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인들이 정당한 노동조합활동과 관련된 유인물을 배포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기숙사 현관까지 나아간 행위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경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퇴거를 요구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 대법원 제1부 2015.8.27. 선고 2013도10003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 피고인 / 1. A, 2. B, 3. C
♣ 상고인 / 검사(피고인들에 대하여)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13.7.18. 선고 2013노112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에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4.25. 선고 98도2389 판결, 대법원 2011.10.13. 선고 2011도628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사업장내의 조합활동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4.10. 선고 91도3044 판결 등 참조).
한편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307조제2항), 사실 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① 피고인 A, B는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로서 F노동조합(이하 ‘F노조’라 한다)에 소속되어 있고 N 정문 앞에 있던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위 노동조합의 홍보활동을 하였는데 피해자 회사에 의하여 셔틀버스 정류장이 L건물(이하 ‘이 사건 기숙사’라 한다) 정문 앞으로 옮겨지자 셔틀버스로 퇴근하는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노조활동과 관련된 유인물을 나누어 주기 위하여 가다가 이 사건 기숙사의 현관까지 가게 되었고, ② 피고인들이 이 사건 기숙사 쪽으로 가면서 일부 근로자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한 행위는 그 과정에서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등 피해자 회사의 시설관리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아니하여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③ 위 유인물의 내용은 F노조의 설립 사실을 알리면서 노조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으로는 피해자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실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판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정당한 노동조합활동과 관련된 유인물을 배포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기숙사 현관까지 나아간 행위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경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2)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퇴거를 요구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여, (3) 원심에서 변경된 공동주거침입의 주위적 공소사실과 원심에서 추가된 공동퇴거불응의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 여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을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의 요건, 퇴거불응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그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경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 요건인 긴급성 및 보충성에 관하여도 인정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사정들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 취지를 수긍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 김용덕(주심) 고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