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귀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차에 감금하였다는 이유로(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이 고지·확정되었다) 운전면허취소처분을 받은 원고가 울산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자동차 등을 범죄의 도구나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취지는 자동차 등을 이용한 범죄행위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가능성에 있다고 할 것인데, 위 감금행위의 경위에 비추어 원고에게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보이고, 우발적 범행으로서 재범의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들어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사건

 

울산지방법원 행정부 2015.5.14. 선고 2014구합1998 판결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울산광역시 지방경찰청장

변론종결 / 2015.4.30.

 

<주 문>

1. 피고가 2014.8.8. 원고에게 한 제1종 보통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2003.9.18. 피고로부터 제1종 보통자동차운전면허를 교부받았다.

. 원고는 2014.7.2. 20:58경 울산 남구 ○○고시텔 앞길에서 애인관계로 사귀다 헤어진 B을 원고 소유의 모닝 차량에 강제로 태운 후 32km 떨어진 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온천단지까지 50분간 운행하여 B을 감금한 행위(이하 이 사건 범죄행위이라고 한다) 등으로 울산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았고, 이후 원고가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벌금 500만 원의 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 피고는 2014.8.8. 원고에게 자동차를 이용하여 감금행위를 하였음을 사유로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제11호에 따라 운전면허취소처분을 하였다.

. 한편, 원고는 2014.8.21.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이유로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14.9.23.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2호증, 4호증, 6호증의 1 내지 15, 17 내지 20, 을 제1호증 내지 제4호증, 7호증 내지 제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성

 

. 원고의 주장

1) 행정안전부령의 위법성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제11호에 의하면 살인·강간 등의 범죄에 자동차를 이용한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 규정으로부터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범죄행위의 대상을 정하도록 위임받은 행정안전부령에도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 비견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한하여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불구하고 감금죄와 같이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는 그 보호법익이나 범죄의 중대성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범죄행위에 대하여까지 필요적 취소 사유로 규정을 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이 없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또한 운전면허 취소사유로 규정된 형법 제276조의 감금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여 그 법정형이 벌금형에서 징역형까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제1[별표 28] 213목은 그 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그러한 범죄행위에 어느 정도 가담하였는지 등에 관계없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어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미약한 경우까지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 중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고 최소침해의 원칙에도 반하는 위법한 법령인 이상,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

2) 처분 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범죄행위 당시 B이 스스로 차량에 탑승하였던 것이지 원고가 강제로 감금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재량권의 일탈·남용

비록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범죄행위로 인하여 벌금 500만 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지만, 원고 역시 B으로부터 기망 당하여 금전적인 손실을 비롯한 많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인 점, 이 사건 범죄행위의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B이 원고를 곤란에 빠뜨릴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감금의 상황을 계획하고 의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그동안 회사원으로 성실히 근무하여 왔고, 회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자동차로 출퇴근을 해왔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면 회사까지 출퇴근이 어려워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판단

1) 법령의 위법성 주장에 대한 판단

) 법률규정은 일반성, 추상성을 가지는 것이어서 법관의 법 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구체화·명확화 될 수 있으므로, 관련 법령의 입법 취지와 전체적 체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위임입법의 경우 그 한계는 예측가능성인바, 이는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 법률조항과 법률의 입법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합리적으로 그 대강이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면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한 것이다(대법원 2007.10.26. 선고 2007988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구 도로교통법(2014.11.19. 법률 제12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고 한다) 93조제1항은 본문에서 지방경찰청장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안전행정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라고 하면서 제1호에서 제19호까지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일반적 사유를 규정한 다음, 단서에서 다만, 2, 3, 7호부터 제9호까지(정기 적성검사 기간이 지난 경우는 제외한다), 12, 14, 16호부터 제18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그 중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하는 사유를 특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처분에 적용된 구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제11호는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살인 또는 강간 등 안전행정부령으로 정하는 범죄행위를 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14.11.19. 행정자치부령 제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92조는 법 제93조제1항제11호에서 운전면허 취소사유로서 안전행정부령이 정하는 범죄행위라 함은 자동차 등을 범죄의 도구나 장소로 이용하여 다음 각 호의 하나의 범죄를 범한 때를 말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각 호의 범죄 중 하나로 제2호 다목에서 형법상 감금죄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도로교통법 제93조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시킬 수 있는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제1항 관련 [별표 28]은 제213목에서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형법상 감금의 범죄행위를 한 때를 운전면허 취소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구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제11호의 사유는 2011.6.8. 법률 제10790호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필요적 운전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위 법률 개정과 함께 삭제되었다.

이와 같이 관련 법령 및 개정 연혁,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구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제1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살인 또는 강간자동차 등을 이용하여즉 자동차 등을 도구 또는 장소로 하여 저지를 수 있는 범죄행위를 예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자동차 등을 도구 또는 장소로 하여 저지를 수 있는 범죄행위의 유형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바, 형법상 감금죄도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저지를 수 있는 범죄 중에 하나의 유형으로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구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제11호나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2조제2항 다목이 예측가능성이 없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규정이라 볼 수 없다.

) 또한 구 도로교통법(2011.6.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93조제1항 단서는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살인 또는 강간 등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범죄행위를 한 경우를 필요적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그 후 2011.6.8. 법률 제10790호로 위 법률이 개정되면서 위와 같은 경우를 필요적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하였는바,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제1항이 정한 [별표 28]의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기준에서 여전히 자동차를 이용하여 감금한 때를 면허취소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기준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대법원 1998.3.27. 선고 972023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위 [별표 28] 1. . (1) ()에서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등으로 취소처분 개별기준 및 정지처분 개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별표 28] 213목에서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형법상 감금죄를 범한 경우를 운전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 규정이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처분사유의 부존재 주장에 대한 판단

갑 제4호증, 을 제6호증의 13 내지 15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원고는 B과 다시 사귀는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하였으나, B이 차에 타지 않자 휴대전화를 빼앗고, 팔을 잡아 차 쪽으로 당겼고, B이 싫다고 따라오지 않자 더 당기고 뒤에서 밀어 차에 강제로 태웠으며 이후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언양 쪽으로 가는 도중 원고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차를 세웠을 때에도 B이 가방과 휴대전화를 가지고 차에서 나가려고 하자 손으로 B을 붙잡고 가방을 당겨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였고, B이 차에서 내리자 B의 휴대전화를 파손한 후 차에 강제로 태워 울산 울주군 ○○○에 있는 ○○무인텔까지 32km50분 동안 운행하면서 피해자를 감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 원고의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진술이 기재된 갑 제6호증의 16, 18의 각 일부 기재만으로는 위 사실을 뒤집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B을 자동차에 감금한 행위는 구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제11,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제1, 같은 규칙 [별표 28]의 제213목에서 정하고 있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

3)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대한 판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운전자가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감금죄를 범하였음을 이유로 행정청이 해당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경우 법원은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 기준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구 도로교통법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그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 그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유를 참작할 때,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범죄행위가 발생한 경위를 보면, 과거 원고와 B이 연인 사이였고, 원고는 B과의 관계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B을 원고의 차량에 태우고자 하였던 것이지, 처음부터 원고가 B을 차량에 감금하고자 계획하거나 감금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가 B을 감금한 행위의 태양을 보더라도, B의 전화기나 가방을 뺏어 이를 돌려 받기 위해 B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의 차량에 탑승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B을 차량에 감금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위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하는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는 범칙금 미납이나 신호 위반 등 가벼운 교통법규를 위반한 전력 외에 이 사건 범죄와 유사한 범죄 내지는 중대 범죄로 처벌받은 전과는 없다.

과거 원고와 B이 연인 사이였고, 연인 관계를 유지할 당시 B이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로부터 금품을 지급받아 왔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바, 원고도 B과의 관계에서 피해자인 측면이 있다.

나아가 자동차 등을 범죄의 도구나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취지는 자동차 등을 이용한 범죄행위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가능성에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범죄행위의 경위에 비추어 원고에게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보이고, 우발적 범행으로서 재범의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해지(재판장) 우정민 이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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