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 및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교통사고 후 운전자 등이 즉시 정차하여야 할 의무의 의미
[2] 피고인이 교통사고 후 비록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400m 이동하여 정차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사안에서, 교통사고의 발생 경위, 도로여건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5.5.31. 법률 제75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고, 구 도로교통법(2005.5.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제1항의 교통사고 후 운전자 등이 즉시 정차하여야 할 의무라 함은, 곧바로 정차함으로써 부수적으로 교통의 위험이 초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즉시 정차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2]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고인이 받았을 충격의 정도, 사고 후 불가항력적으로 반대차선으로 밀려 역주행하다가 2차 사고까지 일으키게 된 정황, 정주행 차선으로 돌아온 후에도 후발사고의 위험이 없는 마땅한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운 도로여건, 피고인이 스스로 정차한 후 개인택시조합 직원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는 전화를 마칠 무렵 경찰관이 도착한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교통사고 후 비록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400m 이동하여 정차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불가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2005.5.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6.09.28. 선고 2006도344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창원지법 2006.5.10. 선고 2005노102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에 의하면, 제1심은 피고인이 사고 현장으로부터 400m 떨어진 곳에 가해차량을 멈출 때까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차를 멈춘 후에는 즉시 개인택시조합 사무실에 사고연락을 하였으므로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사고 후 충격으로 반대차선으로 넘어가 역주행하다가 다시 정주행 차선으로 넘어와 약 200m를 주행한 후 우회전하여 멈춘 것으로 보이고, 사고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인정할 수 없으며, 피고인은 경찰관이 피고인에게 도착한 후 사고 처리와 관련하여 도움을 받기 위해 개인택시 사무실에 전화한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피고인이 정차한 장소에 이르기 전에도 충분히 정차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는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로 하여금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하고 피해 차량에 수리비 3,567,300원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5.5.31. 법률 제75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고(대법원 2001.1.5. 선고 2000도2563 판결, 대법원 2004.3.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구 도로교통법(2005.5.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제1항의 교통사고 후 운전자 등이 즉시 정차하여야 할 의무라 함은, 곧바로 정차함으로써 부수적으로 교통의 위험이 초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즉시 정차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기록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장소는 편도 2차선 도로의 교차로 구간으로 제한속도가 시속 80㎞인데 피해자가 진행하여 온 방향은 내리막길이고, 사고 당시는 비가 내리는 야간으로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어두웠으며, 노면은 비로 인하여 미끄러웠던 사실, 피고인은 서경자동차매매상사 앞에서 사천 방면으로 좌회전함에 있어 그곳은 적색점멸등이 설치되어 있어 교차로 직전에서 일시 정지한 후 다른 교통에 주의하면서 진행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교차로에 진입하던 중 피해차량의 불빛을 뒤늦게 발견하고 핸들을 우측으로 돌리면서 가속하려 하였으나 미처 피하지 못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1은 시속 70 내지 80㎞로 위 내리막길을 진행하면서 가해차량의 불빛을 보았으나 정지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진행하던 중 가해차량이 정지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하는 바람에 피해차량의 앞범퍼 부분으로 가해차량의 왼쪽 앞문짝 뒷부분 및 뒷문짝 부분을 충격한 사실, 피고인이 가해차량의 핸들을 우측으로 조작하는 순간 위와 같이 충격당함으로써 가해차량은 요마크(Yaw Mark)를 남기면서 반대차선으로 밀려 진행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가해차량은 반대차선을 역주행하게 되었던 사실, 마침 피고인은 마주 오는 차량의 불빛을 보고 이를 피하고자 우측으로 핸들을 급히 돌리면서 가드레일로 된 중앙분리대를 충격하는 2차 사고를 일으켰고(사고지점으로부터 약 70 내지 80m 떨어진 곳임), 얼마간 더 진행하다가 중앙분리대가 가드레일에서 봉으로 바뀐 구간에서 반대차선(가해차량의 운전방향에서는 정주행할 수 있는 차선임)으로 넘어가 시속 약 10 내지 20㎞로 약 200m를 정주행한 후 우회전하여 멈추었는바, 그 사이 도로 우측으로는 갓길이 없어 안전하게 주차할 마땅한 장소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사실(그곳은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고, 당시는 비가 내리는 야간이어서 2차선에 걸쳐 차량을 정차하는 경우 후발 교통사고의 위험이 예상된다), 이 사건 사고 후 가해차량을 뒤따라 가던 공소외 2는 20:08:46경 피고인이 위와 같이 우회전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112번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택시를 잡아 놓았다고 신고한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스스로 정차한 후 가해차량에서 내린 다음 피고인이 소속되어 있는 사천개인택시조합 사무실에 전화하여 여직원 공소외 3에게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 처리를 해 달라고 전화하였는바, 당시 피고인은 자신이 받친 것 같은데 상대차는 보이지 않고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몇 번에 걸쳐 겨우 알아들을 정도로 말을 더듬고, 당황해 하였던 사실(피고인이 위와 같이 전화를 한 시각은 20:12:32경이고, 1분간 통화하였다), 공소외 3은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는 읍내지구대 전화번호를 불러주면서 피고인에게 직접 신고하도록 하고, 무전기를 통하여 운행중인 개인택시 운전자들에게 사고 장소에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은 가보도록 지령하였는바, 공소외 4가 위 지령을 받고 피고인이 있는 곳으로 간 사실, 당시 112 신고센터로부터 지령을 받고 사고 현장으로 간 경찰관 공소외 5는 사고 현장에 도착한 후 20:11:31경 도착하였다는 보고를 하고(제1심은 공소외 5가 위 시각에 사고 현장이 아닌 피고인에게 도착한 것으로 보았으나, 원심에서 공소외 5는 위 시각에 사고 현장에 도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가해차량을 추격하던 중 사고 현장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서 가해차량과 그 차량 옆에 서 있는 피고인을 발견한 사실, 공소외 5가 피고인에게 사고 경위에 대하여 질문하였으나 피고인은 사고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사고 경위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 등 횡설수설하였고, 경찰차에 타고 지구대로 이동한 후에도 머리가 아파 나중에 진술하겠다고 호소하여 지구대로 온 사천개인택시조합 회장 공소외 6에게 피고인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도록 한 사실, 이 사건 사고로 피해차량은 3,567,300원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심하게 파손되고 가해차량도 비슷한 정도로 파손되었으며, 피고인은 사고 당일 읍내지구대에서 나와 사천성모병원으로 가 두통 및 현기증이 있고 사고에 대하여 전혀 기억이 없으며 허리에도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여 머리 부분에 대한 씨티(CT)촬영을 하고 입원치료를 받았는바, 2004.11.18. 경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까지도 허리 통증으로 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인이 받았을 충격의 정도, 사고 후 반대차선으로 밀려 역주행하다가 2차 사고까지 일으키게 된 정황, 정주행 차선으로 돌아온 후에도 후발 사고의 위험이 없는 마땅한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운 도로여건, 피고인이 스스로 정차한 후 사천개인택시조합 직원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는 전화를 마칠 무렵 경찰관 공소외 5가 피고인에게 도착함으로써(제1심은 공소외 5가 도착한 이후 피고인이 사천개인택시조합에 전화하였다고 보았으나, 공소외 5가 피고인에게 도착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각 및 공소외 5의 원심에서의 증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5는 피고인이 사천개인택시조합 직원과의 전화를 마치기 바로 전이나 마친 직후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경찰에 신고할 필요가 없었고, 경찰관이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사고처리를 도와주기 위해 피고인에게 온 공소외 4에 의해 사고신고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후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400m 이동하여 정차한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이 사고 현장을 벗어나 정차하게 된 것을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으로 보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고현철 김지형 전수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