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 상태에서 후배 공무원에게 상해를 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사무관에서 6급 주사로 강등하는 징계처분을 한 것은 부당
<판결요지>
[1] 원고는 일과 후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신 같은 ○○군 소속 후배 공무원인 B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원고가 술 한잔 하러 가자고 제안하였다가 거절당하자 머리로 B의 얼굴을 들이받아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군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의 징계기준에 의거 강등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2] 이 사건 징계처분(강등)은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징계의 종류를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비록 징계전력이 있고 그것이 이 사건 징계규칙상 가중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은 정도에 불과한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를 사무관에서 6급 주사로 강등하는 징계처분을 한 것을 재량권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하기는 어렵다.
◆ 대법원 2014.02.13. 선고 2013두19714 판결 [강등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A
♣ 피고, 피상고인 / ○○군수
♣ 원심판결 / 2013.08.14, 대전고법(청주) 2012누96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지만,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징계처분이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 경우에는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1999.11.26. 선고 98두695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종전 징계처분으로 인한 승진임용 제한기간중에 다시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함으로써 가중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중징계인 강등의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한 사실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이 사건 징계처분은 원고가 소속된 ○○군의 「○○군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이하 ‘이 사건 규칙’)에서 정한 징계기준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에 이른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살핀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에 이르기까지 채택된 증거 등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징계처분의 원인이 된 이 사건 비위행위는, 원고가 일과 후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신 같은 ○○군 소속 후배 공무원인 B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원고가 술 한잔 하러 가자고 제안하였다가 거절당하자 머리로 B의 얼굴을 들이받아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2) 그런데 B의 신고에 따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원고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B의 옷자락을 당기면서 술을 마시자고 하다가 머리가 B의 얼굴에 부딪친 것은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B은 원고와 평소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당시 상황으로 보아 원고가 고의로 들이받은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당초의 태도를 바꾸어 원고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제출했던 상해진단서를 돌려받기까지 하였다.
(3) 피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하여 처음에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훈계처분을 하였는데, 원고가 검찰에서 상해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를 징계대상으로 규정한 이 사건 규칙 제2조의2 제3호에 따라 충청북도인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경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4) ○○군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징계의 기준을 정한 이 사건 징계규칙 제2조제1항이 인용하는 별표 1에 의하면, 이 사건 비위행위에 관하여 적용될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① 비위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견책, ② 비위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 감봉, ③ 비위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정직·강등, ④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해임·파면으로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이 사건 징계규칙 제5조제2항은 징계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승진임용 제한기간 중에 발생한 비위로 다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에는 당해 비위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2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5) 원고는 민원인으로부터 업무처리와 관련한 항의를 받고 담당 부하 공무원을 질책하면서 욕설과 폭행을 하였다는 사실로 이 사건 비위행위 2개월 남짓 이전에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고, 이를 이유로 충청북도 인사위원회는 이 사건 징계규칙 제5조제2항에 따라 원고에 대한 징계 양정을 가중하여 중징계인 강등처분을 의결하였으며, 피고는 이를 그대로 따라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
나. 위와 같은 이 사건 징계처분 전후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비위행위는 같은 ○○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사이에 술에 취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서 직무와는 무관한 것이고 사건 당시의 상황이나 피해 정도 등으로 볼 때 품위 손상의 내용 그 자체로 중징계를 하여야 할 만큼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이 사건 징계규칙은 ○○군 내부의 징계기준을 정한 사무처리준칙으로서 거기에 규정된 ‘고의’나 ‘과실’ 등은 반드시 형사법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고 징계사유의 내용에 따라 적정한 징계 양정을 하기 위하여 일응 귀책사유를 유형화한 것일 뿐이므로, 형사법적으로 고의에 의한 행위이기만 하면 그 경위나 품위 손상의 정도 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취소한 위 ③의 기준에 따라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하여야만 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징계규칙상 종전 징계로 인하여 원고에게 가중사유가 있음은 인정되지만, 그와 같은 경우에도 2단계 가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일 뿐, 반드시 가중을 하여야 한다거나 정직기간을 늘리는 정도로는 안 되고 징계의 종류를 달리하여 그것도 1단계가 아닌 2단계의 가중을 하여야만 한다고 규정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원고는 1975년에 하위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30년 만인 2005년에 지방토목사무관으로 승진하여 정년을 앞두고 있고 임용 이후 36년 이상 별다른 흠 없이 근무하여 온 점, 오랜 기간 ○○군 내 산업단지 개발 등의 업무를 전담하여 큰 성과를 올리는 등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최근에 이르기까지 도지사, 장관, 국무총리 등으로부터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원고가 동종의 비위행위를 반복하여 저질렀고, 그에 따른 징계와 이 사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C노동조합에 소속된 ○○군 공무원들이 원고에 대한 인사조치와 중징계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물의가 빚어진 것은 사실이나, 원고가 종전에 징계를 받았던 비위행위는 민원인의 항의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자 과잉대응을 하여 민원인 면전에서 부하를 과도하게 질책하다가 발생한 것으로서 원고의 업무 의욕이 지나쳤던 것이 한 원인이 되었고 이 사건 비위행위와는 양상과 성질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점, 이와 같이 종전 비위행위로 원고가 군의 핵심부서 과장에서 면장으로 전보된 상황에서 지역민들과 회식을 마치고 난 후, 원고의 딸이 근무하고 있는 부서에서 상사로 근무하고 있는 같은 군 소속 공무원으로서 평소 안면이 있는 후배를 우연히 마주쳐 술자리를 갖자고 제의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순간 이 사건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여겨지는 점 등의 사정도 기록으로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성격 및 내용,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징계의 종류를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비록 원고에게 징계전력이 있고 그것이 이 사건 징계규칙상 가중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은 정도에 불과한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하여 원고를 사무관에서 6급 주사로 강등하는 징계처분을 한 것을 재량권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하기는 어렵다.
4.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징계처분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