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인바,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10.05.27. 선고 2008다9150 판결[퇴직금]
♣ 원고(선정당사자), 피상고인 / 구○○
♣ 피고, 상고인 / ○○○○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07.12.14. 선고 2007나11856 판결
♣ 판결선고 / 2010.05.27.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근로기준법(2005.1.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은 제34조제1항에서 “사용자는 계속근로년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년수가 1년 미만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제3항 전문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항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3.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법 제34조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대법원 2002.7.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대법원 2007.8.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법 제1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9.3. 선고 98다34393 판결, 대법원 2006.12.8. 선고 2006다482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위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법 제18조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인바,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
2. 그런데도 원심이, 매월 지급하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원고 등은 법률상 원인 없이 그 퇴직금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심리함이 없이 통상임금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한 데에는 근로기준법의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박시환
주심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