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5.1.15. 선고 2023고단1327 판결】

 

•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결

• 사 건 / 2023고단1327 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

                                        나. 업무방해

• 피고인 / 1. A ~ 7 G

• 검 사 / 김필수(기소), 안태민(공판)

• 판결선고 / 2025.01.15.

 

<주 문>

피고인들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들의 지위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이라 함)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이하 ‘부울경본부’)는 산하 부산건설기계지부, 울산건설기계지부, 경남건설기계지부,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부산울산경남타워크레인지부, 부산울산전기지부, 경남전기지부, 제주지부 등 8개 지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부 아래로 지역별 지대 및 업종별 분(지)회가 설립되어 있고,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간부들은 2019. 초경부터 부산, 경남 지역의 레미콘 기사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조직화 작업을 하여 2019.5.경 부산건설기계지부 산하 레미콘지회(이하 ‘레미콘지회’라 함)를 설립하였다.

 

[범죄사실]

1.  폭력행위 등처벌에 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

가.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D, 피고인 E, 부울경본부, 산하 부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 간부들인 피고인들은 2019.5.경부터 부산, 경남(양산, 김해, 진해) 지역의 레미콘 생산. 납품 업무를 담당하는 레미콘제조회사들과 운반도급계약 등 관계에 있는 레미콘 기사들 100%가 레미콘지회 조합원들이고, 레미콘 기사들이 운송을 거부하면 레미콘의 특성상 당일 생산, 당일 납품해야 하는 레미콘 제조회사의 업무가 중단되어 건설현장의 공정 자체가 중단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레미콘지회 간부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복지기금’을 요구하고, 레미콘 제조회사들이 거부할 경우 소속 조합원들인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운송을 거부하게 하고, 사업장별로 다수의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사업장 내에서 위세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레미콘 제조회사들이 생산·납품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요구사항을 관철하기로 하였다.

나아가, 피고인 A는 부울경본부장으로서 산하 8개 지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부산건설기계지부의 레미콘 운송거부 총파업 및 개별 사업장에 대한 연대투쟁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상근 간부인 피고인 B, 피고인 D, 피고인 E는 복지기금 지급 요구안을 수립하고 레미콘 운송거부 총파업 및 개별 사업장 투쟁을 계획하여 산하 레미콘지회 간부들에게 관련 사항을 전달 및 지시하는 역할을, 피고인 C은 레미콘 제조회사들에게 복지기금 지급을 요구하고 레미콘지회 소속 분회장들에게 레미콘 운송거부 총파업 및 개별 사업장 투쟁 내용을 공지하여 조합원인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이에 참여하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 A, 피고인 D는 2019.12.20.경 부산 연제구 소재 음식점에서 레미콘 기사들 100%가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인 부산, 경남 지역의 47개 레미콘 제조회사(이하 ‘피해회사들’이라 함)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부산경남레미콘산업 발전협의회(이하 ‘회사발전협의회’라 함) 대표이자 피해자 ㈜○○레미콘의 대표인 손병○, 전무 전병○ 등을 만났고, 피고인 A는 위 손병○ 등에게 ‘레미콘 제조회사 측이 노사 상생 차원에서 조합에 복지기금을 지급해줘야겠다, 지금 당장 협상을 할 수 있지만 5월까지 봐주겠다, 협상이 안 되면 총파업을 할 것이다, 어차피 다 민노총 조직화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피고인 D는 ‘나는 협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때려 부수고 시작한다, 그러니 알아서 말을 들어라, 어떤 회사나 개인이 민노총과 싸워서 이긴 적이 없다, 민노총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회사가 돌아갈 것 같으냐,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총파업을 하여 회사 운영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말하고,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E는 2020.1.12.경부터 2020.5.28.경까지 13회에 걸쳐 부산 동구 범일동 소재 커피숍 등에서 전병○ 등에게 ‘우리 요구안대로 복지기금을 지급해줘야겠다, 민노총은 지금까지 진 적이 없다, 파업을 하면 회사가 버틸 수 있겠느냐, 우리와 상대가 되겠느냐, 결국 우리가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레미콘 공장 10개 정도는 정리되어야 한다, 우리 뜻 안 들어주면 무기한 총파업을 하겠다’라고 말하였고, 피해회사들을 대표하는 손병○, 전병○ 등은 ‘레미콘지입차주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고, 더욱이 레미콘 제조회사와 아무런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레미콘지회 상근 간부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되는 복지기금을 레미콘 제조회사 측에서 지급할 근거가 없다, 회사에서 비용을 지출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비용 지출 근거도 없다’라며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들은 2020.5.14.경부터 2020.5.28.경까지 피해회사들의 사업장에서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인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전면 거부하게 하고,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피해회사 측의 동의 없이 주차장, 마당 등을 점거하고 요구안을 받아들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제창하는 등 소음을 내고, 레미콘지회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소속 타설공, 철근공 등도 건설현장에서 연대 파업하도록 지시하는 방법으로 피해회사들의 레미콘 생산·납품 업무를 전면 중단시켰다.

결국,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레미콘을 비롯한 47개 피해회사들 소속 대표들을 협박하고, 이로 인하여 합계 21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고 부도 위기에 처하여 겁을 먹은 피해회사들의 대표들로 하여금 2020.5.28.경 부산 연제구 중앙대로 1001 부산광역시청 회의실에서 ‘2020년 5월 1일부터 2022년 4월 30일까지 회사는 레미콘산업 발전 및 조합원들의 고충 처리, 산업안전활동 등을 위한 복지기금을 20인 미만 20만원, 20인 이상 30인 미만은 30만원, 30인 이상은 50만원 매월 각 제조사별 분회(상조회)에 지급한다’라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2020.6.25.경부터 2022.4.25.경까지 피해회사 ㈜○○레미콘으로부터 복지기금 명목으로 합계 7,200,000원을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2020.6.10.경부터 2022.6.3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해회사들로부터 복지기금 명목으로 합계 345,569,000원을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회사들 소속 대표들을 협박하고, 이에 겁을 먹은 피해회사들로부터 합계 345,569,000원을 갈취하였다.

나.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F, 피고인 G 피고인들은 위 복지기금 지급 약정한 기간이 끝나가자 피해회사들에게 복지기금을 다시 요구하면서 이를 증액하고, 피해회사들이 거부할 경우 소속 조합원들인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운송을 거부하게 하고, 사업장별로 다수의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사업장 내에서 위세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회사들이 생산·납품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요구사항을 관철하기로 하였다.

나아가, 피고인 A는 부울경본부장으로서 산하 8개 지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부산건설기계지부의 레미콘 운송거부 총파업 및 개별 사업장에 대한 연대투쟁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상근 간부인 피고인 B, 피고인 C은 복지기금 지급 요구안을 수립하고 레미콘 운송거부 총파업 및 개별 사업장 투쟁을 계획하여 산하 레미콘지회 간부들에게 관련 사항을 전달 및 지시하는 역할을, 피고인 박○걸, 피고인 정○철은 피해회사들에게 복지기금 지급을 요구하고 레미콘지회 소속 분회장들에게 레미콘 운송거부 총파업 및 개별 사업장 투쟁 내용을 공지하여 조합원인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이에 참여하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F, 피고인 G은 2022.1.7.경부터 2022.5.21.경까지 13회에 걸쳐 부산 동구 범일동 소재 커피숍 등에서 회사발전협의회 대표이자 ㈜□□레미콘 대표인 박종○, 전무 전병○ 등에게 ‘2년 전보다 복지기금을 증액하여 지급하라, 오늘 만나서 합의를 안 해주면 내일은 이 금액보다 낮아지지 않는다, 하향은 없고 올라간다, 이번에도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2020년처럼 무기한 총파업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사업운영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였고, 피해회사들을 대표하는 박종○, 전병○ 등은 ‘레미콘 제조회사에서 복지기금을 지급할 근거도 없는데 증액까지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들은 2022.5.9.경부터 2022.5.21.경까지 피해회사들의 사업장에서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인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전면 거부하게 하고,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피해회사 측의 동의 없이 주차장, 마당 등을 점거하고 요구안을 받아들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제창하는 등 소음을 내고, 피고인 A는 피고인이 지부장으로 있는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와 연대하여 총파업을 시행하도록 지시하여 부산건설기계지부의 총파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피해 회사들의 레미콘 생산·납품 업무를 전면 중단시켰다.

결국,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레미콘을 비롯한 47개 피해회사들 소속 대표들을 협박하고, 이로 인하여 합계 187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고 부도 위기에 처하여 겁을 먹은 피해회사들의 대표들로 하여금 2022.5.21.경 부산 동구 자성로 141번길 13, 노동복지회관 사무실에서 ‘2022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회사는 레미콘산업 발전 및 조합원들의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을 위한 복지기금을 20인 미만 30만원, 20인 이상 30인 미만은 40만원, 30인 이상은 60만원 매월 각 회사별 분회(상조회)에 지급한다’라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2022.5.25.경부터 2022.12.26.경까지 피해회사 ㈜○○레미콘으로부터 복지기금 명목으로 합계 3,200,000원을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2022.5.25.경부터 2023.1.31.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해회사들로부터 복지기금 명목으로 합계 158,530,000원을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회사들 소속 대표들을 협박하고, 이에 겁을 먹은 피해회사들로부터 합계 158,530,000원을 갈취하였다.

 

2.  업무방해

가.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D, 피고인 E 피고인들은 제1의 가.항 기재와 같이 레미콘 제조회사들을 대표하는 손병○, 전병○ 등이 ‘레미콘지입차주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고, 더욱이 레미콘 제조회사와 아무런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레미콘지회 상근 간부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되는 복지기금을 레미콘 제조회사 측에서 지급할 근거가 없다, 회사에서 비용을 지출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비용 지출 근거도 없다’라며 레미콘지회 간부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복지기금 지급 요구를 거절하자 조합원들을 동원해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거부한 채 위세를 과시하여 복지기금 요구안을 관철하기로 하였다.

2020.5.16. 08:00경부터 같은 날 10:00경까지 경남 김해시 생림면 생림대로 713번길 93 소재 피해자 ㈜○○레미콘 부지에서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 약 200명이 모여 방송차량, 확성기 등을 동원해 ‘요구안을 받아들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제창하는 등 심한 소음을 내었으며, 예정되어 있던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전면 거부하였고, 2020.5.25. 08:00부터 같은 날 09:00경까지 경남 양산시 신덕계1길 24 소재 피해자 ㈜○○산업개발 부지에서 조합원 약 25명이 모여 같은 방법으로, 2020.5.26. 07:00경 부터 같은 날 08:00경까지 부산 서구 원양로 268 소재 피해자 ㈜□□ 부산공장 부지에서 조합원 약 40명이 모여 같은 방법으로, 2020.5.27. 07:00경부터 같은 날 08:00경까지 부산 기장군 정관읍 발신리 38-10 소재 피해자 ㈜□□ 정관공장 부지에서 조합원 약 30명이 모여 같은 방법으로, 2020.5.27. 08:00경부터 같은 날 09:00경까지 부산 사상구 삼덕로 96 소재 피해자 ○○시멘트㈜ 부지에서 조합원 약 50명이 모여 같은 방법으로 위세를 과시하고 예정되어 있던 각 회사의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전면 거부하였다.

그 결과, 위 5개 피해회사들의 레미콘 기사들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 지역 일대 레미콘 기사들 대부분이 민노총 산하 레미콘지회 소속이어서 위 5개 피해회사들이 대체 레미콘 차량을 섭외하지 못하고 레미콘 생산·납품을 할 수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불상의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과 공모하여 위력으로 위 5개 피해회사들의 레미콘 생산·납품 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F, 피고인 G 피고인들은 제1의 나.항 기재와 같이 레미콘 제조회사들을 대표하는 박종○, 전병○ 등이 ‘레미콘 제조회사들이 레미콘 제조회사에서 복지기금을 지급할 근거도 없는데 증액까지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레미콘지회 간부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복지기금 지급과 증액 요구를 거절하자 조합원들을 동원해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거부한 채 위세를 과시하여 복지기금 요구안을 관철하기로 하였다.

2022.5.17. 09:00경부터 같은 날 10:30경까지 부산 사상구 장인로 35 소재 피해자 ○○산업㈜ 부지에서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 약 220명이 모여 방송차량, 확성기 등을 동원해 ‘요구안을 받아들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제창하게 하는 등 심한 소음을 내었으며, 예정되어 있던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전면 거부하였다.

그 결과, 피해자 ○○산업㈜ 레미콘 기사들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 지역 일대의 레미콘 기사들 대부분이 민노총 산하 레미콘지회 소속이어서 피해자 ○○산업㈜이 대체 레미콘 차량을 섭외하지 못하고 레미콘 생산·납품을 할 수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불상의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과 공모하여 위력으로 피해자 ○○산업㈜의 레미콘 생산·납품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판단

 

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에 관한 판단: 피해회사들과 운반도급계약 등 관계에 있는 레미콘 지입차주 겸 운송기사(이하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라 한다)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파업을 통해 피해회사들 소속 대표들을 압박하여 피해회사들로 부터 복지기금을 지급받기로 합의하고 복지기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은 것은 근로자의 적법한 쟁의행위 및 그 결과이며, 피고인들이 주도한 파업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공갈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

1) 이 법원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피해회사들의 레미콘을 운송하는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가)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그 소득을 사실상 전적으로 피해회사들로부터 받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피해회사들이 급부의 내용과 비용부담, 계약기간, 계약 해지사유 등을 미리 정하여 제시하는 운반도급계약서’에 의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운송단가가 정기적으로 집단적 합의의 대상이 되고는 있으나 피해회사들의 결정 권한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제공하는 노무는 피해회사들이 레미콘 생산·납품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이자 핵심적인 요소이고,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도 피해회사들과 같은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레미콘 운송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라)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피해회사들과 1~2년 단위의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이 갱신되어 왔고, 그 결과 20년 이상의 장기간 계약관계를 지속한 지입차주도 있다.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고, 레미콘 차량에 레미콘 회사의 상호와 로고가 나타나도록 도색하는 등 피해회사들에 대한 전속성이 강하다.

마)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피해회사들이 정한 출퇴근시간과 근무일을 따르고 휴가계를 제출해야 하였고, 회사에서 수립한 운송계획과 배차지시에 따라 정해진 출하시간에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차량운행 일보를 작성하여 출하실에 제출하여야 했으며, 회사로부터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였다.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회사의 운행(출하)지시를 불이행할 경우 회사에서 불이익(배차정지)을 주거나 계약해지가 가능하였으므로,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 위와 같은 노무제공관계의 실질 및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과거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던 점, 집단적 합의에 의해 비로소 근무시간, 대기시간, 책임 내지 비용 부담 등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운송단가를 인상해 올 수 있었던 점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상당하다.

2) 피고인들이 파업을 통해 피해회사들 소속 대표들을 압박하여 피해회사들로부터 복지기금을 지급받기로 합의하고 복지기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은 것은 근로자의 적법한 쟁의행위 및 그 결과이며, 피고인들이 주도한 파업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가)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제33조제1항). 파업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의 적법한 요건을 갖추어 이루어진 경우 이는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이므로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33조제1항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에서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당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인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두8906 판결, 대법원 2022.12.16. 선고 2015도8190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복지기금은 노동조합법 제24조에서 정한 근로시간면제자 내지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로 볼 수는 없고, 주로 레미콘지회 간부들의 월급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레미콘지회 간부들은 조합원들의 고충을 처리하고 산업재해예방교육 내지 산업재해근로자 지원 등 산업안전 활동을 하면서 사용자와 협의·교섭 및 쟁의활동을 하였고,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복지기금의 액수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정도인바, 이 사건 복지기금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노동조합의 활동 내지 단체교섭의 여건 형성에 필요한 범위 내의 금전으로 볼 수 있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단체교섭의 대상에 해당한다. 이는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소규모 영세 기업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근로시간면제 등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여 왔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피고인들이 파업을 통해 피해회사들 소속 대표들을 압박한 방법과 수단 내지 구체적 언동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기술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파업을 통해 피해 회사들로부터 복지기금을 지급받기로 합의하고 복지기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은 것을 공갈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나)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10.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8.1.18. 선고 2007도1557 판결 등 참조). 쟁의행위가 이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쟁의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요구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4.9.30. 선고 94다4042 판결, 대법원 2011.11.10. 선고 2009도3566 판결, 대법원 2022.12.16. 선고 2015도819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복지기금은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단체교섭의 대상인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음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다. 한편, 대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근로자가 쟁의행위를 하면서 노동조합법에 정한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대가능성이나 법익균형성 측면에서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의 절차적인 흠결이므로, 그것만으로 정당성이 결여된 쟁의행위라고 볼 것은 아닌바, 피고인들이 주도한 파업이 비록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으나 이로 인하여 파업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까지 볼 수는 없고, 예기치 않은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주도한 파업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나. 업무방해에 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조합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치는 등 심한 소음을 내면서 예정되어 있던 레미콘 차량의 운송을 전면 거부’하여 ‘피해회사들이 레미콘 차량을 섭외하지 못해 레미콘 생산·납품을 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피해회사들의 레미콘 생산·납품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으로, 결국 ‘피고인들의 전면 파업이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과 행한 파업은 ‘위력’에 해당하지 않거나 ‘근로자의 쟁의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가)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함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다.

나)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레미콘지회가 2020년 요구한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의 유효기간 시기(始期)가 2020.4.30.인 점, 부산건설기계지부 지부장이 교섭요구를 계속하면서 2020.5.8.부터 교섭결렬에 대한 책임 통보를 하고 2020.5.12.부터 총파업을 통보한 후 2020.5.14.부터 파업에 돌입한 점, 2020년 합의의 유효기간이 2022.4.30.까지인 점, 부산건설기계지부에서는 2022.4.29.경 ‘5.4.’까지 합의가 안 될 경우 ‘5.9.,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통보한 후 2022.5.9.부터 파업에 돌입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과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설령 피고인들과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쟁의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제2항 단서에 따라 위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

 

판사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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