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취급업무와 골수이형성증후군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질병, 부상 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0.1.27. 법률 제99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관련 규정들의 내용, 형식과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3.6.28. 대통령령 제2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제3항 및 별표 3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법 제37조제1항제2호 (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별표 3의 제15호 (나)목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한 경우뿐 아니라,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업무 수행 중 노출된 벤젠으로 인하여 백혈병,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등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제3부 2014.06.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09.28. 선고 2010누2949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0.1.27. 법률 제99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7조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다.
그리고 법 제37조제3항은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3.6.28. 대통령령 제2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34조제3항은 “업무상 질병(진폐증은 제외한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별표 3과 같다.”고 하면서 별표 3에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별표 3의 제15호 (나)목에 의하면 “벤젠 1피피엠(ppm) 이상의 농도에 10년 이상 노출된 근로자에게 백혈병,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다발성 골수종, 재생불량성 빈혈에 해당하는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나타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다만, 노출기간이 10년 미만이더라도 누적 노출량이 10피피엠 이상이거나 과거에 노출되었던 기록이 불분명하여 현재의 노출농도를 기준으로 10년 이상 누적 노출량이 1피피엠 이상이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내용, 형식과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 3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법 제37조제1항제2호(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별표 3의 제15호 (나)목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한 경우뿐 아니라,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업무 수행 중 노출된 벤젠으로 인하여 백혈병,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등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질병, 부상 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2.28. 선고 96누14883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83년 주방기구 제조업체인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1998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의 진단을 받을 때까지 페인트 도장 업무 등에 종사하면서 벤젠에 노출되어 온 경위, 당시 작업장의 근무환경, 원고의 건강상태, 의학적 소견 등에 관한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을 정도의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상병과 업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민일영 박보영 김신(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