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면허운전에 의한 도로교통법위반죄가 고의범인지 여부(적극) 및 그 범의의 인정기준

[2] 운전면허증 앞면에 적성검사기간이 기재되어 있고, 뒷면 하단에 경고 문구가 있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이 정기적성검사 미필로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도로교통법 제109조제1호, 제40조제1항 위반의 죄는 유효한 운전면허가 없음을 알면서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이른바 고의범이므로, 기존의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더라도 운전자가 면허취소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이상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관할 경찰당국이 운전면허취소처분의 통지에 갈음하는 적법한 공고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운전자가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이 경우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는지는 각각의 사안에서 면허취소의 사유와 취소사유가 된 위법행위의 경중, 같은 사유로 면허취소를 당한 전력의 유무, 면허취소처분 통지를 받지 못한 이유, 면허취소 후 문제된 운전행위까지의 기간의 장단, 운전자가 면허를 보유하는 동안 관련 법령이나 제도가 어떻게 변동하였는지 등을 두루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운전면허증 앞면에 적성검사기간이 기재되어 있고, 뒷면 하단에 경고 문구가 있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이 정기적성검사 미필로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4.12.10. 선고 2004도6480 판결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대전지법 2004.9.10. 선고 2004노129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정기적성검사를 받지 않음으로 인하여 1종 보통 운전면허가 취소되어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2003.9.21. 16:20경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 해안 앞길부터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 어송경찰초소 앞길까지 약 30km에 걸쳐 승용차를 운전한 사실을 인정하였다는 것인데, 원심은 피고인이 정하여진 기간 안에 정기적성검사를 받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관할 경찰청장이 적법한 공고를 거쳐 피고인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면허취소처분은 정당하므로, 가사 피고인이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모르고 자동차를 운전하였다 하여도, 그러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처단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가. 도로교통법 제109조제1호, 제40조제1항 위반의 죄는 유효한 운전면허가 없음을 알면서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이른바 고의범이므로, 기존의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더라도 운전자가 면허취소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이상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관할 경찰당국이 운전면허취소처분의 통지에 갈음하는 적법한 공고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운전자가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대법원 1993.3.23. 선고 92도3045 판결 참조), 이 경우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는지는 각각의 사안에서 면허취소의 사유와 취소사유가 된 위법행위의 경중, 같은 사유로 면허취소를 당한 전력의 유무, 면허취소처분 통지를 받지 못한 이유, 면허취소 후 문제된 운전행위까지의 기간의 장단, 운전자가 면허를 보유하는 동안 관련 법령이나 제도가 어떻게 변동하였는지 등을 두루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위 면허취소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변명하고 있는바,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정을 알면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고, 피고인이 운전면허취소통지를 받지 못한데다가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보름이 갓 지난 2003.9.21.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차량을 운전한 점, 피고인이 이전에 이와 동일한 사정으로 면허취소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도로교통법상 정기적성검사를 받는 주기(주기)는 피고인이 최초로 면허를 취득할 당시는 3년이던 것이, 도로교통법의 순차 개정에 따라, 최초 정기적성검사 당시에는 5년으로, 1999.1.29. 이후로는 7년으로, 각 연장된 점, 정기적성검사에 관하여 사전에 대상자에게 통보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운전면허증 앞면에 적성검사기간이 “2002.6.5. ~ 2002.9.4.”로 기재되어 있고, 뒷면 하단에는 “적성검사 또는 면허증 갱신기간 내에 적성검사 또는 면허증을 갱신하지 아니하면 범칙금이 부과되며 1년이 지나면 운전면허가 취소됩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있다는 점만으로는 피고인이 정기적성검사 미필로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에게 면허취소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를 따져보지 아니하고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로 처단하였으니, 원심의 이러한 조치에는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추가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강신욱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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