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의 운전자 및 그와 더불어 작업 중이어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접촉될 위험이 있는 근로자가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1.7.25. 법률 제109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제2항, 제4항과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2.3.5. 고용노동부령 제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제1항, 제39조제1항, 제172조제1항을 종합하여 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의한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지정·배치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의 운전자 및 그와 더불어 작업 중이어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접촉될 위험이 있는 근로자는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가 될 수 없다.
◆ 대법원 2013.11.28. 선고 2013도1602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춘천지법 강릉지원 2013.1.22. 선고 2012노3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3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2에 대한 각 업무상과실치사 부분
원심은, 공소외 1의 안전모에서 검출된 도료의 화학성분과 집게차의 집게(그래플)에서 검출된 도료의 화학성분이 일치하는 점, 피고인 1이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1이 화물트럭의 적재함 위의 공간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점, 공소외 1에 대한 부검 결과 전두부에 거의 직각으로 작용한 강한 외력에 의하여 두부 손상이 초래된 것으로 밝혀진 점, 공소외 1이 추락한 당시의 모습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 1이 조작하는 집게에 공소외 1이 충격되었거나 또는 피고인 1의 부주의한 집게 조작으로 공소외 1이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 2가 작업현장에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는 등의 위험방지 조치를 하지 아니한 과실로 공소외 1이 화물트럭 위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그 채택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2, 피고인 3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3 회사’라 한다.)에 대한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
구 산업안전보건법(2011.7.25. 법률 제109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3조제2항에서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 같은 조제4항에서 제2항에 의하여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사항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2.3.5. 고용노동부령 제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규칙’이라 한다.) 제38조제1항, 제39조제1항에서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도로상의 주행작업은 제외한다.)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조사를 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여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여야 하고, 다만 작업장소에 다른 근로자가 접근할 수 없거나 한 대의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운전하는 작업으로서 주위에 근로자가 없어 충돌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규칙 제172조제1항에서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하역 또는 운반 중인 화물이나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 되며, 다만, 규칙 제39조에 따른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고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의한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지정·배치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의 운전자 및 그와 더불어 작업 중이어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접촉될 위험이 있는 근로자는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가 될 수 없다.
원심은, 피고인 1이 집게차를 운전하여 폐기물 포대를 공소외 1의 화물트럭에 싣는 작업을 할 당시, 피고인 2가 작업현장에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를 출입시켰고, 피고인 3 회사는 그 종업원인 피고인 2가 피고인 3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 3 회사가 묵시적으로 집게차의 유도자로 공소외 1을 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 및 제1심이 인정한 사실과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3 회사는 2010.12.경부터 3년간 속초시로부터 속초시 대포동 (지번 생략)에 있는 폐기물소각시설(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관리운영을 위탁받아 운영하기로 하였고, 2011.2.경 속초시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공단이 보유한 장비 및 운전자를 지원받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인 3 회사는 2011.3.3.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공소외 2 회사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인 비산재를 1톤당 55,000원의 운반비를 받고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운반하기로 약정하였고, 공소외 1은 공소외 2 회사 소속의 화물트럭 운전사인 사실, 피고인 2는 피고인 3 회사의 속초사업소장으로서 이 사건 사업장 내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을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고, 이 사건 사고 발생일에도 공소외 1이 화물트럭에 폐기물 포대를 싣는 작업을 할 때에 공소외 3 팀장을 통하여 속초시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이 사건 집게차 및 운전사인 피고인 1을 지원받고, 직원인 공소외 4, 5 등으로 하여금 폐기물 포대를 저장창고로부터 상차작업 장소까지 옮기거나 폐기물 포대를 집게의 연결고리에 걸어주도록 지시한 사실, 피고인 2는 위 작업을 위하여 별도로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여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거나 집게차의 유도자를 배치하지 아니한 사실, 한편 위 집게차는 총중량 10,530kg의 대형 화물자동차로서 적하작업 등을 위하여 작업부에 이동식 크레인을 탑재한 특수용도형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공소외 1은 공소외 2 회사 소속의 화물트럭 운전사로서 규칙상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집게차의 운전사인 피고인 1과 수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폐기물 상차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을 뿐이며, 단지 공소외 1이 이 사건 이전에도 위와 같은 상차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묵시적으로 위 작업의 작업지휘자로 지정되었다거나 또는 화물이나 집게차가 근로자에 접촉되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를 배제하기 위하여 집게차의 유도자로 배치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 2와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3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