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로부터 채권회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던 중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채권추심원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카드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8.05.15. 선고 2008두1566 판결[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피고보조참가인 / ◯◯카드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7.12.26. 선고 2007누127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2호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 또는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7.3.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아들인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의 남부컬렉션사업부 경북컬렉션지점 구미파트에 소속된 채권추심원으로서 참가인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채권의 회수업무를 수행하던 중 2005.4.18. 19:30경 위 구미파트 화장실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가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2005.4.25.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망인과 참가인 사이의 계약이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망인과 참가인 사이에서 작성된 2005.1.1.자 위임계약서에서, 망인은 관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참가인 회사가 위임하는 채권의 회수관련 업무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단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수행함을 원칙으로 하고, 망인의 업무 수행시간 및 장소를 따로 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망인과 같은 채권추심원에게는 참가인의 정규직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음은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위임계약서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은 망인으로 하여금 관계 법령에 의하거나 교육 등 필요한 경우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망인에게 업무의 효율적 수행과 관련한 지시를 할 수 있으며, 참가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 망인은 그 업무처리상황을 즉시 참가인 회사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참가인이 비록 망인의 채권추심업무 수행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망인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은 참가인으로부터 추심을 위임받은 채권에 관한 채무자의 정보를 확인하거나 자신의 추심실적을 입력하기 위하여 참가인의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야 하였으므로 미리 지정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점, 이에 채권추심원은 통상 08:20~09:00경 참가인이 제공한 사무실에 출근하여 그 곳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채무자의 정보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이용하여 채무자에 대한 채무변제를 독촉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참가인은 채권추심원들에게 사무실이나 그 곳에 설치된 컴퓨터 전화 등의 이용요금을 따로 부담시키지 않았던 점, 망인이 소속되어 있던 위 구미파트에서는 채권추심원 6~8명이 한 팀을 이루어 업무를 처리하였고 참가인은 정규직 주임 또는 대리로 하여금 팀장으로서 채권추심원을 관리하도록 하였는데, 채권추심팀의 팀장은 채권추심원들의 위와 같은 통상 출근시간에 맞추어 1주에 2~3회 조회를 하면서 대부기준, 수수료기준, 대부업 관련 법령, 민원방지사항 등을 교육하거나 채권추심원의 실적, 수수료 등을 알려준 점, 또한 위 구미파트 파트장이나 팀장은 외근하는 채권추심원에게도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여 목표액, 현재 달성액, 마감시각 등을 상기시키는 등 목표달성을 독려하여 왔던 점, 채권회수실적은 채권추심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팀장은 전산기록을 통하여 채권추심원별 채권회수실적을 확인하고 그 실적과 업무부실 처리에 따른 벌점을 종합하여 채권의 배분을 조정할 수 있었고, 채권회수실적이 평균에 현저히 미달하여 업무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참가인 회사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었던 점, 채권추심원들로서는 그와 같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파트장이나 팀장의 그와 같은 채권회수 독려나 업무지시를 거절하기가 사실상 곤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은 그 외에도 불법추심방지와 민원방지를 위하여 채권추심원이 채무자들과 나눈 전화통화를 녹음하는 방법으로 업무내용을 감시·통제하고, 참가인의 이미지 관리를 위하여 채권추심원에게 정장을 착용하도록 지시한 점, 채권추심원이 채권추심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채권회수방안을 모색하여 팀장에게 의견을 제시하면 팀장은 제시된 의견을 검토하여 법적 조치사항이 필요한 경우 정규직 직원으로 하여금 가압류나 소송진행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채권추심원과 정규직원의 유기적인 협조 아래 채권추심업무가 처리되어 온 점, 참가인 회사의 사전 서면 승낙을 받으면 채권추심원의 위임사무를 제3자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으나, 구미파트에서는 개인신용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제3자에 대한 재위임이 요청되거나 승인된 적이 없는 점, 채권추심원에게 따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나 신규 위촉된 채권추심원에게는 업무를 시작한 때부터 3개월간 순차로 70만 원, 50만 원, 30만 원의 정착지원금이 지급되었고 수수료는 매월 계산되어 다음달 21일 지급되었는데, 망인은 2004년 10월부터 2005년 4월 사이에 적게는 1,323,126원에서 많게는 2,876,910원의 수수료를 매월 지급받아 온 점 등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원심이,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근거로 거시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을 비롯한 참가인 회사의 채권추심원에게는 정규직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고, 위임직의 관리를 위하여 마련된 참가인 회사의 지침에도 통상 취업규칙 등에 포함되는 사항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 채권추심원은 채권회수업무 수행을 위하여 자신이 제공한 근로의 내용이나 시간과는 관계없이 그가 회수한 채권액에 따라 그 일정 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의 수수료를 지급받은 점, 참가인이 위 수수료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채권추심원에 대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신고를 하거나 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한 점 등은,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사용자인 참가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한 사정들에 불과하다. 또한, 참가인이 망인의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대하여 제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무자와의 면담 등을 위하여 주로 출장근무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망인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사실을 오인하거나, 근로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