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8.14. 선고 2025도4109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5도4109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사

• 피고인 / 1. 가.나. A

                 2. 가.나. B

                  3. 가. C 주식회사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25.2.17. 선고 2023노741 판결

• 판결선고 / 2025.08.14.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 법령의 명확성과 엄격해석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엄상필(주심) 권영준 박영재

 


 

【울산지방법원 2025.2.17. 선고 2023노741 판결】

 

• 울산지방법원 제1-3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3노741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사

• 피고인 / 1. 가.나. A

                  2. 가.나. B

                  3. 가.나. C

                  4. 가. D 주식회사

• 항소인 /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A, B에 대하여)

• 검 사 / 진세언, 김희진(기소), 안재욱(공판)

•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23.7.6. 선고 2021고단1884, 2249(병합), 3241(병합), 2022고단3449(병합) 판결

• 판결선고 / 2025.02.17.

 

<주 문>

피고인들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A, B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피고인 A, D 주식회사(이하 ‘D’이라고 하고, 통틀어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고 한다)

(1) 2020.2.22.자 LNG Truss조립 작업 중 추락사고의 점

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트러스(Truss, 이하 ‘이 사건 트러스’라고 한다)는 그 자체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비계에 해당하고, 이 부분 추락사고(이하 ‘이 사건 추락사고’라고 한다)가 발생한 소모듈간 연결부분(이하 ‘이 사건 연결부분’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트러스를 구성하는 소모듈간 조립작업(이하 ‘이 사건 조립작업’이라고 한다)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작업발판이 미설치된 부분에 불과하여 개구부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고 한다) 제57조에 따라 작업발판을 설치하고 안전대를 사용하도록 조치한 이상,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및 안전보건규칙상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조치의무(이하 ‘안전보건조치의무’라고 한다)를 다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② 설령 이 사건 연결 부분을 개구부로 보더라도,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방호망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추락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작업자들이 브레이스를 설치하기 위하여 파이프를 발로 밟는 과정에서 오히려 설치된 추락방호망이 밟혀 미끄러지는 등으로 작업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 또한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안전보건규칙 제43조제2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재해자 및 이 사건 트러스의 조립작업자들에게 안전대와 안전대를 부착할 수 있는 설비(일명 ‘수평지지로프’)를 제공한 이상 마찬가지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모두 취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③ 한편 D으로부터 이 사건 트러스 조립작업을 도급 받은 원심 공동피고인 E은 작업을 실시할 때마다 이 사건 조립작업자들에 대하여 안전대부착 및 생명줄 사용에 관한 충분한 안전교육 및 엄격한 관리를 실시하였고, 그럼에도 이 사건 추락사고는 재해자가 생명줄을 걸지 않아 발생한 것이므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 제63조 단서에 따라 피고인들에게는 사고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④ 설령 이 부분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사항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2002년 이래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사전에 이 사건 트러스 조립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진행하였음에도 위험요소가 확인되지 않았던 이상, 피고인 A로서는 미필적으로라도 이 부분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고, 이 사건 추락사고의 발생을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2020.5.21.자 SUS파이프 TIG 용접 작업 중 아르곤가스 질식사고의 점

① 안전보건규칙은 [별표 18] 제13호에서 “밀폐공간”을 “헬륨·아르곤·질소·프레온·이산화탄소 또는 그 밖의 불활성기체가 들어 있거나 있었던 보일러·탱크 또는 반응탑 등 시설의 내부”라고 규정하고 있고, 안전보건규칙 제10장 제2절은 ‘밀폐공간 내 작업시의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당초 퍼징용 스펀지를 파이프 내부에 끼워넣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파이프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점, 위 퍼징용 스펀지는 파이프 내부 직경 지름을 초과하는 크기이므로 설치 이후 전도 가능성이 극히 낮고, 파이프 사이의 용접 갭을 통해 충분히 외부에서 퍼징용 스펀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점, 만약 용접 도중 아르곤 가스와 산소 농도의 균형이 맞지 않을 시에는 대체로 아르곤 가스 통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점, 통상의 밀폐공간 작업은 탱크, 정화조 등 밀폐공간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뜻하고, 안전보건규칙의 밀폐공간 관련 규정은 위와 같은 작업에 한하여 적용되는 규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용접작업시 파이프 내부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용접작업(이하 ‘이 사건 용접작업’이라고 한다) 자체를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밀폐공간 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② 혹여 파이프 내부로 들어가 퍼징댐의 확인 작업을 거칠 필요성이 있을 시에는, 원심 공동피고인 주식회사 F의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이 별도로 구비되어 있어 그에 따라 작업을 시행하였고, 이를 전제로 작업자들에게 산소농도측정기를 사전에 교부하였으며, 이와 같은 TIG 용접작업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왔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는 이 사건 용접작업과 관련한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충실히 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부분 질식사고(이하 ‘이 사건 질식사고’라고 한다)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③ 한편 재해자는 2014년 ‘TIG Q3 과정’을 수료하여 용접사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여 아르곤 가스를 이용한 작업의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 사건 용접작업 당시 용접사 G 및 취부공 H이 파이프의 내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한 바도 없음에도, 재해자가 임의로 파이프 내부에 진입한 이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주의의무 위반과 재해의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 ④ 나아가 동일한 사고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질식사고에 대한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 및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B, D(이하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 한다)

(1) 2019.9.20.자 석유저장탱크 임시경판 가우징 작업 중 협착사고의 점

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가우징 작업(이하 ‘이 사건 가우징 작업’이라고 한다)에 관한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대신 표준작업지도서 및 일일작업지시서를 작성하여 그 역할을 대신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우징 작업과 관련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한 사항이 있더라도, 재해자를 포함하여 수급인인 원심 공동피고인 주식회사 I의 작업자들이 ‘수평 200mm를 남겨놓은 이후부터는 경판(헤드)의 탈락여부를 확인하면서 작업한다’는 표준작업지도서 및 일일작업지시서의 내용에 따라 작업을 하여야 함에도, 이를 위반하여 과도하게 절단을 하여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이 부분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과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협착사고(이하 ‘이 사건 협착사고’라고 한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② 나아가 이 사건 협착사고의 재해자는 피고인들이 직접 관리·감독하지 않는 수급업체 소속이므로 도급사업주인 피고인들에게 직접적·구체적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 B의 경우 현실적인 가능범위 내에서 D 해양플랜트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이 부분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항과 관련된 책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2020.4.28.자 낙하물 사고 관련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합판(이하 ‘이 사건 합판’이라고 한다)이 추락한 장소는 핸드레일과 발끝막이 판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안전난간과 발끝막이 판 사이의 간격이 매우 협소하여 오히려 낙하물방지망을 설치하기에 부적절한 곳이다. 피고인들은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최선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다해왔다고 볼 것이고, 이 사건 합판의 낙하로 작업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다) 피고인 C, D의 2020.4.16.자 수중함 발사관 도어 정렬 작업 중 협착사고의 점

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정렬작업(이하 ‘이 사건 정렬작업’이라고 한다)과 관련한 작업지시서, 안전작업계획서 및 장비지침서가 존재하였고, 안전작업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거나 이를 시행하는 단계에 있었다. 또한 J, K의 수사기관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정렬작업에 대한 안전교육 및 기술전수가 별도로 이루어졌고, 잠수함 건조 핵심기술전수프로그램을 통하여 원심 공동피고인 신호수 L를 기술전수자로 선정한 바 있으며, 이 사건 정렬작업 직전 작업자들에게 주의사항에 대한 고지가 이루어졌는바, 이와 같은 충분한 안전보건조치가 있었던 이상, 이 사건 정렬작업에 대한 표준작업지도서의 부재만으로 안전보건조치가 미비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설령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이 부분 도어 협착사고(이하 ‘이 사건 도어 협착사고’라고 한다)는 재해자와 30cm 거리에서 충분한 시야가 확보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폐쇄무전을 요청한 위 신호수 L의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피고인 C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과 이 사건 도어 협착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야 하고, 동일한 취지에서 피고인 C에게 이 사건 도어 협착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 또한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피고인 A: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벌금 700만 원, 피고인 C: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피고인 D: 벌금 5,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 A, B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9.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7.14. 선고 2020도9188 판결 참조).

2) 2020.2.22.자 LNG Truss조립 작업 중 추락사고의 점(피고인 A, D, 이하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고 한다)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이 사건 조립작업이 안전보건규칙 제43조제2항 단서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 및 재해자가 생명줄을 걸지 않고 작업한 것은 법 제63조 단서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한다는 주장 외에는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결문 제33면 제3행부터 제38면 제9행 사이에 기재된 관련 규정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트러스의 규모와 형태, 이 사건 조립작업의 내용과 방식에 비추어 소모듈간 연결부위의 합판설치작업 장소인 이 사건 연결부분은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도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안전보건규칙 제43조에서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A의 이 부분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A가 이 사건 조립작업 현장에서 추락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으며, 이 사건 트러스 소모듈 사이인 이 사건 연결부분에서의 이 사건 추락사고의 발생 또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안전보건규칙 제43조의 적용 가부: 긍정

○ 안전보건규칙은 제7장에 ‘비계’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비계에 관한 정의를 따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고, 안전보건규칙 제2조에서 ‘이 규칙에 없는 정의는 법, 시행령, 시행규칙의 정의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3개 법령과 규칙에도 비계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다. 따라서 제7장은 비계에 관한 작업 시 예견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가 조치하여야할 점을 추가적·구체적으로 거시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비계와 유사하거나 같은 기능’을 하는 모든 구조물, 즉 높은 곳에서의 작업을 위해 설치되는 구조물 일반에 대하여 사업주가 취하여야 할 의무를 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사업주로서는 개별·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추락의 위험성을 달리 평가하여 안전보건규칙의 제6장 제1절 ‘추락에 의한 위험방지’에 관한 일반규정인 제42조 내지 제49조에 따라 실질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 살피건대, 원심에서 자세히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트러스는 LNG 탱크 내부에 보온재인 ‘멤브레인’을 부착하는 근로자들의 고소작업을 위하여 제작되는 구조물로, 비계의 일반적 정의와 비교하여 그 성질 및 기능상 유사한 것으로 보이고, 같은 취지에서 D 내 조립작업표준, 관련 표준작업지도서 등에서도 이 사건 트러스를 ‘비계’라고 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이 사건 트러스는 위 안전보건규칙 제7장에서 규정하는 통상의 비계와는 형태, 규모·규격 및 조립의 공정 측면에서 아래와 같은 큰 차이가 존재하므로, 통상의 비계와 유사하거나 같은 기능을 하는 구조물로 봄이 타당하다.

① 안전보건규칙은 강관비계 작업시의 준수사항을 규정하면서, 제60조에서 강관을 사용하여 비계를 구성하는 경우 ‘비계기둥의 간격은 띠장 방향 1.85미터 이하, 장선 방향 1.5미터 이하, 띠장 간격은 2미터 이하’로 정하고, 동호 단서에서 가.목 ‘선박 및 보트 건조작업’에 해당할시 ‘안전성에 대한 구조검토를 실시하고 조립도를 작성하면 띠장 방향 2.7미터 이하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트러스와 가장 유사하다고 보이는 안전보건규칙 제69조상의 시스템 비계 또한 수직재 간 간격이 위 강관비계와 동일하고, 시스템 비계의 총 높이가 31미터 이상일 경우에는 가설구조물로 보아 별도의 안전성 검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트러스의 단층간 높이는 약 3미터에 달하고 기둥 내지 수직재의 장선 방향 1.5미터 이상이며, 총 높이 또한 27.5미터에 달하는바, 안전보건규칙상의 통상의 비계와는 그 형태와 규모 및 규격 면에서 크게 상이하다.

② 또한 이 사건 트러스는 먼저 지상에서 소모듈을 조립한 뒤 크레인을 이용하여 27.5미터 높이의 8단으로 소모듈을 쌓아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각 소모듈의 작업발판은 지상 조립시에 설치하는 반면, 이 사건 연결부분과 같은 소모듈 간 연결부의 작업발판은 모든 소모듈을 쌓아올린 이후에 설치되고, 특히 이 사건 트러스의 7단 및 8단의 경우, 내부 방향으로 한단씩 좁혀 들어간 형태로 설계되어 있어, 근로자는 하부에 별다른 구조물이 없이 곧바로 2단까지 개방되어 있는 작업발판 위에서 배치된 소모듈 간 연결부에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트러스의 작업발판 설치 작업의 경우, 근로자가 하부 단층의 위치에서 상부 단층에 단계적이고 연속적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해나가는 통상의 비계조립작업과는 공정의 측면에서도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 그렇다면 이 사건 트러스 조립작업은 통상의 비계 조립작업과 비교하여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작업시의 추락의 위험성 또한 본질적으로 상이한 것으로 보이므로, 안전보건규칙 제7장뿐만 아니라 제6장 제1절의 일반 규정인 ‘추락 또는 위험의 방지’의 적용 또한 검토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제43조(개구부 등의 방호조치)의 적용이 당연히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고, 위 제43조의 개구부로 보아 피고인들에게 안전난간, 울타리,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추가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과함이 타당하다.

(2) 안전보건규칙 제43조제2항 단서 해당 여부: 부정

이 사건 트러스를 촬영한 현장사진들의 영상 및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추락사고의 발생 이후 3, 4, 5단 소모듈의 조립시 1차 지상 조립공정에서 미리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내용으로, 8단 하부의 경우 소모듈 탑재 후 곧바로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내용으로 표준작업지도서 및 ‘LNG 트러스(Truss) 구조물 조립 작업 기준’을 각 개정하였으므로, 당초 우려한 추락방호망 자체의 설치 위험성이 상당 부분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락방호망은 이 사건 트러스를 구성하는 파이프 등에 매달아 설치되는 것으로, 근로자들이 주로 작업하는 작업발판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브레이스 설치 작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판단된다. 따라서 구조나 조립공정의 측면에서 이 사건 트러스가 제43조제2항 단서 규정인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근로자들에게 제공된 생명줄의 길이(3.2미터)에 비하여 이 사건 연결부분 부근 수평지지로프의 내부 위치와 외부 위치 사이의 간격(5.5미터)이 넓어, 근로자들이 생명줄을 이중으로 설치하여 작업하기 보다는 작업의 편리성을 위하여 생명줄의 고리를 해제하고 작업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 수평지지로프 또한 느슨하게 설치되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제43조제2항 단서의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였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법 제63조 단서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정

법 제63조 단서에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호구 착용의 지시‘가 그 예시로 열거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도급인의 별다른 조치 없이도 관계수급인과 그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단순한 안전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의 내용은 작업시 보호구의 착용과 같이 단순히 개별 근로자가 지켜야할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라, 추락방호망의 설치 여부 및 공정상 선후 관계, 안전대 및 안전대를 부착할 수 있는 설비(수평지지로프)의 설치 위치와 같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시설 책임자인 사업주가 취하여야 할 조치에 관한 것으로서, 개별 근로자가 그 주체가 되어 이행할 수도 없는 내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 제63조 단서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예견가능성 및 미필적 고의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트러스 조립작업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형태, 규모·규격 및 공정과정에 있어 통상적인 비계와는 상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안전보건규칙상의 특정 비계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바, 현장의 실무자라면 이러한 차이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수평지지로프간 간격과 생명줄의 길이의 간극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보다 편리한 작업을 위해 생명줄 고리를 해제한 채 작업할 가능성 또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 사건 조립작업이 피고인들의 주요 사업의 일환인 LNG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공정이자 일상적으로 반복 시행되는 작업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 A로서는 이 사건 트러스의 특성에 맞추어 안전보건규칙 제43조의 안전보건조치를 취할 필요와 의무가 있었음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2020.5.21.자 SUS파이프 TIG 용접 작업 중 아르곤가스 질식사고의 점(피고인 A, D, 이하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고 한다)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결문 제46면 아래에서 제1행부터 제52면 아래에서 제10행 사이에 기재된 관련 규정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용접작업은 밀폐공간 작업으로 판단되고, 피고인 A가 이 사건 용접작업 당시 밀폐공간 작업시에 지켜야하는 보건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재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용접작업 자체를 안전보건규칙상의 밀폐공간 작업으로 판단함이 상당하고, 피고인 A가 위 작업과 관련하여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의 적용 등 산업재해의 예방을 위한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에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할 것이며, 이 부분 질식사고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근로자의 이례적인 행동이나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용접작업이 밀폐공간 작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 아르곤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운 비중을 가지는 불활성기체로, 밀폐공간에서 작업시 바닥에 축적되어 산소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자체의 독성은 없으나 색깔이나 냄새가 없어 감지하기 어렵고, 이에 작업자가 고농도의 아르곤가스를 대량으로 흡입하게 될 경우, 단시간 내 산소부족으로 질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안전보건규칙은 “밀폐공간”을 산소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별표 18]에서 정한 장소로 정하고(제618조제1호), 근로자가 밀폐공간 작업을 하는 경우에 따른 보건규칙을 규정함으로써(제618조 내지 제644조) 사업주로 하여금 산업재해 및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도록 하였는바, 특히 사업주는 밀폐공간 작업시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을 수립·시행하여야 하고(제619조제1항), 밀폐공간의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여 적정공기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야 하며(제619조의2 제1항), 밀폐공간을 사전에 파악하여 밀폐공간에는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는 동시에 출입금지 표지를 밀폐공간 근처의 보기 쉬운 장소에 게시하여야 한다(제622조제1항).

위와 같은 밀폐공간의 위험성 및 안전보건규칙의 문언과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밀폐공간 작업은 밀폐공간에 근로자가 출입하여 질식할 위험이 있는 작업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 그런데 이 사건 용접작업과 같은 TIG 용접은, 양측 각 파이프에 스펀지를 끼워 넣은 뒤 파이프를 취부하여 이른바 ’퍼징댐‘을 만들고, 퍼징댐 사이 공간에 호스를 통해 아르곤 가스를 주입함으로써 아르곤 가스와 산소 농도의 적정 비율을 맞춰가며 용접을 진행하게 되는바, 그 작업의 특성상, 퍼징 스펀지 또는 가스호스가 부적절하게 설치되는 경우 가스농도가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실제로 재해자는 퍼징 스펀지, 퍼징 스펀지에 연결하는 가스주입호스 및 당김줄 등을 설치하는 취부보조공으로, 이 사건 당일 파이프 내부에 들어가 퍼징 스펀지를 설치하고 이에 호스 및 당김줄을 연결하여 파이프의 용접 부위 반대편 입구로 빼내는 작업을 하였다(증거기록 제1445쪽). 그런데 이후 용접사 G의 ’아르곤 가스 압이 약하다‘는 말을 듣고 이동하였다가 위 호스 및 당김줄이 빠져나오는 파이프 입구 바로 아래 부분에서 휴대폰 손전등이 켜진 상태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그곳은 재해자가 설치한 퍼징 스펀지 및 호스 연결부위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였다. 이에 대하여 위 G는 ’재해자가 스펀지 설치 이후 “스펀지 설치를 다하였는데 스펀지(의 직경이) 좀 작아서 테이프로 고정시켰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순번 463번, 증거기록 제1820쪽), 앞서 본 이 사건 용접작업의 특성, 재해자가 퍼징 스펀지를 설치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재해자는 자신이 설치한 퍼징 스펀지와 가스호스가 적정하게 설치되었는지, 퍼징댐이 설치된 부위에서 가스가 누출되지 않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파이프 내부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용접이 예정된 부위의 틈을 통하여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퍼징 스펀지의 전도여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재해자가 파이프 내부에 출입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 사건과 같이 취부보조사가 파이프 내부에 직접 들어가 용접부위로부터 다소 떨어진 위치에 퍼징댐을 설치할 정도로 큰 직경을 가진 파이프 용접작업의 경우에는 퍼징 스펀지의 설치 상태, 가스주입호스가 스펀지로부터 탈거되지 않았는지 여부 또는 연결부위에 이상이 없는지 여부 등을 위 용접부위의 틈을 살피는 방법으로는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이고, 재해자 또한 이러한 이유로 직접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파이프 내부로 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용접작업은 작업 도중 근로자가 파이프 내부에 출입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하였다.

○ 또한 이 사건 용접작업은 퍼징댐의 구체적인 설치 순서와 공정의 측면에서도 밀폐공간 작업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용접작업은 취부공과 취부보조공이 다수의 파이프를 취부하는 작업을 하는 동안 용접사가 취부가 완료된 위치의 파이프를 용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재해자가 소속되었던 원심 공동피고인 주식회사 F의 대표이사인 M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취부보조공으로서 퍼징댐 설치를 위해 파이프 내부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퍼징댐 설치할 때 파이프 내부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아르곤 가스 주입전이라도 혹시나 산소농도가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산소농도 측정기를) 지급한 것입니다”, “좁은 공간이고 다른 잔류 가스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환기팬을 가동하여 환기를 실시한 후 혹시 모를 유해가스가 있는 것을 확인한 후 파이프에 진입하기 위해서 산소농도 측정기를 지급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증거기록 1445쪽 내지 1446쪽). 따라서 아르곤 가스를 사용하는 용접작업의 경우 구체적인 공정순서와 방법에 따라 아르곤 가스가 잔존하는 파이프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 퍼징댐을 설치하는 경우를 배제하기 어렵다.

○ 그 외에도 산업현장의 밀폐공간에서는 이와 유사한 질식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당시 근로자들이 파이프 내부에 진입한 이유 또한 퍼징 스펀지의 설치, 퍼징 상태의 확인, 용접비드의 내부 확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보이는 점(2021고단1884 사건 증거기록 1833쪽), 피고인 D 또한 2019.1.경 안전개선회의에서 ‘PIPE TIG 용접’을 밀폐구역으로 지정하고 그에 따른 안전대책을 수립하였던 점(2021고단1884 사건 증거기록 9928쪽), 관련 안전보건관리감독자가 이 사건 용접작업과 관련하여 수차례 안전개입을 하였던 점(2021고단1884 사건 증거기록 2623쪽 내지 2629쪽), 이 사건 질식사고 발생 이전 작성된 용접작업 표준작업지도서에 “스펀지 댐에 가스호스가 leak(누출)되는지 사전확인하고 작업”, “질식사고 위험”, “PIPE 내부에 들어가지 말 것”이 기재되어 있는 점(2021고단1884 사건 증거기록 1466쪽)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아도, 용접작업시 근로자가 파이프 내부에 출입할 만한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용접작업을 근로자가 파이프 내부로 들어갈 가능성이 없거나 낮은 작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 한편 피고인들은 이 사건 용접작업 과정에서 파이프 내부에 들어갈 필요성이 생긴다면 그때에 비로소 밀폐공간 작업으로 분류·규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사정들에 더하여, ① 안전보건규칙의 밀폐공간 작업 관련 규정은 공정 과정에서 밀폐공간이 발생하였고 근로자가 그 내부에 들어갈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밀폐공간의 높은 위험성을 고려하여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이는 점, ② 아르곤 가스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고 무색, 무취인 물성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아르곤 가스 등을 취급하는 작업을 할 경우 안전문제에 둔감해져 작업의 편의를 추구할 가능성 또한 높은 작업으로 보이는 점, ③ 이처럼 용접작업의 일부만을 따로 떼어내 밀폐공간 작업으로 분리·규정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 및 안전보건규칙에서 밀폐공간 작업을 별도로 규정한 본래 목적인 재해의 실질적 예방과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실제로 이 사건 질식사고 또한 그에 따른 결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결국 이 사건 용접작업 전부를 밀폐공간 작업으로 분류함이 타당하다.

(2)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에 대한 판단

위 (1)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9.1.경 안전개선회의에서 ‘PIPE TIG 용접’을 밀폐구역으로 지정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였고, 관련 안전보건관리감독자가 이 사건 용접작업과 관련하여 수차례 안전개입을 하였음에도, ① 이 사건 용접작업 자체를 밀폐공간 작업으로 분류하여 표준작업지도서에 반영하지 않았고, 위험작업허가서를 별도로 구비하지 않은 점, ② 표준작업지도서에 “스펀지 댐에 가스호스가 leak(누출)되는지 사전확인하고 작업”, “질식사고 위험”, “PIPE 내부에 들어가지 말 것”이 기재되어 있을 뿐,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과 같은 절차 등 이 사건 용접작업과 같이 파이프 내부에 출입하여야할 필요성이 발생하는 경우에 적용할 절차 등 구체적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③ 용접작업의 근로자들이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여 왔다거나, 위험작업허가를 득하여 작업한 내용의 자료 등이 제출되지 아니하였는바, 이 사건 질식사고 무렵 TIG 용접작업은 시간이 소요되는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의 절차를 밟기 보다는 필요시 현장 작업자의 판단에 따라 파이프 내부를 잠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④ 결국 이 사건 용접작업 당시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안전보건규칙 제619조제2항 각 호 내용의 게시, 위험작업 허가서의 작성, 출입금지 조치, 출입금지 표지 부착, 작업 이전 감시인의 지정,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의 지급,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산소 및 유해가스농도 측정에 관한 사항, 환기설비의 가동 등 안전한 작업방법에 관한 사항, 보호구의 착용과 사용방법에 관한 사항 등을 근로자에게 알리는 등의 보건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던 점을 종합하여 보면, 밀폐공간 작업과 관련하여 충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여 왔다거나 이 사건 용접작업과 관련하여 업무상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용접작업의 표준작업지도서 상에 ‘파이프 내부에 들어가지 말 것’이라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들이 관련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왔으며, 수급업체인 주식회사 F에서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을 별도로 구비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당초 이 사건 용접작업이 밀폐공간 작업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이 사건 용접작업 과정에서 파이프 내부에 진입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용접작업의 표준작업지도서에 파이프 내부 작업이 수반될 경우 근로자들이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이 기술되어 있지 않았던바, 결국 실제 작업방식은 작업 편의성 및 효율성에 따라 현장 근로자들의 임의적 판단 하에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질식사고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근로자의 이례적인 행동이나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관리주체가 근로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용접작업 이전 별도의 위험작업 허가를 얻도록 하고, 표준작업지도서상 구체적인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을 따르도록 하며, 출입금지 표지판을 부착하고, 사전에 작업에 참여하는 근로자 중 1인을 감시인으로 지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이프 내부 작업시 감시인이 배치되도록 함으로써 이 사건 용접작업의 위험성과 근로자들의 각 역할을 주지시켰다면, 재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파이프 내부에 임의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질식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또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설령 이 사건 용접작업을 수행하던 재해자의 과실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위 인과관계가 부정되지도 않는다.

4) 2019.9.20.자 석유저장탱크 임시경판 가우징 작업 중 협착사고의 점(피고인 B, D, 이하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고 한다)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결문 제27면 아래에서 제9행부터 제31면 제7행 사이에 기재된 관련 규정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은 도급사업주이거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요청하거나 직접 이행하는 방법으로 법과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안전조치 이행을 확보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위 관련 법리에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며, 이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도 없다.

피고인들은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를 이 사건 가우징 작업에 대한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 등을 기재한 표준작업지도서와 일일작업지시서로 대신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구 안전보건규칙(2019.12.26. 고용노동부령 제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제1항제11호가 중량물의 취급시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해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가우징 작업의 표준작업지도서 및 일일작업지도서에 그와 같은 사항이 기술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증거순번 제493번). 또한 수급업체인 주식회사 I이 이 사건 가우징 작업이 아닌 과거 유사 작업 시 사용하였던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를 피고인 D에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채택한 것으로 보이는바(증거순번 510번, 제404쪽), 피고인 B이 이 사건 가우징 작업에 대하여 구체적인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이 수립되지 않았음에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관련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예견가능성 및 미필적 고의에 대한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D은 수급업체들에게 공종별로 나누어 하도급을 주었으나, 여전히 도급자의 지위에서 수급인들 및 그 근로자들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하여 왔고, 수급인들 및 그 근로자에 대한 기초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 B은 이 사건 경판 협착사고가 발생한 피고인 D 해양플랜트사업부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이 사건 가우징 작업을 포함한 사업부 전반의 안전수칙 및 조치사항에 대하여 보고받거나 안건별로 결재하여 왔고(증거기록 507번, 제316쪽), 나아가 이 사건 가우징 작업현장을 포함한 현장들을 순찰하면서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작업 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도하였던 점, ③ 이 사건 협착사고 발생 이후 변경된 표준작업지도서 및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등에 의하면 크레인을 활용하여 권상하는 동시에 남겨두어야 할 용접비드 부위를 기압 헤드의 3시와 9시 방향으로 변경하여 그 안정성을 강화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 B은 이 사건 가우징 작업과 관련하여 필요한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이와 같은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만연히 방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B의 이 사건 협착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 및 이 부분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모두 인정할 수 있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5) 2020.4.28.자 낙하물 사고 관련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의 점(피고인 B, D)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합판이 위치하였던 N건물 2층 부분에 대한 현장사진을 살펴보아도 안전난간과 발끝막이 판 사이의 간격이 4.3cm로 매우 협소하여 자재가 추락할 가능성이 없다거나(이 사건 합판의 높이는 1.2cm이다, 2021고단2249 사건 증거기록 제52쪽) 낙하물 방지망을 설치하기 부적절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② 이 부분 작업현장은 당초 합판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하던 곳으로, 작업자들이 이 사건 합판을 2층에 적재할 가능성 또한 충분히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물 방지망뿐만 아니라 작업장 하부 1층 부근의 근로자 출입통제 또한 실시하지 않았던 점, ④ 한편 안전보건규칙은 낙하물 방지망 또는 방호선반을 설치하는 경우 높이 10미터 이내마다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으나(제14조제2항, 제3항제1호), 이는 낙하물 방지망 내지 방호선반 사이의 간격 또는 낙하물 방지망 내지 방호선반과 지면 사이의 간격을 10미터 이내로 유지하도록 규정한 것일 뿐, 이로써 지면으로부터 10미터 이내의 범위에서는 낙하물 방지망 내지 방호선반의 설치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피고인 B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 B과 피고인 D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또한 이유 없다.

6) 2020.4.16.자 수중함 발사관 도어 정렬 작업 중 협착사고의 점(피고인 C, D, 이하 본항에서는 ‘피고인들’이라고 한다)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결문 제43면 제5행부터 제46면 아래에서 제10행 사이에 기재된 관련 법리와 관련 규정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C은 구체적·직접적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있는 행위주체임에도 이 사건 정렬작업시 협착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재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정렬작업은 출구의 폭이 약 53cm, 바닥에서 외부문까지의 높이가 약 65cm인 협소한 공간에서, 위아래로 개폐되는 잠수함 안쪽의 외부문과 좌우로 개폐되는 바깥쪽의 외판문의 정렬을 오차범위 1mm~1.5mm 이내로 조정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개폐하며 시운전하는 작업으로(증거순번 597번), 작업자의 협착 위험이 매우 높은 작업에 속하는 점, ②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이 사건 정렬작업과 관련하여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그 결과 관련 표준작업지도서에는 설치·조립 공정에 대한 내용만이 기술되어 있을 뿐 이 부분 정렬작업인 설치 후 조정 및 테스트 작업 자체가 누락되어 있었으며(증거순번 340번, 증거기록 제387쪽), 관련 안전작업계획서 및 작업지시서에도 이 사건 정렬작업에 대한 위험요소나 그에 대한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이 기술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③ 피고인들이 재해자를 포함한 이 사건 특수선 관련 작업자들에 대한 주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였던 것으로는 보이나(증거순번 603번), 이 사건 정렬작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전대책 교육은 부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598번, 증거기록 제93쪽) ④ 그런데 2019.6.12.자 이 사건 정렬작업 관련 기술전수일지에는 “(문이) 유압으로 작동하므로 상호간의 신호가 맞지 않으면 중대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만약 위험성 평가가 실시되었다면 충분히 이 부분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표준작업지도서 등에 반영하여 대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한편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신호수인 원심 공동피고인 L의 역할이 당초 협착사고의 방지에 있었다고 보이고, 위 L의 과실이 이 사건 도어 협착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나, 이와는 별개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사업주의 기술적·체계적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법 및 안전보건규칙의 입법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점, ⑤ 실제로 위 L의 직접 과실 외에도 외부문과 외판문의 단동상태에서 이 사건 정렬작업을 시행하는 등의 별도의 시스템적 안전조치가 있었다면 충분히 이 부분 재해자의 사망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볼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피고인 C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예견가능성 및 인과관계 또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피고인들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나. 피고인들과 검사의 피고인 A, B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펴보면,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피고인들 또는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은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공통적으로 각 작업공정에 관하여 개별적·구체적인 관리·감독의 의무가 없다거나, 작업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산업현장에서 발생가능한 모든 위험요소를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안전보건조치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살피건대, 대규모 산업현장은 방대하고 복잡한 공정과 다층적인 작업체계로 이루어져 있어, 안전관리계획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공정상의 세부적인 위험사항을 망라한다거나,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장 단위에서의 모든 작업을 통제하기에는 구조적·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산업의 규모와 특성에 비추어 안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내재되어 있는 이상,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표준화된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안전한 작업문화의 정착을 끊임없이 도모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적어도 법 및 안전보건규칙상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다하여야 함은 명백하다고 볼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각 사고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사고들이 단순히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아니라 도급주와 수급사업체 등 관리주체와 관련 근로자들이 각자 안전보건조치의무, 업무상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보이고, 그러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과실이 중첩된 결과 재해자들의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

다만, 이 사건 각 사고들의 발생 이후 대규모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 전사적 차원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을 개편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은 법리적으로 자신의 책임 유무를 다투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각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각 재해자의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하여 모두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되,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 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이 너무 무겁거나 피고인 A와 B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피고인 A, B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피고인 A, B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원심판결 제42면 아래에서 제4행의 ‘O’를 ‘J’로 경정한다).

 

판사 이봉수(재판장) 정재우 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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