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지르기 금지장소에서 선행차량의 양보가 있는 경우, 앞지르기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도로교통법 제20조의2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일정한 장소에서의 앞지르기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같은 조의 각 호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도로교통법 제18조에 의하여 앞차가 진로를 양보하였다 하더라도 앞지르기를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5.01.27. 선고 2004도8062 판결 [도로교통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대전지법 2004.11.5. 선고 2004노216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번호생략) 승용차를 운전하는 자로서 2004.3.29. 12:25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충남 태안군 원북면 황촌리 입구 고개마루 앞 노상을 학암포 방면에서 원북면 방면으로 진행함에 있어, 그 곳은 고개마루 방면으로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어서 앞지르기 금지장소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선을 넘어 선행하는 트럭을 추월하여 앞지르기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앞지르기를 한 장소는 좌로 굽은 오르막길로서 고개마루 부근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장소는 도로교통법 제20조의2 소정의 앞지르기 금지장소에 해당하기는 하나, 피고인은 이 사건 적발 당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앞서가던 차량이 피고인에게 앞지르기를 하라고 신호하여 앞지르기를 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바, 앞지르기 금지장소에서는 선행 차량이 양보한 경우에도 앞지르기를 할 수 없는 것인지 보건대, 도로교통법 제18조에서는 “긴급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는 통행구분이 설치된 도로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통행의 우선순위상 앞순위의 차가 뒤를 따라 오는 때에는 도로의 우측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하고(제1항), 통행의 우선순위가 같거나 뒷순위인 차가 뒤에서 따라오는 때에 그 따라오는 차보다 계속하여 느린 속도로 가고자 하는 경우에도 도로의 우측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고, 도로교통법 제14조,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12조제1항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운행하던 승용차와 앞서가던 트럭은 통행의 우선순위가 같은 차량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 선행하던 트럭이 피고인 운전의 승용차보다 느린 속도로 가고자 진로를 양보하였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앞지르기 금지장소이더라도 앞지르기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과연 피고인보다 선행하던 트럭이 피고인에게 진로를 양보하지 않았는데도 피고인이 앞지르기를 하였는지 보건대, 제1심 증인 오현석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과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보다 선행하던 트럭이 피고인에게 진로를 양보하지 않았는데도 피고인이 앞지르기를 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 제20조의2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한다.”고 일정한 장소에서의 앞지르기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같은 조의 각호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도로교통법 제18조에 의하여 앞차가 진로를 양보하였다 하더라도 앞지르기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앞지르기 금지장소인 도로교통법 제20조의2 제3호의 ‘비탈길의 고개마루 부근’에서 앞지르기 한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앞차가 피고인에게 진로를 양보하지 않았는데도 피고인이 앞지르기를 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에는 앞지르기 금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윤재식(주심) 이용우 김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