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0조 제1문과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위와 같은 乙의 행위는 甲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였음.

음성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음성 정보의 내용이 반드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고,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대상인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녹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통화자 사이의 비밀녹음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위 비밀녹음을 재생하여 작출한 녹취서를 甲이 당사자가 아닌 민사소송에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甲 개인의 사적 사실에 관한 내용을 일반인에게 알려지게 한 행위를 정당한 변론활동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乙의 비밀녹음 및 녹취서 제출 행위를 위법하지 않다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음.

따라서 乙은 불법행위로 甲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음.


【수원지방법원 2013.8.22. 선고 2013나8981 판결】

 

• 수원지방법원 제4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3나8981 손해배상(기)

• 원고, 항소인 / 고○○

• 피고, 피항소인 / 박○○

• 제1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3.2.6. 선고 2012가소26100 판결

• 변론종결 / 2013.07.04.

• 판결선고 / 2013.08.22.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2.4.6.부터 2013.8.2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4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4.6.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음성권 등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 또한,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이에 따라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대법원 1998.7.24. 선고 96다42789 판결, 대법원 2006.10.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그러므로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피녹음자의 승낙이 추정되거나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0조제1문과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위 침해는 그것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녹음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갑 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12.4.2. 17:00경 ☆☆상사 주식회사의 대리로서 2012년 1월까지 임대차관리업무를 담당하던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 및 그와 동업관계에 있는 2인이 임대차보증금 5억 원에 차임 월 1,500만 원의 조건으로 새 임차인을 구함으로써 위 회사 사이에 체결된 종전 임대차 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로 하는 약정의 체결에 관한 교섭 경위와 회사 내 그러한 약정 체결에 관한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여부, 원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대략적인 사유 및 현재 이직한 업종의 형태,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와의 친분관계를 말하면서 향후에도 이러한 사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여 달라고 부탁하자 원고가 긍정하는 취지로 답변한 내용 등에 관한 통화를 하였고, 원고의 동의 없이 이러한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한 사실, 피고 외 2인은 원고가 근무하던 위 회사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민사소송에서 위와 같이 녹음된 통화내용을 속기사에 의하여 녹취한 녹취서를 서증으로 제출한 사실, 그 후 원고는 피고의 녹취서 제출 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근무하였던 종전 회사의 임직원 등으로부터 원고의 평판과 영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정신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 한편 미국과 유럽 등 대륙법과 영미법 국가를 불문하고 통화 상대방의 동의 없는 비밀녹음은 적어도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 국가의 입법례이자 판례의 태도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사생활 중 비밀영역에 속하는 전화통화를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원고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사항으로서 원고가 근무하였던 종전 회사의 관계자 등에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아니하는 통화내용을 그대로 녹취한 녹취서를 민사소송에 증거자료로 제출하여 그 소송의 당사자로서 원고가 근무하였던 종전 회사의 관계자에게 그 통화사실 및 통화내용이 알려지게 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불쾌감 등의 정신상 고통을 끼친 행위는 원고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9.9.10. 선고 2007다71 판결 참조).

 

나. 피고는 이 사건 녹음의 경위, 원·피고와 위 회사 사이의 관계, 녹음된 통화내용이 원고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 없는 점, 원고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방법이었던 점, 위증이 만연한 소송현실, 통화자 사이의 비밀녹음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행위는 위법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음성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음성 정보의 내용이 반드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으로 한정할 것은 아닐뿐더러 이 사건 전화통화의 내용 자체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적 사실의 무단공개에 관한 침해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대상인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녹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통화자 사이의 비밀녹음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녹취서의 증거능력 문제와는 별개로 적법한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하고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비밀녹음을 재생하여 작출한 녹취서를 더구나 원고가 당사자도 아닌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원고 개인의 사적 사실에 관한 내용을 일반인에게 알려지게 한 행위를 정당한 변론활동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밖에 피고의 주장 사유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비밀녹음 및 녹취서 제출 행위를 위법하지 않다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손해배상의 액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음성권 등의 인격권을 침해당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3.6.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참조).

원고와 피고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 이 사건 녹음 및 녹취서의 제출 경위, 녹음된 통화내용과 인격권의 침해 정도, 관련 소송의 소송목적물의 값, 변론종결일 당시 비밀녹음에 대한 사회일반의 위법성의 인식 정도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은 3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2.4.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선고일인 2013.8.22.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동수(재판장) 최민호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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