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분말 정제작업을 하다가 쓰러져 “케톤증-경향당뇨병, 세균성 폐렴, 길랑-바래 증후군”으로 진단 치료 중 패혈증으로 사망, 업무상 재해 여부
<판결요지>
망인이 한의원에서 근무하면서 한약을 채로 치는 한약 분말 정제작업을 하다가 쓰러져 “케톤증-경향당뇨병, 세균성 폐렴, 길랑-바래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이 한의원에 입사하기 이전부터 당뇨증세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원활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당뇨병성 케토산증은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급성합병증으로서 진행속도가 빠르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증세인 점, 망인의 세균성 폐렴이 위와 같은 한약 분말 정제작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망인의 지속적인 한약 분말 작업이 폐 질환의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망인이 갑자기 쓰러져서 이 사건 상병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는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망인의 업무와 위와 같은 질환의 발생 및 그에 따른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 사례.
◆ 대구지방법원 2014.06.13. 선고 2012구단3304 판결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
♣ 원 고 / 차■■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4.05.02.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2.6.2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딸인 김△△는 2011.6. 23.경 한의원에 입사하여 한약재 손질, 제환업무 등을 담당하여 오던 중, 2012.3.1. 11:00경 제환실에서 한약 분말 정제작업을 하다가 쓰러져 동국대학교 ▥▥병원에서 “케토산증 및 젓산증을 동반한 케톤증-경향당뇨병, 세균성 폐렴, 길랑-바래 증후군”(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진단을 받았다.
나. 김△△는 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12.5. 23. 사망하였는데, 망 김△△(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 직접사인의 원인은 “패혈증”으로, 그 밖의 신체 신체상황으로는 “당뇨, 길랑-바래 증후군”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는 2012.6.21.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2.6.22. 원고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2, 5, 18,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한의원에서 근무하면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한약 분말을 정제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호흡기가 다량의 한약 분진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고, 그 치료 과정에서 증세가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형태 및 업무내용
〇 망인은 주 6일 근무로 평일은 09:00부터 18:00까지, 토요일은 09:00부터 12:30까지 근무하였는데, 주로 제환실에서 환약을 만드는 제환 업무 및 약탕실에서 물약을 만드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〇 제한업무 중 한약재를 주 2회 정도 한약재를 채로 치는 작업은 1회 당 2시간정도 하고 환약은 매일 만들며, 물약을 만드는 업무는 기계로 한약을 달인 후 개별 포장에 담는 일이었다.
2) 망인의 건강상태
망인은 2009.6.경부터 2010.11.경까지 사이에 ▥▥내과의원 등의 개인병원에서 “신경학적 합병증을 동반한 인슐린-비의존 당뇨병”으로 몇 차례 진료를 받은 내역이 확인되고, 2012.2.경에는 장염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있다.
3) 이 사건 상병의 원인 및 증상
〇 “케토산증 및 젓산증을 동반한 케톤증-경향당뇨병
- 인슐린 결핍에 의해 고혈당, 산증 및 케토산혈증이 일어나는 상태로서 아주 빠르게 진행해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당뇨병의 급성합병증 중 하나이다. 체내에 인슐린이 부족하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게 되면서, 이때 부산물로 생성된 케톤체가 혈중에 많아져서 나타나는 것이 케토산혈증이고, 혈액의 산성 정도가 높아지는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되어 결국 사망에 이른다.
-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성 케토산증이 생기는 원인은 감염증(폐렴, 요로감염 등)을 포함한 병발질환과 인슐린 투여 중지이고, 일부 환자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도 발생한다.
- 당뇨병성 케토산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정신상태의 변화로서 의식이 흐려지면서 구토를 시작하고, 호흡이 매우 빨라지고 혼수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〇 길랑-바래 증후군
- “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으로도 불리며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라는 절연물질이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으로, 정확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는 않고, 감기와 같은 상기도 감염이나 비특이성 바이러스 감염 질환을 앓고 난 후에 갑자기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외부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가 자신의 신경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 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 주로 운동 신경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감각 신경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대칭성의 상행성 운동마비와 심부건 반사의 저하나 소실이 특징이다.
〇 세균성 폐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의해 폐조직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서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 호흡기계 증상과 함께, 두통 피로감 등의 전신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4) 의학적 견해
〇 주치의(동국대학교 ▥▥병원)
- 최초 내원시 망인은 당뇨조절이 안 되어 케토산증 페렴에 의한 호흡곤란이 있었고, 환자 보호자의 진술에 의하면 약 10년 전 당뇨가 발병하였음.
- 내원 당시 폐렴 등 선행하는 감염성 질환이 존재하여 길랭-바래 증후군이 발병한 것으로 보임.
- 망인의 상병 상태에는 폐렴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
-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와의 의학적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나, 지속적인 분진의 흡입이 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음.
〇 신체감정의(부산대학교병원)
- 한약 분진 분말의 크기가 미세하므로, 제환 작업 당시 한약 분진이 기도를 폐색해서 의식불명으로 인하여 심폐소생술까지 하게 된 것으로는 보기 어려움.
- 망인은 입원 당시 폐렴이 있었으나, 분말흡입으로 인한 기관지 폐색이 폐렴으로 진단되기는 어려움.
- 환약을 만들기 위해서 한약 분말을 채로 치는 작업으로 인하여 폐렴이 발생할 가능성은 5% 이하로 극히 낮으며, 폐렴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수시간 전에 아무 증상이 없다가 급박하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유는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아 발생한 당뇨병성 케토산증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음.
- 망인의 당뇨병성 케토산증은 폐렴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혈당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며, 망인의 폐렴도 당뇨병과 별개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음.
- 망인의 제환 업무(한약 분말을 채로 치는 작업)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움.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3, 6, 7호증, 을 제11호증의 1 내지 3, 을 제12, 14호증, 을 제15호증의 2, 을 제16호증, 을 제21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업무상 사유에 의한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수행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며,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1.31. 선고 2006두8204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한의원에 입사하기 이전부터 당뇨증세로 치료를 받아 오던 중, 2010.11. 이후에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원활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당뇨병성 케토산증은 인슐린 결핍에 의해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급성합병증으로서 진행속도가 빠르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증세인 점, ③ 신체감정의도 망인이 작업 중 갑자기 쓰러진 직접적 원인을 당뇨병성 케토산증으로 보고 있는 점, ④ 이 사건에서 한약 분진이 제환 작업 중 망인의 기도를 일시에 막아서 망인이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망인의 세균성 폐렴도 위와 같은 한약 분말 작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⑤ 망인의 지속적인 한약 분말 작업이 폐 질환의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망인이 갑자기 쓰러져서 이 사건 상병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는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김▲▲의 증언을 비롯한 이 사건에 제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및 그에 따른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3)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박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