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제1항에 있어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의 의미
[2]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 방법 및 공인(공인)의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관하여 진실을 공표한 경우에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증명이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적극)
[3]인터넷신문 기자가 시의회의원이 시청공무원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하며 질책하였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 보도한 사안에서, 위 기사의 내용이 사실을 그대로 적시한 것으로 위 시의회의원을 비방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6.10.13 선고 2005도3112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05.4.28. 선고 2004노53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제1항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형법 제309조제1항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과 마찬가지로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 여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그 침해의 정도, 그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공인의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관하여 진실을 공표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증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이상 부수적으로 다른 개인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5.4.29. 선고 2003도2137 판결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인터넷신문 (명칭 생략) 기자인 피고인이 비방할 목적으로 성남시의회의원인 고소인이 시청공무원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하며 질책하였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 보도하였다는 것인바, 원심은 이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고소인은 성남시의회 (직위명 생략)인 3선의 시의회의원으로 같은 당 소속 시장이 취임함에 따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었던 사실, 고소인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던 복지회관 관련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성남시 여성복지과장의 조례 개정안 설명 직후 이루어진 표결에서 조례 개정안이 가결되자, 고소인은 시청 문화복지국장실로 여성복지과장을 불러 조례 개정안에 대한 설명이 부적절하고 무성의하였다면서 욕설과 함께 반말로 질책한 사실, 인터넷신문인 (명칭 생략) 기자인 피고인은 위 질책 현장을 목격한 사람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전화로 여성복지과장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바, 여성복지과장은 사실 관계를 부인하지는 않고 기사화하지 말라는 취지로 대답한 사실, 이에 평소 시청공무원들이 시의회의원들의 고압적 태도와 언행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피고인은 고소인의 위 행위를 지적·비판함으로써 시의회의원들로 하여금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언행을 시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야 이 XXX야! 너 때문에 망쳤다!” 시의회 김모의원 시 J과장 불러세워 ‘욕설’ 추태라는 제목으로 고소인의 욕설 및 폭언에 관하여 사실 그대로 소개하고 조례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하여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욕설 등 폭언을 한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하여 게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이 작성한 기사는 시의회의원인 고소인이 시의회의 조례 개정안 심의와 관련하여 시청공무원인 여성복지과장의 설명이 부적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공공장소인 시청 복지국장실에서 질책하는 과정에서 욕설 등 폭언을 하였다는 것으로 공직자의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한 것이고, 고소인이 공공장소에서 시청공무원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한 것이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것이어서 고소인 스스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유발하였다고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사의 내용도 모두 사실을 그대로 적시한 것으로, 달리 피고인이 고소인에 대하여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등 고소인을 비방할 만한 동기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공직자의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관하여 진실을 공표한 기사를 작성한 피고인의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 이유로 기사 중 일부 표현이 감정적이고 원색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고소인의 폭언 중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기사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피고인은 고소인의 욕설 부분은 그대로 옮겨 싣지 않고 “야, 이 XXX야”라는 표현으로 순화시키기도 하였다), 고소인의 언행이 부적절하였음을 지적한 부분에서 언급된 “분을 삭이지 못했다”, “괘씸죄에 해당”,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등의 표현 역시 기사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고소인의 욕설 등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비판함으로써 시의회의원들로 하여금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언행을 시정토록 하기 위한 데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수준의 표현을 문제 삼아 공공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의사를 부정하고 피고인에게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공직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언행에 대한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결국, 피고인에게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비방할 목적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 위반의 잘못이 있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2.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 안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