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5.11.13. 선고 2024구합67146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2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67146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 변론종결 / 2025.08.28.

• 판결선고 / 2025.11.13.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3.26.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24부노18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전국의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온·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 판매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여 2019.9.23. 설립된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국토교통부 산하 법인으로,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장 1개소와 제주항만 매장 2개소에 위 법률에 의한 지정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다. 참가인은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 등과 체결한 상품 매입거래계약에 따라 공급받은 화장품 등을 참가인 면세점에서 판매하는데, 실제 판매 영업업무는 해당 업체(이 사건에서는 ○○코리아 유한회사) 또는 이들과 공급·판매대행계약을 맺은 업체(이 사건에서는 주식회사 ○○이, ○○○코리아 주식회사, 유한회사 ○○○스. 이하 통틀어 ‘이 사건 입점업체’라 한다)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판매사원들이 참가인 면세점 내 각각의 매장에 파견되어 담당하고 있고, 해당 판매사원들이 원고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라. 원고는 2023.1.30., 2023.2.7., 2023.6.29., 2023.7.28., 2023.8.10. 참가인을 상대로 ① 함께 쉬는 휴일·휴식, ② 고객응대노동자 보호매뉴얼 일원화 및 노사공동 제정·시행, ③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물 확충·보강 및 실질적 이용 보장이라는 3가지 의제(이하 각각 ‘제1의제’, ‘제2의제’, ‘제3의제’라 하고, 통틀어 ‘이 사건 각 의제’라 한다)가 포함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라 한

다), 참가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사건 각 의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마. 원고는 2023.10.10. 참가인이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2023.12.21. 이를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제주2023부노10).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3.26. ‘참가인은 원고의 조합원들의 기본적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2024부노18,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 내지 8, 10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2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의 의미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제3호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의 취지 참조).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이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실질적 지배력’이라 칭한다).

1)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이다(대법원 2020.9.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① 헌법 제33조는 이처럼 단체교섭권을 단결권·단체행동권과 별도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제헌헌법에서부터 명시된 것으로, 헌법에 ‘근로조건과 경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해 단체를 결성할 권리’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독일(독일기본법 제9조제3항)이나 결사의 자유에 관하여 헌법상 명문 규정이 없이 해석상 인정하되 법률로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미국연방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 Act)과 달리, 사회적·경제적 열위에 있는 근로자가 교섭력을 확보하지 못하여 대등한 노동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단체교섭권을 특별히 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헌법제정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조건의 집단적 결정은 대등한 위치에 있는 노사 간의 교섭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도 내포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21.12.23. 선고 2018헌마629, 630(병합) 결정 등 참조]. ② 이러한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단결하여 대표자를 통해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이고, 헌법상 단체교섭권은 이를 구체화는 법률 규정 없이도 직접적 효력을 가지며, 근로자들의 대표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교섭 상대방에 대해 직접적 효력을 미치는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단체교섭권의 행사가 의미를 가지려면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현실적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인 하청업체나 파견업체 등 소속 근로자의 노무제공에 기초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작업 지시, 업무의 기본적인 방식과 기준 설정, 유해·위험요소의 관리, 임금 수준 및 근로시간 등에 관하여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단지 근로계약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면,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이 구조적인 이유로 사실상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근로계약 당사자인 원사업주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는 근로자들이 원사업주와 단체교섭을 하여도 근로조건의 실제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③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노동3권은 국가공권력에 대하여 근로자의 단결할 권리의 방어를 일차적인 목표로 하지만, 보다 더 큰 헌법적 의미는 사용자와 대등한 세력을 이루어 근로조건의 형성·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여 근로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기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회적 보호기능을 하는 자유권 또는 사회권적 성격을 띤 자유권이라고 할 수 있고[헌법재판소 1998.2.27. 선고 94헌바13, 26, 95헌바44(병합)등 결정 참조], 이는 노동생활영역에서 사회국가원리를 구체화하여 실질적 평등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상과 같은 단체교섭권의 헌법상 의미, 헌법제정권자의 의사와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기능을 가진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점 및 자유권적 성격과 해당 기본권의 보장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고,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다는 의미에는 생존권적 성격도 가지고 있어 노동3권 가운데에서도 단체교섭권이 가장 중핵적 권리인 점(대법원 1990.5.15. 선고 90도357 판결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어떠한 사용자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 즉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자가 누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해 제공된 노동력에 기초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가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 경우 근로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이 해당 사업주에 대하여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

2) 헌법은 단체교섭권을 독립적인 기본권으로 규정하면서, 단체교섭권에 관하여 유보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여기에 헌법 제33조제1항의 ‘근로조건의 향상’이라는 개념은 헌법 문언의 성격상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2조제3항 등에 따라 헌법적·기본권적 가치를 충전하기 위한 규범 여지를 둔 것인데다가, 사실적인 면에서도 자본과 그에 연관된 근로의 관계가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므로 필연적으로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근로계약의 체결이라는 법률행위에 따라 단일한 사용자에 종속되어 노무제공을 하는 근로자를 전제로 한 전통적인 이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사용자’ 개념은 아래와 같은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등장·확장되었다는 점에서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업 경영의 유연화가 촉진되면서 고용 구조 또한 정규직 중심에서 기업이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도 노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비정형 형태로 분화되었다. 또한 플랫폼 시장이 확장되면서 노동의 중개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 노동력의 제공과 사용에서 공간적·시간적 경계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형태의 고용도 생겨났다. 이러한 배경 아래서 하나의 노무 제공이 둘 이상의 사업주와 실질적으로 연관되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되었는데,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는 단일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근로관계와는 달리 여러 주체가 노동력의 이용·통제에 관여하게 되고,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 역시 반드시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원사업주에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면적으로 분화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종속성 정도에 따라 근로조건 일부에 대하여만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부분적 사업주나 어떤 근로조건에 대해 여러 사업주가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중첩적 사업주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처럼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이 다면적으로 분화되는 경우, 원사업주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지 못하는 영역 내의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근로자가 원사업주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의 개선·유지 등을 실질적으로 도모하기 어렵게 된다. 이와 같은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의 다면적 분화 현상은 물론 원사업주외의 사업주가 원사업주에 비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경우에 가장 쉽게 드러날 수 있으나, 우월적 지위의 유무가 반드시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노동조합법상 기업별 노동조합이 강제되던 제도가 폐지되고,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가 법률상 보장되면서 노동조합도 기업별 조직형태가 아니라 직종·지역·산업·여성·세대 등 다양한 초기업별 조직형태로 변화되고 있으며, 현재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의 약 60%가 초기업별 노조에 속해 있고, 실제 단체교섭도 산업별교섭, 집단교섭, 대각선교섭 등 초기업 단위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어 노무제공관계에서의 우월적 지위 유무가 실질적 지배력 판단에 결정적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3)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과 범위가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하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개념 등에 구애된다고 볼 수 없다. 즉, ① 근로기준법은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규율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률로서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사용자에게 강제하기 위하여 ‘계약당사자로서의 사용자 개념’을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운용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제1조) 집단적 노사관계를 전제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과 교섭, 단체행동을 통해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형성·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주된 취지가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개념과 충분히 달리 해석될 수 있다. ② 노동조합법 제29조, 제30조는 ‘노동관계에 관하여 그 구성원인 사용자에 대하여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의 단체’로서(노동조합법 제2조제3호)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사용자단체’에 대하여도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단체교섭에 응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과 대비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체계,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집단적 노사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③ 노동조합법 제33조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단체협약이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과의 상호관계에서 우선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단체협약의 대상을 근로계약으로 정할 수 있는 내용에 한정하고 있지 않고, 같은 조제2항은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이 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단체협약이 근로계약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 집단적 규범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④ 단체교섭권은 노동관계 당사자들이 근로조건 등에 대해 자율적인 교섭과 협의를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단체교섭 중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표로 하지 않고 사실행위로서 단체교섭 자체를 목표로 하는 단체교섭도 있을 수 있는바(대법원 1993.4.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단체교섭이 반드시 근로계약관계의 범위 내에서만 작동한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 근로자가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행사함으로써 단체교섭의 의사소통 기능을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단체교섭권 행사에 상응하여 사용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사용자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자신이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성실히 교섭할 의무를 의미하고, 근로자들이나 노동조합의 요구를 반드시 수용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⑤ 이러한 해석이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한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하지 않고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주요 판단요소로 고려하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해석(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등 참조)에도 자연스럽게 조응된다.

4) 노동조합법 제81조는 근로자의 단결권과 관련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행위, 단체행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부과 행위, 단체교섭 거부와 같은 단체교섭권 침해 행위 등을 모두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내지 제86조가 규정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는 개별적 근로계약 관계에서 발생한 위법을 처벌·시정함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8.12.27. 선고 2017두370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 행위의 주체가 개별 근로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단정할 수 없고,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사용자성 판단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5) 대법원은 이미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4호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하여(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4호가 정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있어서는 근로계약관계의 유무와 상관없이 근로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 구제명령 이행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①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각 호의 구체적인 부당노동행위별로 사용자 개념을 달리 파악하고 있지 않은 점, ②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용자에 의하여 행하여질 수 있다고 본다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이와 달리 볼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③ 구제의 필요성에 있어서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는 점, ④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점(대법원 2009.12.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의 사용자 개념을 해석함에 있어 단체교섭 거부·해태 행위(제3호)와 지배·개입 행위(제4호)를 달리 판단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적용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사용자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6)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노동쟁의의 예방과 해결 및 산업평화 유지라는 노동조합법의 입법목적에도 부합한다. 근로자들과 그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사용자 사이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다양한 요구사항을 제도 밖에 방치하지 않고,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다양한 정보의 공유, 광범위한 대화 등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단체교섭의 장으로 포섭시킴으로써 노사 간의 이해관계 대립이나 갈등·분쟁은 이러한 제도적 공간에서 때로는 대립·항쟁하고 때로는 교섭·타협의 조정을 거쳐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결국 산업분쟁을 사전적으로 방지하고 사후적으로 산업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1993.3.11. 선고 92헌바33 결정 취지 참조).

7) 헌법 제6조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 헌법에서 국제평화주의와 국제법 존중주의는 국가질서 형성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리로 인정되고 있으며, 입법부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구가 국제적 협력의 정신을 존중하여 국제법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요청된다(대법원 2023.3.13. 선고 2021도3652 판결 등 참조).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이하 ‘ILO’라 한다)의 가입국일 뿐만 아니라 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Freedom of Associa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Organise, 1948(No. 87)],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Application of the Principles of the Right to Organise and to Bargain Collectively, 1949(No. 98)]을 가입·비준하였고, 위 두 협약은 2022.4.20. 발효되어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되었다. 그 중 제98호 협약 제4조는 ‘단체협약으로 고용조건을 규제하기 위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 사이에 자발적 교섭을 위한 기구를 충분히 발전시키고 이용하도록 장려하고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내사정에 적합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ILO의 결사의 자유 위원회(The 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는 이와 관련하여 하청근로자의 원청 사업주와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관련 노동조합과 하청 및 파견 근로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 사이의 단체교섭은 항상 가능하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등 위 두 협약에 의해 보장된 단체교섭권은 계약상 지위 유무에 따라 좌우됨이 없이 모든 사용자와 근로자에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헌법 제6조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위 두 협약이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개념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없고(위 대법원 2021도3652 판결 참조), 또한 두 협약에 관한 결사의 자유 위원회 등 ILO의 이행감독기구의 권고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국제법 존중주의라는 헌법 원리에 따라 위와 같은 권고나 의견 등은 헌법 제33조제1항 및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개념을 확정하기 위한 해석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고, 적어도 우호적으로 그 논거를 검토할 의무는 있다.

8) ‘실질적 지배력 설(說)’에 입각한 이러한 해석은 2025.9.9. 법률 제21045호로 개정되어 2026.3.10. 시행될 예정인 노동조합법 제2조제2호 후단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의 신설을 통해 명문화되었다.

 

나. 참가인이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하여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갑 제4, 5, 14 내지 45, 53 내지 108, 111 내지 1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4 내지 6호증, 을나 제1, 5 내지 8, 13, 15, 18, 23, 2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참가인이 이 사건 각 의제와 연관된 원고 조합원들의 일부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직접 가지거나, 일부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최소한 원사업주인 이 사건 입점업체와 중첩적으로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은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참가인과 이 사건 입점업체 및 원고 조합원들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참가인은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 등과 체결한 상품 매입거래계약에 따라 화장품 등을 공급받아 참가인 면세점 내의 이 사건 입점업체별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이를 판매하되, 고객응대를 비롯한 실제 상품판매 업무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이 사건 입점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참가인 면세점에 파견된 원고 조합원들과 같은 판매사원들이 대부분 담당하는 구조이다. 그리고 이 사건 입점업체는 유명한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세계적인 인지도와 위상을 가진 대형 기업이거나, 그러한 대형 기업의 상품 판매를 대행하는데, 해당 상품의 판매 경로는 반드시 참가인 면세점을 거치는 쪽으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참가인 외에도 많은 면세점, 백화점에 입점하여 판매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면세점, 백화점 내의 해당 매장이 철수될 경우 백화점·면세점의 위상과 영업에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는 등 참가인을 포함한 면세점, 백화점들이 많은 유명 브랜드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함께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 사건 입점업체는 각각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구성, 판매전략, 가격 설정 등에 관하여 참가인의 큰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바, 참가인이 이 사건 입점업체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인 도급계약에 기초한 원·하청 관계에 준하는 정도로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이 부분에서 이 사건은 수직적인 도급관계 내의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청이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일부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판시한 그동안의 일부 하급심 판결례 사안들과 구조적으로 동일하지는 않다.

2) 그러나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되는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주가 반드시 원사업주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하지는 않는다. 대규모의 자본과 노동력의 투입이 요구되고 공정이 세분화되어 있어 생산공정의 효율성, 인건비 절감, 고용 유연화 등을 이유로 사내하청이 빈번하게 활용되는 제조업, 건설업 분야의 원·하청 관계에서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의 보유 주체가 근로계약 체결 주체와 달라지는 현상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원·하청 관계에 준하는 우월적인 지위가 없다면 근로계약관계 없는 사업주가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들의 일부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전혀 가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질적 지배력의 행사 여부를 우월적 지위의 유무·정도와 곧바로 연동시키는 것은 오히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다양성과 복합성에 기초하여 개별 사안의 실질을 고려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되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구현을 도모하려는 해석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특성상 일부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원사업주가, 다른 일부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근로계약관계 없는 사업주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는 참가인과 이 사건 입점업체 및 원고 조합원 사이에 형성된 노무제공관계의 전체적인 모습에 기초하여 참가인의 거래상 명백한 우월적 지위 유무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각 의제와 연관되는 각각의 근로조건별로 따로 판단하여야 한다.

3) 헌법 제33조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1조가 노동3권의 목적으로 명시한 ‘근로조건의 향상’에서 근로조건이란 일차적으로 근로관계에 관한 것, 즉 임금·근로시간·휴가 등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헌법 제32조제3항은 근로조건의 헌법적 기준으로서 헌법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명시하고 있고, 자본과 근로의 관계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그 하나로 전통적 이면관계의 노무제공관계가 아닌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형성·확장되고 있는 점에서 보듯이, 그리고 노동조합법 제1조는 근로관계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도 그 목적으로 하므로 ‘근로조건’ 역시 헌법 규범의 성격상 개방적일 수밖에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예컨대 채용 수준, 안전과 보건, 직업훈련, 차별, 보충적인 사회보장급부, 고객응대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은 스트레스 해소 등 근로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과 같이 단순히 임금과 근로시간 등이 아닌 것들도 근로조건으로 포섭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도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경제적·사회적으로 열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이나 사회적 보호 필요성 등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이 사건 각 의제가 단체교섭의 대상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4) 원고는 ‘함께 쉬는 휴일·휴식’이라는 제1의제, ‘고객응대노동자 보호매뉴얼 일원화 및 노사 공동 제정·시행’이라는 제2의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물 확충·보강 및 실질적 이용 보장’이라는 제3의제에 관한 근로조건은 참가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참가인에게 위 각 의제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의제와는 구체적인 관련성이 없는 참가인의 주장들, 즉, ① 원고 조합원들은 이 사건 입점업체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에 따라 임금, 근로시간, 복리후생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결정되었다거나, ② 원고 조합원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방법, 서비스매뉴얼 등은 각 업체가 정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의해 정해지고, 교육 역시 업체별로 이루어졌다거나, ③ 참가인은 원고 조합원들의 구체적인 근무스케쥴 배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조합원들을 지휘·감독할 조직체계도 없다는 등의 사정은, 이 사건에서 원고는 조합원들의 임금 등의 근로조건이나, 근무방법에 관한 지시와 교육 및 인사·평가를 통한 지휘·감독권의 행사에 관한 의제를 참가인에 대한 단체교섭 사항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참가인이 위 각 의제에 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지와는 무관한 사정들이다.

5) 참가인은, 참가인과 이 사건 입점업체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는데다 이 사건 입점업체는 참가인으로부터 어떤 대가도 받지 않으므로 원고 조합원이 제공하는 노무가 참가인의 사업 체계에 편입되어 있다고 볼 만한 어떠한 구조적 정황이 없고, 원고 조합원이 담당하는 업무를 보더라도 면세사업 부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므로 참가인에게 원고 조합원들의 노무제공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이 영위하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참가인 면세점 내에서의 ‘상품판매’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상품판매 업무는 이 사건 입점업체가 파견한 판매사원들이 전적으로 수행하고 있고(참가인 면세점에서 판매업무에 종사하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는 없다), 상품판매로 인한 매출 증대가 참가인의 이윤 창출의 주된 원천임은 명백하므로, 판매사원들이 상품판매 업무에 관하여 제공하는 노무는 참가인의 사업 수행에 상시적·필수적인 것은 물론 구조적으로 그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되어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관하여 ‘사용자의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를 주된 표지로 본 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대법원 2019.2.14. 선고 2016두41361 판결 등 참조). 이는 참가인이 이 사건 입점업체에 비해 거래상 명백히 우월적 지위에 있는지, 또는 참가인과 입점업체 사이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는지(한편 그 주장과 달리, 참가인은 입점업체 중 ○○코리아 유한회사와는 직접적인 상품 매입거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인다)와는 무관하므로, 참가인에게 원고 조합원인 판매사원들의 노무제공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6) 노무제공과 관련하여 삼면적이라 할 수 있는 관계에서는 근로자들과 직접 근로관계가 없는 사업주는 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주는 자신들이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단체교섭 사항에 대해 직접적인 지배권한 등이 없다는 이유로 역시 단체교섭을 거부하여, 근로자들로서는 어느 누구와도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일부 입점업체들은 원고의 요청에 대해 정기 휴무, 명절 당일 휴무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다고 답변하고 있고, 참가인도 원고의 교섭요구안에 대한 처분권이 없다거나, 한국공항공사에 의해 제약받는 사항이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체교섭권의 형해화를 방지하고, 그 행사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계약관계 유무나 우월적 지위 여부가 아니라, 이 사건 각 의제와 연관되는 각각의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는지 여부에 따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판단하여야 한다.

7) 제1의제 - 함께 쉬는 휴일·휴식

이 부분 의제는, ① 참가인 면세점이 연장영업 등 영업시간을 변경하는 경우 원고와 합의를 거칠 것, ② 명절 당일과 같이 연휴 기간 중 휴무일을 지정할 것, ③ 월 1회 정기 휴점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참가인은 제1의제와 관련된 원고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가) 통상적으로 참가인 면세점은 06:00~21:30 동안 영업하고, 따로 정해진 정기휴무일은 없다. 이러한 참가인 면세점의 기본적인 영업일, 영업시간은 코로나19 사태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오랫동안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어 왔다. 참가인 내에서 근무하는 판매사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은 위와 같은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참가인과 협력업체가 체결하는 직매입 거래계약서 표준양식에 의하면 입점업체가 파견한 판촉사원은 참가인의 영업시간 동안 근무한다고 되어 있고(제9조제4항), 이 사건 입점업체와 원고 조합원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은 근로시간에 관하여 파견 영업장의 근무시간에 준한다고 정하는 등 참가인의 영업시간과 동일하거나 그 범위 내의 시간대로 정하고 있다. 원고 조합원들의 실제 근무일, 근무시간은 이 사건 입점업체별로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교대제근무, 시차제 근무(근로자별 출퇴근 시간을 달리 정함으로써 전체 영업시간 동안 최소한 명 이상의 판매사원이 매장에 근무하게 하는 방식)의 형식에 따라 정해지고, 이를 위해 이 사건 입점업체들은 일정한 주기로 영업시간, 주말 및 공휴일의 배치 등을 고려한 근무일정표 등을 마련하여 적용하고 있다.

나) 위와 같은 구조 하에서 원고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근무일과 근무시간은 근로계약 주체인 이 사건 입점업체가 작성하는 근무일정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고,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 자체에 직접 연동된 것은 아니며, 참가인 면세점이 이 사건 입점업체별로 근무일정표 등을 작성하는 데에 직접 관여하는 등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자료는 없다. 그러나 원고가 이 부분 의제에서 주장하는 근로조건은, 교대제, 시차제 근무 등의 운영 방식이나 근무조 편성 또는 근무일정표 지정 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참가인의 연중무휴 영업방침으로 인해 공통적으로 휴식할 수 있는 정기 휴일의 부재 등과 같은 근로조건에 관한 것인바, 이에 한하여는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 지정·변경이 원고 조합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자체를 부인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집단적인 관점에서 원고 조합원들 중 누군가는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로 지정된 날에 반드시 노무를 제공해야 하고, 근로자 개인의 입장에서도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에 맞추어 설정되는 근무일정표에 따라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나 휴식일 선택이 제한될 여지가 있으며, 교대제 근무나 시차제 근무의 조별·개인별 시업시간과 종업시간, 휴식시간도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시간의 범위 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비록 참가인 면세점의 기본적인 영업일과 영업시간이 오랜 기간 큰 변동 없이 비슷하게 유지된 측면은 있더라도, 참가인의 임의적인 결정에 따라 영업일과 영업시간이 장래에 변경될 가능성 자체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원고 조합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이 예상과 다르게 바뀔 위험성도 상존한다. 실제로 참가인이 특별기 운항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면세점 영업시간을 22:30까지 연장하는 등 참가인의 사정으로 영업시간이 변경된 사례가 확인되는데, 이로 인해 원고 조합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에 변동이 초래되거나 휴식 시점 결정, 휴가 계획 수립 등에 일정한 어려움이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 이처럼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을 지정·변경하는 것은 원고 조합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 관련 근로조건에 적어도 일정한 수준의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원고 조합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입점업체가 아니라 근로계약관계 외부에 있는 참가인이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사항이므로, 결국 이 부분에 관하여는 이 사건 입점업체가 아닌 참가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교대제, 시차제 근무의 적용 여부, 근무조 편성, 조별·개인별 실제 시·종업시간을 이 사건 입점업체가 정함으로써 그들이 원고 조합원의 근로시간에 일차적인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특성상 그와 별개로 근로계약관계 없는 참가인이 이 사건 입점업체와 별도로 행사하는 실질적 지배력 역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가인의 실질적 지배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휴점일 지정, 연장영업 결정 등을 비롯한 영업일과 영업시간의 지정·변경이 원고 조합원들의 근로시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이에 관하여는 단체교섭을 통한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원고는 설립 이후 원사업주인 이 사건 입점업체들을 상대로 수차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와 같은 내용의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이 사건 입점업체들은 ‘참가인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니 제안·건의하겠다’는 취지로만 반복하여 대응함에 따라 실질적인 단체교섭을 통한 근로조건 등의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은 한국공항공사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라 정해진 것이고, 지정면세점이라는 공공적 성격을 고려할 때 영업일 등을 조정할 수 없으므로 참가인이 원고 조합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 관련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참가인은 한국공항공사와 제주국제공항 여객청사 내 출발장 시설 일부에 대한 5년 단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계약서는 참가인의 영업에 관하여 “계약상대자(참가인)는 공항이용객의 불편함이 없도록 연중무휴로 최초 항공기운항 개시 1시간 전부터 최종 항공기 운항 종료시까지 영업하여야 한다.”(제15조제1항)고 정하고 있는 사실, 한국공항공사가 작성한 영업자 준수사항에도 같은 내용(제6조제1항)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영업일, 영업시간에 관한 내용은 참가인이 당사자로서 합의하여 체결한 계약상 내용일 뿐이고, 법률상 그와 같이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참가인에게 영업일과 영업시간에 관한 결정권한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한편 제주국제공항의 최종 항공기 운항은 22:00이므로 위 조항에 따르면 참가인은 22:00까지 면세점을 운영하여야 함에도 21:30까지만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영업일, 영업시간에 관한 내용에 관하여 참가인과 한국공항공사가 조율할 영역이 전혀 없다고 보이지 않는 점, 참가인 면세점이 지정면세점으로 일정한 공공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지정면세점은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필요한 자금조성을 위한 수익사업이라는 점에서 그 공공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것이지, 공항 등 항공운수사업처럼 그 항시적인 운영이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국가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는바, 지정면세점 영업일, 영업시간을 공항운영시간과 동일하게 정하여야 할 법령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그와 같이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없는 점(앞서 본 것처럼 참가인 스스로도 면세점 영업시간을 공항운영시간과 완전히 일치시키고 있지도 않다), 참가인은 면세점을 임의로 휴업할 경우 면세점 방문객이 가지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21조의13에 따른 면세물품 구매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게 된다고 주장하나, 위 규정은 제주도여행객 면세점에 대한 간접세 등의 특례를 정한 것으로, 연중무휴 면세점 이용이 보장되어야 하는 면세점 방문객의 권리를 정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는 점, 아래에서 보듯이 참가인이 해당 의제에 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반드시 참가인이 원고의 요구를 수용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귀결되는 것도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은 원고 조합원들의 근무시간, 근무일 등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참가인은 이 사건 입점업체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정기적인 휴일을 정하여 시행할 수 있다고도 주장하나, 참가인이 주장하는 휴점 사례들을 보더라도 매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 휴점, 쟁의기간으로 인한 휴점 등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휴점이 아니고, 오히려 참가인이 ‘판매사원들이 21:20 이전에 퇴근하여 쇼핑 중인 고객이 불쾌해 한다. 기본적인 근무시간을 지켜달라.’고 공지를 하였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참가인 주장처럼 원고 조합원들이 이 사건 입점업체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정기적으로 휴식할 수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

마) 물론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언제로 정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참가인의 경영과 관련된 사항이기는 하다. 그러나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33조제1항과 노동조합법 제29조에서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당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인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두8906 판결 등 참조). 참가인 면세점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은 비록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의 성질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 범위 내에서 상품판매 관련 노무를 제공하는 판매사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 관련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원고가 제1의제로 요구하는 내용이 영업일과 영업시간의 결정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닌 이상 참가인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도 아니라고 보이므로, 이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1994.8.26. 선고 93누8993 판결의 취지 등 참조).

바) 나아가 제1의제에 관하여 참가인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반드시 참가인이 원고의 요구를 수용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제1의제 중 정기 휴일의 지정 등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의 성질이 비교적 강한 사안의 경우에는 참가인의 경영상 결정의 배경이나 이유 역시 근로조건의 개선 필요성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단체교섭 과정에서 참가인과 원고가 협상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 조율하여야 할 영역이고, 이와 달리 애초에 단체교섭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에 관한 개선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결과를 야기하여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구현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8) 제2의제 - 고객응대노동자 보호매뉴얼 일원화 및 노사 공동 제정·시행

이 부분 의제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 뿐 아니라 원고 조합원들과 같은 판매사원들에게도 함께 적용될 수 있는 고객응대 보호매뉴얼을 마련하여 달라는 취지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참가인은 제2의제와 관련된 원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가) 제2의제는 상품판매 업무를 수행하는 판매사원들이 고객응대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판매사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달라는 것이므로, 근무환경, 복지후생,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와 직접 관계된 것이고, 나아가 단체적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참가인이 집단적으로 적용되는 매뉴얼을 마련하여 이를 개선할 수 있으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인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

나)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제1항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과 같은 고객응대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고객응대매뉴얼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가진 ‘사업주’는 원사업주인 이 사건 입점업체라고 보이고, 실제로 이 사건 입점업체들은 각각 나름의 고객응대매뉴얼을 마련하여 판매사원들에게 이를 적용하고 있다고 보이기는 한다. 특히 판매사원들의 업무 특성상 개별 브랜드 상품마다 접수되는 고객의 민원이나 불만의 내용, 대응 방법 등이 상이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품 관련 민원에 관한 응대는 당연히 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가지고 각기 다른 판매전략, 환불정책 등을 운영하는 이 사건 입점업체가 기본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영역에 있다. 그러나 판매사원들이 고객응대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은 단순히 상품 관련 불만 등의 유형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폭언, 폭행 등의 위협으로 물리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경우나, 개별 매장과 관계된 불만이 아니어서 참가인 면세점 측의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 등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이 사건 입점업체별로 마련된 고객응대매뉴얼만으로는 판매사원들에 대한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여지가 크고, 참가인 면세점 내에 배치된 보안요원, 현장 관리자, 각종 시설과 장비 등을 통하여 대응이 이루어질 필요성이 인정되는데, 그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매뉴얼의 마련 주체는 면세점을 전체적으로 관리·통제하고 있는 참가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민원이나 불만의 내용과 양상, 고객응대 보호조치 내용, 아래에서 보는 참가인 면세점 방문 고객들의 면세점 운영 주체에 대한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주장처럼 참가인이 원고 조합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지시권 행사가 전제되어야만 그러한 고객응대 보호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다) 참가인 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참가인과 이 사건 입점업체, 판매사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나 노무제공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개별 매장을 독립적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제주공항 면세점 매장’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품에 대한 불만 외의 각종 민원 역시 참가인 면세점에 접수되어야 할 것이 실제로는 개별 매장에 직접 접수되는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빈번하고, 자잘하게 발생하는 불만에 대처하고 참가인 면세점 내의 안정된 분위기와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참가인 소속 매장 관리자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참가인이 각 매장에서 실제 판매업무를 담당하는 원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고객응대 커뮤니케이션 및 고객불만 예방 등을 위한 서비스교육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 역시 원고 조합원들이 영업 과정에서 수행하는 고객응대 업무가 이 사건 입점업체 뿐만 아니라 참가인 면세점의 원활한 운영과 밀접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위와 같은 교육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지정면세점 운영에 관한 고시(관세청고시. 이하 ‘지정면세점 고시’라 한다) 등 법령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실질적 지배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지정면세점 고시 제6조제9항은 “운영인은 소속직원 및 판촉사원 등에게 관련법규 등을 숙지하도록 정기적으로 교육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고객응대 서비스에 관한 교육을 행하라고 정하고 있지 않고, 지정면세점 고시 제28조제5항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 역시 한국면세점협회가 주관하는 교육일 뿐, 서비스교육이 법령상 참가인의 의무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설령 서비스교육이 위 규정에 따른 의무 이행이라 보더라도, 위 의무 자체가 면세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규정된 것이므로, 그러한 교육 내용이 참가인 면세점의 이익을 위해 원고 조합원들이 준수하여야 하는 일정한 기준과 절차가 됨은 부정할 수 없다]. 한편 참가인은 서비스교육 뿐 아니라 나아가 매장별 서비스 점검 결과를 게시하거나,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하여 매장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고객경험 진단 및 코칭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참가인은 원고 조합원들이 수행하는 고객응대 업무 체계에 관한 일정한 규율과 지침을 부과하고, 그 이행을 사실상 감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응하여 원고 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고객응대 보호매뉴얼을 마련하여 이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할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위치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히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는 오로지 원고 조합원들만이 수행하고 있어 고객응대 업무로 인한 위험 노출도가 큰데도, 고객응대 보호 내용을 포괄하는 매뉴얼이 원고 조합원들에게도 함께 적용될 수 있게 하여 달라는 제2의제에 관하여 참가인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원고 조합원들은 여전히 교환·환불 등 상품 관련 민원에 대한 대응방법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입점업체별 고객응대매뉴얼에만 근거하여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개선 자체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라) 참가인은 2019년경부터 산업안전보건법 및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에 따라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안전보건관리규정 제35조제1항은 참가인이 참가인 소속 근로자 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고객과의 문제 상황 발생시 대처방법 등을 포함하는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과 같은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관련하여 참가인이 발행한 2021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는 ‘고객응대 근로자(감정노동자, 협력업체 포함) 스트레스 진단 및 건강보호’가, 2022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도 ‘고객응대 근로자(감정노동자, 협력업체 포함) 스트레스 관리, 직무고충 처리 등 감정 보호조치 개선’이 각각 참가인의 안전경영 추진활동으로 기재되어 있다.

마) 원고 조합원들을 위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반드시 단체교섭을 통한 단체협약의 체결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단체협약에 명문으로 고객응대매뉴얼 일원화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면 원고 조합원들의 처우 개선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단체교섭을 통해 원고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참가인이 그 수용 가능성을 전제한 협상과 설득을 거치는 과정 자체에서도 유의미한 처우 개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이 부분 의제에 대하여 단체교섭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곧바로 참가인 주장처럼 고객응대매뉴얼에 따른 업무중단권에 관하여 참가인과 이 사건 입점업체 사이의 분쟁이 야기된다고 볼 수는 없고, 고객응대매뉴얼 일원화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단체협약 사항으로 규정되어야만 원고 조합원들의 보호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거나, 참가인이 시설관리자로서 적절히 협조함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의 보호가 이루어질 수는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참가인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를 수 는 없다.

9) 제3의제 -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물 확충·보강 및 실질적 이용 보장

이 부분 의제는, 화장실, 휴게실 등 참가인 면세점 내의 시설에 대한 이용 보장·개선을 요구하는 취지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참가인은 제3의제와 관련된 원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가) 제2의제와 마찬가지로 제3의제는 참가인 면세점 내 시설에 관한 근무환경개선과 직접 관계된 사항으로서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 참가인이 영위하는 사업이 이루어지는 참가인 면세점은 참가인과는 근로계약관계에 따른 지휘·감독 하에 있지는 않지만, 참가인 면세점에서 실제 상품판매라는 노무를 제공하는 원고 조합원들에게는 근로 제공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이 되는 곳으로서 또 다른 기본권인 근로의 권리를 향유하는 기본적인 공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24.12.24. 자 2024마6760 결정 참조).

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품판매 업무에 관한 판매사원들의 노무제공이 다면적 관계에 기초하여 구조적으로 참가인의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가인은 원고 조합원들이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며,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참가인 면세점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참가인이 그 주장처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아닌, 단순한 시설운영자에 불과하여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는 제3의제에 관한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 아래에서 일차적으로 원사업주인 이 사건 입점업체가 원고 조합원의 근무환경 개선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과는 별개로, 참가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사항이 원고 조합원 근로자들의 대우에 영향력을 미친다면 원고는 이에 관하여 참가인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개선을 도모할 수 있어야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 제3의제로 요구하는 참가인 면세점 ‘내’의 시설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 사건 입점업체가 아닌 참가인이 지배·결정하는 영역에 있다(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이 사건 입점업체들에게 이미 휴게시설 개선에 관한 권한과 재량이 있으므로, 그에 관한 단체교섭 상대방은 참가인이 아닌 이 사건 입점업체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요구하는 제3의제는 단순한 간식, 비품 등의 제공을 넘어서 참가인 면세점 내 독립적인 휴게공간 설치 등을 포괄하는 노동환경 개선에 관한 것이므로 이는 참가인이 지배·결정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참가인이 원고 조합원들에게 고객용 시설물의 이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였는지 및 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지 등과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심지어 현재 참가인이 실질적으로 고객용 시설물에 대한 이용·접근을 충분하게 허용하고 있고 시설 개선을 위한 의견을 계속 청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경우에도 원고 조합원들은 여전히 근무환경의 향상을 위해 집단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시설물 이용보장·개선 사항에 관한 요청을 할 수 있고(앞서 본 것처럼 참가인이 해당 요구를 수용하여야 하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참가인이 시설관리자로서 적절히 협조함에 따라 시설물 이용 보장·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단체교섭을 통해 근무환경 개선을 도모하는 것도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구현 측면에서 인정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라)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한국공항공사와 공항 시설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계약서는 참가인이 영업상의 편익을 위하여 시설물을 설치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한국공항공사가 정하는 절차에 의거 승인을 받아야 하고, 한국공항공사의 시설물 설치·이용승낙업무처리예규에 따라 임차목적물에 시설물을 설치, 관리하여야 하며, 한국공항공사가 설치한 모든 시설물 및 부대시설을 한국공항공사의 승인 없이 임의로 철거 또는 변경하지 못하며 훼손시 지체없이 원상회복하여야 한다고(제9조제1 내지 3항) 정하여 공항 시설에 대한 최종적인 관리권이 참가인 면세점이 아니라 한국공항공사에 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가 전체 공항 시설의 관리자로서 기능하는 것과는 별개로, 참가인 면세점이 그 시설 일부를 임차하여 면세점 매장으로 활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독립적인 휴게 공간 마련, 복지후생을 위한 기물 구비 및 품질 향상 등과 같은 시설 관리와 개선을 독자적으로 실행할 여지가 있고, 실제로 참가인 면세점은 설문조사를 거쳐 시설물 개선 조치를 취한 적도 있는바, 이러한 이용 보장·개선을 요구하는 범위에서는 참가인 면세점의 실질적 지배력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위 계약 규정에 의하더라도 한국공항공사의 승인을 얻을 경우 참가인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의 시설물 설치·관리가 가능하고, 위 계약 제9조제4항은 “한국공항공사는 고객서비스 향상 및 공익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계약상대자와 협의하여 임대목적물의 시설개선을 요청할 수 있으며, 계약상대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여, 목적물의 시설개선에 관한 쌍방 협의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참가인은 원고의 논리에 따를 경우 근무장소인 건물 또는 시설물의 단순한 소유자, 예를 들어 한국공항공사까지도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주장하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어디까지나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로 인정되는 관계 속에서 문제되는 것인바, 원고 조합원의 노무제공이 구조적으로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참가인과 그러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형성에 기초하고 있지 않은 단순한 장소 소유자인 한국공항공사가 같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므로, 이러한 해석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장하여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참가인의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1)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 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4.29. 선고 2007두11542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하여 원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단체교섭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참가인은 원고의 수차례에 걸친 단체교섭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는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참가인이 단체교섭 거부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가) 참가인은 원고가 요구하는 정기 휴일의 지정 등은 참가인의 경영권에 관한 사항으로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참가인의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것처럼 이 부분 의제 역시 원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참가인은 원고가 이미 이 사건 입점업체들과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참가인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를 달리하는 이중적 단체교섭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노동조합법에서 허용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참가인의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참가인에게 이 사건 입점업체와 동일한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을 중복적으로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해 제공된 원고 조합원의 노동력에 기초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참가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근로조건에 한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이므로, 이것이 노동조합법에 배치된다거나, 이로 인하여 하나의 근로조건에 관한 수개의 단체협약 사이의 충돌이 발생하여 노사관계 안정성을 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가 노동조합법에 위반됨을 전제로 한 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마지막으로 참가인은, 참가인은 이미 참가인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노동조합과 사이에 유효기간을 2022.5.20.부터 2024.5.19.까지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원고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1항에 따라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일 3개월 전인 2024.2.19.부터 교섭요구가 가능하고, 원고는 2021년은 물론 2024년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는바, 원고가 임의의 시기에 독자적으로 참가인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위법한 단체교섭 요구로서 참가인의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규정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세부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대법원 2017.10.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취지 참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노동조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바 없는 원고가 위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일 3개월 전부터 교섭요구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참가인은 원고가 그동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탓하나, 참가인이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등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오히려 참가인은 그동안 원고를 참가인의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참가인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한 절차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이유로 한 참가인의 단체교섭 거부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

참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데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헌법은 고정 불변의 규범이 아니라 헌법 전체와 헌법이 존재하고 있는 배경 및 상황과 함께 변하고, 그에 상응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책무를 지는 법원은 헌법에 근본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가치를 확인하고, 그것을 시대에 적합하게 이해하고 적용하여야 한다.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대한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인지가 문제된 이 사건에서는 근로조건의 실질적인 향상을 위해 보장된 헌법 제33조제1항의 단체교섭권의 근본 취지에 따라, 근로계약관계나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가 없는 경우에도 근로조건을 실질적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라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형성·확대와 그로 인한 사용자의 실질적 지배력의 다면적 분화 상황이라는 변화에 대응하여, 노동3권의 중핵을 이루는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이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류지선 김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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