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11.6. 선고 2024도10532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4도10532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사
• 피고인 / 1.가.나. A
2.가. E 주식회사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24.6.13. 선고 2023노280 판결
• 판결선고 / 2025.11.06.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 죄형법정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마용주(재판장) 노태악 신숙희(주심)
【울산지방법원 2024.6.13. 선고 2023노280 판결】
•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3노280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사
• 피고인 / 1.가.나. A, 2.나. B, 3.나. C, 4.나. D, 5.가. E 주식회사
• 항소인 / 쌍방
• 검 사 / 진세언(기소), 이소연(공판)
•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23.3.6. 선고 2021고단3867 판결
• 판결선고 / 2024.06.13.
<주 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피고인 A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1)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 원심은 피고인 A의 출입금지구역 설정 의무의 법적 근거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가 아닌 제14조제2항을 들고 있는데, 이는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근로하는 작업장이 아닌 다른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중량물 떨어지거나 날아온 경우가 아닌 흘러내린 사고에도 적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F호선 E250S C1판의 낙하로 인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하고, C1판을 이하 ‘이 사건 외판’이라고 한다)는 위 규칙 제14조제2항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판계작업(이하 ‘이 사건 판계작업’이라고 한다)에 관하여는 ‘판계작업시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대책’이 포함된 표준작업지도서가 존재하고 이러한 표준작업지도서가 사실상 중량물취급작업계획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한편 피고인 D을 작업지휘 업무의 수임자 내지 작업지휘자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작업지휘자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그 외 인근 작업자들의 이동을 위한 안전통로의 설치, 사이렌 및 호각 소리를 통한 출입금지조치를 하는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A은 사업주를 대신하여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의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였다.
○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자인 G과 피고인 D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현장검증동영상, 이 사건 사고원인에 대한 동역학 해석검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2020.10.경 실시한 안전진단에서도 그 위험성이 진단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이에 예견가능성 내지 인과관계가 없다.
○ 한편 피고인 E 주식회사(이하 ‘E’이라고 한다)의 조선해양사업부는 130만평의 시스템 생산공정을 가진 대규모 사업장을 보유하고, 관계 근로자 약 17,700명이 근로하는 사업부로, 피고인 A이 개별적, 구체적 작업 현장에서의 위험성 및 의무위반까지 인식할 수 없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A이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작업을 지시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A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
(2)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위 (1)항과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구체적, 직접적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예견가능성 내지 인과관계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 A에 대한 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E
위 가) (1)항과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E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피고인 B, C, D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판계작업 당시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였고, 이 사건 판계작업에는 중량물취급작업계획서를 대신하는 표준작업지도서 또는 곡외판배열작업표준이 마련되어 기존 작업방식인 2 ~ 3개 레버풀러의 설치만으로 외판의 고정이 가능하였으며, H의 추가 레버풀러 설치 요구는 이 사건 외판의 안정성을 위함이 아닌 미세조정을 위함이었으므로 위 피고인들이 위 표준작업지도서 등에 따라 이 사건 판계작업을 수행한 이상,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여 과실이 없다. 또한 피해자가 사고구역을 통과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도 없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 또한 없었다.
나) 양형부당
위 피고인들에 대한 형(피고인 B: 벌금 800만 원, 피고인 C: 벌금 800만 원, 피고인 D: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피고인 A, B, C, D에 대한 양형부당)
위 피고인들에 대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A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결문 제12면 제1행부터 제16면 제7행 사이에 기재된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를 대신하는 구체적, 직접적 주의의무의 행위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취해야 할 안전조치의무 내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 A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 내지 인과관계, 이에 대한 피고인 A의 미필적 고의가 각 인정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 A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사고는 원심 판시 기재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규정으로 의율함이 타당하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문언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위 규칙 제14조가 제2장 작업장 편에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근로중인’ 작업장, 즉 용접작업장만을 의미한다고 한정하여 해석할 근거가 없고, 이 사건 외판이 레버풀러가 매달린 채로 빠르게 흘러내려 피해자를 타격한 이 사건 사고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온 경우’와 다르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오히려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규칙 제14조는 사업주로 하여금 작업 중인 장소와 인근 작업장을 통틀어 중첩적·보완적으로 물체의 낙하로부터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 한편 피고인 A은 출입금지구역 설정 여부를 위 규칙 제38조로는 규율하지 못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① 위 규칙 제38조(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의 작성)는 중량물 취급작업시 근로자의 위험방지를 목표로 하는 점, ② 이 사건 사고 이후 개정된 E의 표준작업지도서/유해위험성평가서에 ‘외판이 배열되는 동안에는 신호수/취부사를 제외한 외부인원이 들어올 수 없도록 안전띠를 사방에 설치 및 출입통제한다’는 사항이 추가된 점, ③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사업주로 하여금 중첩적·보완적으로 물체의 낙하로부터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2) 피고인 A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판계작업 당시 재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 중량물취급작업계획서 작성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E은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조선소 제작 사업자로,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규격의 선박을 제조하는바 개별 주문에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도 일률적인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규모 선박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은 이 사건 외판과 같이 다양한 규격과 중량을 가진 외판의 권양작업, 판계작업 등이 필수적으로, 사업주는 적어도 외판 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특히 이 사건 외판과 같이 북동쪽 사각 한쪽만이 곡면인 외판으로, 통상의 평판 또는 곡판인 외판과는 차이가 존재하여 통상의 모양을 갖추지 아니하는 동시에, 기준판이어서 이웃판과 연계하여 그 고정성 담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외판의 무게중심과 그로 인한 낙하 가능성을 예측하기 더욱 어렵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동역학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바,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의의무 또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동역학 조사는 피고인 E에서 실시한 조사로 그 객관성을 신뢰하기 어렵고, 오히려 역학조사 결과로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일반 근로자들이 이를 경험에 의존하여 예방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업주의 시스템적 예방 조치가 요구된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이후 ‘별도 조정 필요시 기존 레버풀러를 유지하고 조정용 레버풀러 추가 설치 후 작업 진행한다’, ‘지그 높이가 가장 낮은 판 중 평평한 판을 기준판으로 하여 우선 배열하고 인접된 판순으로 배열할 준비를 한다’는 내용으로 표준작업지도서/유해위험성평가서를 개선한 점을 살펴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판계작업에 대한 표준작업지도서/유해위험성평가서를 이 사건 판계작업의 중량물취급작업계획서로 보더라도,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안전조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 또한 이 사건 판계작업은 중량물의 권양작업, 조정작업 및 구속작업이 필연적으로 수반되고, 이 사건 외판과 같이 낙하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외판이 존재하므로, 그에 따른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외판받이빔의 설치 등 보완조치가 요구된다.
이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대조립 1부의 외판조립과 2018.5.2. 교육훈련기록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권상부재 하부 출입금지’로 사고 예방 교육을 실시한 점(증거기록237쪽), 마찬가지로 위 대조립 1부의 2020.9.22.자 ‘중대성 사고 예방 집중 점검 결과’에 T/O시 하부 통제 미실시하는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를 ‘바리케이트로 통제’하기로 하는 개선안이 존재한 점(증거기록 830쪽), 위 대조립 1부의 2021.1.28.자 현장 불안전 사례에서도 부재 권상 이동시 권양 장소, 권하 장소에 신호수가 부재하였고 권양물동선 하부에 인원통제가 미실시 되었던 점, 그에 따라 시정통보서를 발송하고 재발방지 교육을 요청하였던 점, 위 외판의 권양작업은 판계작업에 따라 고정되기 이전에는 추락·낙하·전도·협착 가능성의 측면에서 그 위험성이 같다고 볼 것인 점, 이 사건 사고 이후 개선한 ‘일일 작업 지시서’에 ‘권양물 하부 출입금지’가 추가된 점(증거기록 644쪽)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 이전 중량물이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추락·낙하·전도·협착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판계작업 당시 인근에 출입금지 표지판 등 바리케이트를 설치하였다거나 이 사건 외판 하부에 출입통제를 완전히 실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관련 안전조치가 미비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 클램프 해체와 미세조정 간 순서와도 관련하여, 대조립 1부의 2020.9.22.자 ‘중대성 사고 예방 집중 점검 결과’에서 ‘판계작업시 판 추락에 의한 깔림’이 문제되므로 이에 대한 개선으로 ‘레버풀러 고정 이후 클램프 제거’가 기재되어 있고, 이는 이 사건 판계작업시 미세조정과 레버풀러의 고정, 클램프 해체에서도 마찬가지인바, 클램프를 해체한 상태에서 미세조정이 진행될 경우의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이에 대한 개선안을 강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교육 및 실시가 미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한편 피고인 A은 이 사건 판계작업의 작업지휘자인 피고인 C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현장에 부재하였던 점에 대하여, 피고인 E과 A은 피고인 C을 작업지휘자로 지정하여 작업을 지휘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고, 피고인 C은 이 사건 사고 당시 10m 가량 떨어진 인근 사무실에서 공정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A에게 작업지휘자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인 A이 피고인 C으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 당시 현장을 이탈하여 작업지휘 등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은 인정되나, 피고인 C은 이 사건 사고 당시 공정회의로 인하여 현장을 떠나면서도 피고인 D에게 작업지휘 업무를 위임한 바 없는 점, 피고인 D은 판계작업을 1년 여간 수행하면서 작업지휘자 지정 및 위임관계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 A으로서는 사업주를 대신하여 근로자에게 표준화된 안전보건교육 등을 실시할 의무 또한 부담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 작업지휘자의 지정 및 위임사항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의 특성상,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견하여 그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구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나, 산업안전보건 법의 입법목적은 산업안전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고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을 유지·증진함에 있고, 그에 따라 위 법 제38조제2항, 제3항과 위 규칙 제38조제1항제11호, 제39조, 제14조제2항이 피고인 A에게 안전조치의무를 부과한 취지는 이 사건 사업장과 같이 중량물을 필수적으로 취급하는 사업장에서의 중량물로 인한 산업재해의 예방이라고 볼 것이다. 위와 같은 취지와 중량물 취급작업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A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중량물및 물건의 낙하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구체적·개별적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였다거나 충분히 실효성 있는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적어도 피고인 A으로서는 이 사건 판계작업이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이며 그에 따라 산업재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사업장 내에서 작업을 하도록 함에 있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그 조치가 부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같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에게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업주나 안전관리책임자가 법령에 규정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아니한 채 작업 지시 등을 하여 재해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그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그 자체로 적어도 안전조치의무위반의 미필적 고의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피고인 E
위 2. 가. 1). 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E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 구체적, 직접적 주의의무의 행위 주체로서 취해야 할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 E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피고인 B, C, D(이하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고 한다)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결문 제7면 제11행부터 제11면 사이에 기재된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각자 자신의 업무 권한 범위 내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 판시 기재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며,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 없거나, 이 사건 사고가 과실과 관계없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만 당심이 이 부분과 관련하여 추가할 판단은 다음과 같다.
○ 클램프 해체와 미세조정의 순서 관련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이 사건 판계작업시 클램프의 해체로 인하여 외판의 떨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해체 이후 추가적인 미세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피고인 D의 미세조정에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대조립1부 외판조립 담당과장이었던 I는 원심 법정에서 ‘크레인은 미세조정을 하기 전에 해체하고, 레버풀러의 구속을 확인한 상태에서 해체를 하고 다음 판을 가지러 가게 됩니다’고 진술하고, 크레인 신호수 H이 ‘미세조정은 항상 크레인을 해체하고 했습니다, 크레인이 텐션을 받는 상태에서는 레버풀러를 움직여서 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고 진술한 사실이 각 인정되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판계작업시 클램프 해체 이후 미세조정하는 작업방식이 구전과 경험에 의해 교육,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조립 1부의 2020.9.22.자 ‘중대성 사고 예방집중 점검 결과’에서 ‘판계작업시 판 추락에 의한 깔림’이 문제되므로 이에 대한 개선으로 ‘레버풀러 고정 이후 클램프 제거’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사고 이후 개선된 표준작업지도서/유해위험성평가서에 의하면 ‘미세조정 마무리 후 크레인을 해지한다’는 내용으로 개선하였으며, 위 H은 이에 대하여 원심 법정에서 ‘크레인이 텐션을 다 푼 상태에서 클램프는 해체하지 않은 상태로 미세조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재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외판의 낙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클램프를 해체하기 이전 미세조정을 실시하여야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표준화된 작업방식 없이, 구전된 비일률적 방법과 경험에 의존하여 미세조정 작업을 진행하였다.
○ 4번 레버풀러의 설치와 해체 관련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표준작업지도서/유해위험성평가서의 기재와 같이 통상의 작업방식대로 2 ~ 3개 이상의 레버풀러를 설치하였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고, H이 4번 레버풀러의 설치를 요구한 이유는 이 사건 외판의 미세조정을 위함이었을 뿐 안정성을 위함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H은 원심 법정에서 ‘1, 2, 3번 레버풀러가 고정되어 있을 때 안정성에 있어서 불안해 보여 3번의 반대편(서쪽)으로도 하나 설치할 것을 권유하여 설치하였다고 하였지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고, ‘(클램프를) 해체하려면 제 안전도 확보가돼야 되고 판도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추가로 하나 더 설치요청을 한 거고’라고 진술한바, 이 사건 외판에 설치된 4번 레버풀러는 외판의 낙하방지 기능 또한 수행하였다고 판단된다. 위 4번 레버풀러가 이 사건 외판에 서쪽으로 인접한 외판 작업을 진행하기 위하여는 해체되어야 하는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들은 4번 레버풀러의 설치 목적이 미세조정이라고 주장하였음에도 미세조정 작업 이전 4번 레버풀러를 해체한바,그 주장이 상충될 뿐이고, 위 4번 레버풀러가 2톤의 무게만을 지탱하는 조정용 레버풀러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외판의 낙하 방향과 반대편의 장력을 받도록 서쪽에 설치된 이상, 이 사건 외판의 낙하 여부 및 낙하속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 한편 피고인들은 피고인 C이 이 사건 판계작업 이전 크레인 이동 요청, 그라운드 포인트 표시 작업 등을 직접 수행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 현장 인근에서 공정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작업지휘를 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는데, 피고인 C이 현실적으로 중첩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 시점에 현장에 현존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피고인 C이 피고인 D에게 이 사건 판계작업의 작업지휘 업무를 위임하였다거나 제대로 주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적정한 작업지휘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마찬가지일 뿐이다.
○ 나아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피해자의 행위가 개입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D이 이 사건 판계작업 당시 인근 1m 거리에서 용접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지한 이상, 통상 예견할 수 없는 범위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피고인 A, B, C, D(이하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고 한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모두 고려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내용, 방법, 범행 후의 태도와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사유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과 검사가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우(재판장) 강경숙 이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