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의 의미

[2] 사회복지법인의 전임 후원회장 등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차량을 구입한 후 등록원부상 소유 명의를 법인 명의로 해 둔 채 위 차량을 운행하다가 그 직에서 해임된 이후에도 법인의 운행중지 및 차량인도 요구 등에 불응하면서 타인으로 하여금 위 차량을 운행하게 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위 차량에 대한 법인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상실되었다고 본 사례

 

◆ 대법원 2004.04.28. 선고 2003다24116 판결 [구상금]

♣ 원고, 피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 사회복지법인 ○○노인복지원

♣ 원심판결 / 대전고법 2003.4.10. 선고 2002나73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소외 1이 운전하던 피고 소유의 승합차(이하 ‘이 사건 승합차’라 한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마주오던 원고의 피보험차량을 충격함으로써 피보험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각 상해를 입히고 피보험차량을 손괴한 사실과 원고가 보험자로서 피보험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한 손해배상금과 피보험차량의 수리비를 각 지출한 사실 등을 인정하고,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상의 보험자 대위에 의하여 피보험자들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 내지 구상권 등을 취득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승합차는 피고의 후원회장을 자칭하는 소외 2 등이 개인의 불법 영리사업을 위하여 구입한 것으로 명의만을 피고 앞으로 해 두었을 뿐 그들이 무단으로 운행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승합차에 대하여 운행지배나 운행이익을 상실하였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에 대하여, 판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의 후원회장 소외 2과 시설원장 소외 3은 1994.8.경 자신들의 비용으로 이 사건 승합차를 구입한 후 피고의 구급차로 사용하면서 그 등록원부상 소유 명의를 피고 앞으로 하여 두었던 사실, 소외 2 등은 1997.10.경 그 각 직위에서 해임되었으나 해임의 효력을 다투면서 계속 이 사건 승합차를 운행하였던 사실, 그러자 1998.8.8.경에 이르러 피고는 소외 2 등에게 차량의 운행을 중지하고 이를 즉시 소유자인 피고에게 인도하여 줄 것을 내용증명으로 촉구하고, 같은 달 12.경에는 부여군수에게 피고 소유의 차량이 불법 운행되고 있으니 차량의 운행정지 및 번호판 임시영치 조치를 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던 사실, 그러나 소외 2 등은 피고의 요구에 불응하고 소외 1으로 하여금 이 사건 승합차를 운행하게 하다가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그 인정 사실에서 본 차량 명의 등록의 경위, 차량의 운행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전직 임원인 소외 2 등이 이 사건 승합차를 무단으로 운전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고가 소외 2 등이 해임된 후 이 사건 사고 시까지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이 사건 승합차에 대하여 소유자로서 이를 관리·지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이를 행사하지 아니한 채 소외 2 등으로 하여금 운행을 계속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소외 2 등이 적법하게 선임된 피고의 후임 대표자로부터 차량반환 요구를 받고서도 승합차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승합차에 대한 운행지배나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가 규정하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사회통념상 당해 자동차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를 말하고, 이 경우 운행의 지배는 현실적인 지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간접지배 내지는 지배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1999.5.14. 선고 98다57501 판결, 2002.11.26. 선고 2002다47181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전임 후원회장 소외 2과 시설원장 소외 3은 1994.8.경 자신들의 비용으로 이 사건 승합차를 구입한 후 피고의 구급차로 사용하면서 그 등록원부상 소유 명의를 피고 앞으로 하여 두었다가, 1997.10.경 그 각 직위에서 해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임의 효력을 다투면서 계속 이 사건 승합차를 운행하였으며, 이에 피고가 1998.8.8.경부터 소외 2 등에게 차량의 운행을 중지하고 이를 즉시 소유자인 피고에게 인도하여 줄 것을 내용증명으로 촉구하고, 같은 달 12.경에는 부여군수에게 피고 소유의 차량이 불법 운행되고 있으니 차량의 운행정지 및 번호판 임시영치 조치를 하여 달라는 요청까지 하였으나, 소외 2 등은 피고의 요구에 불응하고 소외 1으로 하여금 이 사건 승합차를 운전하게 하였다는 것인바(원심이 채용한 을 제14호증 등에 의하면, 피고의 소외 2과 소외 3에 대한 해임은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고, 또 소외 2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에는 이 사건 승합차에 관하여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이나 자동차손해배상종합보험에 가입하지도 아니하였다.), 그와 같이 이 사건 승합차를 피고의 소유로 본다면, 양인복 등은 늦어도 1998.8.8.경부터는 피고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를 무단으로 운행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피고와 아무런 인적 관계가 없이 또 피고에게 되돌려 줄 생각도 없이 무단으로 운행함으로써 피고의 간섭 내지 지배·관리를 배제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피고는 그 때에 그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잃어버렸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피고가 그 소유권에 기하여 양인복 등에게서 이 사건 자동차를 반환받아 이를 지배·관리할 수 있는 법적인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가 소외 2 등이 해임된 후 이 사건 사고 시까지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이 사건 승합차에 대하여 소유자로서 이를 관리·지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이를 행사하지 아니한 채 소외 2 등으로 하여금 운행을 계속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우선 피고가 1998.8.8.경부터 소외 2 등에게 차량의 운행을 중지하고 이를 즉시 소유자인 피고에게 인도하여 줄 것을 내용증명으로 촉구하고, 같은 달 12.경에는 부여군수에게 피고 소유의 차량이 불법 운행되고 있으니 차량의 운행정지 및 번호판 임시영치 조치를 하여 달라는 요청까지 하였다면, 피고가 소외 2 등으로 하여금 그와 같은 무단 운행을 하도록 묵인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더 나아가 그 자동차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그 차량이나 시동열쇠 관리상의 과실이 중대하여 객관적으로 볼 때에 그 무단 운행을 용인하였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다. 한편,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승합차는 피고의 후원회장을 자칭하는 소외 2 등이 개인의 불법 영리사업을 위하여 구입한 것으로 명의만을 피고 앞으로 해 두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원심도 소외 2 등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이 사건 승합차를 구입하였다고 인정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승합차가 피고의 구급차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실제 소유자는 피고가 아닌 소외 2 등이고, 다만 그 명의만을 피고 앞으로 해 두었다고 볼 여지도 전혀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가령 이와 같이 본다고 하더라도, 소외 2 등이 1997.10.경 그 각 직위에서 해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임의 효력을 다투는 한편, 피고의 간섭 내지 지배·관리를 배제한 채 계속 이 사건 승합차를 운행하였으므로 소외 2 등은 피고에 대한 명의신탁 내지 사용대차관계를 해지하였고 이로써 그 명의대여 내지 사용대차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더욱이 소외 2 등과 피고 사이의 인적 관계도 단절되었다면, 그 후 피고가 소외 2 등에게 명의신탁관계의 종료를 원인으로 하여 자동차등록원부상의 등록 명의를 인수할 것을 청구하는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차량의 운행을 중지하고 이를 즉시 피고에게 인도하여 줄 것을 촉구하거나 차량의 운행정지 및 번호판 임시영치 조치를 하여 달라는 요청만을 하였다고 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승합차에 대한 객관적인 운행지배나 운행이익이 남아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가 이 사건 승합차에 대한 운행지배나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자동차의 운행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변재승 강신욱 고현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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