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이 새로 맡게 된 업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납기지연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자살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함. 이에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의 취소를 청구한 사안에서, 망인이 과로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장애를 앓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근로복지공단의 위 처분을 취소한 제1심 판결을 수긍하고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기각한 사례.
◆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 2015.04.03. 선고 2014누603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피항소인 / 1. A, 2. B
♣ 피고, 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 제1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14.8.22. 선고 2013구단10750 판결
♣ 변론종결 / 2015.02.27.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3.8.29.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의 제6쪽 제1행의 “일요일”을 “월요일”로 고치고, 제8쪽 제3행부터 제10쪽 제10행까지를 아래 제2항 기재와 같이 고쳐 쓰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쳐 쓰는 부분(제8쪽 제3행부터 제10쪽 제10행까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별·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관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상에 이르게 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10.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대법원 2014.12.24. 선고 2013두1226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당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이유 중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유발된 정신장애 증상이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
① 망인은 사망 무렵 이전에 가족관계나 대인관계에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자살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도 않았으며, 업무상 스트레스 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다른 원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➁ 망인은 작업반을 옮기기 전에도 건강검진결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사격통제반으로 이동한 후 평소 다뤄보지 않았고 관련 지식도 없는 ‘NGTOD’ 등 광학(光學)관련 업무를 처음으로 다루게 되어,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NGTOD’ 제작 및 시험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당초 일정보다 훨씬 짧은 기간 내에 일을 마쳐야 하게 되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인원 증원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생소한 작업을 단시간 내에 마쳐야 하는 상황은 정상적인 업무 환경이라고 할 수 없고, 내성적이고 꼼꼼한 성격의 망인은 심적인 부담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➂ 망인은 사망하기 전 2주 동안 44시간 이상의 연장 및 휴일근무를 하였다. 본격적으로 ‘NGTOD’의 조립 및 시험 작업이 개시되기 전이었음에도, 망인은 상당히 과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
➃ 망인은 자살하기 4일 전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망인이 호소한 바와 같이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적응, 작업 지연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및 과로가 망인에게 불안장애, 적응장애를 유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설령 망인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정신장애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1.6.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➄ 망인은 업무 적응과 납기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밝히면서 퇴직을 결심하였다가 모(母)의 만류 등으로 번복하기도 하였는데, 이로 인해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안장애 등이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치의가 자살 전날 망인에게 입원을 권유할 정도로 그 정신장애 증상이 가볍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망인은 입원을 권유받은 다음 날 새벽 유서도 없이 집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였다.
➅ 제1심의 대구카톨릭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신체감정의는 “망인이 사망 당시 우울증상을 포함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무기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큰 상태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고, 위 감정촉탁결과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은 사망하기 약 2주 전부터 불면, 불안, 무기력 상태, 우울한 기분, 식욕저하를 호소하여 불안장애, 적응장애, 급성스트레스성 상태로 진단받아 정신장애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만큼,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유발된 정신장애증상이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1.15. 선고 2013두23461 판결 참조).
3) 따라서 망인이 사망한 이 사건 재해와 망인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사공영진(재판장) 장래아 정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