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 A가 피고의 사업장인 물류센터에서 근무를 하던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원고 A의 배우자인 원고 C가 원고 A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각 위자료 등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피고가 사업장 내 근로자 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 A의 위자료 청구는 일부 인용하였으나,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원고 C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등의 피고의 주의의무위반과 원고 C가 입은 손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C와 그 승계참가인의 각 청구는 모두 기각한 사례.
【서울동부지방법원 2025.1.15. 선고 2021가합109118 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4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109118 손해배상(산)
• 원 고 / 1. 전○○, 2. 박○○
• 피 고 / 쿠○ 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
• 변론종결 / 2024.09.04.
• 판결선고 / 2025.01.15.
<주 문>
1. 피고는 원고 전○○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9.8.부터 2025.1.1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전○○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박○○, 원고 박○○의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전○○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이를 10분하여 그 9는 원고 전○○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박○○, 원고 박○○의 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박○○, 원고 박○○의 승계참가인이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승계참가취지>
○ 청구취지 : 피고는 원고 전○○에게 30,000,000원, 원고 박○○에게 171,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 승계참가취지 : 피고는 원고 박○○의 승계참가인(이하 ‘원고승계참가인’이라 한다)에게 42,799,36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2024.8.3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물류창고 및 배송시설 등 물류 관련 시설운영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유한회사이다.
2) 원고 전○○은 2020.4.28. 피고와 사이에 같은 날부터 피고 사업장인 쿠○ 부천2 신선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물류센터’라 한다)에서 기간제 현장기능직으로 근무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신선제품을 포장하는 업무를 해온 근로자이고, 원고 박○○은 원고 전○○의 배우자이다.
3) 원고승계참가인은 원고 박○○에게 국민연금법 규정에 따라 장애연금을 지급한 법인이다.
나. COVID-19 바이러스 유행 및 이에 따른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 등
1) COVID-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라 한다)는 감기, 중증폐렴 등을 일으키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 말하기 등을 할 때 발생한 호흡기 침방울(비말)을 밀접접촉(주로 2m 이내)하거나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 접촉 또는 매개체 등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의 잠복기는 1~14일(평균 5~7일)로 주요 증상은 발열(37.5도 이상), 기침, 호흡곤란, 오한, 근육통, 두통 등이 있다.
2)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업보건과는 2020.5.6.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사업장을 대상으로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작성하여 배포하였는데 그중 사업주에 대한 주요 지침 사항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다. 이 사건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 및 경과
1) 부천시보건소는 2020.5.24. 9:00경 피고에게 이 사건 물류센터 근무자인 김○○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음을 유선으로 고지하였고, 같은 날 9:40경 이 사건 물류센터 근무자인 한○○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음을 유선으로 고지하였다.
2) 김○○은 2020.5.12., 같은 달 13., 같은 달 16.부터 20.까지 이 사건 물류센터에 출근하여 근무하였던 자로, 2020.5.20.경 코로나19의 증상(발열, 근육통, 코막힘 등)이 최초 발현되었고, 한○○은 2020.5.12. 이 사건 물류센터에 출근하여 근무하였던 자로, 2020.5.13.경 코로나19의 증상이 최초 발현되었다.
3) 부천시보건소는 2020.5.24. 13:45 이 사건 물류센터에 직원들을 파견하여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이들이 주로 근무하였던 2층 작업장, 엘리베이터 등을 임시폐쇄한 후 방역소독을 실시하였다. 피고는 같은 날 위 코로나19 감염 근로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동선이 겹치는 대상자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하여 이들의 명단을 부천시보건소에 메일로 제출하였다.
4) 피고는 2020.5.24. 18:00경 이 사건 물류센터의 2층 작업장 업무를 재개하였다가, 2020.5.25. 19:00경 이 사건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모든 업무를 중단하였다.
5)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은 2020.5.26. 이 사건 물류센터 코로나19 감염에 관한 일일상황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일일상황보고서(갑 제25호증)에 의하면, 당시 이 사건 물류센터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4명(가족감염자 1명 포함)으로 대부분 원고 전○○과 같은 근무 장소인 이 사건 물류센터 2층에서 작업한 자들이고, 당시 이 사건 물류센터의 구내식당 현황에 관하여 “1,200명 정도 이용, 식사시간 1시간 이내에 식사를 하는 방식, 칸막이 부재, 식당 이용 인원 추적 불가”라고 기재되어 있다.
6)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경기 방역대책반 역학조사관, 부천시보건소는 2020.5.24.경부터 2020.5.27.경까지 이 사건 물류센터 근로자들의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하여 작업환경, 환경검체 등의 역학조사를 실시하였고, 이 사건 물류센터의 작업환경과 관련하여 전문가 자문 의견(갑 제13호증)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결과’라 한다).
<전문가 자문 의견> [공조설비 관련 / ○○대학교 설비소방공학과 홍○관 교수팀] (3) 2층의 경우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나 층고가 7.4m로 높고 대공간이라 확진자의 비말에 의한 실내의 바이러스 농도는 낮을 것으로 판단됨. 따라서 감염기전은 직접 비말접촉에 의한 감염기전이 주된 원인으로 판단됨(컴퓨터, 바코드스캐너 등 공용으로 인한 개달물 전파 가능성도 있음). [작업환경 관련 / 강북○○병원 박○영 교수팀] 이 사건 물류센터는 6층 건물로 3~6층에 보관된 신선식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2층으로 운반되면 2층에서 제품을 재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거친 후 1층의 HUB 공정에서 지역별로 분류되어 출고된다. 최초 확진자가 근무하고, 이후 대부분의 확진자가 발생한 2층의 포장 공정은 총 6개 라인(재분류 공정과 포장 공정이 1셋트)이 있다. 하지만 작업자별 지정된 작업장소가 없이 작업상황에 따라 라인을 옮겨가며 작업을 하였고, 공장 내 CCTV도 없어 확진자들이 근무하였던 장소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초 확진자가 전염력이 가장 강한 시기(증상 발현일 하루 전)에 근무한 5월 12일에 가까운 위치에서 작업을 하였던 근로자들에게 전파가 되고, 이들이 근무를 지속하면서 2층 작업장 전체가 감염된 것으로 판단된다. 작업시 사용하는 바구니, 바코드 인식기 등 직접 접촉이 이루어지는 물품들을 공용으로 사용하였고, 특히 오후 근무조와 심야근무조의 근무시간이 겹치고 작업량도 많은 밤 시간대에는 작업자의 이동이 활발하고, 작업자 간 거리도 가까워 감염의 전파가 더 용이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략) 사업장에서는 출입구에서 발열과 마스크 착용은 확인하였지만, 작업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작업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수백명의 작업자에 비해 식당과 휴게공간이 매우 협소했고, 휴게 공간이 없어서 작업자들이 복도 바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였다는 진술에서는 작업자간 매우 밀접한 접촉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중략) 결론적으로 이 사건 물류센터 감염 전파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라는 감염관리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생각된다. |
7) 경기도지사는 2020.5.28. 이 사건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따라 이 사건 물류센터에 대하여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2020.5.12.부터 근무한 근로자, 외주직원, 방문객 등 4,156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였다.
8) 이 사건 물류센터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총 152명(피고 직원 84명, 가족 등 추가 전파 68명)이다.
라. 원고들의 코로나 감염 및 치료 경과
1) 원고 전○○은 2020.5.26. 11:00경 계양구보건소를 방문하여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같은 날 18:20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같은 날 21:00경 인천의료원으로 격리 입원되었고, 2020.6.17.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2) 원고 전○○의 동거가족인 원고 박○○은 2020.5.26. 21:00경 계양구보건소를 방문하여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2020.5.27. 2:00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같은 날 오전 인천의료원으로 격리 입원되었다. 원고 박○○은 입원 치료 중 2020.6.7. 급성호흡부전 증세가 악화되어 가천대 길병원으로 전원 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마. 원고 전○○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
1) 원고 전○○은 2020.7.8. ‘코로나19 바이러스 질환, 상세불명의 폐렴’ 진단을 받아 위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2) 근로복지공단은 “원고 전○○은 사업장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 활동의 범위와 접촉 및 전염경로가 코로나19 감염 중 양성판정을 받은 다른 동료근로자들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업무수행 과정에서 기 확진 동료근로자로부터 감염되어 신청 상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 간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는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2020.8.4. “원고 전○○이 요양급여 신청한 상병 ‘코로나19질환, 상세불명의 폐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가 제1 내지 3, 5, 12 내지 14, 17, 21, 25, 31, 43, 46, 51, 53, 69, 73 내지 75호증, 을 제3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원고 전○○의 사용자로서 작업환경을 개선하여 근로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 감염병 발생시 작업장을 즉시 폐쇄하여 소독하고 밀접접촉자를 격리하는 등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의무, 감염병 전파 및 감염경로 등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제공할 의무 등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나 이를 위반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의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 전○○은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작업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원고 전○○의 동거가족인 원고 박○○은 원고 전○○을 밀접접촉하여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피고는 원고 전○○의 채용 과정에서 원고 전○○에게 동거가족인 원고 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원고 전○○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원고 박○○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예견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전○○에게 원고 전○○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로 30,000,000원, 원고 박○○에게 원고 박○○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은 장해에 따른 손해 684,771,378원(=소극손해 284,737,400원 + 치료비 및 기대여명 5년에 따른 향후 치료비 170,815,580원 + 5년간 개호비 229,218,398원) 및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50,000,000원 중 명시적 일부 청구로서 171,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사용자로서 근로자들의 직장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사전 조치를 다 하였고, 관할 보건소로부터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통지받은 직후 이를 근로자들에게 고지하였으며, 밀접접촉자 분류 및 이들의 동선 파악, 작업장 폐쇄 및 방역소독 이행 등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확진자 발생 이후 사후 조치의무도 모두 이행하였다.
가사 피고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더라도, 원고 전○○이 이 사건 물류센터 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코로나19 감염과 피고의 주의의무위반 간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로서는 원고 박○○이 입은 손해에 관하여 예견가능성이 없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나. 원고 전○○의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 전○○의 코로나19 감염 시기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근로복지공단이 작성한 원고 전○○에 대한 업무상질병판정서(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전○○은 계양구보건소의 역학조사에서 2020.5.24. 인후통, 목 간지럼 등의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또한 원고 전○○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에 제출한 고소인 진술서(을 제30호증) 기재에 의하면, 원고 전○○은 2020.5.24. 근무할 때부터 약간의 목 간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원고 전○○의 코로나19 최초 증상 발현일은 2020.5.24.경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가사 원고 전○○의 주장과 같이 2020.5.24.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다고 보더라도, 코로나19의 잠복기가 평균 5~7일인 점에 비춰볼 때, 원고 전○○은 계양구보건소를 방문하여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 양성 판정을 받은 2020.5.26.로부터 5일~7일 전인 2020.5.19.경에서 같은 달 21.경 사이(최초 증상 발현일이 2020.5.24.인 경우 2020.5.17.경에서 같은 달 19.경 사이)에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안전배려의무위반으로 주장하는 여러 사정 중 피고가 2020.5.24. 이 사건 물류센터에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사정을 인식한 이후 사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여부(작업장 임시폐쇄 후 재개, 밀접접촉자 격리 미이행, 감염병 전파 및 감염경로 등 관련 정보 미제공 등)가 원고 전○○의 코로나19 감염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 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시기로 추정되는 2020.5.17.경부터 2020.5.21.경 사이의 피고의 의무 위반 여부가 원고 전○○의 코로나19 감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므로, 아래에서는 원고 전○○의 코로나19 감염 시기로 추정되는 2020.5. 중순경을 기준으로 피고의 감염병 예방의무 위반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및 위 의무 위반 행위와 원고 전○○의 코로나19 감염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가)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3.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증인 박명서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원고 전○○의 피고 회사에서의 근무 시간, 근무 환경, 업무 내용, 휴게시간 등의 정황 등을 더하여 살펴보면, 원고 전○○을 비롯한 피고의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 전○○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되고, 나아가 피고의 위와 같은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 전○○이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정부는 2020.3.경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콜센터 등 근무 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사업장 등에 대하여 집단 감염발생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집중 관리 지침을 마련하였고, 고용노동부와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업보건과는 2020.5.6.경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이하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각 사업장에 배포하였는데, 위 지침에 의하면, 사업주는 모니터·책상·작업대 위치 및 방향을 조정하거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노동자 간 간격을 2m(최소 1m) 이상 유지하고, 구내식당 좌석 간 투명격벽을 설치하거나 가급적 일렬 또는 지그재그로 앉게 하며,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마스크 착용을 안내할 것을 권고하였다.
② 그러나 이 사건 역학조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당시 이 사건 물류센터의 구내식당 현황은 “1,200명 정도 이용, 식사시간 1시간 이내에 식사를 하는 방식, 칸막이 부재, 식당 이용 인원 추적 불가”인 상태로,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서 정한 투명격벽을 설치하거나 식사 시 일렬 또는 지그재그로 앉도록 권고한 사실이 없고, 근로자들의 식사시간도 조정하지 아니하여 1시간 이내에 1,200명의 대규모 인원이 밀접하게 모여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또한 이 사건 역학조사결과에 의하면, 원고 전○○이 근무하였던 이 사건 물류센터 2층 및 2.5층의 작업장의 근무 환경은 작업자별 지정된 작업장소가 없이 작업 상황에 따라 라인을 옮겨가며 작업을 하였고, 비좁은 휴게실을 별도의 휴식시간 지정 없이 공동으로 사용하며, 방한복, 신발, 모자 등의 공용물품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서 정한 근로자 간 간격이 최소 1m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가 이 사건 물류센터 내 근로자 간 간격이 최소 1m가 유지되도록 이 사건 물류센터의 작업환경, 업무 프로세스 등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였다거나, 근로자들에게 최소 1m 거리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④ 한편, 2020.3.16.부터 이 사건 물류센터 2층 및 2.5층에서 근무해온 박명서는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캡틴 이상 관리자들은 근무 시간 중 마스크를 내리고 소리를 지르거나 턱스크(턱에 마스크를 걸치는 것)를 쓰는 경우가 많았고, 관리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회사에서 이를 제지하거나 감독하지 아니하였다. 작업자들은 작업대와 작업대 사이에서 등을 맞대고 일하는데, 밑에 있는 물건을 잡으려고 몸을 숙이면 엉덩이가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각자 근무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위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서 근로자들의 마스크착용을 반드시 권고하고 있는 것에 반해, 피고의 관리자 직급(캡틴) 대부분이 마스크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근무하였고, 피고는 직원들의 마스크 미착용에 관하여 특별히 제지하거나 관리·감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작업대와 작업대 간격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근로자 간 간격 최소 1m 이상 거리두기 지침은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⑤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에서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총 152명(피고 직원 84명)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라는 감염관리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물류센터의 집단 감염 발생 이후 타 지역 물류센터의 근무환경 개선(휴게공간 확충, 구내식당 테이블 칸막이 설치 및 지그재그 좌석 배치, 구내식당 이용 인원 제한), 방역담당자 지정 및 근로자 대상 모니터링, 근로자들에 대한 방역수칙 준수 지도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감염병 예방의무를 이행하였고, 그 결과 피고의 또 다른 사업장인 이천 쿠○덕평물류센터에서 2020.6.24.경 1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였음에도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갑 제4호증, 15쪽). 피고가 이와 같이 사업주로서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 따른 감염병 예방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더라면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대규모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⑥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물류센터의 작업장은 근로자들 중 일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경우 다수의 근로자들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손쉽게 밀접접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이 사건 물류센터의 코로나19 최초 감염자들은 모두 이 사건 물류센터 2층 및 2.5층에서 작업하던 자들로, 그중 김○○(2020.5.20.경 코로나19증상 발현)은 2020.5.12., 같은 달 13., 같은 달 16.부터 20.까지 이 사건 물류센터에 출근하여 근무하였고, 한○○(2020.5.13.경 코로나19 증상 발현)은 2020.5.12. 이 사건 물류센터에 출근하여 근무하였는바, 원고 전○○이 2020.4.28.부터 주5일을 일하고 이틀을 쉬는 근무 형태로 오후 조(17:00 ~ 이튿날 2:00)로 이 사건 물류센터 2층 및 2.5층에서 근무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감염자의 비말 또는 감염자의 비말이 묻어 있는 매개체(오염된 물품)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원고 전○○은 2020.5.17.경부터 2020.5.21.경 사이에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작업 중 코로나19 감염자를 밀접접촉함으로써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⑦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전○○의 이동 동선 중 2020.5.22.경 백화점, 식당 등을 방문하였으므로 원고 전○○이 피고의 사업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된 것이 아니고, 가사 피고의 사업장에서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아니한 것 때문이지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 원고 전○○이 방문한 백화점, 식당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였다거나 대규모 집단 감염이 일어난 사정이 없는 점, ㉡ 코로나19의 잠복기, 원고 전○○의 코로나19 증상 발현 및 확진 판정 시기 등을 고려해볼 때 원고 전○○이 피고 회사의 코로나19 최초 감염자들 및 추가 감염자들을 접촉한 뒤 잠복기가 지난 직후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 전○○의 이동 동선에서 이 사건 물류센터 외에 코로나19에 감염될 만한 다른 경로가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원고 전○○과 동일한 장소에서 근무하였던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동일한 시기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 전○○ 역시 이들과 동일한 시기에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점, ㉣ 근로복지공단은 원고 전○○의 요양급여신청에 대하여 “감염병의 시간적 속발성, 연관성의 강도, 기존 지식과의 일정성 모두 확인 및 예상 등이 가능하며 감염원은 직장 내 집단 감염으로 추정된다. 원고 전○○이 사업장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활동의 범위와 접촉 및 전염경로가 코로나19 감염 양성판정을 받은 다른 동료근로자들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업무 수행 과정에서 기확진 동료근로자로부터 감염되어 신청 상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보아 원고 전○○의 코로나19 감염 및 상세불명의 폐렴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점, ㉤ 피고가 사업주로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을 충실히 이행한 이천 쿠○덕평물류센터의 경우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원인이 오로지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영역에 있다고 한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살펴보면,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가 사용자로서 원고 전○○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전○○이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작업 중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 전○○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하여 인천의료원에 격리 입원된 것으로 인한 단절감과 불편, 백신 및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은 질병에 감염되었다는 두려움 및 가족들에 대한 전염가능성으로 인한 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경험칙상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위, 원고 전○○의 코로나19 감염의 증상 및 치료 경과,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피고는 원고 전○○에게 위자료로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이 발생한 날 이후로서 원고 전○○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9.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5.1.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원고 박○○의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불법행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발생의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7.11. 선고 2017다263703 판결 등 참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가해자의 가해행위, 피해자의 손해발생,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9.11.28. 선고 2016다233538, 23354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원고 박○○은 원고 전○○의 동거가족으로 2020.5.26. 21:00경 계양구보건소를 방문하여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2020.5.27. 2:00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같은 날 오전 인천의료원으로 격리 입원된 점, ② 원고 박○○이 입원 치료 중 2020.6.7. 급성호흡부전 증세가 악화되어 가천대 길병원으로 전원 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박○○이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말미암아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거나 원고 박○○이 원고 전○○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가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는 피고의 사업장에 출근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원고 전○○에 대한 의무이고, 그 동거가족인 원고 박○○에 대하여 부담하는 직접적인 의무는 아닌바, 피고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그 자체로 원고 박○○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이라는 과실과 원고 박○○이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② 원고 박○○의 평소 생활 반경, 코로나19 감염 직전의 이동 경로 등을 확인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된 바 없고, 원고 박○○이 원고 전○○으로부터 감염되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도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원고들의 주장을 살펴보더라도, 원고들은 원고 박○○이 원고 전○○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원고들이 동거가족이라는 점을 유일한 사정으로 들고 있는데, 원고들이 동거가족이라는 사정만으로 원고 박○○이 원고 전○○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③ 원고 박○○에 대한 의무기록지(갑 제12호증)를 살펴보면, 원고 박○○은 2020.5.27.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 박○○이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경위를 살펴보면, 원고 전○○이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자, 동거가족인 원고 박○○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게 되어 2020.5.27.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인바, 원고 박○○이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시기만을 들어 원고 박○○이 원고 전○○으로부터 순차 감염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박○○이 원고 전○○보다 먼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인지,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인지 그 선후 관계조차 명확히 알기 어렵다.
④ 피고로서는 사용자로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원고 전○○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예견할 수는 있었을지언정 그 동거가족인 원고 박○○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될 것까지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 따라서 피고의 주의의무위반과 원고 박○○이 입은 손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 박○○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
국민연금법 제114조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하여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지급한 때에는 그 급여액의 범위에서 제3자에 대한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수급권자를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 박○○은 배우자 원고 전○○의 사용자인 피고의 안전배려의무위반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였고, 원고승계참가인은 원고 박○○에게 장애연금으로 총 42,799,36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 박○○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위 장애연금 상당액 42,799,36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원고 박○○이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손해를 입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안전배려의무위반과 원고 박○○의 코로나19 감염 사실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피고의 원고 박○○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고승계참가인이 원고 박○○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법 제114조에 따라 피고에게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가. 그렇다면 원고 전○○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원고 전○○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박○○,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나.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변론종결 후인 2024.12.31.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가 변론종결 이후인 2024.11.27. 회신되었으므로 이를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원용할 수 있도록 변론재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변론재개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당사자가 변론종결 후 주장·증명을 제출하기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속하고, 법원이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는 경우는, 변론재개신청을 한 당사자가 변론종결 전에 그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사정으로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였고 그 주장·증명의 대상이 판결의 결과를 좌우할 만큼 주요한 요증사실에 해당하는 경우 등과 같이 당사자에게 변론을 재개하여 그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패소판결을 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절차적 정의에 반하는 경우로 한정되는바(대법원 2022.4.14. 선고 2021다30579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변론재개신청사유, 이 사건 변론과 심리의 전체적인 경과, 원고들이 지금까지 제출한 증거와 자료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변론종결 전에 원고들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사정으로 인하여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그 주장·증명으로 위와 같이 설시한 판단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10.10.28. 선고 2010다20532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변론재개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사 박연주(재판장) 유지혜 김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