 같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해진 출근시간은 없었다 하더라도 일일승무명령에 따라 배차된 시간까지 출근하지 못하는 경우 그로 인한 책임은 운전기사인 원고가 감수해야 하는 점, 사용자인 참가인이 근로자들에게 통근을 위한 별도의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았으나 자가운전하여 출근하는 근로자들이 차고지 내 승용차 및 오토바이의 주차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출퇴근 상황에 대한 사용자의 묵인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출퇴근 구간 중 일정 구간 또는 전구간을 택시를 이용하거나 구내식당에서의 아침식사를 생략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사건 사고 당일 배차받은 버스의 첫 운행시간(06:19)에 맞추어 출근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원고로서는 현저한 육체적 노고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원고가 선택한 출퇴근 방법으로서의 오토바이 운행이 사회통념상 출근시간에 맞추어 차고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었고, 원고로서는 이동거리, 운행개시시각, 준비시간 등에 비추어 다른 합리적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참가인 회사의 업무 특성상 근로자가 업무 개시 시각에 제약을 받게 되어 근로자 스스로 출퇴근 경로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그와 같은 출퇴근 상황에 대한 사용자의 묵인이 있었던 이 사건에 있어 근로자가 출퇴근에 제약을 받는 만큼 사업주의 위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크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참가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이 사건 사고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당일 원고의 출퇴근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사실상 원고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인 참가인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피고 및 참가인은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신호위반으로 인한 것으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와 상대 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가 통상적인 운전의 위험성과 별개로 오로지 원고의 신호위반이라는 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수연

 

반응형

'근로자, 공무원 > 업무(공무)상재해, 보상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도기관사가 사상사고 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다 9년 뒤에 자살한 것은 업무상재해 [서울행정법원 2014구합61064]  (0) 2016.10.10
근로자가 사적회식에 참가하던 중 당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16두34622]  (0) 2016.10.05
사용자의 사업과는 무관한 상부 또는 연합관계에 있는 노동단체와 관련된 활동 중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 2015구단62593]  (0) 2016.09.21
자살과 회사 생활 중 겪었던 업무상 스트레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서울행법 2015구합74302]  (0) 2016.09.21
세월호 현장에서 사고와 관련한 주요 정보 업무와 사고 수습 업무를 수행하다 투신자살한 경찰관의 유족이 공무원연금법상 유족보상금 지급대상에 해당한다 [서울행법 2014구합73098]  (0) 2016.08.26
회사 회식에서 지나친 과음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 여부 및 업무와 과음,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판단 방법 [대법 2013두25276]  (0) 2016.08.24
부당이득금 징수처분 상대방인 ‘보험가입자’란 재해근로자의 사업주로서 재해 발생 당시에 근로복지공단과 사이에 보험관계가 성립한 보험가입자만 의미하는지 [대법 2016두36079]  (0) 2016.08.19
회사에서 일정한 지원을 하였더라도 외부 탁구대회 중 입은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창원지법 2016구단10153]  (0) 201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