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12.14. 법률 제8694호로 개정된 것) 제37조제1항제1호 다목(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이하 ‘혜택 근로자’라 한다)와 그 이외의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이하 ‘비혜택 근로자’라 한다)를 불합리하게 차별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과는 달리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에 대하여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 발생한 재해(이하 ‘통상의 출·퇴근 재해’라 한다)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3] 헌법불합치의견이 다수이나 법률의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에 미달하여 합헌결정을 한 사례
<결정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이하 ‘산재보험제도’라 한다)는 원칙적으로 보험원리를 도입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사업주의 무과실손해배상책임을 전보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아니하는 통상의 출·퇴근 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산재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해서 형성되는 구체적 권리로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고, 대법원에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출·퇴근 재해의 범위를 탄력적으로 해석하여 권리를 구제해 주고 있는 점, 출장의 경우는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명령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양자를 구별하여 보상하는 것이 타당한 점,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외국 입법례의 경우 보험료 일부를 근로자가 부담하는 국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비혜택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2]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무과실책임을 전보하기 위한 산재보험제도의 법적 성질, 공무원과 근로자의 신분 및 지위 등의 차이, 공무원연금제도와 산재보험제도의 근거법령, 목적 및 성격 그리고 급여의 종류·내용 등의 차이(특히 산재보험법상의 급여의 종류와 내용이 더 다양하고 풍부한 점), 재원 형성 주체의 차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의 증가 및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과는 달리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의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3]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을 표시하고 재판관 5인이 헌법불합치의견을 표시하여 위헌의견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법률의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헌법불합치의견]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출장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통상의 출·퇴근 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이 똑같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였더라도 혜택 근로자만을 보호하고 비혜택 근로자를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근로자의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보상해 주고 있음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무수한 논의만 있었을 뿐 입법과정에서는 반영되지 아니하여 여전히 비혜택 근로자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산재보험의 재정 악화 문제는 국가가 가해자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구상하는 방안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 반면, 출·퇴근 재해를 입은 비혜택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경제적 불이익은 매우 중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 근로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심판대상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고하는 경우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단순위헌결정을하는대신 잠정적용의헌법불합치결정을하여 입법자로 하여금 심판대상조항을 평등원칙에 맞게 개정하도록 촉구함이 바람직하다.
◆ 헌법재판소 2013.09.26. 2012헌가16 전원재판부 결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1호 다목 위헌제청]
♣ 제청법원 / 서울행정법원
♣ 제청신청인 / 양○상
♣ 당해사건 / 서울행정법원 2011구단30741 요양급여불승인결정취소
<주 문>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12.14. 법률 제8694호로 개정된 것) 제37조제1항제1호 다목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제청신청인은 ○○텔레비전 주식회사에서 기술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2011.7.27. 수일간의 집중호우로 위 회사 건물의 일부가 침수되자 사업주의 비상소집 지시를 받고 8:25경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회사로 출근하던 중 서울 서초구 ○○동 ○○ 빌라 앞길에서 우면산 일대의 산사태로 인하여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를 당하여 사지마비, 경부척수 압박 등의 진단을 받았다.
(2) 제청신청인은 2011.9.2. 위 사고로 인한 부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위 공단은 2011.9.21.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2011.12.16.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서울행정법원 2011구단30741), 그 소송 계속 중이던 2012.1.30.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1호 다목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2012.7.27.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2아385).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12.14. 법률 제8694호로 개정된 것) 제37조제1항제1호 다목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12.14. 법률 제8694호로 개정된 것)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별지 생략>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 이유
출·퇴근 행위의 업무 종속성 내지 업무와의 밀접불가분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방법과 경로에 따른 출·퇴근 행위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범위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 또한, 출장행위 전반에 관하여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이 확립된 법해석론이자 판례인데 심판대상조항이 유독 출·퇴근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사업주가 출·퇴근 차량을 지원하여 그 편익을 누리는 근로자집단과 이러한 지원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 집단을 차별하고 있으며,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제한 없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는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군인 등에 비하여도 근로자를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판단
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와 업무상 재해
(1)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의의
산업화 이후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재해의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산업재해는 근로자의 생명·신체는 물론 가족 전체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전형적인 위험으로 부상하였다. 이에 근로자에게는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여 당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고, 사업자에게는 산재로 인한 불시의 부담을 분산·경감시켜 주기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다음부터 ‘산재보험제도’라 한다)가 도입되었다. 산재보험제도는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으로, 원래 사용자의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소정의 보험료를 징수하여 그 기금(재원)으로 사업주를 대신하여 피재근로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이다(헌재 2009.5.28. 2005헌바20등, 판례집 21-1하, 446, 454 참조).
(2) 업무상 재해의 개념
산업재해보상보험법(다음부터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라 보상을 받는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고(법 제5조제1호), 구체적으로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근로계약에 터잡아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대법원 2007.9.28. 선고 2005두12572 판결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제1항제1호에 따른 업무상 사고나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고, 아울러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연혁
(1) 출·퇴근 재해는 근로자가 출·퇴근 도중에 또는 출·퇴근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산재보험의 실무에서는 업무의 전 단계로서 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업무 그 자체로는 볼 수 없는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심판대상조항이 2007년 산재보험법의 전부 개정으로 입법화되기 이전에는 산재보험법 제4조제1호에서 업무상 재해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었을 뿐, 출·퇴근 재해에 관한 별도의 법률 조항은 없었다. 따라서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대법원의 해석에 달려 있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없는 통상적인 방법과 경로에 의하여 출·퇴근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예외적으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출·퇴근 재해의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07.10.26. 선고 2007두6991 판결 등 참조).
(2) 이후 산재보험법이 2007.12.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체화한 산재보험법 제37조가 도입되었다. 그 중 출·퇴근 재해의 경우 심판대상조항에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질병 혹은 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 한하여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고 있고, 산재보험법 시행령(2008.6.25. 대통령령 제20875호로 개정된 것) 제29조에서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출·퇴근 재해의 구체적 인정기준으로 (i) 사업주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사업주가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하였을 것과 (ii) 출·퇴근용으로 이용한 교통수단의 관리 또는 이용권이 근로자측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지 아니하였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과 특수직역종사자의 출·퇴근 재해와의 비교
심판대상조항과는 달리, 공무원이나 사립학교교직원의 경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거나 근무지에 부임(赴任) 또는 귀임(歸任)하는 중 발생한 교통사고·추락사고 또는 그 밖의 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 이를 ‘공무(직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인정하여 보상을 해 주고 있다(공무원연금법 제25조 및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제33조 및 제42조 참조). 군인도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및 재해로 발생한 사망 또는 상이자에 대하여 순직 또는 공상자로 인정하여 보상을 해 주고 있다(군인연금법 제23조, 제30조의5, 전공사상자처리 훈령 제3조 [별표 1] 「전공사상자 분류기준표」참조).
라. 심판대상조항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쟁점 정리
심판대상조항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또는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없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다음부터 ‘통상의 출·퇴근 재해’라 한다)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보상받는 특수직역종사자로서 공무원 이외에 사립학교교직원과 군인 등이 있으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논의의 편의와 집중을 위하여 가장 대표적으로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는 공무원과 그렇지 못한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의 차별 문제로 다루기로 한다.
(2) 차별취급의 존재 여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다음부터 ‘혜택 근로자’라 한다)와 사업주로부터 그러한 편익을 지원받지 못하여 도보나 본인 소유의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하여 통상의 출·퇴근을 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다음부터 ‘비혜택 근로자’라 한다)는 동일한 근로자임에도 후자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들 사이에 차별취급이 존재한다.
그리고 공무원과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 역시 모두 공무상 혹은 업무상 사유로 인한 질병·부상·장해 또는 사망에 대하여 보상을 받고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과는 달리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하므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
(3) 차별취급의 합리성
산재보험수급권은 이른바 ‘사회보장수급권’의 하나로서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급부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국가가 재정부담능력과 전체적인 사회보장 수준 등을 고려하여 그 내용과 범위를 정하는 것이므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헌재 2009.5.28. 2005헌바20등, 판례집 21-1하, 446, 454 참조). 따라서 이 사건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자의금지의 원칙에 따라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헌재 2005.7.21. 2004헌바2, 판례집 17-2, 44, 56 참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 차별취급의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뉜다.
(가)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합헌의견
1) 혜택 근로자와 비혜택 근로자 사이의 차별취급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①산재보험제도는 원칙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를 보험가입자로 하는 책임보상보험으로서 사업주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고 보험원리를 통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무과실손해배상책임을 전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는 업무 수행 중 발생한 것으로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사고나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고 업무 그 자체로도 볼 수 없는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산재보험의 목적 및 성격, 그리고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
그렇다면 비혜택 근로자가 혜택 근로자와는 달리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산재보험법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불이익은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및 복지수준 등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일 뿐이고,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위헌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② 산재보험법상의 산재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권리로서 국가가 전체적인 사회보장 수준과 경제수준 등을 고려하여 그 내용과 범위를 정하는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고, 나아가 헌법상의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인 구현을 위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헌재 1998.12.24. 98헌가1, 판례집 10-2, 819, 834; 헌재 2001.6.28. 99헌바32, 판례집 13-1, 1242, 1251 등).
대법원도 최근에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처럼 보이나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의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줌으로써, 구체적 사정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출·퇴근 재해의 범위를 탄력적으로 해석하여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있는 점(대법원 2010.4.29. 선고 2010두184 판결; 대법원 2009.5.28. 선고 2007두2784 판결 등 참조)을 고려할 때, 비혜택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국가가 앞으로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사업주와 근로자의 사회적 합의,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입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안이다.
③ 출·퇴근행위의 경우 출·퇴근 방법과 경로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출장의 경우는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명령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데 무리가 없고, 출장의 경우에도 사업주의 지시위반, 사적 행위, 정상경로 이탈 등의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므로, 양자를 구별하여 보상하는 것은 타당하다.
한편, 헌법불합치 의견에서는 그 논거의 하나로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를 들고 있으나, 산재보험료 납입 주체(재원 마련 방법)와 관련하여 업무 재해의 경우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고 출·퇴근 재해의 경우 보험료 일부를 근로자가 부담하는 국가(일본), 사용자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국가(영국), 사용자가 대부분을 부담하나 일부 주에서는 보험료의 일부를 근로자가 부담하는 국가(미국)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2) 공무원과 근로자 사이의 차별취급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① 산재보험제도의 법적 성질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재보험제도는 보험원리를 도입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전보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출·퇴근 재해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은 산재보험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하다.
② 공무원과 근로자의 차이
그런데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고 신분이 보장되는 등 그 지위·권한·책임 등이 헌법과 법률에 정해져 있고, 고도의 공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에, 근로자는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따라서 근로조건이 정해지고, 사업주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근로를 제공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공무원의 공무로 인한 재해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보호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③ 공무원연금제도와 산재보험제도의 차이
공무원연금제도는 국가가 공무원의 퇴직·사망·공무로 인한 부상 및 폐질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공무원과 그 유족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종합적 사회보장제도인 반면, 산재보험제도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근로자 보호와 사업주의 책임을 전보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로서, 양자는 각 제도의 목적과 성격 등이 서로 다르다. 또한, 공무원연금의 재원은 공무원이 납부하는 기여금과 국가의 부담금으로 이루어지지만, 산재보험의 경우에는 그 재원이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는 장해급여 이외에도 기업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각종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과 유족급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에, 산재보험법상의 급여는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직업재활급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 제도상의 급여의 종류와 내용이 서로 다르다. 아울러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재해의 경우로 한정하여도 보상금의 종류와 내용이 다르고, 특히 휴업급여, 직업재활급여 등 산재보험법상의 전체 급여의 종류와 내용이 공무원연금법상의 공무상 재해보상급여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하다.
④ 이익의 형량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게 되면 산재보험의 재정지출의 증가에 따른 보험재정의 위기,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사업주의 반발, 산재보험대상자의 증가로 인한 행정관리비용 및 소송비용의 증가가 예상되는 등 국가적·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어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반면에,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된 근로자가 출·퇴근을 하는 도중에 사고를 당한 경우 산재보험법상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도, 예컨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자동차보험 등에 의하여 가해자인 상대방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보호가 반드시 미흡하다고 볼 수 없어 침해되는 사익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없다.
⑤ 광범위한 입법형성권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자가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사업주와 근로자의 사회적 합의,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결정할 문제로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고, 따라서 비록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과는 달리 근로자에게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3) 소결
심판대상조항이 혜택 근로자와는 달리 비혜택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것이 불합리하고 자의적으로 차별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위와 같이 공무원과 근로자의 신분 및 지위 등의 차이, 공무원을 위한 연금제도와 산재보험제도의 근거법령, 목적 및 성격 그리고 급여의 종류·내용 등의 차이(특히 산재보험법상의 급여의 종류와 내용이 더 다양하고 풍부한 점), 재원 형성 주체의 차이,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및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 등을 고려하면, 공무원에 대해서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주는 것과는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의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헌법불합치의견
1) 혜택 근로자와 비혜택 근로자 사이의 차별취급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산재보험제도는 사업주의 무과실배상책임을 전보하는 기능도 있지만, 오늘날 산업재해는 이미 개별 기업차원의 안전위생시설의 기술적 개량만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고 재해의 위험을 모두 개별 사업주에 귀속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산업재해로부터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출·퇴근 행위는 업무의 전 단계로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고,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 및 근무지에 기속된다. 대법원은 출장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데(대법원 2006.3.24. 선고 2005두5185 판결 참조), 이러한 출장행위도 이동방법이나 경로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상의 출·퇴근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혜택 근로자만을 한정하여 보호하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 결과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하여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비혜택 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64년 제121호 ‘업무상 재해에 대한 급여조약 및 동권고’에서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에 포함하도록 권고하였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일본도 노재보험법에서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보상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산재보험법이 1963.11.5. 제정된 이래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 무수한 논의만 있었을 뿐, 정작 입법과정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아니하여 여전히 비혜택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는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산재보험의 재정악화 및 사업주에 대한 보험료 인상 문제는 (i) 국가가 산재보험법 제87조제1항에 따라 가해자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구상하는 방법, (ii) 보상이 가능한 출·퇴근 재해의 범위를 사적인 목적으로 벗어난 경우 등은 배제하고,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한 출·퇴근행위 중 발생한 재해로 한정하는 방법, (iii) 출·퇴근의 업무 전 단계로서의 성격 및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근거하여 근로자에게도 해당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부담시키는 방법 등에 의하여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반면에 통상의 출·퇴근 중 재해를 입은 비혜택 근로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도 대부분 고의·과실 등의 입증책임의 어려움, 엄격한 인과관계의 요구, 손해배상액의 제한, 구제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충분한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해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보험가입 여부 및 가입보험의 보장정도 등과 같은 우연한 상황에 의하여 보상의 정도가 크게 좌우되는 것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비혜택 근로자와 그 가족의 정신적·신체적 혹은 경제적인 불이익은 매우 중대하다.
이상과 같이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 대한 보상문제에 있어 혜택 근로자와 비혜택 근로자를 구별하여 취급할 합리적 근거가 없는데도, 혜택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 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2) 공무원과 근로자 사이의 차별취급 문제
공무원의 공무로 인한 재해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무원과 근로자의 출·퇴근행위는 사실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공무상 재해보상이나 업무상 재해보상 모두 업무상 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고, 그 보험의 운영구조 등이 같다. 그런데도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과는 달리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에 대하여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미 심판대상조항이 비혜택 근로자를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이상 이 부분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3)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고만을 한정하여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비혜택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부족하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고하는 경우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마저도 상실되는 부당한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잠정적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 입법자로 하여금 심판대상조항을 평등원칙에 맞게 개정하도록 촉구함이 바람직하다.
4. 결론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등 4인이 합헌의견을,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등 5인이 헌법불합치의견을 표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헌법 제113조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제2항 단서 제1호에 정한 위헌결정을 함에 필요한 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여 합헌으로 선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