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및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
◆ 대법원 2010.08.19. 선고 2010두8553 판결 [유족보상금지급부결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권○○
♣ 피고, 피상고인 / 공무원연금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0.4.16. 선고 2009누983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구 공무원연금법(2009.12.31. 법률 제99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1조제1항에 규정된 유족보상금 지급의 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으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나,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공무상 질병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2.25. 선고 93누19030 판결, 대법원 2006.9.8. 선고 2005두15373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이 2007.3.부터 지방세 표준전산화자료 입력업무 및 행정자치부 감사자료 검토업무 등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였지만, 이는 사회평균인으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여야 할 만한 사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이는 점 등과 같은 판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채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므로, 그 자살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1990.12.28. ◯◯시 지방행정서기보로 임용되어 2002.8.30.부터는 ◯◯시 행정경제 산업국 세정과에서 근무하여 온 사실, 망인은 2005.8.30.부터 7급 지방세무주사보로서 업무분장상 토지분 재산세 및 소관 도시계획세.교육세의 부과.관리, 토지분 비과세.감면 및 변동자료 정리업무 등을 담당하여 온 사실, 망인은 2007.4.경부터 행정자치부 지방세 정보화사업단에서 실시하는 표준 지방세정보시스템 3차 보급계획에 따라 지방세 전산자료 이관작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최근 5개년도의 모든 재산세 세정자료를 정리하여 이를 전산 기초자료로서 전산프로그램에 새로이 입력을 하는 등 지방세표준전산화자료 이관작업을 하였고, 자료변환 및 가상 세액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그때마다 이를 해결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던 사실, 한편 행정자치부는 2007.4.19.부터 16일간 경상북도를 대상으로 지방세 부과징수 등에 관하여 최초로 대면감사가 아닌 전산감사 방식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시에 대하여 2007.5.7.부터 2007.5.22.까지 사이에 17차례에 걸쳐 합계 11,265건에 이르는 방대한 감사자료 검토 및 제출 요구를 하였던 사실, 망인은 위 감사자료 검토 및 제출 요구에 따라 2007.5.28.을 시한으로 과세자료를 재검토하고 착오 과세된 부분을 별도표기한 후 세액을 재산출하여 전산화자료로 이관.보완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감사자료 제출 요구사항에 따른 업무량이 계속 증가하여 망인을 포함한 재산세 담당공무원 3명만으로는 도저히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던 사실, 특히 위 지방세표준전산화자료 이관작업 및 감사자료 준비작업이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그 업무량이 폭증하였고, 또한 시예산과 직결되어 있는 지방세에 관한 새로운 전산프로그램 운용에 따른 민원발생 우려 등으로 인하여 망인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던 사실, 결국 ◯◯시는 2007.5.21.부터 읍.면.동 세무담당공무원 24명을 6개 조로 편성하여 재산세 관련 자료정리 등의 합동작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는데, 위 감사자료 검토 및 제출작업은 합동작업에 의하여 2007.7.10.에야 비로소 완료되어 감사자료가 제출될 수 있었던 사실, 망인은 위 지방세 전산화자료 입력업무와 감사자료 검토 및 제출 작업에 관하여 자주 피로감을 호소하였고, 직장동료에게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인다’, ‘최근 3년 동안의 자료는 전산처리로 확인이 가능해서 어떻게 해 보겠지만, 4~5년 전의 자료는 전산처리가 되지 않아 매우 힘들다’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사망 전날에는 원고에게 ‘자료정리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힘이 들어 차라리 촌에 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하였고, 자는 중 헛소리, 잠꼬대를 하기도 하였으며, 사망 당일 아침에는 자동차로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아들에게 ‘아빠가 너무 힘들다’고 말한 사실, 원고는 망인의 이와 같은 행동들이 걱정되어 망인이 출근하기 전에 망인과 함께 재산세 담당업무를 하는 임○○에게 전화를 하여 ‘남편이 집에 와서 이상한 소리를 계속 하는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하여 임○○은 원고에게 ‘일이 많아서 그러니 그냥 잘 해주라’고 대답한 사실, 그런데 망인은 2007.5.23. 8:20경 사무실에 출근하여 행정자치부 종합감사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하여 합동작업장인 시청본관 지하실에 내려갔으나 올라오지 않았고, 동료 직원이 같은 날 9:00경 위 지하실에서 망인이 텔레비전 받침대에 전선을 이용하여 목을 맨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망인을 안동의료원 응급실로 후송하였으나, 망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사실, 한편 망인은 2007.5.16. 한의원에서 ‘항강증, 우측 견비통’으로 침구치료를 받았는데, 소견서상 ‘향후 치료의견’에는 ‘망인은 당시 스트레스로 인하여 항배부의 근육이 경직되었고, 후두부 통증양상 등도 있었으며, 통증 부위에 압통이 나타나 향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특히 망인은 사망 무렵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안색이 좋지 않고 매우 지친 모습을 자주 보였으며, 90kg에 이르던 체중도 사망 무렵에는 80kg 정도로 감소되었으나 가정불화, 경제사정의 어려움 등은 특별히 없었던 사실, 원심의 ○○대학교 의과대학 ○○○○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감정의는 ‘사실관계 자료에 따르면, 당시 망인에게 우울증상의 존재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항강증, 우측견비통, 후두부 통증양상은 긴장성 두통을 포함하는 심리적 원인에 의한 통증장애의 가능성이 있어, 망인은 당시 우울증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망인의 사망 전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우울상태에서 충분히 죽음을 각오하고 자살을 실행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약 95%)이 정신과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우울증(약 80%)이라고 알려져 있다. 격무나 스트레스 벗어났다고 해서 발생한 우울증이 즉시 수일 만에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힌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망 직전 담당업무가 너무 과중하여 망인을 포함한 재산세 담당공무원 3명만으로는 이를 모두 처리할 수 없었음에도 이를 정해진 시한 내에 처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망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하여 급격한 체중감소와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한 여러 신체부위의 통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받았으며, 또한 망인이 정신과 병원 등에서 우울증을 병명으로 한 직접적인 치료를 받지는 않았지만, 망인은 사망 직전 우울증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이 존재하는 이상, 망인의 이러한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을 유발하고 이러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위와 같은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망인 및 그 가족에게 우울증 등 정신과적 기왕력이 없고, 망인의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이외에는 자살의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망인은 위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 기준이 아닌 보통 평균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망인이 수행한 직무가 사회평균인으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는 점 등에 근거하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고,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망인의 성행, 과중한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 김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