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5.4.17. 선고 2024구단69954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69954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2.20.

• 판결선고 / 2025.04.17.

 

<주 문>

1. 피고가 2024.1.25.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주식회사 B 소속 일용 근로자로서, 주식회사 C의 ‘(비실명화로 생략)’(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타일 작업을 담당하였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3.8.3. 07:00경 출근하였다가 오전 작업 후 귀가하던 중 갑천 도시고속도로 대전 대덕구 부근 지점에서 가드레일을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그런데 뒤따르던 버스가 원고의 차량을 추돌하는 바람에 원고는 ‘두개 내 농양 및 육아종, 두개저의 골절 폐쇄성(측두골), 열린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의 부상을 입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재해는 폭염으로 근무를 할 수 없어 조기 퇴근하던 중 발생한 것이다. 원고의 업무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당일 작업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조기 퇴근을 하여왔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라. 그러나 피고는 2024.1.25. ‘이 사건 재해 당일의 조기 퇴근은 통상적인 퇴근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의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기 퇴근과 관련하여 출퇴근기록부나 CCTV 등 객관적 자료는 없음.
 이 사건 재해 당일 폭염으로 인한 조기 퇴근에 관하여 현장 담당자 및 관리자에게 보고된 내역이 없음.
 원고의 주장과 달리 근무의 자율성을 확인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그와 같은 형태의 근무에 대해 사업장에서 승낙한 사실도 없음.
 실제 이를 감독한 담당자는 다른 팀들은 모두 근무 시간 내 근무하고 정상 퇴근하며, 관리자의 현장 공정 단계 확인 후 퇴근한다고 진술함.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살피건대, 원고의 근로계약서(갑 제4호증)에 원고의 근로시간이 07:00부터 17:30까지로 되어 있고, 근무태만, 근무지 무단이탈, 무단 조퇴 등이 근로계약 해지 사유로 예시되어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또는 일부 기재, 증인 D의 증언, 이 법원의 주식회사 B에 대한 일부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3호 나목이 정하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근로계약서상 원고의 월급은 출역 일수에 일당을 곱하여 산정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타일작업자의 월급은 작업량에 따라 산출되었다. 즉, 원고의 근로계약서는 원고의 근로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기재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한편 위와 같이 작업량에 비례한 급여 산정 방식을 고려할 때 원고와 같은 타일작업자의 근로시간은 통상적인 형태의 근로와는 달리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근로계약서상 해지사유로 규정된 근무지 무단이탈, 무단조퇴 역시 단순히 정해진 근로시간을 준수하였는가와 같은 시간적 의미로만 접근할 수 없다.

 

나. 원고와 함께 이 사건 현장에서 타일작업자로 근무한 D, E는 ‘평소 06:00 출근하여 16:00 ~ 17:30에 퇴근하였다. 출퇴근 시 확인을 받거나 보고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재해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날에도 조기퇴근 한 적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그 중 D는 이 법원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평소 출근 시간은 6시에서 7시 정도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현장관리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현장에 들어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바로 작업장으로 투입이 되는 형식이라 보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 배정 받은 작업이 완료되면 현장소장이 작업할 다른 곳을 알려준다. 통상 보름 정도마다 작업을 배정받는다.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 13시에 끝날 때도 있고, 15시, 16시에 끝날 때도 있다. 퇴근할 때에도 보고는 하지 않는다. 퇴근 전 현장관리자가 타일작업 진척상황을 점검한 적은 없고, 매월 마지막 날에 작업량을 확인한다. (17시경까지 근무시간이라고 하는데) 힘이 들어서 그렇게 오래는 못한다. 돈은 일한만큼만 받는다.’며, 진술서와 같은 취지로 일관하여 진술하였다.

이들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현장에서는 근로계약서 문언과 다른 형태로 근로관계가 이루어져 왔고, 주식회사 B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현장의 관리 주체 또한 그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 나아가 주식회사 B 또한 근로자가 현장사무실에 들러 출퇴근을 보고하지 않으면 출퇴근 상황을 알 수 없고, 그 당연한 결과로 현장 이탈로 기록된 상황도 없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와 같은 답변은 주식회사 B 측도 사실상 그 소속 일용직 근로자의 출퇴근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원고의 급여 산정 방식 및 다른 근로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종합해 보면, 이 사건 현장에서는 근로계약서 문언과 달리 근로시간에 관하여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이 부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작업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받고 출퇴근 보고 없이 작업을 실시하여 왔다면 근로자라기보다는 일의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 도급계약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이 사건 처분 사유의 전제 사실과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는 것이므로, 처분사유의 추가로 인정할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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