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이 사건 기술정보(평판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을 위한 진공이송시스템인 VTS 도면)가 자신의 영업비밀임을 전제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한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제3호 (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함. 원심은, ①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와 피고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영업비밀이고, ②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기술정보의 사용에 관한 다른 약정이 없으므로 그 공동보유자인 피고는 영업비밀성을 상실하게 하지 않는 이상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할 수 있으며, ③ 피고가 피고 거래업체에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피고 거래업체로 하여금 이 사건 기술정보가 포함된 이 사건 도면을 사용하여 이 사건 제품을 제작하게 한 것은 원고가 그 제작을 포기하였기 때문이고, 이는 피고 자신이 영업비밀성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한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피고의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 입수할 수 없고 이를 사용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원고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해 온 것이라서 원고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②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와 피고가 공동으로 보유한 정보이기는 하나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고가 이를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피고의 영업비밀이라고 평가할 수 없으며, ③ 피고는 원고와의 약정에 따라 원고의 영업비밀인 이 사건 기술정보를 비밀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나 사용제한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않은 이상 반드시 원고의 동의를 받고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고, ④ 제출된 자료만으로 영업비밀 보유자인 원고의 경쟁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원고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제품을 제작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함.


【대법원 2024.11.14. 선고 2021다289399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1다289399 손해배상

• 원고, 상고인 / ○○○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1.9.9. 선고 2020나2038172 판결

• 판결선고 / 2024.11.14.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 회사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소외 2 회사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진공이송시스템(Vacuum Transfer System, 이하 ‘VTS’라 한다) 등을 공급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소외 2 회사는 2015년경 VTS 제조·판매 업체인 원고와 비밀유지계약 및 구매거래기본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에게 소외 2 회사가 개발한 VTS 도면(이하 ‘소외 2 회사 도면’이라 한다)을 제공하였고, 원고는 이를 기반으로 일부 수정 도면을 작성한 후 VTS를 제작하여 소외 2 회사에 공급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6.5.4. 소외 2 회사에 대하여 ‘소외 2 회사 도면을 포함하여 소외 2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정보를 소외 2 회사에게 반환하고, 보관 중인 일체의 자료는 모두 폐기하였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작성하였다.

 

나. 소외 1 회사는 2016.1.경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용 설비를 제조·판매하는 피고와 VTS 총 66대(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1차분으로 그중 우선 23대를 공급받는 것을 포함하여 총 3차에 걸쳐 이 사건 제품을 공급받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2016.3.17. 원고와 이 사건 제품 중 1차분 23대의 제작을 위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게 그 제작을 발주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서로 상대방의 기술자료 등 업무상 비밀을 계약기간 및 계약 종료 후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다.

 

다. 원심 판시 이 사건 도면은 이 사건 제품의 설계도면이다. 이 사건 도면 작성 과정에서 원고는 작도 작업을 주도적으로 담당하였고, 피고는 원고가 작도한 3D 도면에 대해 구조강성을 확보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구조강성해석 작업을 주로 수행하여 도면이 수정되도록 하는 한편 원고에게 도면 작성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양 등 관련 자료들과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이 사건 도면 중 일부에는 원고와 피고의 상호가 병기되었다.

 

라. 이 사건 도면 중 원심 별지 목록 순번 1, 2, 6 기재 각 도면은 원고가 소외 2 회사 도면을 기초로 변경·추가하는 작업을 통해 작성되었는데, 그중 소외 2 회사 도면과 비교하여 변경·추가된 부분에는 이 사건 제품의 바디와 부품 전체에 관한 3D 도면, 이를 토대로 전환된 2D 도면 중 강성을 확보하고 구조를 단순화하며 가공 방법과 설계 과정에서의 최적화 사항 등을 반영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도면 중 원심 별지 목록 순번 3, 4, 7, 8 기재 각 도면은 원심 별지 목록 순번 1 기재 3D 도면에 구현되어 있는 기술정보를 실제 부품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2D 도면에 구현한 것이고, 원심 별지 목록 순번 5, 9 기재 도면은 이 사건 제품 구성요소의 전기배선관계 등을 나타낸 것이다.

 

마. 이 사건 도면 중 소외 2 회사 도면과 비교하여 변경 내지 추가된 부분(이하 ‘이 사건 기술정보’라 한다)은 간행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보도 아니다. 원고는 이 사건 기술정보에 대해 다운로드 이력을 관리하고 접근자를 통제하였으며 소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비밀유지서약서를 징구하고 다른 거래업체와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였다.

 

바. 원고는 2016.7.경 이 사건 제품 중 1차분 제작·공급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여 손실을 입었다며 피고에게 이를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와 협의가 되지 않자 2016.7.28. 나머지 이 사건 제품의 제작을 포기하였다.

 

사. 피고는 2016.8.경 이 사건 제품 중 나머지 43대의 2차·3차분 제품을 제작·공급하기 위해 소외 3 회사 등 다른 거래업체들(이하 ‘피고 거래업체’라 한다)로 하여금 이 사건 기술정보가 포함된 이 사건 도면을 사용하여 이 사건 제품을 제작하게 한 후 이를 소외 1 회사에 공급하였다. 피고는 당시 피고 거래업체와 이 사건 기술정보 등에 대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은 피고 거래업체가 이 사건 기술정보 등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피고에게 발생한 손해와 관계없이 이미 지급받은 대금을 위약벌로 하며, 손해배상을 비롯한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 등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와 피고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영업비밀이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기술정보의 사용에 관한 다른 약정이 없으므로, 그 공동보유자인 피고는 영업비밀성을 상실하게 하지 않는 이상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 피고가 피고 거래업체에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피고 거래업체로 하여금 이 사건 기술정보가 포함된 이 사건 도면을 사용하여 이 사건 제품을 제작하게 한 것은 원고가 그 제작을 포기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피고 자신이 영업비밀성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구「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9.1.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제3호 (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구「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제3호 (라)목은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있다[이하 ‘(라)목 영업비밀 침해행위’라 한다]. 위와 같은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업종, 경력,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 방법, 행위자의 영업비밀 보유자에 대한 의무의 내용과 범위, 영업비밀 보유자의 경쟁력 손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소외 2 회사와 원고 사이에 체결된 비밀유지계약, 거래기본계약의 각 내용, 소외 2 회사 도면의 반환과 자료 폐기 경위를 고려하면 원고는 소외 2 회사에 VTS를 제작·공급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소외 2 회사 도면을 사용할 권한을 가질 뿐이므로, 소외 2 회사 도면을 원고의 기술정보라고 볼 수 없다. 달리 원고가 소외 2 회사 도면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 독자적인 기술정보를 보유한다거나 소외 2 회사와 공동으로 보유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2)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기술정보의 작성 과정에서 담당한 역할, 피고의 구조강성 해석에 따른 기여가 그중 일부 도면 등에만 국한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기술정보의 귀속에 관한 별다른 약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 2 회사 도면과 비교하여 이 사건 도면에서 변경 내지 추가된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와 피고에게 공동으로 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 입수할 수 없고 이를 사용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원고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하여 온 것이므로, 원고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3) 한편 이 사건 기술정보는 원고와 피고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정보이기는 하나,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고가 단지 피고 거래업체와 이 사건 기술정보에 관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알 수 있을 뿐 더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기술정보를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피고의 영업비밀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4) 그런데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계약에서 상대방의 기술자료 등 업무상 비밀을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이에 따라 원고의 영업비밀인 이 사건 기술정보를 비밀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원고와 피고는 공동으로 보유하는 이 사건 기술정보의 사용 방법, 사용처 등 사용제한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을 하지는 않았으므로, 피고가 반드시 원고의 동의를 받고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5)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제품의 2차·3차분 제작을 포기하자 소외 1 회사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제품의 제작·공급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피고 거래업체에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피고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이 사건 제품을 제작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 거래업체로부터 이 사건 제품을 제작·납품받아 이를 소외 1 회사에 공급했다고 보이고, 이는 피고 스스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피고가 피고 거래업체와 체결한 비밀유지계약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의 영업비밀성이 상실되는 등으로 원고에게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영업비밀 보유자인 원고의 경쟁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6)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해 이 사건 기술정보를 비밀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원고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소외 1 회사에 공급하는 이 사건 제품의 2차·3차분을 제작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라)목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기술정보를 비밀로 관리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지 않은 채 이 사건 기술정보가 피고에게도 공동으로 귀속된다는 이유만으로 피고를 영업비밀의 공동보유자로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피고의 행위가 (라)목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영업비밀 공동보유 또는 영업비밀 공동보유자의 자기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김상환(주심)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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