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5.5.15. 선고 2024가합65049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4가합65049 해고무효확인
• 원 고 / A
• 피 고 / 사단법인 B
• 변론종결 / 2025.04.08.
• 판결선고 / 2025.05.15.
<주 문>
1. 피고가 2016.10.10. 원고에 대하여 한 제명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1986년경부터 프로축구단 C 등의 선수로 활동하다가 1992년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2014.12.31.까지 초·중·대학교, D 등에서 코치 및 감독으로 활동한 사람이고, 피고는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회원단체를 총괄하고 축구경기의 건전한 보급을 통해 국민의 여가선용, 체력향상, 스포츠정신의 함양에 기여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나. E단체의 징계처분
1) 원고는 F 소속 스카우터로 활동하던 중 2013.8.경 F 대표이사 G으로부터 승부조작 매수를 할 심판을 찾아 돈을 전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아, 2013.8.경부터 2014.12.경까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총 4명의 심판에게 합계 6,400만 원을 전달하였다.
2) 검찰 수사 결과 G이 담당 에이전트와 공모하여 외국인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등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6억 4,000만 원을 횡령하고 그중 일부를 심판을 매수하는데 사용하였다는 혐의가 적발되자, 피고 산하의 E단체은 2016.10.7.경 제19차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와 금품을 수수한 심판 등 관련자 총 6명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수수·매수’ 행위를 함으로써 E단체의 상벌규정 제15조를 위반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는 이유로 ‘K-리그 영구자격정지’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같은 날 피고에게 위와 같은 징계처분 사실을 알리면서 K-리그 차원의 징계뿐만 아니라 피고 차원의 엄정한 징계를 요청한다고 통보하였다.
다. 피고의 이 사건 제명처분
피고는 2016.10.10. 제7차 공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포함한 관련자 6명에 대하여 ‘K-리그 영구자격정지 처분을 피고 관할 범위의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제명처분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였고(이하 원고에 대한 제명처분을 ‘이 사건 제명처분’이라 한다), 2016.10.13. E단체에 위 의결 내용을 통보하면서 원고에게 위 사항을 통보해달라고 하였다.
라. 관련 규정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들의 주요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호증, 을 제1 내지 5, 8, 9, 11, 15 내지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1) 피고의 정관에 따르면 피고 및 그 회원인 원고는 H단체의 정관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바, H단체의 정관 제64조 내지 제66조에서는 이 사건 제명처분의 무효 확인의 소는 일반법원이 아닌 독립적인 중재재판부를 구성하거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해결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는 위 정관 규정에 의하여 중재합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원은 이 사건 제명처분의 효력 유무에 관하여 판단할 관할권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2) 이 사건 제명처분이 무효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E단체의 징계처분이 유효하므로 원고는 K-리그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제명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이미 7년 이상 경과하였는바 원고가 피고 관할 직무를 담당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으며, 이 사건 제명처분이 원고가 다른 체육단체 등에서 체육지도사로서 활동하는 등의 권리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제명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어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원고가 이 사건 제명처분 후 7년 동안 피고에게 재심 및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이제 와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실효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된다.
나. 관할권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중재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의 정관 제4조제1항은 ‘협회는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로서 국제적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여 I단체과 H단체 및 지역연맹에 가입하며, 상기단체의 정관, 규정, 지침 및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피고의 징계규정 부칙(2013.1.17.) 제2조는 ‘이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I단체, H단체, 대한체육회 징계규정 및 각종 대회규정을 준용하며, 위 규정에도 명시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제명처분 당시 피고의 상벌규정 부칙 제1조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H단체 정관 제64조(분쟁)에서는 ‘I단체 또는 H단체 규정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법원에 제소하는 것은 금지된다.’(제2항)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H단체 정관에서는 제64조에 이어서 제65조(국내 차원의 분쟁)에서 ‘회원협회는 회원 협회 내의 분쟁 또는 리그, 클럽, 클럽 회원, 선수, 임원 및 기타 회원 협회 임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분쟁을 I단체 규정, H단체 규정 또는 구속력 있는 법적 조항에서 특별히 규정하거나 일반법원에 제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그들의 정관 또는 규정에 삽입해야 한다.’(제1항), ‘이러한 분쟁은 최종적으로 회원 협회의 규칙에 따라 인정된 독립적이고 정당하게 구성된 중재재판소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회부되어야 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의 정관이나 관련 규정에 축구선수와의 징계에 관한 분쟁을 일반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H단체 정관 내용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H단체 정관 제66조(CAS의 일반 중재재판소로서의 관할권) 제1항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일반법원이나 다른 중재재판소를 배제하고 다음과 같은 분쟁을 일반중재재판소로서 처리할 수 있는 배타적 관할권을 가진다. a) H단체과 그 회원 협회, 리그 클럽, 선수 및/또는 임원 간의 분쟁, b) 국제적 차원의 회원 협회, 리그 클럽, 선수 및/또는 임원 간의 분쟁’이라고 정하고 있는데,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는 위 a)는 H단체과 그 회원 협회 등 사이의 분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고, b)는 국제적 차원의 분쟁을 의미하므로, 위 각 사례에 이 사건과 같이 피고와 축구선수 사이의 징계에 관한 분쟁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③ 피고의 정관 제81조제2항은 ‘협회는 협회, 회원단체 및 그 소속 모든 선수, 임직원, 경기 및 선수 대리인 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협회, 대한체육회, H단체, I단체의 정관 및 제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며, 분쟁당사자는 협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4항에서 ‘국제분쟁의 경우 I단체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따라 I단체 및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를 통하여 해결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피고는 국제분쟁의 경우에만 I단체 및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를 통하여 분쟁을 해결한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국내분쟁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면, 피고와 축구선수 사이의 징계에 관한 분쟁을 반드시 중재재판소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확인의 이익에 관한 판단
1) 확인의 소의 대상인 법률관계의 확인이 그 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률관계에 따라 제소자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되어야 하고, 그 위험·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한 확인판결에 따라 즉시 확정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어야 한다(대법원 2021.12.30. 선고 2018다241458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이 사건 제명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제명처분의 효력이 현재도 계속 유지되고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는 평생 지도자, 선수, 심판 등 피고가 관할하는 모든 직무에 종사할 수 없게 되는 등의 불이익을 입고 있다. 나아가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13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하여금 대한체육회, 지방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지방장애인체육회, 경기단체 및 운동경기부(이하 ‘체육회 등’이라 한다) 등에 소속된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의 징계에 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정하고 있고(제1항), 체육회 등의 장에게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과 채용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에게 제1항에 따른 징계정보시스템을 통한 징계 관련 증명서를 제출받아 징계이력을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다(제4항).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제명처분은 위 징계정보시스템에 게재되는 징계이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제명처분은 피고 및 그 산하 연맹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체육단체에서 원고가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으로서 채용됨에 있어서 원고의 권리나 법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② 이 사건 제명처분이 무효이더라도 원고가 이미 축구와 무관하게 생업을 유지하고 있어 축구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없다거나 E단체의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K-리그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제명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라. 실효의 원칙 위배 주장에 관한 판단
1) 실효의 법리는 법의 일반원리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바탕을 둔 파생원칙인 것으로서 이는 본래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은 이미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되거나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추인케 할 경우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될 때 그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1991.7.26. 선고 90다15488 판결 참조).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4.13. 선고 2021다310484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이 사건 제명처분이 있었던 2016.10.10.부터 이 사건 소를 제기한 2024.4.30.까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제명처분의 효력을 다투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의 권리가 행사되지 않으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권리행사가 실효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심판매수 사건의 당사자로서의 죄책감 등으로 인하여 소송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데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② 아래 본안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제명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징계혐의사실에 대한 소명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하였고, 징계결과를 통지받지 못함으로써 이의신청 또는 재심절차를 진행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제명처분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음에도, 실효의 원칙을 들어 원고의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전체 법질서에 반할 우려가 있다.
③ 이 사건 제명처분은 그 효력이 영구적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제명처분 이후 평생 지도자, 선수, 심판 등 피고가 관할하는 모든 직무에 종사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고에게 이 사건 제명처분을 둘러싼 분쟁을 신속하게 종료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실효의 원칙에 따라 원고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마. 소결론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피고는 이 사건 제명처분 당시 피고의 상벌규정에 반하여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개최 3일 전까지 출석통지서를 송달하지 않았고, 원고가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진술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원고는 이의신청 또는 재심절차의 기회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제명처분에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검찰은 원고가 인사권자인 F의 대표이사인 G의 지속적인 협박 등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심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였던 점, 원고가 금품을 전달하였지만 심판들로 하여금 승부조작 행위에 나아갈 것을 종용한 사실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를 입건하지 않았고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는바, 이 사건 징계사유는 인정될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제명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2) 피고
피고의 상벌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시도협회 및 연맹단체가 상벌권을 행사하여 보고한 징계에 대하여 단순히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절차와 피고가 직접 심의한 징계절차를 구분하여 규정·처리하고 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에 대한 출석통지서 송달, 징계위원회 출석기회 보장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제명처분은 관련 법령과 규정에서 정한 절차와 기준을 모두 준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하고, 원고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
나.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제명처분은 E단체의 징계처분과는 별개의 징계처분으로서 피고의 상벌규정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피고가 이를 준수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의 상벌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등록된 선수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하기 위해서 위원회를 소집하여 징계를 심의하여야 하고(제21조), 징계혐의자에게 위원회 개최 3일 전까지 출석통지서를 송달함으로써 징계혐의자가 해당 위원회에 참석하여 진술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며(제22조), 위원회 결정이 있은 후 확실한 송달방법에 의해 징계대상자 본인 및 소속단체의 장에게 문서로 그 결과를 즉시 통보함으로써 징계대상자가 피고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대한체육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제25, 27, 28조). 이러한 점은 피고의 공정위원회 규정에도 마찬가지로 규정되어 있다(제17조, 제20조, 22조).
② 그런데 피고는 2016.10.10. 공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제명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공정위원회 개최 3일 전까지 출석통지서를 송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위 공정위원회에 참석하여 진술하거나 서면 제출 등의 방법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제명처분 후 그 결과를 징계대상자에게 통보하지도 않아 원고는 재심을 청구하거나 대한체육회에 이의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불복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게 징계사실에 관하여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이 사건 제명처분을 통보하지 않음으로써 그에 대한 불복기회를 실질적으로 박탈한 것은 징계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제명처분은 피고의 상벌규정 제11조제2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연맹단체가 상벌권을 행사하여 보고한 징계에 관하여 단순히 적용범위만을 확대하는 경우 위와 같은 징계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살피건대, 피고의 상벌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연맹단체의 상벌결과에 대한 적용범위 확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제11조제2항), 위와 같이 피고가 연맹단체의 징계처분에 대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경우 징계대상자에 대한 출석통지서 송달, 해명기회부여 등의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피고 산하 연맹의 징계처분이 피고의 상벌규정 제11조제2항에 의하여 그 적용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징계대상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범위가 넓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하는 이 사건 제명처분은 E단체의 기존 징계처분을 단순히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새로운 징계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록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벌규정 제22조 이하의 징계절차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 징계대상자에게 징계혐의사실에 대한 해명기회 부여 등 최소한의 방어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절차가 적절하게 보장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대상자에 대한 피고 내 산하 연맹의 징계처분이 피고 또는 피고 내 다른 산하 연맹에 적용범위가 확대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이와 달리 피고의 상벌규정 제11조제2항에 의한 절차에 피고의 상벌규정 제22조 이하가 준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피고로서는 징계대상자를 직접 징계하는 대신 피고 산하 연맹의 징계처분에 관한 적용범위 확대를 통하여 우회 징계하는 방식으로 피고의 상벌규정이 정한 징계절차를 회피할 수 있어 불합리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④ 피고는, I단체, H단체의 징계규정은 징계 범위를 전 세계 또는 아시아로 확대함에 있어서 각 나라 축구협회의 징계사안에 대한 결과보고만 받을 뿐, 별도로 당사자들에게 I단체나 H단체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원징계절차에 하자가 없다면 그대로 징계 범위를 확대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실무도 이와 같이 운용되고 있으므로, 피고의 정관 제4조제1항과 피고의 징계규정 부칙(2013.1.17. 제정) 제2조에 따라 피고도 피고 산하 연맹의 징계처분에 관한 적용범위 확대결정을 하는 경우 징계대상자에 대한 출석통지서 송달, 해명기회부여 등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I단체나 H단체의 징계규정 중 해당 부분은 각국의 축구협회가 징계결정을 한 사안에 대하여 위 효력을 전세계 혹은 아시아로 확대하는 경우에 대한 것으로, 이 사건과 같이 피고 산하의 E단체의 징계처분의 적용범위를 피고 차원으로 확대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위 규정이 그대로 적용 또는 준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게 한 이 사건 제명처분이 E단체의 징계처분과 별도의 새로운 징계처분인 이상, 설령 원고가 E단체의 징계처분 당시 해명기회를 부여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제명처분과 관련한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가 치유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백승영 송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