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제2조제1호), 그러한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으며(제5조),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 성별, 연령, 신체적 조건, 고용형태, 정당 또는 신분에 의하여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제9조).
한편 구 출입국관리법 관련 규정에 의하면,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하 ‘취업자격’이라고 한다)을 받아야 하고, 취업자격 없이 취업한 외국인은 강제퇴거 및 처벌의 대상이 된다.
위 각 규정의 내용이나 체계, 그 취지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출입국관리 법령에서 외국인고용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뿐이지, 나아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제반 권리 등의 법률효과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한, 그러한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다.
☞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그러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되는 이상,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
☞ 이에 대하여,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음.
◆ 대법원 2015.6.25. 선고 2007두4995 판결 [노동조합설립신고서반려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 피고, 상고인 / 서울지방노동청장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07.2.1. 선고 2006누677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0조제1항, 제12조제2항, 제3항제2호 각 규정에 의하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조합의 명칭,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조합원 수, 임원의 성명과 주소, 소속된 연합단체가 있는 경우에는 그 명칭, 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 있어서는 그 구성노동단체의 명칭, 조합원 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및 임원의 성명·주소’를 기재한 설립신고서를 규약과 함께 제출하여야 하고, 행정관청은 기재사항의 누락 등으로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의 보완이 필요한 경우 2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보완을 요구하여야 하며, 그 기간 내에 보완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노동조합법 시행규칙(2007.12.26. 노동부령 제2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는 노동조합의 설립을 신고하려는 자가 설립신고서에 첨부하여 제출할 서류로서, 노동조합법 제10조제1항에서 설립신고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는 ‘규약 1부’(제1호) 및 설립신고서의 기재사항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임원의 성명 및 주소록 1부’(제2호), 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인 경우 ‘구성노동단체의 명칭, 조합원 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및 임원의 성명·주소에 관한 서류’(제3호) 외에도, 2 이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로 구성된 단위노동조합인 경우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 명칭, 조합원 수, 대표자의 성명’(제4호)에 관한 서류를 들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내용이나 체계, 그 취지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구 노동조합법 시행규칙이 제2조제4호(2010.8.9. 고용노동부령 제2호로 삭제되었다)에서 설립신고의 대상이 되는 노동조합이 ‘2 이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로 구성된 단위노동조합인 경우 사업 또는 사업장별 명칭, 조합원 수, 대표자의 성명’에 관한 서류를 설립신고서에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규정한 것은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한 것이어서, 일반국민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두1058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행정관청은 구 노동조합법 시행규칙 제2조제4호가 정한 사항에 관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그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는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구 노동조합법 시행규칙 제2조제4호 규정 사항의 보완이 없었다는 점을 반려처분의 사유 중 하나로 삼은 피고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노동조합법 시행규칙 제2조제4호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제2조제1호), 그러한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으며(제5조),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 성별, 연령, 신체적 조건, 고용형태, 정당 또는 신분에 의하여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제9조).
한편 구 출입국관리법(2010.5.14. 법률 제10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관련 규정에 의하면,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하 ‘취업자격’이라고 한다)을 받아야 하고, 취업자격 없이 취업한 외국인은 강제퇴거 및 처벌의 대상이 된다.
위 각 규정의 내용이나 체계, 그 취지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2.27. 선고 2001두8568 판결, 대법원 2014.2.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대법원 2015.1.29. 선고 2012두2824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출입국관리 법령에서 외국인고용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뿐이지, 나아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제반권리 등의 법률효과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95.9.15. 선고 94누12067판결 등 참조).
따라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한, 그러한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다.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하여 노동조합의 조합원 지위에 있는 외국인이 출입국관리 법령상 취업자격을 취득하게 된다든가 또는 그 체류가 합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조직하려는 단체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 각 목의 해당 여부가 문제 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실질적인 심사를 거쳐 노동조합법 제12조제3항제1호 규정에 의하여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대법원 2014.4.10. 선고 2011두6998 판결 참조), 설령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마치고 신고증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단체는 적법한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도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이 허용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단지 외국인근로자의 취업자격 유무만을 확인할 목적으로 조합원 명부의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그 보완 요구를 거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제2점(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에 관하여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4.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가. 일반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 외에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으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한다.
그런데 한편 다수의견도 설시하고 있듯이 노동조합법과는 달리 출입국관리 법령에서는 고용제한 규정을 두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고, 취업자격 없이 취업한 외국인을 강제퇴거 및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의 취업활동은 취업자격을 취득함으로써 비로소 법률적으로 가능하게 되고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과의 근로관계는 정지되며 당사자는 언제든지 취업자격이 없음을 이유로 기왕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점은 다수의견이 인용하고 있는 위 대법원 1995.9.15. 선고 94누12067 판결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임금 등의 금전적 청산,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 등 위법한 고용의 결과이긴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기왕의 근로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보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은 애당초 ‘정상적으로 취업하려는 근로자’에 해당할 수 없고 이미 취업한 사람조차도 근로계약의 존속을 보장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개념에 포함된다 하여 취업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거나 그의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마당에 장차 근로관계가 성립 혹은 계속될 것을 전제로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려 하는 것 자체가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지위 향상을 기대할 만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고,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나아가 외국인의 근로관계와 관련된 여러 법령의 내용은 그 입법목적과 공익 등을 두루 살펴 법체계 전체적으로 통일성과 조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하는데, 다수의견의 논리는 이 점에서도 합리성이 결여되어 찬성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한편으로는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다른 한편으로는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노동조합 설립 및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모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야말로 다수의견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한계라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는 사유를 들어 원고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피고의 처분은 정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원심의 판단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보편타당한 정의를 추구하는 법의 이념을 현실의 실정법이 그대로 구현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대가 다르고 나라가 다름에 따라 각 시대 각 나라가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실정법은 그러한 법의 이념과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실정법의 당위성을 부정하고 적용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법원이 법을 적용하는 마당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고 강제퇴거 및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출입국관리에 관한 법령이 없다면 모를까, 그러한 법령이 실정법으로 엄연히 존재하는데 법원이 이에 애써 눈감을 일은 아니다. 다수의견이라고 해서 노동조합법이 출입국관리법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위법이라고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 한편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에서 피고가 한 반려처분이 당연히 위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듯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조직하려는 단체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 각 목의 해당 여부가 문제로 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 행정관청은 실질적인 심사를 거쳐 그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상 원고가 제출한 설립신고서에 기재된 대표자가 취업자격 없이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람이었던 점, 규약에는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반대, 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이 목적 중의 하나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원고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임을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만큼, 피고로서는 이러한 목적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하기 위하여 취업자격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조합원 명부의 제출을 요구하고 그 보완 요구에 불응함을 이유로 원고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원심이 피고의 이러한 반려처분 취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피고의 반려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행정관청의 노동조합 설립신고 심사권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이 점을 더 심리하여 보아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주심) 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